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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도서협찬 #안네의일기
은신처 생활에서 어른들이 더 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억누르는 문제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는 거야. 우린 너무 어려서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워. 그런데도 갖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짜내야 해. 그래봐야 현실에 부딪쳐서 금세 무너지고 말지만, 이 시대에 겪는 어려움 이 바로 그런 거야. 우리 내면에서 움튼 이상과 꿈, 소중하게 키워온 희망이 암울한 현실에 직면하면 여지없이 부서지고 만다니까. 이런 상황에서 내가 꿈과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너무 터무니없어서 실현될 것 같지 않은데도 나는 계속 붙잡고 있어. 왜냐고? 온갖 난관에도 결국엔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누가 뭐래도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기 때문이야
혼돈과 고통과 죽음의 토대 위에서는 희망을 쌓아 올릴 수 없어. 나는 점점 더 황폐 되어가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어. 기어이 우리마저 멸망시킬 천둥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서 들려. 몇 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뼛속까지 느껴져. 그렇지만 얼굴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면 왠지 세상이 다시 좋아질 것 같아. 잔인무도한 시절이 끝나고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꿈과 이상을 붙잡고 있어야 해, 어쩌면 그것들을 실현할 날이 정말로 올지도 모르니까!_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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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에는 인간의 감정을 그린 전쟁의 구체적인 얼굴이 있다.
이 탁월한 글은 전생의 기록을 넘어 생을 향한 빛나는 의지와 영감으로 충만하다. _김보라 감독
아직 <안네의 일기>를 읽지 않았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길 추천하고 싶다. 소장하고 있는 책도 있고 읽을 기회는 꽤 있었지만 은근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중 한 권. 어쩌면 읽지 않아도 그 스토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픽 노블로 각색된 <안네의 일기>는 본문 전체를 그래픽으로 옮기려면 10년의 시간과 3,500쪽에 달할 분량으로 일기 중 일부만 활용하면서도 전체의 내용을 충실히 담아냈다고 한다. 열세 살 소녀 안네가 나치 시대 1942년부터 1944년 은신처에서 지낸 2년여간의 기록이다. 13살 소녀 안네가 전쟁 중 은신처에서의 생활을 자신의 일기장 키티에게 남긴 기록은, 소녀의 일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감성과 전쟁의 공포, 생존을 위한 성숙하고도 세밀한 시선을 담고 있다. 안네 프랑크 재단이 공인한 단 한 권의 그래픽 노블은 <안네의 일기>를 처음 읽는, 또는 다시 읽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하는 키티,
누구에게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지만
너에게는 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네가 날 위로하고 지지해 주면 정말 좋겠어. _11p.
우리가 시는 세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어. "전쟁이 끝나면'에 대해 떠들긴 하지만 터무니없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공상을 떠벌리는 같아.
은신처에 사는 우리 여덟 명은 먹구름에 에워싸인 한 조각 푸른 하늘 같아. 우리 있는 이 동그란 공간은 아직까진 안전하지만 주변의 시커먼 구름이 점점 다가와. 서 있을 공간도, 우리 사이의 간격도 점점 좁아지고 있어. 우린 위험과 암흑에 포위된 사적으로 도망갈 길을 찾지만 서로 부딪치기만 할 뿐이야. _87p.
난 이제 매사에 조롱거리로 삼아도 되는 어린애가 아니야. 내 나름대로 의견과 계획과 이상이 있어. 다만 아직 그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할 뿐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혼자 있는 밤에도, 견디기 힘든 사람이나 내 의도를 곡해하는 사람을 억지로 참아내야 하는 낮에도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래서 결국엔 늘 이 일기장으로 돌아오는 거야.
키티 넌 늘 참고 들어주니까.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한결같이 대해주니까.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나 아가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내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그 노력의 결과를 지금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종을 까.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격려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날 비난하지 말고 때로는 나도 폭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줘!! _91p.
우린 이곳에서 너무 많은 걸 너무 오랫동안 놓치고 살아왔어. 나도 그게 너 못지않게 아쉬워. 물질적인 면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런 건 웬만큼 누려왔잖아. 나는 정신적인 면을 말하는 거야. 나도 너처럼 자유와 신선한 공기를 갈망해. 하지만 그런 걸 누리지 못하는 대신 우린 다른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해. 내적인 면에서 말이야. _110p.
지금까지 가끔 우울한 적은 있지만 절망한 적은 없어.
은신처 생활을 위험과 낭만이 가득한 흥미로운 모험으로 생각했고, 온갖 고초와 궁핍을 일기에 기록할 부가적 요소라고 생각했거든.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어.
평범한 아줌마로 늙어가지 않을 거야. 여기에서 겪는 일들이 흥미로운 삶을 꾸려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거야.
몹시 위험한 순간에도 어떻게든 좋은 면을 포착해 웃어넘기는 건 오로지 이런 희망 때문이야._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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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