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
아야사키 슌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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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그리면거짓이된다 #도서협찬


만약 딱 한 번, 원하는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_17p.

_

"하루토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어?"

"없어요. 어차피 똑같은 인생을 걸어갈 뿐이니 되풀이하는 의미가 없어요."

그도 여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약 20년 인생에서 아무런 후회가 없다는 걸까. 하루토다운 대답이기는 했지만 속인은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틀림없이 나는 내가 고르지 않았단 무수한 선택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다르다. 지금이 자신에게 100퍼센트 납득하고 있다. _104p.


세키네 미카의 회고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미술을 시작하게 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안정적인 삶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아틀리에를 오픈해 미술 선생님으로 살아가게 된다.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도코와의 만남을 지상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2년 뒤, 도코와 결이 다른 또 다른 천재인 난조 하루토를 만나게 된다. 창작에 빠져들면 무섭게 몰입하느라 먹고 자는 것도 잊고 작품에 몰두하는 도코는 사람을 가리는 예민한 성격 탓에 자신이 곁을 허락한 이들에게만 곁을 내어주는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그림이 전부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가 치는 밤, 아틀리에에 남아있다 산사태에 매몰되어 큰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림이 전부인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 곁에서 그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으켜 세우는 하루토의 응원은 사랑을 드러내어 이야기하고 있진 않지만 그보다 더한 사랑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이야기하는 화자들의 시선에 따라 도코와 하루토의 이야기는 각도를 달리해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되는데 마지막 장에 이르러 시작되는 압도적인 감동은 긴 여운을 남기며 이후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고 싶어지게 된다.


이 아틀리에를 찾아온 천재는 하나가 아니었다.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천재가 눈앞에 둘이나 있고, 그 두 사람 모두 나를 선생님으로 인정해 주었다. 교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화가로서의 인생을 포기하고, 결혼이라는 선택을 버리고 고른 길이다. (중략) 이 두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그 뒤로 나는 두 사람을 위해 쏟을 수 있는 노력은 그 무엇도 아까지 않았다. _83p.


다른 학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다키모토 도코의 눈은 난조 하루토를 포착했다.

유일하게 오빠만이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오빠의 '특별'에는 비밀이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토록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사람도, 그간의 노력을 확실하게 실력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사람도 오빠 외에는 아무도 없다. _161p.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고 소모되고, 그럼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간다.

미래만 보며, 값어치가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길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마음을 지켜나간다. (중략) 미래는 언제나 자신의 손안에 있다. 그 너머를 그리는 사람도, 짓이기는 사람도 언제나 본인밖에 없다. _265p.


#아야사키슌 #이희정 #소미미디어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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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 지음, 윤철희 옮김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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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도서협찬


내가 인생이라는 날씨 속에서 길을 찾아낸 성공 비결은 피할 수 없는 것과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우리의 이력서다. 우리가 들려주려는 이야기고 우리가 장들로 써 내려가기로 한 선택들이다. 우리는 앞날을 생각하기 위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불가피하게, 우리는 죽을 것이다. 우리가 떠나면, 우리에게 바쳐지는 추도연설과 우리의 사연들이 남들 입에서 흘러나올 것이고 우리는 영원토록 세상에 그렇게 소개될 것이다.

영혼의 목표. 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라.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_373p.


매튜 맥커너히, 로맨틱 영화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던 배우로 열광적인 팬은 아니었지만, 영화 속 캐릭터가 꽤나 유쾌하고 때론 능글맞으면서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라 이 배우의 오래된 영화들도 종종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린라이트>라는 자신의 회고록을 출간하다니! 이제 50대 중반이 된 배우의 회고록은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꽤나 많은 분량에 놀랐고, 그의 삶이 더 영화 같고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데 또 놀라게 된다.


조금은 독특한 부모님과 형제들,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려간 글을 읽으며 이러한 성장 배경과 부모님의 지지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그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가 직접 기록한 수많은 일기와 메모들을 토대로 작성된 <그린라이트>는 빨간불이 난무한 삶을 '그린라이트'로 바꿀 수 있었던 과정을 이, 유쾌한 회고록을 통해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의 인간극장 같았던 그의 이야기, 2023년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왜 바뀐 것이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안 돼"가 판치는 세상에서 더 많은 "예"를 받는 방법을, 그리고 어떤 "안 돼"가 실제로는 "예"일지도 모르는 때를 인지하는 방법을 다룬다. 이 책은 그린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한 책이고, 노란불과 빨간불은 결국에는 파란불로 바뀐다는 깨달음에 대한 책이다. _24p.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

아버지가 할 수 있었던 모든 말 중에서, 아버지가 보일 수 있었던 모든 반응 중에서, "대충대충 하지 말고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는 내가 들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자 아버지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이었다. _126p.


#매튜맥커너히 #윤철희 #회고록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green_lights #아웃사이트 #outsight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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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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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천사가 오늘 밤에 온다 캐도 내는 천사의 부름을 거절하지 않을 끼다. 삶은 결국 우리가 하는 일 말고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일 뿐이고, 우리가 당연히 기댈 수 있는 것은 죽음 이지. 죽음이 다가오고 있어서 내는 만족스럽다. 그것도 빨리 오고 있지.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궁금해하는 사이에 올 수도 있고. 사람 목숨을 앗아가고 배를 난파시켜 가슴 아프고 슬프게 하는 저 바닷바람 속에 죽음이 있을지도 모르고. 보소! 보라고!" _144p. #윌북_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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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신이 와도 난 기꺼이 따라갈 수 있어. 우리가 뭘 하든 간에, 산다는 건 결국 뭔가를 기다리는 거야. 죽음이야말로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안식처지. 어찌 됐든 나는 죽음이 날 기다리는다는 사실에 만족해. 색시, 죽음이 성큼성큼 달려와도 나는 괜찮아. 우리가 이렇게 두리번거리면서, 언제쯤 올까, 지레짐작하는 사이에도 죽음이 코앞에 와 있는지 모르는 일이잖아. (…) 색시 저 바람 속에, 저 안갯속에 뭔가가 있어. 죽음의 소리를, 죽음의 형체를, 죽음의 맛과 냄새를 모르겠어? 허공에 있어. 저기 오고 있잖아. _162~163p. #허밍버드_드라큘라


외국인의 런던 부동산 매입건으로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향한 조너선 하커는 성으로 향하는 여정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행동에 염려스러움이 묻어난다. 어찌어찌 백작의 성까지 도착했는데… ‘나 다시 돌아갈래~’ 외치고 싶은 찝찝함…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향한 조너선의 소식이 없어 걱정하는 미나의 걱정은 깊어만 가는 한편 미나의 친구 루시는 약혼자가 그녀의 곁을 잠시 비운 사이 조금씩 이상해져감을 느끼게 된다. 루시의 상태가 걱정스러운 약혼자 아서는 친구 수어드 박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루시를 진찰한 박사는 자신의 스승인 반 헬싱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루시를 치료하려 노력하지만 점점 이상해지는 루시의 상태와 몸에 나타나는 증세들은 드라큘라 백작의 등장은 많지 않지만 곳곳에 공포심을 차곡차곡 쌓는 기분을 느끼게 하며 이야기는 계속 나아간다.


트란실바니아를 떠나 런던으로 향한 드라큘라백작은 사람들을 흡혈하며 자신의 수족으로 삼아 자신에게 대항하려 했던 이들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뛰어난 지식과 능력을 가졌음에도 긴 시간을 홀로 살며 피로 연명하며 살아있을까? 흡혈로 자신의 수족을 늘여 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좀 더 좋은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목표를 위해선 한없이 무자비해지고 사고의 폭이 좁고 이기적이라고 표현되고 있는 백작은 작품 속에서 읽는 이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그 이미지가 그려지고 또 그려질 수 있는 인물이다.


백작에 맞서는 반 헬싱 일행이 불가사의한 현상에 맞서는 과정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었던 소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꽤 분량이 되는 책이라 하루에 읽을 분량을 나눠 읽으면 완독할 수 있을 있을 것이다. 꽤 리얼한 느낌의 번역이었던 윌북 호러컬렉션 <드라큘라> 읽으면서 꽤나 몰입하기도 했다. 다른 출판사와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책 읽기가 될 듯.

2021년 허밍버드 버전으로 읽었고, 2023년 윌북 버전으로 재독 완료.


옛것이든 새것이든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해석이 안 되는 것들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알려준 것만 알거나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들이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과학의 결점이야. 그리고 설명이 안 되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버리지.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매일 새로운 믿음이 자라나고 있어. 믿는 사람들이야 새롭다고 믿겠지만, 사실은 새로운 척하는 오래된 믿음일 뿐이야. _367~368p.


우리가 싸움에서 진다면 그가 결국 승리를 거둘 테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결말은 어떨까? 사실 목숨이 문제가 아니야, 목숨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닌 거야. 우리가 진다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넘어서는 상황에 놓이게 될 거야. 우리도 그자와 같은 부류가 되겠지. 밤의 추악한 괴물이 되어 마음도 양심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몸과 영혼을 사냥하겠지. 우리에겐 천국의 문이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이고. 누가 우리에게 문을 다시 열어주겠나? 우리는 영원히 혐오스러운 존재로 살 거야. _458p.


#윌북 #클클단 #클클단2기 #도서협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프랑켄슈타인 #에드거앨런포단편선 #책 #윌북클래식#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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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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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러시 #도서협찬


🎿와, 굉장해, 굉장해, 굉장해!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슈토는 활주하면서 속으로 환희의 아우성을 질러댔다.
이쿠미가 안내해 준 코스는 그야말로 비밀 명당이었다. 메인 코스에서 접근하기 힘들고 게다가 비압설인 탓에 잔뜩 쌓인 눈이 시야를 방해해 경사면 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거의 아무도 타지 않는 곳이다. 눈으로 만들어진 벽을 뛰어넘자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극상의 파우더 스노의 세계였다. 이곳이 정규 코스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다. _124p.


비밀리에 연구하던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초미립자 탄저균의 도난, 범인은 균을 눈 속에 묻었고 장소를 알고 싶으면 3억 엔을 요구하고 설상가상 이 범인이 죽어버렸다. 단서는 몇 장의 사진과 곰인형 단서로 균이 묻힌 스키장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연구원 구라바야시는 보드를 타는 아들과 함께 스키장으로 향하는데...

사상 최악의 생화학 무기를 무사히 찾으려는 사람과, 그 균을 빼앗아 외국으로 팔아넘기려는 음모! 광대한 설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키와 보더들의 활약은 책장을 덮는 순간 얼마 전 정리해버린 스키 장비들에 아쉬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당장 스키장으로 달려가 하얀 설원을 누비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미스터리한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싶은 마음(?) 마저 들게 하는 <화이트 러시>는 '설산 시리즈'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첫 번째 작품인 <백은의 잭>에서 활약했던 네즈 쇼헤이가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오랜만에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페이지 터너인정!
최근 목이 불편해 책 읽기를 자제하고 있던지라 몇 페이지 넘기다가 내일 읽어야지 했는데,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마지막 장까지 멱살잡아 끌고 가는 필력이라니! 깊어가는 겨울, 스키장으로 달려갈 순 없지만 급경사를 추격하며 활강하는 마음으로 읽게 될, (시간 확보 필수) 소설로 추천! 하고 싶다.


🎿구리바야시는 K-55의 케이스가 깨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초미립자는 봄바람에 실려 아주 쉽게 산기슭까지 다다를 것이다. 여름을 맞을 때쯤에는 사토자와온천 마을에서 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극히 크다. 흡입 탄저병은 인플루엔자와 증상이 흡사해 필시 치료도 늦어질 것이다. 가령 탄저병으로 판명되어도 기존 치료제인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는 전혀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 유전자를 조작한 생물학무기이니까. _137p.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이야, 일확천금을 잡으려면 어디선가 한탕을 노리는 수밖에 없어. 그 날이 올 때까지 숨을 죽이고 얌전히 기다리는 거야. 미련하고 둔해 보여 경계할 필요 없는 인간으로 말이야. 주위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게 내버려 두고 가만히 있는 거야. 그러다 보면 틀림없이 기회가 와. 핵심은 때가 왔을 때 주저하거나 인정에 휩쓸리지 않는 거야. 목적을 이루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_203p.


#히가시노게이고 #민경욱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설산시리즈 #소미랑 #책 #소설 #일본소설 #소설추천 #book #연애의행방 #눈보라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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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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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필요한시간 #도서협찬


우리가 미처 위로하지 못한 모든 슬픔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무도 쓰다듬어 주지 못한 그 모든 상처는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되돌아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단지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한사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귀환해야 합니다. (···) 내일도 답장을 보내지 않을 당신에게 내가 문학을 통해 수혈받은 모든 사랑과 희망의 언어들을 담뿍 담아 오늘도 변함없이 편지를 씁니다. 다행히 이제는 알아요. 온갖 핑계를 대며 답장을 해주지 않을 때조차 당신은 '나만이 쓸 수 있는 나의 이야기'가 불현듯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_291p.


지난 몇 년 간의 책 읽기를 생각해 보게 된다. 특정 분야의 책을 즐겨 읽지만 즐거움을 위해서만 읽었던 것인가? 문득 취향의 고전문학들을 읽을 때면 편향적인 책 읽기가 아닌 나의 문학적인 취향을 조금 더 깊이 있게 해줄 책 읽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시간들..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했던 차에 정여울 작가의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게 되었다. 짧은 글 한 꼭지씩을 읽어갈 때마다, 문장을 되짚어 읽고 나도 읽었던 작품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 책은 문학 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영화, 가수 등 폭넓은 세상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연말 즈음부터 건강 적색주의보가 시작되었는데, 최근 일자목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으며 조금 더 진행되면 목 디스크로 진행될 수 있으니 당장 책 읽기를 중단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다. 하... 올해는 그림 그리기도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중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책 읽기를 놓을 순 없으니 스트레칭, 물리치료, 약물치료 잘 받으면서 나만의 문학세계를 확장해 보는 한 해로 만들어볼 예정이다. 이 책은 책 읽기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이들에게도 입문서처럼, 또는 가볍게 호감가는 페이지부터 읽어도 좋을 문학이 필요한 시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문학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이야기 속 인물들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지금 살아 있는 우리의 이야기'로 승화시켜 살아낼 줄 안다는 것이다. _38p.


때로는 상처 입은 순간의 아픔보다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더욱 괴롭힌다. 상처보다 더 아픈 치유의 과정이 우리 무릎을 꺾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도 문학은, 마침내 아름다운 타인의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_64p.


"여기서는 기필코 안전할 거야."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릴 때가 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고통에서 놓여날 수 있으니까. _93p.


지상의 모든 슬픔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네모난 그릇의 모서리 부분을 닦기가 가장 어려운 것처럼 아무리 꼼꼼히 씻어도 닦이지 않는 눈물이 있다. '문학 한다'는 것은 바로 그 슬픔의 사각지대를 끝까지 발굴해 모두가 볼 수 있는 언어의 햇빛이 쏟아지는 세상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_121p.


#정여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에세이추천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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