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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애매한 나이 39살, 안정되었다고 생각했던 삶이었는데 한 순간에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사라. 회사에서 중요하게 진행중이던 프로젝트 자료가 담긴 가방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놓고 내렸고, 10년째 동거중이었던 남자친구와 당연히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지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와 함께 살고 있던 남자친구였던 호아킨의 집안에서 투자목적으로 사주었던 집이라 헤어지게 되면 그녀는 독립해야할 상황. 믿고 있었던 그의 배신도 믿기지가 않지만, 당장 그와 헤어져 독립해야하는 그녀의 상황은 이별에 맞물려 더 없이 나빠질 수 없을것만 같다. 그 와중에 그녀의 앞에 나타난 시빌이란 고양이. (여기서 사라는 고양이 시빌을 그녀, 라고 부른다) 모든걸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빌을 만나면서 그녀의 삶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45p/
마흔이 다 되도록 난 뭘 한 걸까? 축하할 만한 거라도 있나? 아니 잘못한 게 있나? 왜 아침마다 진저리 치며 일어나야 하는 거지? 내 삶이 나를 역겨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180p/
"판단하지 마. 평가하지도 말고, 그저 관찰해봐. 어떤 느낌이 좋다거나 싫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반응도 경험의 일부인 것처럼 살펴봐. 네가 본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을 그냥 네 의식속을 떠다니는 구름이라고 생각하고 관찰해봐.
태초에 같은 동물이었다는 가정하에 원숭이가 조상인 너희와 고양이인 자신은 다를게 없다는 시빌. 그런 그녀가 사라에게 하는 충고들은 어쩌면 반려동물을을 키우며 오히려 그들에게 위안을 받은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것 같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또는 강아지... 말 못하는 동물들을 붙잡고 이런 저런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아마도 이 작가는 그런점에서 이 작품을 생각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위기의 순간에 이런 고양이가 나타나 준다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살짝 해보기도 했으니까....
185p/
상처 입고 무겁긴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심장이 온몸에 보낸 피에 몸은 힘을 싣고 있었다. 그 전날 시빌이 한 말이 그땐 무슨 뜻인지 몰랐었다. 하지만 이젠 머릿속에 분명하게 울려 퍼졌다. '인생은 매 순간 다시 태어나고 있어.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항상 새롭게 말이야.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해.'
호아킨과 이별을 선언하고 독립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사라는 '한 가지에만 몰두하라'라는 시빌의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한다. 먹을땐 먹는것에만, 일 할땐 일 에만, 운동 할 땐 운동에만... 한 가지에만 몰두해야 그 일들이 온전히 보이는것을 인간들은 한 꺼번에 여러가지를 하려고 하고 닥치지도 않은 이미 많은 고민들을 만들어서 걱정하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았던가? 뭔가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될까? 되지 않을까?를 저울질 하다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은 실천하지 않았던 적이... 더 많지 않았던가? 오랜 연인과의 이별로 시작된 이야기는 사라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과정이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었던 건, 자신과 함께 미래를 생각했고 노년을 함께 보내며 늙어갈 거라 생각했던 사람의 배신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 했을거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 십대나, 삼 십대의 이별이 아닌 사 십대의 이별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이 사랑이 지나가면 내가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양이 시빌과 사라의 대화를 읽으며 문득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았다. 문화는 다르지만 사람이 사는 모습들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을까? 책장을 덮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꼭 있어야 하는 건 얼마나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자친구의 배신과, 가족의 파산소식,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남동생과의 관계 등등 이야기 요소 요소에 여행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이 넘어갔던 책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마법같은 시간, 깊어가는 가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255p/
"사랑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찾을 수도 없어. 그리고 사실 사랑은 찾아내야 하는 그 무엇도 아니야."
고양이는 다시 내게로 와서 태블릿 컴퓨터 냄새를 맡았다.
"이런 걸 들여다봐야 소용없어, 무엇보다도 이 냉랭하고 딱딱한 물건을 보는 게 제일 나빠, 사랑은 네가 연습해야 하는 거야. 사랑은 기술이니까."
"알았어. 하지만 상대를 두고 연습을 하고 싶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 말이야."
그러자 시빌은 포식자의 눈초리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받아쳤다.
"너는 어떤데? 너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지금 필요한 건 이거다, 하는 생각은 버려,
꽃들이 향기를 주듯, 새들이 노래를 부르듯
네 자신의 가장 좋은 면을 세상에 줘.
그게 진짜 사랑이니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