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리얼 CEREAL Vol.11 - 영국 감성 매거진 ㅣ 시리얼 CEREAL 11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박찬일 글, 선우형준 사진 / 시공사 / 2016년 4월
평점 :

가끔은 활자가 가득한 책 말고, 휴식같은 책을 마주 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너무 가볍지 않고 여백도 있으면서, 심심하진 않았으면 하는 책. <시리얼>을 처음 만났을때 그런 책을 만난 기분이었다. 처음 국내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 바로 두 권 정도 구입했고, 이후에도 가끔 꺼내보는 책 중 한 권이다. 일상의 행복이자 순수한 호기심의 원천이고 싶은 이유에서 시작된 시리얼.
더 넓은 시야, 진정한 휴식이 있는 나와의 시간
<시리얼>의 감성 어린 여행은 상업적으로 잘 알려진 관광명소에 머물지 않습니다. 대신 <시리얼>은 매호 전 세계의 흥미로운 장소 서너 곳을 선택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또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세상을 유랑하고 즐기며 그 과정에서 만난 음식, 자연, 예술 등 휴식과 에너지, 삶의 진정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모든 것들을 충분히 음미합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눈과 경험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될 때 비로소 충분한 의미를 갖는 다는 것이 <시리얼>의 생각입니다.
무인양품의 하라겐야와의 인터뷰를 읽으며 무인양품 제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찌보면 너무도 심플하기만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나름의 디자인의 목적이 보이는것 같은 무인양품의 제품들. 알게모르게 한 두개는 소지하고 있다보니 새삼 다시 찾아보게 된다. 군더더기를 빼고 필요한 것으로만 가볍게. 어쩌면 고객들이 무인양품을 찾는 이유는 상표없는 질 좋은 상품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개개인의 상품에 담긴 철학을 구입하는 것이 아닐까?
'비움'은 여러 문화권에서 경멸을 담은 단어로 여겨지지만 겐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움은 누가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든 궁극적 자유의 추구와 같습니다. 텅빈 물체는 모든 이미지를 담을 수 있으며 그 어떤 용도로도 쓰일 수 있죠. 독일 헹켈의 칼과 일본 스시칼로 예를 들어봅시다. 헹켈 칼은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칼자루를 쥘 때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자리르 찾습니다. 헹켈 칼은 잡기도, 사용하기도 편해요, 하지만 스시 칼 손잡이는 그냥 평범한 나무 막대죠. 어느 부분을 쥐어야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 데나 원하는 대로 잡을 수 있어요. 이 단순하고 평범한 칼자루 덕분에 스시 요리사들은 온갖 놀라운 기술을 익힙니다. 헹켈 칼도 소박하지만 스시칼은 텅 비어있어요. 모두 훌륭한 칼이지만 둘 사이에는 작은 차이가 있습니다." / 하라 겐야,<무인양품>


산지에서나 제 살 속에 그곳의 기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고속버스나 택배 화물에 실리는 순간, 그렇고 그런 서울의 흔해빠진 재료가 되어버릴 테니까. "이 피문어는 말입죠, 제가 죽변에서 잡아 올린 녀석인데 말입죠, 살이 살살 녹습니다." 어쩌구 해봐야 옆집에서 쓰는 문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요리사에게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요?"라고 물으면 제각기 답이 다르겠지만, 나는 '재료'라고 대답할 것 같다. 재료가 있어야 요리가 있을 것이므로.
존재를 가장 극명하게 설명하는 데, 음식보다 더 좋은 재료는 없는 것 같다. 음식은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준다. 어떻게 먹는가보다 무엇을 먹느냐에 집착하는 사람은 피억압 상태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한 두권 만들어지나 싶더니 벌써 11번째 책인 이번호, 한국어판 특별기고에 박찬일이 함께해서 맛있는 글도 함께 함께 만날 수 있다.
박찬일의 맛을 기억하는 4가지 방식 이라는 글을 읽다보면 그, 라는 사람을 조금은 알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전 sns에서 이웃으로 살짝 그의 글을 엿보기도 했었는데, 워낙 쏟아져나오는 요리사들이 많았던 시기에 잠시 관심을 가졌던 요리사라 이내 잠시 잊었었는데.... 재료, 추억, 도구, 그렇지만 결국은 사람이 아닐까? 요리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맛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 외에도 눈을 즐겁게 하는 사진들로 책을 뒤적이느라 어느덧 해가 기우는지도 모르고 시리얼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화려한 볼거리가 오히려 눈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책들도 있지만, 휴식같았던 책과 함께 했던 시간, 시리얼과 함께라면 몇 장의 사진과 그 사이 빼곡하게 자리잡은 조금의 글도 휴식이 되어줄 것이다. 이로서 3번째로 보유하게 된 시리얼. 다른 책들도 차근 차근 구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