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청민 지음 / 첫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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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6p/

당연한 사랑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내가 당신으로부터 와서, 그저 당신이 나를 낳은 엄마라서, 그 이유만으로 사랑은 당연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나에게는 철없게만 보이던 요한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해졌다.  사랑의 임계점은 어디까지 일까.


제목 한 줄로 책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거나, 읽기도 전에 아끼게 되는 책이 있다.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는 한 줄의 제목만으로 이미 '사랑'이라는 감정에 반쯤은 빠진듯한 책이었다.  책을 읽기전 저자의 짧은 프로필과 사진을 보며 젊은 작가네, 이 작가는 어떤 삶과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까? 라는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넘기며 사진과 글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기보다 가족,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의 사랑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92p/

기억은 희한하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일인데, 곱씹을수록 커져서 추억이란 이름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추억은 더해질수록 점점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108p/
언젠가부터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가 부담스러워졌고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과거에 만났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짙어지고 새로움보다는 두려움이 더 깊게 남을 때면, 나는 종종 사람이 무서워지곤 했다.  새로운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에게 실망할까봐 두려운 마음의 괴리는 외로움을 낳았고, 그 외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그리움을 낳았다.

특히 엄마와 딸의 애틋한 관계,  엄마가 자신의 나이에 이미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고, 엄마 아빠의 사랑은 어땠으며, 엄마인 그녀가 자신들을 보듬고 살아온 이야기들을 조금씩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엄마와 자신의 관계가 단순히 엄마와 딸의 관계가 아닌 먼저 인생을 살아간 여자와 그 여자의 딸. 그리고 그러한 엄마의 삶을 지켜보고 자라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남동생과의 어린시절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하는데 어린시절의 투닥거림을 읽으며 동생들과의 어린 시절 정말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다가도 동네에서 다툼이 일어나면 우르르 몰려가서 대응하기도 했었는데... 하는 추억에 잠기기도 했었다.  아마도 가족이란 형제란 그런 거겠지.  이젠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동생들과 어린 시절처럼 자주 복작거릴 일은 없지만, 살아가다보니 서운한 일도 생기게 되고 사랑보다는 살아가며 쌓이는 시간속에 정, 애틋함,애증 갖가지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며 그렇게 피붙이로 살붙이로 살아가는 거겠지.. 



159p/

사랑은 어쩌면 조각과 조각이 모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처음부터 대단한 하루가, 처음부터 대단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사랑은 조각과 조작이 모이는 행위이고, 작은 조각들이 쌓이면서 하나의 사랑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하루는 수많은 조각들로, 수많은 마음들로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생각한다.  아침을 밝히는 이 조각들을 참 사랑한다고.

사랑과 조각이란 말을 좋아한다.


233p/

때때로 마음의 폐허를 마주한다.  분명 웃음소리와 생기가 넘치던 공간이었던 거 같은데, 한순간 마음의 집이 숨결 하나 없는 컴컴한 폐허가 될 때가 있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이곳 구석진 어딘가에 묻혀 누군가의 무덤처럼 공허할 때가, 벽지는 뜯겨 나가고 바닥엔 온갖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공간처럼 보일 때가, 다시 밝고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가꿀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삶에 때때로 찾아오곤 한다.

젊은 작가 답지 않은 차분함?  요즘 아이들을 많이 봐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청민 작가의 시선은 따뜻함과 애틋함이 전해지는 글이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글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한 생각보단 '엄마' '부모님' '형제' 그리고 그동안 놓친 인연들을 생각하며 한 해를 조용히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오다> 는 다가오는 새해에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읽으며 '사랑'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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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
한설희 지음, 오지혜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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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의 장수 프로 "막돼먹은 영애씨"가 벌써 시즌15 방영중이다.  처음 방송이 시작 됐을때, 설마 저런 지지리 궁상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삶은 가지각색이었다.  특히나 주인공이었던 이영애의 리얼함은, 여자라면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과감하게 깼던 캐릭터이기도 했다. 2007년의 드라마속 이영애는 시즌 15회가 된 지금도 일과 사랑사이에서 방황중이다. 



15p/

사십 대는 마치 이십 대 곱하기 2의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그 나이'가 치러야 할 값은 뭐든지 배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절망스러운 건 따로 있다.  치러야 할 값은 두 배가 되었는데, 실상 크게 발전한 것 없는 내 모습이다.  그렇게 멀리, 또 높게만 보였던 그 나이가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달리다가 넘어져도 그 뿐이었던 지난날과 달리, 그 나이에 이른 나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서 있는 것 같아 민망하기 그지없다.


51p/

누구나 가장 밝게 빛났던 그 아름다운 시절에 머무르길 바란다.  그러나 세월은 우리가 한곳에 머물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시간에 떠밀려 가다가 문득 돌아보면 머무르던 그곳이 멀어져 있다는 걸 깨닫기 마련이다.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이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한설희 작가의 일상 공감서.  <막돼먹은 영애씨>의 애청자이기도 하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퇴근길 버스에서 책을 읽다 혼자 빵! 터지기도 했고 부모님이 자신의 결혼 문자에 대해 포기해가는 부분에 대해선 공감하기도 했다.  결혼 한 친구, 이혼했다가 다시 재혼한 친구, 그리고 아직도 결혼을 못한 그녀의 이야기... 그 중 결혼한 친구, 했던 친구들이 그녀에게 하는 이야기는 한결 같았다.  다시 미스때로 돌아가면 절대! 결혼은 하지 않겠다던 그녀들... 먼저 결혼한 동생들에게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그냥 하고 싶은거 하면서 연애나 하고 살라고... 하지만 나이들어가니 그 연애도 쉽지 않다. (공감하는 사람 많을 걸?)  그리고 혼자인게 너무나 익숙해진 탓도 있고, 아마도 주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너무 들어 시니컬 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174p/

어쩔 땐 나만 연애를 안 한다는 이유로, 어쩔 땐 나만 연애한단 이유로.... 혹은 같이 나이 들며 비슷하게 변할 줄 알았는데 나만 덩그러니 혼자 남은 듯한 기분에 자신을 왕따로 몰고 간 건 아닐까?

그래, 그랬던 것 같다.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그들의 얘기에 공감 못 하는 나에 대한 연민에 휩싸여 자신을 너무나도 가여워하며 말이다.

지금도 난 여전히 혼자인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좋든 싫든 그들과 나는 서로 '틀린'것이 아니라 '다른'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매 순간 사랑하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올 해도 몇 일이 남지 않았는데, 한설희 작가처럼 고민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을까?  솔직히 여기 이야기 하지 못하는 많은 에피소드 들이 있다.  배우 이승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름끼치게 리얼하고 솔직하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영애가 이 작가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상처받을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이야기 하는 작가.  그로 인해 상처는 남겠지만 그 또한 굴곡진 추억으로 남아 인생속에 속삭임들로 남지 않겠는가?  올해도 이렇게 가고 나이 한 살 더 먹는구나...우울해 하지말고 '세월에 장사 없는 공감 에세이'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를 읽으며 평범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이 책을 읽고 공감구절 5 투표하고 선물도 받자규~

https://form.office.naver.com/form/responseView.cmd?formkey=NTAwZGI2ZmQtZjVjYy00ZmZmLTkwNjEtNmI1MDBlMWVkODZl&sourceId=url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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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 땐, 나베 요리 - 쉽고 빠르고 건강한 나베 요리 레시피!
이와사키 게이코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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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베 요리, 찌개, 전골' 이라고 하면 온 가족이 단란하게 둘러앉아 먹는 식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혼자 하는 식사에도 딱 맞는 요리입니다.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저녁식사는 외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은 요즘, 자칫하면 영양 균형이 무너지고 몸을 해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균형 잡힌 영양 레시피입니다.  고기나 해산물, 야채와 밥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나베 요리는 혼자 사는 사람이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도 알맞은 메뉴입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도록 냉동보관법을 활용하고, 크게 손질이 필요 없는 재료를 골라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레시피가 1인분 기준이므로, 혼자 살거나 가족과 따로 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맛있는 나베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시작하며


나베, 전골 요리하면 떠오르는 건 온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풍성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핵가족, 1인가족이 많아진 지금은 혼자서 나베요리, 전골요리를 만들어 먹는다는게 왠지 손이 많이가서 밖에서 간단하게 먹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서 집에서 무엇인가 조리해서 먹는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밖에서 사먹는 음식, 금방 질리기도 하고, 요즘 같이 찬바람이 제법부는 겨울이면 국물요리가 자주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찌개에 밥을 먹기엔 짜고.... 좀 싱거우면서도 담백한 국물요리 나베요리 가 딱! 이지 않을까?  한가지 재료에 치우침이 없이 골고루 담긴 한 그릇, 칼로리가 낮아 밤늦게 먹어도 다른 인스턴트식품들에 비해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소개하는 레시피가 다양해서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을듯 하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시간 귀가해서 뭔가를 만들어 먹기란 참 귀찮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냉동보관법을 잘 활용해서 재료를 차곡차곡 쟁여두면,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을듯도 하다.  비슷한 국물과 양념이 질릴 때 즈음 수제 양념장을 만들어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  양념장마다 칼로리를 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이 다이어트에 관련한 책인가 싶을 정도이지만 가끔 내가 먹고 있는 이 한 끼는 몇 칼로리정도 될까? 하는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해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초스피드로 완성되는 5분 나베 레시피 를 보면 나베요리가 이렇게나 간단했나? 싶지만 갖출건 갖추고 빠르고 간편하게 뚝딱! 만들어서 먹을 수 있으니, 라면 끓이는 시간에 준비된 재료를 꺼내 뚝딱! 끓이기만 하면 따끈하고 영양가득하고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버릴 재료 없는 알뜰 나베요리, 밤늦게 먹어도 살찌지 않는 건강 나베 요리, 냄비 속 작은 사치 & 명품 나베 요리 등등... 이 책 한 권이면 1년 내내 질리지 않고 나베요리를 즐길 수 있을것 같다.  국물요리가 제일 어렵고 도전하지 않게 되는 분야였는데 레시피도 간단하고 무엇보다 요리하다 실패 했을때 1인기준이라 버리는 양도 적다.  (물론 레시피대로만 잘 따라하면 입맛이 맞지 않는 이상 실패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해마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길고 추울것' 이라는 예상을 하는데 올 겨울, 아직 들쑥날쑥한 기온으로 큰 추위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고생중인지라.... 딱 눈여겨 봐둔 바지락 버섯 나베를 끓여 볼까한다.  담백하고 깔끔한 나베 요리, 주방에 한 권쯤 비치해두면 든든하지 않을까 싶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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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페이지 그림 일기 - 행복을 부르는 작은 습관
김지은 글.그림 / 나무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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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면 졸라맨 정도밖에 그리지 못하는 내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솔직히 어릴때 미술도 배운 사람인데... (몇 개월이지만... )  그림이 내겐 멀고먼 나라의 이야기만 같은지, 그래서인지 조금만 툴을 알면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거라는 책자들이 출간되면 덥석! 집어오곤 했다.  물론 스케치등을 비롯해 많은 책들을 섭렵했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거!!  책표지도 너무나 감성적인 김지은 작가의 <하루 한 페이지 그림 일기>를 보고 이 책은?? 이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책들은 읽는다기 보다 같이 낙서를 하며 그려나가는게 제일 좋은 책인지라 연습장 가져다 놓고 슥슥~~ 조카님이랑 신나게 낙서를 해보기도 했더랬다.   신나게 선을 긋고 도형도 그리고 연습을 하다보면 손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랄까?  몇 시간 몇일로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필기를 할 일이 별로 없다보니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그림에 필요한 노트, 필기구, 채색재료,  그밖에 그림그리는데 유용한 도구들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색다른 재료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을때 참고하면 좋을것 같다.


하루 하루 짧은 글을 적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데, 그림일기로 일상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도 연습하다보면 늘지 않을까?  오늘은 뭘 그리지?  페이지에선 2017년 주요 일정들을 그림일기로 표현하고, 페이지마다 TIP으로 일기를 그릴때 참고하면 좋을 사항들을 살짝 알려주고 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짧게나마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일상, 재미있지 않을까?  가끔은 무채색인것 같은 나의 일상도 예쁘게 칠해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림일기장 포스트 잇 이 들어있어서 작은 그림일기를 그리다가 완전 망하고... 알바양에게 한 장 건넸더니 너무나 멋진 그림을 그렸길래, 동의를 구하고 살짝 담아 올려봤다!  거창한 그림 실력이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매일같이 조금씩 연습하다보면 나도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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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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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p/
"그래도 내가 아들을 넷이나 낳아서 이렇게 아들이 지어준 뜨신 밥 먹고, 아들이 봐 준 뜨끈한 아랫목에서 자는 거다. 아들이 못해도 넷은 있어야 되는 법이야."  뜨신 밥을 짓고, 뜨끈한 아랫목에 요를 펴는 사람은 할머니의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이자 김지영 씨의 어머니인 오미숙 씨였지만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다.

32p/
"은영 아빠가 나 고생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둘이 고생하는 거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이 집안 떠메고 있는 것처럼 앓는 소리 좀 하지 마. 그러라고 한 사람도 없고, 솔직히, 그러고 있지도 않잖아.


64~65p/
옷차림이나 근무 태도를 핑계로, 알바비를 담보로 접근해 오는 업주들, 돈을 내면서 상품과 함께 어린 여자를 희롱할 권리도 샀다고 착각하는 손님들이 부지기수였다. 아이들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남자에 대한 환멸과 두려움을 가슴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아 갔다.


71~72p/
"멀리 생각해.
여자 직업으로 선생님만 한 게 있는 줄 알아?"
"선생님만 한 게 어떤 건데?"
"일찍 끝나지, 방학 있지. 휴직하기 쉽지.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그만한 직장 없다."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좋은 직장 맞네.
그럼 누구한테나 좋은 직장이지 왜 여자한테 좋아? 애는 여자 혼자 낳아? 엄마. 아들한테도 그렇게 말할 거야? 막내도 교대 보낼거야?".....<중략>  "그리고 내가 결혼을 할지 안 할지. 애를 낳을지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 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의 일에 대비하느라 지금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아야 해?"


74p/
가족과 형제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어머니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외삼촌들과 거의 왕래하지 않는다. 충분히 각오하고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희생에 대한 후회와 원망은 깊고 길었고, 결국 그 응어리가 가족 관계를 망쳤다.



100~101p/
"나.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 태우는데, 딱 보니까 면접 가는 거 같아서 태워 준 거야."
태워 준다고? 김지영 씨는 순간 택시비를 안 받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가 뒤늦게야 제대로 이해했다. 영업 중인 빈 택시 잡아 돈 내고 타면서 고마워하기라도 하라는 건가.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항의를 해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고, 괜한 말싸움을 하기도 싫어 김지영 씨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110p/
김지영 씨는 아침마다 팀원들 자리에 취향 맞춰 커피를 한 잔씩 타서 올려놓았고, 식당에 가면 자리마다 냅킨을 깔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세팅했고, 식사를 배달시킬 때면 수첩을 들고 다니며 메뉴를 정리해서 전화 주문하고, 다 먹고 나면 가장 먼저 나서서 빈 그릇들을 정리했다.


112p/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김지영 씨의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동안 신입 사원을 받을 때마다 느낀 건데, 여자 막내들은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귀찮고 자잘한 일들을 다 하더라고, 남자들은 안 그래요. 아무리 막내고 신입 사원이라도 시키지 않는 한 할 생각도 안 해. 근데 왜 여자들은 알아서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132p/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김지영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p149p/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작가의 말/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럿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늘 신중하고 정직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김지영 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여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은,
너무나 잘 넘어가는듯 하지만, 읽으면서 점점 마음 한켠이 답답해온다.

내가 살아왔던 시절과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가 비슷해서 그런지 김지영 씨의 이야기가 먹먹하게 내려앉는다. 지영씨 부모님의 모습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봤고, 지영씨 할머니의 모습에서 우리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 김지영 씨를 통해 데쟈뷰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음 한 켠으론 부당하다고 생각됐고 왜 여자인 나만, 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밖으로 소리내어 말 할 용기는 없었던 시대였다. 김지영 씨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정대현 씨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양육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하는 것들은 지금도 많은 김지영 씨들이 겪고 있는 일이 아닐까? 혼자 낳는 아이가 아니고 혼자 키우는 아이가 아닌데, 자신의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100%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지 않았을까? 억울함과 분함, 입밖으로 내어 말을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걸 안 김지영 씨는 점점 목소리를 잃어가고, 김지영 씨가 첫 아이를 출산하고 1년 쯔음 시작된 이상 증상들은 과연 완치 될 수 있을까? 완치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었지만... <82년생 김지영> 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해봤으면 하는 책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남자분들이 많이 정말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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