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괜찮을까? - are we okay?
김미정.K 지음, 한차연 그림 / 소모(SOMO)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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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여행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서로의 다른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여행' 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변화에 대해 조금씩 놀라게 되는게 여행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에세이를 즐겨읽다보니 혼자 떠나는 여행글도 좋지만 부부, 친구가 함께한 여행에세이를 읽을때면 함께하면 이런점이 좋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건 전적으로 100% 만족하기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버릴수 없었던것 같다.  더군다나 부부가 일상을 내려놓고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여행중에 부딪히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들기 시작한다.



여행 떠나기 더 어려운 나이가 과연 있을까.  아니 반대로 여행을 떠나기 쉬운 나이가 있기는 한 걸까. /여행 떠나기 좋은 나이 



행여라도 너무 조용해서 지루할까 걱정했던 이곳은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맛집들이 가득했다.  모퉁이만 돌면 보이는 파란 대문 집은 홈메이드 과일 젤리를 파는 곳이고, 거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K가 좋아하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타난다.  역시나 눈에 띄는 간판도, 계산대에 앉아있는 주인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것들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듯 우리도 이곳에 하루하루 머물면서 '이미 알고 있는' 동네 주민처럼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어갔다.  빠르게 지나가거나, 짧게 있다 가버리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그런 곳들이다. 

이것이 장기투숙자만의 특권 아니겠는가. /나만의 맛집지도



성실한 생활로 대기업에 입사, 틀에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아왔던 K는 함께 근무하던 직장동료의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생각해보니 현실에 매달려 사는 삶에서 탈출 해보자는 의지가 더 강해졌던걸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대기업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긴 휴가,  결혼후라 가장으로서 그런 결심을 하기가 어려웠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여행을 떠나는데 적절한 때가 있을까?



정말 원하는 대로 하라고?  솔직해지는 것은 우리 정서상 쉽지 않은 일이다.  뭔가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 정서상 쉽지 않은 일이다.  뭔가를 요구하는 것은 나쁘다는 생각이 나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했을 때 상대의 반응을 신경 쓰느라 대답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거나.

먹고 싶어도 참고, 놀고 싶어도 참고, 잘 참을수록 '착하다' '참을성 좋다'하는 말을 듣고 살아왔으니 서른네 살이 된 지금은 참아야 할 것과 참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기준마저 허물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에는 감정에 솔직하기로 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할 필요도 없고 웃어야 할 의무감도 없는 지금이 솔직한 맨 얼굴이 될 수 있는 최적기일 것이다.   /베트남에서 솔직해지기



여행 중에는 서로의 성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이 단순한 결론으로 우린 끝없던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신의 영역일 수도 있다.  이것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나의 신혼 생활이 더욱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할분담



시간이 무심코 흐르는 사이 어느새 마흔을 앞두고 있다.  마흔이 어색한 나는 아직 누군가로부터 더 사랑받고 더 관심받고 싶은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리숙한 것은 인정을 해야겠다.  이번 여행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성숙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 흰머리



서비스업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아내, 남편이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이야기 해 왔을때 얼마나 많은 생각이 오갔을까?  사회에서 한창 자리잡아야 할 30대.  하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일에 찌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에 그녀도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른다.  베낭여행을 한 번도 떠나보지 못한 내게 12kg, 15kg에 달하는 베낭을 메고 여행을 다닌다는건 상상도 잘 안 될 일이지만 그들은 떠났고 길 에서 서로의 새로운 모습에 조금씩 여행의 즐거움을 온 몸으로 진정 즐기게 되는듯 해보였다. 


여행에세이 답게 글에 등장하는 곳의 사진들이 조금이라도 실렸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글로도 충분히 전해지는 그들의 여행에세이는 아내의 시선, 남편의 시선으로 나뉘어 이야기되고 있지만 묘하게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갔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걱정을 하고, 앞서 포기 하고 남들이 가는 평탄한 삶을 택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여행을 다녀온 지금,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어떤 추억담을 이야기하며 오늘을 살고 있을까?

이들의 글을 읽으며 미래가 아닌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애정을 담뿍 담아 그들의 오늘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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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밤 : 시 밤 (겨울 에디션)
하상욱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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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서점가에 '시집' 이 자주 보인다는 생각이 든 건, 그만큼 시인들의 활동이 조금은 활발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 이전에도 시인들은 열심히 집필 활동을 했을텐데...  재치있는 글로 주목을 받아야 하는 시대 일지도 모르겠다.

<시밤> 이라는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소개, 작가의 말, 목차 등을 보며 시작부터 빵! 터져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상승했다.  아, 뭔가 있겠구나....

 

 

사실,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못할 때 읽으려고 들었던 시집.  읽던 책을 미뤄두고 몇 장 넘겨보다가 순식간에 읽었다고 할까?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며 내용을 파악하기 보다는 가볍게 읽으며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재치있는 말줄임, 기존에 보아왔던 시랑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 학창시절 원태연 시집의 업그레이드 버젼을 읽는 느낌이랄까?  '재치있는 넌센스 시집같다' 고 이야기 하며 읽기도 했다.  빼곡하지 않고 여백이 넘치는 책장에 적힌 글자 몇자가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는 기분이었달까?




 

글을 읽으며 내 마음 같다...고 느낀 페이지를 만날때면 나도 괜히 빈 여백에 끄적여 보고 싶은, 그랬던 <시밤> 시 읽는 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서 많은 여백을 제공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으며 함께 읽었으면 하는 이들도 생각나고, 서점에서 잠깐의 시간을 할애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소장하고 잠들기전 몇 페이지씩 읽어보기도 하고 좋은 이에게 소리내어 몇 구절 읽어봐 주는것도 좋을것 같다.  시 읽는 밤, <시밤> 책의 제목을 짧게 읽으면 꼭 좋지않은 단어같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던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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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art 일센티 아트 - 1cm 더 크리에이티브한 시선으로 일상을 예술처럼 1cm 시리즈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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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고 싶은 에세이가 있지만, 읽다보면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습니다.  1cm 시리즈 책들을 읽으며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아요.  책을 읽다보면 끄덕끄덕, 이 책을 읽은 다른이의 생각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재치있는 그림과 글을 읽으며 읽었던 페이지를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포스트잇을 무수히 붙여가며 읽었네요.  1cm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해요.  김은주 작가와 양현정님의 그림의 콜라보가 좋았던 책이었는데.... 읽기 시작할때 시리즈의 마지막임을 알고 읽었던지라 아껴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1cm+(일 센티 플러스) , 1cm 첫 번째 이야기, 1cm art (일 센티 아트)로 이어지는 시리즈.  두 번째 시리즈 책은 전자도서로 읽었는데,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책은 종이책은 어울리지 않다는걸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깊이 깊이 공감했다지요?

일상의 이야기들을 가볍게 지나칠수도 있는 일들을 참 세심하게 잘 들여다 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힘든 이유는

사람의 성격이나 특이 사항 때문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만 믿어버리는

부족한 우리의 상상력 때문이지도 모른다./   [1cm art] 사실은 솜사탕을 제일 좋아해



초등학생인 조카도 제가 책을 읽는 동안 호기심을 보이더라구요.  재미있는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페이지는 조카랑 이야기해 가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네요. 책이 몇 권 더 있어서 재미있는 부분은 이대로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런데 이모는 책을 몇 권씩이나 더 살 수 없단다.. 라고 설명하고 넘겼다지요?) 짧은 글들은 본인이 읽어주고 싶다고 같이 소리내어 읽기도 했어요.   요즘 힐링에 관한 책들을 많이 찾으시는데, 1cm 시리즈를 읽다보면 힐링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복잡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잠시 잊거나 혼자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들은 찬찬히 읽으면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책의 시작에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글이 있습니다.  이 책을 완성하는 사람은 책의 저자가 아닌 읽는 '당신'이라고...  실제로 책엔 아트돌이 등장해서 28가지의 크리에이티브한 '아트미션'을 수행해보게 해요.  (전 상상으로만 수행했지만요..ㅋㅋ)  작품에 등장하는 곰군, 백곰양, 바다코낄군이 명화화 되어 등장하는 그림들도 재치있어서 즐겁더라구요.  깨알같은 상식들도 전하고 있어서 알찬 에세이 였어요.   딱 두 번째 시리즈만 종이책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 곧 구입해서 완전체를 만들어야겠어요.  가을의 시작,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산책하기도 책읽기도 딱 좋은 날씨에요.  1센티 아트 읽으시며 가을을 만끽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엄마가 뜻하는 '약간의 소금'과

내가 짐작하는 '약간의 소금'의 차이가

요리의 실패를 부르고,


소개팅 주선자의 '예쁜 편이야'와

소개팅 당사자가 예상하는 '예쁜 편이야'의 차이가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고,


남자의 '사랑해'에 담긴 마음과

여자가 그 말에 기대하는 마음의 크기 차이가

다툼을 일으킨다.


누군가의 '약간',

 누군가의 '많이',

 누군가의 '~한 편이야'와

 어떤 말에 담긴 정도의 크기는

저마다 다 다르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

차이에 대한 인정은,

이해를 위한 노력- 더 많은 대화, 서로에 대한 관심, 귀 기울이는 습관-은

늘 필요하다.   /  [1cm art] 너의 '약간'은 나의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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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시가 되고 이별은 별이 되는 것 - 내 생애 꼭 한번 필사해야 할 사랑시 101 감성치유 라이팅북
97명의 시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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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필사관련 책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것 같다.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시>를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고, 고교시절 한창 시에 빠져서 시집을 모으며 읽기도 했었는데 나이들어가며 시,라는 감성과는 점점 멀어지고 조금더 읽고 즐기기 위주의 책읽기를 해왔는데, 최근들어 필사를 겸하는 책을 접하게 되면서 <시>를 다시 가까이 하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어느순간 훅, 마음깊은 곳으로부터의 무언가를 전해주는 글은 읽어도 좋지만, 한 권의 책에 필사를 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놓으니 아무곳이나 펼쳐서 읽어보고 마음 내키면 써보는 즐거움도 있는것 같다.  스마트폰,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다보니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는데, <사랑은 시가 되고 이별은 별이 되는 것> 이 책 한 권이면 나들이 길도 즐겁지 않을까?  짧은 시 한 편을 읽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천천히 필사하며 나만의 책을 만들어가는 것.  곁에 두고 천천히 읽으며 꼭 꼭 눌러가면 쓰는 손글씨는 복잡한 생각이 들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될 수 있을것 같다.

 

 

 

 

 

 

 

 

 

 

 예쁘지 않은 글씨지만, 그래도 내 글씨로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는 감성치유 라이팅북,

처음엔 어떻게 써야할지 조금 막막하다가도 이내 읽으며 쓰기 시작하면 몇 편은 골라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차오르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시를 조금씩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있던 시도 있지만 알지 못했던 주옥같은 시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직접 책을 펼쳐들고 읽는 이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로 드려도 좋을 <사랑은 시가 되고 이별은 별이 되는 것>  잠들기 전 한 편씩,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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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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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음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내심 타이베이를 가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품은지가 2~3년 즈음 된 듯하다.   타이베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이곳의 일상을 떠나 다른곳으로 들어가보고 싶다면 타이베이가 어떨까? 하고 생각해왔던것 같다.   <타이베이의 연인들>을 읽기 시작했을땐 타이베이에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는 사랑이야기? 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고속철도 건설,에 관련한 배경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도쿄에도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가 있을 법하면서도 없다고 하루카는 늘 생각했다.  시부야의 센터 거리만큼 북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시모키타자와만큼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예를 들면 여름 축제가 끝난 후 같은, 어쩌다 보니 미처 돌아가지 못한 젊은이들이 신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한 분위기가 이곳 타이베이에서는 자주 느껴졌다. /p54-55


예를 들면 계획이라는 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거라고 인식하는 사람과 예정대로 진행되기에 계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그리 간단히 메워지지 않는다.  일본인이 볼 때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돌을 허공에서 놓으면 땅에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지만, 타이완에서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게 그정도로 당연한 셈이었다.  /p89


마음이란 혀의 감각까지 바꿔버리는지 모르겠다.  뭔가 하나가 버겁다고 느끼는 순간, 염주처럼 잇달아 이 땅의 것들이 싫어진다. /p94



타이베이를 여행하던중 하루카는 렌하오를 만나게 되고, 연락처를 받고 연락하기로 했지만 사라진 연락처, 그 이후 타이베이를 방문해 렌하오와 다녔던 곳을 찾아보지만 다신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10년의 세월이 흘러 하루카는 타이베이에 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하여 일본을 떠나 타이베이에서의 생활을 하게 되고, 직장동료를 통해 근황을 알게된 렌하오는 일본의 건설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걸 알게된다.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서로를 잊지 못햇던건 아니었지만, 10여년전 그들의 만남은 서로의 인생진로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일본과 타이베이를 오가며 간간히 연락하고 만나면서, 서로 지내온 시간들과 현재에 대해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는 이들이 중심이 아니라 고속철도 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역사적인 배경과, 일본과 타이베이의 종전시대를 지나 현대를 살아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와 맞물려가며 진행되고 있다.  500페이지라는 분량을 읽어가며 페이지가 줄어드는지 모르고 읽어갔던건,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나도 매끄러웠고 타이베이를 설명하는 글을 읽으며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 했던것 같다.  여행프로그램이나 여행가이드북에서 보았던 음식들, 골목들, 지명들..  그중 제일은 음식과 날씨에 대한 묘사가 세세해서 타이베이의 스콜속에 있고, 그들의 포장마차 음식들이 눈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하루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그가 하루카와 보낸 단 하루의 추억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게 분명했다. 되풀이되는 말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뭔가 바뀔 이야기는 아닐지 모른다.  황호에도 그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하루카가 이곳 타이완에서 일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타이완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자기와 만나지도 못했다.  하루카와 에릭의 만남은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생각할수록 그 작은 만남이 여러가지 일들의 출발점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p162



하루카는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에릭을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구 년이라는 세월이 도려내져서 구 년 전과 지금이 잇닿은 것 같았다.  시간이 만약 리본 같은 것이라면 구 년의 길이를 잘라내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붙인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도려낸 구 년의 리본은 어디에 있을까.  하루카는 무심코 발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두 사람의 발 밑에 잘라낸 리본이 떨어져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하루카는 크게 휘젓는 에릭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착각이라는 건 알지만 에릭이 그 손에 리본 끄트머리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하늘하늘 흔들리는 리본의 다른 한쪽 끝을 잡으려고 반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흔들리는 리본은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p246-247



설령 똑같은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역시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단수이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의 아파트를 찾던 내가 지금 여기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렌하오가 찾았던 내가 여기 있고, 내가 찾았던 그가 여기로 와줬으면 좋을 텐데 하고.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은 역시 내가 찾아 내지 못한 그였고, 그가 찾아내지 못한 나일 뿐이다. /p404



도쿄에 애인이 있었던 하루카, 10년만에 그녀와 연락이 닿았으나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망설였던 렌하오, 식민지 시절 타이베이에서 살다 일본 패전이후 일본에 살며 타이베이를 잊고 살았던 가쓰이치로, 꿈도 없이 막막하게 칭메이친을 만나고, 신칸센과 인연이 시작된 첸웨이즈.  이들의 삶이 조금씩 닿았다가 멀어지고, 7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 흐름속에 나를 던져놓고 함께 지나가는 것처럼 생생했던 것 같다.  이야기의 큰 배경은 고속철도, 신칸센, 그리고 신문기사로 시작되는 조금은 거창해보이는 소설이었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   책의 표지에 동경만경과 비교하는 글이 있었지만, 동경만경과의 사랑과는 다른 색깔의 느낌이었던것 같다.  '사랑'이라기보다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타이베이와 일본의 정서로 버무려진 글을 읽은 느낌?  담백하지만 애틋하면서도 삶에 애정이 있는 글이 었던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그대의 감상이 궁금하다.  난 급 떠나고 싶어졌거든. 타이베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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