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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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깊어진 뒤에 밖으로 열리는 마음이 있었다.

삶의 여백에 앉아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있었다._8p.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등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기록하는 김신지 작가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4월을 보내며 짬짬이 아껴 읽은 책이기도 했다. 책을 읽는 사이, 일하는 사이, 잠들기 전,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기 전 그냥 손이 가는 아무 때나 한 달 내 들고 다니며 펼쳤던 책.


2023년을 시작한 지 1/3이 지나고 있지만 딱히 뭔가를 한 듯한 기분도 들지 않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할 것만 같은데, 시간은 한없이 부족하고 마음은 바쁜 기분.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다가도 돌아보면 시간이 없는 탓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던가... 싶다. 지금 이 순간 만족스럽지 못한 삶이라도 그것 또한 내 삶이 아닐까?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책. 나를 위해, 또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


하나의 풍경을 오래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 시간이 지루하지도 무용하지도 않다고 여기는 사람.

늘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는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미 같이 있었다는 사실. 너무 많은 것들이 그 위로 쌓이고 덮여서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젖은 낙엽을 들춰내 찾아낸 듯한 기분. 그기 있었구나. _112p.


하루치의 삶에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할 것.

동시에 결코 오늘의 기쁨을 소홀히 하지 말 것.

언젠가 끝일지 몰라 디데이를 설정해 둘 수 없는 건 삶이라는 달력뿐이다. 남은 날을 셈하며 안심할 생각 말고, 매일을 디데이처럼 살라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_143p.


내 삶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기를 바랐는데 그건 누가 찾아서 내 손에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뭘 할 때 재미있고, 뭘 할 때 의미를 느끼는 사람인지 자꾸자꾸 찾고, 자꾸자꾸 해봐야 했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는 말 대신 사는 게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무도 나만큼은 신경 써주지 않는 내 인생을 챙기기 위해서. _170p.


#시간이있었으면좋겠다 #김신지 #잠비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책장파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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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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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유도라허니셋은잘지내고있답니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늙음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저항하고, 원치 않는 껍질을 벗겨내듯 옆으로 치워버릴 것이다. 누구의 방식도 아닌, 오직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 음을 맞을 것이다._42p.

_

유도라는 엄마가 슬픔과 분노 속에서 몰락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삶을 희생하며 살았던 여자가 쪼글쪼글한 인간의 껍데기로 전락했다. 여기서 두려움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이 듦이란 어쩜 이리도 잔혹한지. (···)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이 말은 이제 주문이 되었다. _103p.


85세의 나이에도 매일같이 수영을 가고,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유도라 허니셋. 가족도 남편도 자녀도 없는 유도라는 병원에서 우연히 '클리닉 레벤스발'의 전단지를 받게 되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웃집으로 이사 온 소녀 로즈와 친절한 노신사 스탠리 미첨으로 인해 유도라의 삶의 방향은 그녀의 의지와 달리 흘러가게 된다. 현재의 유도라의 삶과 과거를 오가며 유도라의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엄마, 엄마와 부딪히기만 하면 싸우는 스텔라 이들 사이를 조율하며 아슬아슬하게 가족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유도라의 노력 덕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 같았지만 믿고 사랑했던 동생마저도 유도라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는데... 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유도라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났더라면 어땠을까?


언제일지 모를 마지막, 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 어떤 모습으로 가게 될까?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등등 슬슬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기도 하다. 병원을 오가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지만,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준비할 수 있을 때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던 차에 읽었던 소설이라 더욱 생각이 많아졌던 소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명랑하고 밝은 로즈와 노신사 미첨의 등장외에도 유도라 주변에 생각보다 그녀를 걱정하고 돕기 위한 많은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아가게 된다. 노년의 삶과 죽음, 존엄한 생의 마지막 선택 등 유도라의 삶을 통해 태어난 이상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같이 읽고 이야기해 볼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두려움은 종종 사람을 행동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싸 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_37p.


유도라 자신은 과연 로즈처럼 천진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인생을 숙제가 아닌 즐거운 놀이로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지만 그런 순간은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은 애초에 어른으로 태어났고, 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돌보며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즐거웠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 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본 기억은 없다. 그녀 주변에는 늘 보살핌이나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가 존재했다. 유도라는 로즈가 조금 부러워졌고, 동시에 궁금해졌다. 아빠가 전사하지 않았다면 과연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것은 종종 드는 생각이었고 답은 늘 같았다. 분명히 훨씬 더 기쁜 삶을 살았을 것이다._118p.


"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_167p.


"사람들이 각자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해나는 친절하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유도라를 바라보았다. "온당한 범위 안에서는, 네, 그래요. 저는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다고 생각해요. 근거 없는 믿음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성숙한 어른으로서 죽음에 대해 논의해야 해요."_342p.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이제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너무 쉽게 보여주는 노인과 끔찍한 패션 감각을 지닌 작은 소녀와 함께 오직 평화를 느낄 뿐이다.

그녀는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그녀를 사랑한다.

모든 게 다 괜찮다._503p.



#애니라이언스 #안은주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한스미디어 #페이지터너 #힐링 #재미 #감동 #소설추천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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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작별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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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두번의작별

#치넨미키토 #민경욱 옮김


가이토가 왼손의 '권리'를 넘겨 준 덕분에 순조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

보통은 왼쪽 손목부터 손끝까지가 가이토의 '지배 영역'이다. 거기서부터 말단은 다케시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감 각도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양손으로 작업해야 할 때는 가이토가 권리'를 내놓으면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로드레이서를 달릴 때도 핸들 조작을 위해 가이토는 왼손의 '권리'를 내놓는다. _15p.

_

내게는 '가이토'로서의 기억도 있고, 자아도 있어. 하지만 그것은 그 사고로 장애가 생긴 네 뇌가 '가이토'를 구하지 못 한 후회를 완화하려고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단순한 가짜, 네 뇌가 만들어낸 다른 인격이라 해도, 나 는…'가이토'는 너를 원망하지 않아. _226p.


"내 왼손에는 '형'이 있다. 내가 죽인 나의 쌍둥이 형이...."


야심한 밤, 도망치듯 자전거를 달려 도쿄로 향하는 한 소년. 달리는 이는 혼자인데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대화체의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자신이 형을 죽였으며 그 형이 자신의 왼손에 깃들었다고 이야기하는 다케시. 부모님은 다케시를 정신과 약물치료를 진행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형의 존재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가출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밤 시체를 발견하고 살인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도피하던 중 이 살인 사건이 신종 마약 '사파이어'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돈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 형제의 주변을 맴도는 묘령의 여인 아야카는 적당히 즐기면 위험하지 않다고 하며 다케시에게 사파이어를 먹이게 된다.

형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왼손을 벗어나 자신의 권리를 넓혀오는 가이토의 존재가 불안했던 다케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파이어에 의존하게 되고, 점점 왼손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가이토는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다케시를 다그쳐보기도 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다케시의 왼손에 깃든 형의 영혼은 다케시의 착각일까? 진짜 가이토의 영혼일까? 라는 의문은 생소한 설정이지만 확연히 다른 성격의 형제의 티키타카 역시 페이지를 멈출 수 없게 하는 1등 공신!


현대사회의 어두운 문제,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독특한 설정은 그동안 읽어왔던 추리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설정으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긴박해지는 상황은 두근거림으로 페이지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치넨 미키토의 <두 번의 작별> 미친 레이스 후의 찐한 감동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다마가와 둔치에서 남성의 시체를 발견한 이후 인생은 급변했다. 살인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도망치다가 어느새 불법 약물 매매에 손대고 말았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학교에 다닌게 여러 해 전의 일인 것만 같다. 202p.


불안이 정신을 침식하고 있다. 이대로는 망가지고 만다. 자신이 더는 자신이 아니게 된다. 머리로 '지배권'이 넓어지고 있다. 다케시는 거울 속에 비친 남자의 얼굴에 의식을 집중했다. 이 남자는, 나일까? 아니면 가이토일까? 사파이어를 마시지 않으면 이 남자에게 삼켜질 것이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라 지고 만다. 그런 예감이 세포를 들끓게 했다._ 370p.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소미랑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도서추천 #추천소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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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창비시선 485
유수연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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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기분은노크하지않는다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한강이 없다



순식간에 끝나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놓친 손을 빠르게 다시 잡을 때

온기가 밝아진다



영혼은 빈 유리컵에 뱉은 담배 연기

알 수 없어 뒤집어놓곤 한다



바뀐 신호를 따라

인파가 나를 밀어낸다



놓칠세라 어깨를 잡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경하다 믿어버린

녹슨 생각은 접어두고 펼치지 않았다



여기는 여기에

한가득 나를 채워두고 갈게요



올이 풀린 연기가 되어



커터칼을 뺐다가 넣다가

여전히 그을 수 없는 몸 어딘가처럼



편지도 구석부터 어두워졌다



저기는 저기에



없다



아직도 막차가 다닌다 아직은 보고 싶지 않다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유수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시 #창비 #책 #추천도서


시를 한 편 한 편,

읽어가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편,

나와 헤어지고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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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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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안네의일기


은신처 생활에서 어른들이 더 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억누르는 문제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는 거야. 우린 너무 어려서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워. 그런데도 갖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짜내야 해. 그래봐야 현실에 부딪쳐서 금세 무너지고 말지만, 이 시대에 겪는 어려움 이 바로 그런 거야. 우리 내면에서 움튼 이상과 꿈, 소중하게 키워온 희망이 암울한 현실에 직면하면 여지없이 부서지고 만다니까. 이런 상황에서 내가 꿈과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너무 터무니없어서 실현될 것 같지 않은데도 나는 계속 붙잡고 있어. 왜냐고? 온갖 난관에도 결국엔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누가 뭐래도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기 때문이야

혼돈과 고통과 죽음의 토대 위에서는 희망을 쌓아 올릴 수 없어. 나는 점점 더 황폐 되어가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어. 기어이 우리마저 멸망시킬 천둥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서 들려. 몇 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뼛속까지 느껴져. 그렇지만 얼굴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면 왠지 세상이 다시 좋아질 것 같아. 잔인무도한 시절이 끝나고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꿈과 이상을 붙잡고 있어야 해, 어쩌면 그것들을 실현할 날이 정말로 올지도 모르니까!_147p.

_

<안네의 일기>에는 인간의 감정을 그린 전쟁의 구체적인 얼굴이 있다.

이 탁월한 글은 전생의 기록을 넘어 생을 향한 빛나는 의지와 영감으로 충만하다. _김보라 감독


아직 <안네의 일기>를 읽지 않았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길 추천하고 싶다. 소장하고 있는 책도 있고 읽을 기회는 꽤 있었지만 은근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중 한 권. 어쩌면 읽지 않아도 그 스토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픽 노블로 각색된 <안네의 일기>는 본문 전체를 그래픽으로 옮기려면 10년의 시간과 3,500쪽에 달할 분량으로 일기 중 일부만 활용하면서도 전체의 내용을 충실히 담아냈다고 한다. 열세 살 소녀 안네가 나치 시대 1942년부터 1944년 은신처에서 지낸 2년여간의 기록이다. 13살 소녀 안네가 전쟁 중 은신처에서의 생활을 자신의 일기장 키티에게 남긴 기록은, 소녀의 일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감성과 전쟁의 공포, 생존을 위한 성숙하고도 세밀한 시선을 담고 있다. 안네 프랑크 재단이 공인한 단 한 권의 그래픽 노블은 <안네의 일기>를 처음 읽는, 또는 다시 읽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하는 키티,

누구에게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지만

너에게는 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네가 날 위로하고 지지해 주면 정말 좋겠어. _11p.


우리가 시는 세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어. "전쟁이 끝나면'에 대해 떠들긴 하지만 터무니없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공상을 떠벌리는 같아.

은신처에 사는 우리 여덟 명은 먹구름에 에워싸인 한 조각 푸른 하늘 같아. 우리 있는 이 동그란 공간은 아직까진 안전하지만 주변의 시커먼 구름이 점점 다가와. 서 있을 공간도, 우리 사이의 간격도 점점 좁아지고 있어. 우린 위험과 암흑에 포위된 사적으로 도망갈 길을 찾지만 서로 부딪치기만 할 뿐이야. _87p.


난 이제 매사에 조롱거리로 삼아도 되는 어린애가 아니야. 내 나름대로 의견과 계획과 이상이 있어. 다만 아직 그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할 뿐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혼자 있는 밤에도, 견디기 힘든 사람이나 내 의도를 곡해하는 사람을 억지로 참아내야 하는 낮에도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래서 결국엔 늘 이 일기장으로 돌아오는 거야.

키티 넌 늘 참고 들어주니까.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한결같이 대해주니까.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나 아가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내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그 노력의 결과를 지금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종을 까.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격려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날 비난하지 말고 때로는 나도 폭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줘!! _91p.


우린 이곳에서 너무 많은 걸 너무 오랫동안 놓치고 살아왔어. 나도 그게 너 못지않게 아쉬워. 물질적인 면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런 건 웬만큼 누려왔잖아. 나는 정신적인 면을 말하는 거야. 나도 너처럼 자유와 신선한 공기를 갈망해. 하지만 그런 걸 누리지 못하는 대신 우린 다른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해. 내적인 면에서 말이야. _110p.


지금까지 가끔 우울한 적은 있지만 절망한 적은 없어.

은신처 생활을 위험과 낭만이 가득한 흥미로운 모험으로 생각했고, 온갖 고초와 궁핍을 일기에 기록할 부가적 요소라고 생각했거든.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어.

평범한 아줌마로 늙어가지 않을 거야. 여기에서 겪는 일들이 흥미로운 삶을 꾸려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거야.

몹시 위험한 순간에도 어떻게든 좋은 면을 포착해 웃어넘기는 건 오로지 이런 희망 때문이야._135p.


#안네프랑크 #아리폴만 각색 #데이비드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흐름출판 #안네의일기_그래픽노블 #그래픽노블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책추천 #안네프랑크재단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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