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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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조금은 참고 넘어가고 옳지 않은 일에도 선배라, 어른이라 경우가 없어도 그냥 참고 넘어가야 바른 사람이라는 인식.  하지만 그렇게 넘어간 일들 때문에 나는 불편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남겠지만 언제까지 참고 넘길 수 있을까?  전자책 체험판으로 먼저 읽었던 문유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제목부터 파격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개인주의를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현직 판사로 재직중이기도한 저자가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21p/ 링에 올라야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은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때로는 내 자유를 자제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타인들과 타협하고 연대해야 하는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목적이고 나머지는 방편이다.

32p/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집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 아래서 성형 중독, 사교육 중독, 학력 위조, 분수에 안 맞는 호화 결혼식 등의 강박적 인정투쟁이 벌어진다.  사실 이건 모두 같은 현상이다.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 


개인주의가 조금씩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뿌리깊이 남은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조직과 서열은 출신은 어딜가나 따라다니고 편을 가르고 자신의 편이 아니면 이쪽, 저쪽으로 나누어 가르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건, 행복이라는 것도 내 만족이 아닌 타인에게 보여지는 기준이 되어버린건 그냥 사회현상인걸까? 



56~57p/

원래 행복의 원천이어야 할 인간관계가 집단주의사회에서는 그 관계의 속성 때문에 오히려 불행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맛있는 음식도 내가 원치 않을 때 강제로 먹으면 배탈이 나듯, 타인과의 관계가 나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강요되고, 의무와 복종의 위계로 짜이는데 이것이 행복의 원천이 될 리 없다. 갑을관계, 경쟁관계, 상명하복관계, 나를 평가하고 지배하는 관계, 내가 일방적으로 순종하고 모셔야 하는 관계에 있는 인간들이 과연 나에게 유용한 생존의 도구이기는 할까? 생존의 위협에 가깝지 않을까?

154~156p/ 문학의 힘
문학은 겉으로 드러나는 세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숨기고 싶은 속내 깊숙한 곳을 파헤쳐 보여주곤 한다.  문학이 보여주는 인간 세상의 민낯은 전형적이지 않다.  작가들은 뻔하고 예측가능한 것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충동적이고, 불가해하고, 모순 덩어리인 인간 마음의 꿈틀거림을 묘사하는 것에 몰두한다.  그리고 그 관찰의 주된 재료는 작가 자신의 내면일 것이다.....<중략> 협소한 상식에만 갇혀 있는 인간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첨단 과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더 많은 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213p/ 조폭의 의리와 시민의 윤리
제보자는 진실을 밝히는 계기일 뿐이다.  한 점 티끌 없이 고결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누가 당신에게 이익을 주고 누가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정신차리고 보아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시민 이익의 대변자로 보호받고 보상받아야 권력자들이 긴장한다.  발각될 리스크를 고려에 넣도록 만들어야 대범한 도둑질을 못한다.  조심이라도 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다. 눈먼 의리가 아니다.


평소에도 사회,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모르쇠를 하며, 내가 손해보는 일이나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사회탓을 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걸 최근들어 조금씩 깨닫고 있다.  혼자 살아갈 수 없어 무리지어 살아가는 인간.  그러기에 질서도, 법도, 타인과의 연대도 필요한 사회다.  그 속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개성있는 삶을 살아도 충분히 이기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는 만큼 지킬 수 있고, 아는 만큼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기도 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읽으며 이렇게나 무지 하고 몰랐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읽기를 하고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 한 번쯤 제대로 마주하고 읽어볼 책이다. 



279p/ 우리가 잃은 것들, 에필로그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식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마늠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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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나에게 건네는 말 - My Book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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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사이 필사에 대한 인기는 꾸준한 듯하다.  때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보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통채로 필사하면서 천천히 읽으며 쓰기도 한다.  크고 작은 필사모임들도 꽤 생겨서 혼자 필사가 심심하고 금방 지치는 이들에겐 필사모임을 통해서 꾸준한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최근 드라마들을 통해서도 필사에 관한 책들이 조금씩 소개되기도 하고 방송을 타고 새삼 관심을 갖게 되는 이들도 많아지는 듯 하다.  책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진 전승환의 <100 나에게 건네는 말 MY BOOK>은 한 권의 책에 사진, 여러 책들있던 글귀들을 모아 빈 여백을 함께 제공하면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마침 놀러왔던 친구에게, 좋은 문구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써 주었던 글귀.  한 권을 오롯하게 나만의 글로 채워가는 것도 좋겠지만,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적어보아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1년에 한 권씩... 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다양한 형태의 편집으로, 한 장 한 장이 새롭게 구성되어 있어 차례대로 써가도 좋지만,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에 끄적여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것 같다.

 

 

 

 

 


페이지마다의 구성도 사진도, 글도 맘에 쏙 들어서 페이지 넘기며 발췌된 글을 천천히 읽다보면 어느덧 차분해지는 마음을 마주할 수 있다.  펜을 들어 책에 있는 글귀를 따라 써보아도 좋고, 여기 저기, 좋아서 모아두었던 글귀들을 한 권에 조금씩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   부글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힐 때, 도무지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 멍 한 상태일 때, 차분한 필사 만큼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것도 없는듯 하다.  속는셈 치고 한 번 시도해봐도 좋을듯하다.   사진도, 수록된 글들도 좋아서 짧은 글이 실린 책들이 궁금했는데, 맨 뒷편에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을 발췌한 책을 정리해주었다.   100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모자른 이야기는 뒷페이지의 여백을 두어 더 적을수 있게도 공간을 만들어둔 <나에게 건네는 말 100, My Book>,  곧 시작될 따스한 2017년 봄, 나만의 책을 만들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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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호빵맨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 전하는 정의와 용기의 말들
야나세 다카시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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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p/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요컨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놀이'임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몹시 편안해졌다.

22p/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추억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인생을 살아간다.


이 책이 출간되기전, 블로그의 글을 통해 <호빵맨>의 작가가 할아버지 였다는 걸 알게됐다.  만화가 좋아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활동하면서디자이너, 무대미술, 작사,방송작가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호빵맨의 작가인 야나세 다카시의 에세이로 짧은 글들이 큰 여운을 남기는 글 모음집이라고 보면 될 듯히다.  조카들이 있어서 호빵맨이라는 캐릭터는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는, 하지만 캐릭터는 너무나 친숙한 이 캐릭터는 호빵맨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기네스북에도 등록되었다고 하니, 단순히 좋아서 오래했다고 보기엔 만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게 아닐까 싶다.



53p/

마흔두 살의 그날도 밤을 새우고 있었다.

따분하던 참에 어릴 적 하던 놀이를 떠올리며 손전등으로 손을 비춰봤다.  그러자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놀랄 정도로 새빨갛게 보였다.  그 색이 너무나도 예쁜지라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토록 절망에 떨고 있는데 몸속에는 붉은 피가 맥맥이 흐른다.  마음은 지쳤더라도 피는 힘차고 뜨거웠던 것이다.  내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듯,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태양을 향해 손바닥을 비춰보면'이라는 소절이 머릿속을 스쳣고, 하나의 가사로 완성 되었다.

57p/

복잡하게 보이거나 잘 모르는 일과 마주하면 호기심과 모험심이 샘솟는다.  자극받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탁을 받으면 "난 못 하겠다". 고 딱 잘라 거절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해보자.  내내 손에 익은 분야가 아닌, 미지의 세계와 마주하는 사이에 그것이 또 다른 화학변화를 불어일으키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를테면 인간관게의 범위가 확대되기도 한다.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법, 다양한 일을 해나가며 마주친 사람이 언젠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도 함께 붙잡고 와준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멋지진 않지만, '배고픔'을 겪어본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호빵맨은 비록 외모는 호빵처럼 둥글고 빵을 굽느라 볼품 없지만,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날아다니는 호빵맨은 어쩌면 악당들과 싸우는 영웅들보다 아이들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캐릭터여서 장수하지 않았을까?  호빵맨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그의 아이들이 호빵맨을 보며 자라는 세대가 되는것을 지켜봐온 작가는 아마도 긴 생애를 살아오며 만화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도록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책에...)



87p/ 

하는 일마다 꼬이고 제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우리는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발에 힘을 주고 조금만 더 견디길. 여태껏 좋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상황은 바뀐다.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갑자기 좋아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티면, 그 희망이 힘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언제나 앞을 바라보고, 넘어질 때도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이상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싶다.

197p/ 

인생을 돌이켜보면 괴로웠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고난을 뛰어넘은 곳에 인생의 묘미가 기다리고 있는 법. 

꽃길만 걷는 인생은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있다 해도 그래서는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따위 들지 않으리라.


미숙아로 태어났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으며, 어머니도 재혼하고 형제였던 동생도 전쟁에서 전사했다.  그야말로 평탄하지 못했던 인생이었고, 아내마저도 병으로 자신보다 일찍 떠나보내야 했는데... 이렇게만 보면 그의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긍정의 기운이 전해진달까?  읽으면서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도 이렇게 잘 살았으니, 그대도 잘 살 수 있을거라고...  향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그야말로 인생을 즐겁게 살다간 야나세 다카시.  이 책을 읽고 <호빵맨>이 궁금해졌으니, 애니메이션으로 몇 편 찾아볼까 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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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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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p/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미안하지만 새로운 인생 같은 건 여기에도 없으니 아마 저기에도 없을 것이다.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예전과는 다르다.


<온전히 나답게>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한수희작가,  비슷한 나이대에 작가이면서 동네에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더 공감이 가고 끌렸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무조건 출간되자마자 읽어야겠는 생각에 바로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읽어지지 않았던 건, 책의 내용보단 글씨가 너무나 작아서 이동하며 읽기에 불편했다는 걸 핑계로.....어쩌면 그래서 더 집중하며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 



60p/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는 잠시 숨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우정은 족쇄가 된다.

78p/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사랑을 하지 않았더라면 또 얼마나 좋았을까?
때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나 무섭고 위험한 롤러코스터에 올라탔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세상 모든 것들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사랑에는 목적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간은 이렇게 애써 바보 같은 짓을 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바로 그것이 우리가 연애를 해야 할 이유라는 것을.


<온전히 나답게>가 오롯한 저자 자신의 이야기였다면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는 좀 더 넓게 확대된 이야기랄까?  책과 영화에서 읽은 이야기를 현실의 삶과 시대를 아울러 이야기하는 글은 많은 글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좁은 시야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담담할 것/ 씩씩할 것/ 우아할 것 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래서 뒤로 가서 다시 읽고 또 읽어보게 되는걸지도 모르겠다.  읽으며 마음에 맺히는 글도 있었고 소개하는 책속의 문장이나 영화들은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게 만들게 했고 책을 읽으며 짬짬히 메모하기도 했지만 맨 뒷장에 친절하게도 모아서 정리해주었으니 편하게 읽어가도 좋을 글들.



120p/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확실해지는 건 없다.  계속되는 불안함과 막막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이걸 못하고 저걸 잘해. 나는 이걸 좋아하고
저걸 좋아해.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을 하느라 급급한 대신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145p/
일의 바깥에도 삶이 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다. 일이 우리를 의심이 없는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또는 자신이 만든 고치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때가 비로소 잠시 멈춰 서서 의심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의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출 퇴근길 읽던 은유 작가의 글을 읽으며 글쓰기를 위해선 책을 가려 읽어야하는구나 라는 죄책감(?)을 가지고 읽어갔는데 다시 돌아와 한수희 작가의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를 읽으면서는 선을 긋고 잣대를 대어 살아가지 않아도 살아가는대로 살아지는 것도 인생이라고 다독임을 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동네 작은 카페(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함) 에서 책을 좀 많이 읽은, 그리고 인생을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살아온 여자이자, 작가이며, 아이들의 엄마인 그녀의 이야기는 마흔 가까운 삶을 살아오며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겠구나.  나에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기도 했다.



150p/

소비는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쿨한 사람, 의식 있는 사람, 트렌디한 사람, 잘나가는 사람, 괜찮은 사람, 자신

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돈을 써야 했다.  돈을 쓰지 못하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

174~177p/

가장 큰 문제는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전혀 반갑지가 않다는 거였다.  마치 내 집에 들어온 낯선 침입자를 보는 것처럼 당황하고 놀라는 일의 연속이었다. (정말로 놀라서 꿱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그러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면 '이러다 망하지'라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정말 장사 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니었다.....<중략>.... 장사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나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시간에 문을 닫는 그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오늘은 손님이 없지만 내일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카페의 주인으로서 환대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말 그대로 뼈저리게 배웠다.  무엇보다 그저 버티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의 기본이라는 것을 배웠다.


위의 글을 읽으며 어찌나 공감을 했던지, 매일 같이 출근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동생이랑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언니 이거 우리 이야기 같은데?' 하며 놀랍다고, 언니도 책을 그만큼 읽었으면 글을 써보아도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하며 몇 번을 읽었는지.... 아마도 자영업을 하는, 또는 내 가게를 꿈꾸다 시작했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생각이 아닐까?



199p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대다수가 옳다고 믿는 것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실이 가끔 두려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나라의 낯선 거리에 떨어진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소심한 내게는 삶을 위한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줄 가이드북이.  이 두 권의 책은 내게 그런 가이드북이 되어 준다.  그리하여 나는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남들이 사는 모습과 조금 다른 것일지라도, 아주 작은 것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움지이기 시작한다면 어느덧 내가 원하던 삶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고.


쉼 없이 매일같이 출근해 하루를 함께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매장에서의 하루 하루들이 어느덧 4년째를 맞이했고, 조금씩 그 마무리를 준비하는 중이다.  어쩌면 마음먹은대로 살아지지 않는게 인생이고 수많은 선택지들 속에서 '그랬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지만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늘 같은 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원을 맴돌고 있었던게 아니라 조금 멀리 돌아가는 나선을 돌고 있는게 아니었을까...라는 저자의 시작글처럼 더 나아지지 않는 오늘이라도 시행착오들 속에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며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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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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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p/

예전에는 변한다는 사실이 왠지 불안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조금은 재밌게 느껴졌다.  이사를 가기 전에는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막상 가면 의외로 즐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물며 변화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내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새로운 내가 오랜 '나'보다 '못하는 것'이 늘었다고 해도 역시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면 즐겁기 마련이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게 세월, 이 아닐까 싶다.  비껴갈수도 없고, 하루, 한 주 , 한 달, 일년.. 그렇게 나이를 먹어오다 보니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기게 됐다. 그래서인지 유독 중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에 눈길이 갔고 <무심하게 산다>도 그 중 한 권이었다.  '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다.' 라는 글귀처럼 흐르는 세월을 붙잡고 싶은 이도 있을테고, 지금의 시간들이 빨리 흘러갔으면 싶은 이들도 있을것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은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아닐까 싶은데, 나도 그 시절엔 빨리 성인이 되서 제약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름 알차고 바쁘게 살아왔던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는 혼란의 시기였고, 그 시기를 제대로 인지했을 무렵 사 십대를 맞이했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선택을 다시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오늘의 내가 달라졌을까? 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잠시 있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내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57p/

만약 바로 앞에 왔던 전철을 탔더라면 지각을 안 했을 텐데, 처럼 가벼운 '만약'이 있는가 하면 만약 그때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인생 자체가 달라졌겠지, 하는 무거운 '만약'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내렸을 경우, 다른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만약'의 발생 지점으로 되돌아가더라도 '만약'이 아닌 쪽을 몇 번이고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만약'의 앞날을 알 수 없다.  '지금보다 좀 더 살기 수월할까? 살기 버거울까?' 하는 식으로 가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8~69p/

사람은 나이가 든다 해서 반드시 더 나아지지만은 않는다.  매사에 동요하지 않게 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지혜로워진다고도 똑똑해진다고도 할 수 없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갈수록 더 급해지고, 불같은 사람은 갈수록 더 불같아지는 등 대부분 내면의 그릇이 작아진다.  너그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 사실을 인정해서라기보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서, 즉 무관심해서다.  <중략>  아마도 40대인 나보다 30대가 자제하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  20대는 어쩌면 그러한 결점들에 아직 눈을 뜨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삶은 분명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일이지만 경험을 통해 현명해진다기보다 경험함으로써 '자제하지 않아도 무탈하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쿠다 미쓰요의 솔직한 중년, 사 십대의 삶은 일, 건강, 갱년기, 노화, 숙취해소(?) 능력, 골절, 접골원 등등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마도 건강에 자신했던 삼 십대와 달리 하루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사 십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이젠 다이어트보단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저자의 운동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은 흥미롭기도 했다.  궁금한 것은 직접 체험해봐야 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졌달까?  앞으로 살아갈 날 들중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일 것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나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도 있을 것이고, 살아갈 시간들 속에서 더 변화하며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세월과 맞서지 않고 사이좋게 살아가는게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그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고, 나이와 결부시켜서 생각할 수밖에 없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내 나이가 쌓이는 방식과 '나의 그릇'을 사용한 세월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최근들어 몸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낡지 않았는데 몸은 내 생각과 다르게 세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대 무렵에는 내가 쉰이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머지 않아 쉰을 맞이할 나는 어엿한 60대와 70대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에필로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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