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둑 (별책: 글도둑의 노트 포함)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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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p/
수영하는 방법으로 책을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책은 이론을 알려줄 뿐이고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서 다리를 차고 손을 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으로만 배우기는 어렵기 때문에 따라 쓰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58p/

따라 쓰는 문장들은 느낌이 있는 것들이 좋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만 따라 쓴다고 해서 느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 쓰는 것이 어휘력을 늘려줄 수는 있겠지만 깊이 있는 문장력을 길러주기는 어렵습니다.   문장력을 기르려면 따라 쓰는 문장들이 인간의 본성을 통찰했다거나 가슴을 뒤흔드는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에세이를 주로 읽다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 쓰는 사람들이 부러울 수밖에, 글을 쓴다는 자체가 쉽진 않은 일이지만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을 담다보니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기 시작한지도 꽤 됐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기만하다.  써놓고 나면 맘에들지 않고 뒤돌아서면 고쳐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단 한 번 써놓은 글은 잘 수정하지 않게 되니... 그냥 그렇게 글을 쓰고 있었다.  글쓰기가 늘기 위해서 문장을 옮겨적는 '필사'가 도움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서 지난해부터 짬짬이 필사를 하고 있는데 어휘나 문장이 늘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던 차였다. 

저자인 안상헌은 책을 많이 읽기로도 유명하지만 책속의 글을 통해서 글을 소개하기도 하고 자신이 읽은 문장들을 참 쉽게 전달해주고 있어서 책이 읽어지지 않을때면 그의 책을 종종 꺼내보곤 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글도둑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에선 어떤 글쓰기에 대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을까?


1부 작가들은 어떤 문장을 훔칠까

2부 훔친 문장 응용하기

3부 생각을 더해 내 것으로 만들기

4부 글도둑에서 작가로


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은 글의 사이사이 여백이 있다.  이 여백은 뭘까? 하고 보니 저자가 소개하는 문장들을 따라서 써보는 공간으로 그 공간도 적지 않고 꽤 넓은 편이다.  하지만 책에 끄적이는건 살짝 망설여져서 책과 함께온 글도둑의 노트에 써보기로 했다.  "천천히, 예쁘게, 크게"  글씨에 너무 집착해도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놓칠수 있으니 너무 빠르지 않게 적당한 속도로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문장은 천천히 쓰면서 문장 전체의 뜻을 생각할 여유를 가지고 적당한 속도로 천천히 또박또박 적어볼 것.  세 번을 따라 쓰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건 같은 문장이라도 여러번 쓰다보면 그때마다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되서라고 한다.   따라 쓰기의 목적은 세가지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 책을 읽다보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 때문에 문장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다.   책을 읽은 후에 다시 돌아와 중요한 문장에 줄을 치거나 따로 적어두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문장들을 곱씹으며 생각하는 동안 깊이 있는 문장을 배우게 되면서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글을 옮겨 적는 동안 문장의 구조에 익숙해 지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다.  셋째, 문장을 옮겨적으며 새로운 어휘들을 습득하므로써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 게 된다고 한다.  좋은 문장들을 옮겨 적는 것 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94p/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심이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내 생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책을 읽게 되고 믿는 것에 대한 확신을 키워갑니다.  이런 독서에서 나를 새롭게 만드는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카프카는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자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 부수는 과정임을 알려줍니다.  

 138p/

그럼 독서를 하면서 어휘력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장 자체를 통째로 외우는 것입니다.  혹은 자주 읽어서 외울 정도로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익숙해지면 어휘는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됩니다.  


글도둑 이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문장들 책과 영화를 넘나들며 소개하고 있다.  읽어본 책들보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들이 더 많은지라 읽어볼 책들을 갈무리하는 재미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고, 읽었음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천천히 옮겨 적어보며 다시 한 번 읽는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187p/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구조가 '문장+설명+주장(생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97p/

시가 생각을 넓혀주는 것은 내가 알던 단어의 의미를 확장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단어의 뜻을 깨부수기도 하고 확대시키기도 하며 긍정적으로 변모시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던 것이 새로운 의미를 얻고, 덕분에 삶은 넉넉해집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수영을 글로 배울수 없다고.   책을 읽는것 만으로도 글을 잘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던 내겐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없지 않았나 싶다.  근 20년 가까이 수영장 근처에는 가지도 않으면서 올해는 수영을 배워야지! 도 아니고 수영을 잘하고 싶다 고 매년 생각하고 계획만 세우고 있으니, 책을 읽는것 만으로 이정도 읽었으니 나도 모르게 글이 좀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 인 것을...  책을 읽으며 문장을 옮겨적고, 필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확장하고 문장을 바꿔보고 그 문장에 이어 내 생각을 적어보는 것.  그리고 어렵다 생각했던 시에 대해서도 짧게 다루고 있는데 이렇게 읽다보니 글쓰기도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도 글을 잘 써보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 한번쯤 읽고 써보길 권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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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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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눈 앞에 두고, 빨리 펼쳐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마음이 반 이었다.  왜 그랬을까?  '사랑'에 관한 글이 언젠가부터 와닿지도 않고, 조금 불편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다.  사랑의 의미가 포괄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설이나 에세이들에선 연인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꽉찬 서른을 넘기고 마흔으로 접어들면서 '사랑'이란 감정이 이젠 어색하다고 해야하나?  나랑은 무관한 단어가 된 것 같아 점점 무덤덤해지는 기분이랄까?  나이를 의식하며 살지 말자고 다짐해도 제일 먼저 인식하게 되는게 '사랑'인 듯하다.  내겐 체력보다 먼저 인지된 부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56p
세월이 가면서 잃어버리는 것도 많지만, 얻고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좋았던 것이 싫어지고, 싫었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기도 한다.  그전과는 약간 다른 세계에 서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우연히 스친 한 여자를 잊지 못해 밤새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랑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누가 뭐라 하건 사랑은 그냥 사랑인 것 같다.  미지근한 것도 사랑이고, 차가운 것도 사랑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  생각해본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사랑'에 대해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여행길에서 조차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의미를 찾으려 한다.  사랑이란 정말 살아가는데 있어 꼭!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릴땐 어른들의 사랑은 그냥 살아가며 쌓아가는 시간대비 우정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이십대때 바라봤던 어른(중년)의 삶을 살며 겪어보니, 이십대 못지 않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중년이란 나이는 긴 인생에 있어 좀 어중간한 느낌이랄까? 곱게 나이들어가고 싶다 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잘 살아내야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하루 하루가 좀 버거운 요즘이라서 일까?  (삼천포로 빠졌...) 최갑수 작가의 에세이는 읽다보면 지금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분명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건 의문을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책도 그가 읽어주고 싶은 문장들과 사진들, 그리고 글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27p/
하지만 나는 비행기로 열 시간이 넘는 먼 타국의 딱딱한 침대 위에서 이 소설을 오직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읽고 싶었다.  혁명은 멀고 생활은 가까우니까.  혁명보다는 사랑이 쉬우니까.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노라면, 인생이란 게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기하며 살기엔 한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게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책을 읽으며, 그가 담은 책 속의 구절들은 그의 글을 읽는데 조금더 빠져들게 했다.   이 책이 출간되고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이벤트나 글들을 종종 봐왔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랑 깜깜한 겨울 밤하늘의 별과 달을 함께 보는 것.  고요해서 서로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지 모르는 어둠속에서 작게 반짝이는 작은 별, 또는 쏟아질 듯 많은 별, 계절별로 밤하늘이 보여주는 별들이 다르듯, 함께 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는 그런 사랑..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대들이 생각하는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한 시인은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고 썼다.  그러니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봄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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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수 있다면 2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16p/
그들의 뒷모습은 아주 정겨웠다.
왼쪽에는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에서 퇴각하던 시절에 입었을 법한 낡은 군용 외투 차림의 비쩍 마른 키다리 남자가, 오른쪽에는 '럭키 스트라이크' 잠바를 입은 딱 벌어진 남자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젊은 여자가 재잘거리고 깔깔거리면서 팔짝팔짝 뛰었다.  그녀는 두 남자가 '하나, 둘, 셋, 영차!' 하면서 자기를 번쩍 들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두 팔에 잔뜩 힘을 주며 그들에게 매달렸다.
이제 그녀의 안정은 거기에 있었다. 앞도 아니고 뒤도 아닌 바로 거기, 사람 좋은 두 남자의 팔꿈치 사이에...

125p/
어느 날은 죽고 싶도록 사는 게 암담하다가도 이튿날에는 몇 계단 내려가서 스위치를 찾아내기만 하면
눈앞이 조금 더 환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확인하지만 카미유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른 건 다 하되 '사랑'은 하지 말자고 못박아 이야기 한다.  이미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프랑크는 그녀로 인해 자신의 삶이 알게 모르게 바뀐 것처럼, 자신도 그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을 지켜가며 삶의 경계선을 잘 오가는 것 같아보이고, 꼭 자신이 아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 같다.   자신의 삶에서 떼어놓을수 없는 할머니를 필리베르의 집으로 모셔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프랑크의 삶은 안정을 찾아갔고 카미유도 다시 그림을 시작하며 할머니와 안정된 삶을 보내고 있다.  필리베르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연극무대에 오를 결심을 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데...


이들의 기묘한 동거를 읽다보면 카미유와 프랑크의 중심에 있는 필리베르라는 인물과 이들이 가족으로 모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프랑크의 할머니의 등장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들 세 명의 삶에 폴레트(할머니)가 등장하면서 사회와 가정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노인이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융화 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카미유의 거식증은 요리사인 프랑크로 인해서 조금씩 치유되어가고 있었고, 프랑크의 거친 면들과 즉흥적인 성격도 카미유로 인해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꽤 많은 2권 분량의 책이었지만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고,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잠들기 전 조금씩 아껴 읽었던 책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인생들이지만 저마다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은 가지고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내보이고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친구,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아마도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평범하고 담백한 글이지만 담백함 속에서 인생을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던 글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막 책장을 덮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하다.  왜 일까?  책을 읽는 동안 이들과 사랑에 빠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랑에 빠지고 싶어진 걸지도... 2017년 이제 2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안나 가발다라는 작가와의 만남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언제고 좀 긴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챙겨가고 싶은 책으로 갈무리 해두기도 했다.  꽃샘 추위가 물러가고 곧 다가올 봄, 따스한 봄기운을 만끽하며 읽으면 더 좋을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모,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 구매시 100% 페이백도 진행중이니 참고, 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2017년 3월 12일 자정까지래요~]


137p/
어찌 보며 이들이 이루고 있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 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가족을 위해 고난을 무릅썼고, 그 대가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 아니, 행복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샹 드 마르스 공원에서 카미뉴에게 미소를 짓게 했다는 문제의 표지판('기마 순찰대 전용로')을 찾다가, 어떤 프랑스 여인이 유모차를 밀고 오기에 그런 표지판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여자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안나 가발다의 책을 힐끗 보더니, 혹시 그 소설에 나오는 것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여자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짓더니 유모차를 돌리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거기에서 표지판까지 300미터를 걸어가는 동안 여자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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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올 초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읽고, 그의 책이 더욱 궁금히 졌었다.  무엇보다 2권 분량의 책이 좀 놀라웠는데 읽다보니 페이지가 어찌나 잘 넘어가던지,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라면 살짝 기피했던 내게 안나 가발다의 작품은 신선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한 집에 모여 살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세 남녀.   귀족 집안 태생인 필리베르는 학창시절의 상처로 심적 부담을 받을 때면 말을 더듬는게 심해지곤 했고 현재는 그들이 모여 동거하게된 고택의 관리(?)인 자격으로 집안애선 거의 내쳐진 상태이며 박물관 근처에서 엽서판매를 하고 있다.  그의 집에 일하다 잠시 들러 낮잠을 자고 일하러 나가곤 했던 프랑크 에게도 유일한 피붙이였던 할머니가 치매로 혼자 지내시는게 여의치 않아지자 양로원에 모시고 매주 한 번 방문하는 길이 점점 무겁게만 느껴진다.  자신의 삶만 유독 힘든것 같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거실에서 책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필리베르와 카미유가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사람들만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유독 집중하게 되는 카미유는 어린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거식증에 걸리게 되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청소부 일을 하며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있다. 



35p/
카미유 포크는 밤에 일하고 낮에는 자기 속에 자갈을 쌓는 유령이었다.
느릿느릿 움직이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우아하게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는 허깨비였다.
카미유 포크는 언제나 등을 돌리고 있는 여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하고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여자였다.


185p/
그녀는 진위가 분명치 않은 이론 하나를 떠올렸다.
물에 빠져서 가라앉고 있을 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소용이 없고 바닥에 닿기를 기다렸다가 발뒤꿈치로 바닥을 차야만 수면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다던가....
됐어.
이제 바닥에 닿은 거야, 안 그래?


그녀의 짧은 행적으로 쉽게 바뀔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필리베르, 프랑크와 함께 지내며 자신이 조금씩 변화 하고 있다는걸 시간이 흐르며 그녀도 인지하게 되는것 같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어려워했지만 그 어색함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고, 다시는 붓을 들지 않을것 같았지만 자신의 스케치 노트에 그림을 하나 둘 채워가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달까?   거칠다고 생각했던 프랑크는 요리사 일을 시작한 지 오래라, 자신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이야기를 하다 막히면 성질부터 내는 거였고, 그런 그의 눈에 자꾸만 카미유가 들어온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여자로 보지 않았을 카미유가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함께 있고 싶어지는데.... 그러고 보면 이들 세 명의 공통점은 가족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해서, 또는 그 안에서 받은 상처들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인 건가?  필리베르를 보면 또 아닌것도 같고... 2권에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도 빨리 읽어봐야지!!



그녀는 에드거 민트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읽은 후 추위에 떨며 센 강을 다시 건넜다.
그녀는 외로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외로워 죽겠어, 외로워 죽겠어 하고 그녀는 나직하게 되뇌었다.
영화관에나 갈까? 쳇, 그러고 나서 누구랑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지?  감동이 자기 혼자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어?  그녀는 지쳐서 쓰러지듯 현관문을 열었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
그녀는 기분을 바꾸기 위해 청소를 좀 하고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으로 위로할 수 없는 괴로움은 없다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어디 정말 그런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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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고르고 읽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예전엔 지인들의 블로그나 온라인 서점의 평을 보고 책 구입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피드들을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책들은 성공!  우선 제목, 책표지등이 먼저 눈에 들어와야하고 읽은 이의 짧은 평이나 글귀들을 참고한다.  그리고 같으니 책의 다른 사람들의 글과 사진도 몇 편 골라 읽어보고 책을 선정하게 되는데 그렇게 읽었던 최근의 책 몇 권은 대부분 너무나 내 취향이었다.  <달의 조각>도 그 중 한 권!  인스타 피드에서 꽤 자주 보였던 책이고 무었보다 책표지와 제목에 자꾸만 눈이 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아보다 구입해야지 했는데, 출간 된지 얼마되지 않아 구입했지만,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던 책.  읽을 책들이 좀 많기도 했고, 아껴 읽고 싶기도 했다.  겨울과 봄사이, 두 계절이 공존하는 시간에 읽고 싶어 조금은 미루어둔 책이랄까?



34p/ 버려진 밤
가끔 나도 나를 감당하기 힘든 밤이 있다.  지금 내가 왜 슬픈지. 왜 이러 거지 같은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밤이면 저 끝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 빛 한 줌 들지 않는 깊숙한 곳에 천막 하나를 치고, 그 안에서 누군지도 모를 얼굴을 하염없이 원망한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냐고.  왜 나조차 나를 보듬을 수 없냐고.

70p/ 가장 특별한 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내가 어떤 순간 행복을 느끼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지난번 그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도 열심히 쏟는 관심을 정작 나에게는 주지 못한 채 나에 대한 관심을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기대한다. 
누군가의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시간을 나에게도 조금만 나누어 줬으면 좋겠다.  세상의 끝까지 나와 함께할 것이 분명한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니.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소홀하기 쉬운 나에게, 너무도 가까워 가끔 잊고 살았던 나에게 한 번쯤 물어봤으면 좋겠다.  너는 오늘 잘 지내고 있냐고, 정말 잘 지내고 있냐고.

98p/ 환절기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우리의 계절은 봄 또는 가을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각자 다른 길을 걸을 때, 서로를 앓는 계절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스쳐간 환절기처럼 아주 짧게, 하지만 그렇게 매년 반복됐으면 좋겠다.


아련한 책표지, 그리고 새초롬한 눈썹달,  책 사이사이엔 달들의 일러스트들이 있어 책장을 넘기며 달을 보는 재미도 있다.  새벽에 책을 읽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내다 보기도 했고, 밤하늘의 별, 달을 애정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들고 다니며 더 자주 많이 보게 되었던 몇 일,  사실 빨리 읽는게 너무도 아까워 조금씩 읽었음에도 한 권의 책을 다 읽는덴 몇 일이 걸리지 않았다.



104p/ 시간과 순간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 문제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이후
부터 우리는 그 무게만큼의, 때로는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도 감당해야만 한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사소한 것들도 후에 다가올 책임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조금만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누구나 그렇다  시간과 순간의 사이에서 끝없이 헤엄치며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버틴다.

163p/ 아빠의 책장
나는 아빠의 청춘을 훔치며 자랐다.  어쩌면 가장이란 지켜야 할 단 하나를 위해 너무도 많은 것들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자리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빠의 청춘과 맞바꾼 내가 적어도 딱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206p/ 담배 냄새
살면서 다시 또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요.  이제 나는 도려받지 못할 애정을 쏟는 일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내가 받을 상처를 먼저 계산하고,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적당히 싹을 자르는 방법도 알아버렸습니다.  그 과정이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픕니다.  그래요, 나는 지금 그 사람이 아닌 그 순간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너무 멀어져 버린 순수라는 단어를, 이제 더는 예쁜 모습으로 기억될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그 날의 담배 냄새를.


달이 차오르다, 기울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보름달처럼 차오르기를 애쓰다가 기울기도 하고, 기울었다 차오르기도 한다.  그 순간들을 통찰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게 또 인생이 아닐까?   살아가며 시간 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되 듯, 달의 조각들이 모여 한 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삶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울타리를 만든 이야기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지친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 시간, 나도 반짝였구나... 지금도 반짝이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응원을 받기도 했던 <달의 조각> 지친 일상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288p/ 침범
언제까지나 나의 세계가 지켜지기를 바라면서도, 언젠가 나의 세계를 아주 자연스럽게 침범할 누군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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