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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 세상의 모든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힘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나 자신을 견딥니다."
/에밀 시오랑
책표지를 펼쳐 읽기 시작한 가장 첫 글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 자신을 견딘다는 이 글귀가, 이 책의 내용을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건 아닐까? 책을 읽다 덮고 다시 펼쳐 읽을 때마다 다시 한 번 읽게 되는 글이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는 요즘, 흔들리는 이가 나 혼자 뿐일까? 그 와중에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앞설 뿐이다. 그들은 어떻게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나도 저렇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이에 관계없이 살아가는데 있어 '나'자신을 바로 보기란 평생을 생각하고 다듬고 노력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p082~083/
느닷없는 일은 결코 느닷없지 않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죠. '하인리히 법칙' 입니다. 어느 날 혁명이 일어나거나 민중봉기가 일어난다고 해서, 바로 그 순간에 모두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쌓이고 쌓여서 묵히고 묵혀서 곪을 대로 곪아서 터진 것입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벌어지는 일입니다. 버림받는 것도, 누군가가 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도, 모두 쌓이고 묵혔던 과정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이 아니죠. 그러니 예방 할 수 있습니다. 대응할 수 있고, 대응해야 합니다. 버림받기 전에 버리기, 버림받지 앟게 절제하고 내색하지 않기, 아예 버림받을 의존적 관계와 의존하는 마음을 갖지 않기. 이런 것들도 대처 방안은 됩니다.
p109/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 양쪽으로 균혀을 이루는 것,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취하되 각각 치우치지 않는 것은, 그것의 중요도만큼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p162/
사람의 감정이나 조직의 업무나 다 매한가지입니다. 세상은 한결같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안 좋을 수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비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상황이나, 상처받지 않기 위한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더라도, 잘 분리하고 늘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편입니다. 우리는 공과 사를 구분합니다. 어두운 과거와 노력하는 현재를 구별하여 찬란한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렇습니다. 분절의 미학에 심취해보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나와 너, 둘 만 모여도 생기는 관계들은 가족, 친구, 지인, 사회등 어느 것 하나 피하고 살아 갈 수 있는게 없다.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란 어쩌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적당한 거리' 는 얼마만큼 일까? 얼마만큼이 적당한 거리라 할 수 있는 것일까? 기준은 '나'이겠지만...
p215/
혼자 있는 시간을 기뻐하고 소중히 여겨서, 일부러라도 홀로 있고자 하는 사람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하죠. 자신을 잘 알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남의 마음도 헤아려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혼자 잘 노는 사람이 당연히 남들과도 잘 놉니다.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성숙한 사람일 거라 믿습니다.
p272/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비우고 채우고, 집중하고 몰입하고, 그래서 다른 것을 같게 보고 연관 짓는 일들은 모두 자발적인 것들입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꼴통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제일 우선해야 할 것은 단연코 꼴통이 되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누가 보니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관계들 속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건, 지켜야 하는건 '나' 이지 않을까? 책표지에도 있지만, 세상 모든 관계들 속에서 지켜야 하는 건 '나'일 테니 말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선 주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사이 존재가 되기도 하고, 때론 관계의 흐름속에 휩쓸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떠돌기도 했을 것이다. 나와 세상 그리고 사람들 과의 관계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기.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던 책이었다. 물론 정답이 있을순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참고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스스로 중심잡기가 조금은 더 수월하고 빨라지지 않을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