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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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민감함을 유별남으로 인식했던 때가 있었다.  사회 초년생이었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알고 살아왔던지라 조금은 별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앓겠더라... 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민감'했던 사람들도 자신이 부러 민감하게 굴었던게 아니라 그들의 감성이 타고나길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 자신은 그 '민감'한 부분때문에 더 힘든 삶을 살지 않았을까?  또, 자신의 '민감'함을 잘 살려 자신만의 능력을 개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높은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풍요롭고 이상적인 삶, 창의적인 내면세계,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내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으므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p043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깊은 가치를 아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과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자존감은 굉장히 높지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자아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도전을 찾고, 그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다. /p065

"아니요"라는 말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이다.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반드시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과도한 자극에 짓눌려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한계를 설정하는 일을 어렵게 느낀다.  그들의 인내의 한계점이 다른 사람들보다 낮기 때문이다. /p084


민감하다, 라고 이야기 들을 정돈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민감함은 조금씩 갖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고 느낀적이 거의 없었고, 형제가 많은 집에서 복닥거리고 살았지만 그 나름 괜찮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시끄럽고 번잡스러운걸 견디지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을 부러 만들기도 하는 편이고, 상대방의 기분이나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기울이던 성격에서 아닌건 조금씩 표현하거나 피하기도 해 왔다.  솔직히 '아니요' 라는 표현만큼 어려운게 어디 있을까 싶다.  그 말을 입 밖에 내기까지 정말 수많은 생각을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으로 보고 나서야 안도를 할 수 있는것도 대부분은 비슷한 성향이 아닐까?



남들이 보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 간격이 좁아질수록 우리는 세상을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p109

극도로 민감한 사람뿐 아니라 가끔 예민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자신의 예민한 성향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감한 성향은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당신의 인격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특성이다./p226 에필로그


예민함이란 실제 '나'와 남들이 보는 '나'의 간격이 클때 더 예민하게 생각되고 불편해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예민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예민하기 때문에 미리 알고 상대방에게 알려주거나 자신이 조심한다면 예민함으로 인한 피로감은 덜 할 것이다.  책표지 맨 뒷부분엔 '당신은 얼마나 민감한 사람입니까?' 라는 항목들이 있는데 놀랍게도 반 이상이 해당되는걸 보니 나도 민감한 사람 축에 드는구나 싶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의 섬세한 심리학 <센서티브> ,  나는 얼마나 민감한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어봐도 좋을듯하다.  은근 놀라운 결과를 마주하게 될 수 도 있으니....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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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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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p/
왠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나도 눈높이를 좀 낮추고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이놈의 니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그게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내 땀과 대기업 가니는 친구들의 땀의 무게가 다른 나라. 설령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월급에서 학자금 융자 빼면 암 것고 남지 않는 나라....


출간때부터 눈여겨 보긴 했지만 먼저 읽은 지인들의 평에 호불호가 갈려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보니 해를 넘기고도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종종 책을 선물해주시는 지인을 통해서 읽게된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단편임에도 끊기는 느낌없이 흐름있게 넘어가서 단막극을 읽는 느낌이었달까?  단편 소설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편인데 한 편의 글이 10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글 들이 오히려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매일이 똑같고 다를게 없다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흐르듯 살아왔기에 몰랐을 이야기들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83p/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108p/
"이건 우리가 선생에게 주는 벌이 아닙니다. 우리도 선생처럼, 마음 편히 선생을 모시는 거지요."
검은 양복 사내는 그 말을 마치고 다시 304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저기요, 다 좋습니다.
다 좋아요.... 한데 제발 불 좀..."
"아, 그거요....."
검은 양복 사내는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럴싸하게 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인생이다.  웃을 일은 점점 더 없어지는 듯 하고, 삶은 퍽퍽하게 느껴진다.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자신을 보며 가끔은 웃음조차 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한 두가지쯤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 그대도 힘을 내라고, 웃기도 하라고, 이 세상 태어났으니 신나게 살아야지 않겠냐고... 투정만 부리고 있기엔 어쩜 너는 그 누구보다 조금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냐고....책을 읽으며 그런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짧은 단편이라 더 가볍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삶이란 가볍지만은 않으니 그냥 읽어지는대로 읽어도 좋을 책이었다.



171p/
우리는 너나없이 고통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란다. 아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에게 속엣말을 했다. 고통 다음에야 비로소 가족의 이름을 부여받는 거야. 아아아아. 그래서 가족이란 단어는 들으면 눈물부터 나오는 거란다. 그는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되새겼다. 아아아아. 그는 정말아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꾹 참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소리를 내질렀다. 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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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 관한 짧은 우화 - 반 룬 전집 2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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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p/ 

물론 코끼리들과 다른 동물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진 않았다. 그들은 얘기했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간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거고, 무언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인간들은
언제나 이른바 안전을 위해서 재빨리 서로에게 총을 쏘기 시작할 테니."
"그러나 우리 코끼리들은 우리가 살아온 대로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계속할 것이다. 숲속엔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먹이가 있다. 강과 호수에는 물이 충분하여 우리는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패기가 부족한 게 아닐까?"
"우리도 백인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것처럼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동물의 굴레를 벗고 인간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젊은 코끼리 종족은 인간세계 특사로 '존 경'을 파견한다. 방문하는 곳마다 큰 환대를 받으며 보고서를 작성하던 존 경은 두 방문자들로 인해 화려한 자본주의 이면에 '소외'된 그늘을 보게된다.  화려하고 멋진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존 경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지만 뜻하지 않게 납치되어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 책은 20세기 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즘의 세태와 견주어도 크게 다를 것 없는 이야기는 혼란스러움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 이야기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듯 하기도 하다. 


활짝 펼지면 왼편엔 길지 않은 글이, 오른편엔 그림이 있어 동화책을 읽는듯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책을 읽기전엔 10살 조카랑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명제군이 조금 더 성장한 후에 함께 읽고 이야기해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이런 느낌일까?  코끼리들이 왜 코끼리로 남아 있기로 결정했는지에 관한 짧은 우화는 그들의 여정이 끝나. 마지막 장을 덮고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림을 휘릭휘릭 넘기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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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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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p/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손 댈 수가 없을 때면, 나는 책꽂이 앞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손에 잡히는 시집을 빼서 시를 읽었다.  정신의 우물가에 앉아 한 30분씩 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노예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임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으면서 나는 나를 연민하고 생을 회의했다.  생이 가하는 폭력과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시.  고통스러운 감정은 정확하게 묘사하는 순간 멈춘다고 했던가.  마치 혈관주사처럼 피로 직진하는 시 덕분에 기력을 챙겼다.  꿈같은 피안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남루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힘이 났다.


누구나 어쩌지 못하는 순간, 자신만의 탈출구가 있을 것이다.  누구와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상황, 꺼내 이야기 한들 달라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삭히자니 내 맘이 내 맘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였을것이다.  무작정 책을 파고 들던 시기가... 그냥 닥치는 대로 읽었고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다.  한 번에 여러권의 책을 읽기도 했고, 때론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기도 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 흘러와 책을 손에 놓지 않게 되었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깊은 사유를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기 까지는 아직도 먼 듯하다.  sns를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책, 몰랐을 작가.  은유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많은 순간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008p/
사는 일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굳이 삶을 탐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가 내게 알려준 것도 삶의 치유불가능성이다

046p/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다. 

058p/
열 번 잘하다가도 어느 순간 남처럼 등 돌리는 남자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하고 이틀째 널려 있는 빨래를 걷는데도 꼼짝 않고 누워 있는 남편, 결혼 전에 아빠를 볼 때면 좀 궁금했다.  옆 사람 힘든 게 왜 안 보일까..... 나중에 알고 보니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보이는 거다.  대대손손 소통 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됐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어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무심함이 무뚝뚝함, 남자다움으로 미화된데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안 가르쳐주니까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모른다.  모르고 편하게 살다가 죽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한평생 고생만 하다가 죽는 여자들도 많다.


책을 읽는 동안 딸인 꽃수레와의 이야기에 킥킥대고 웃기도 했고,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는 글엔 울컥하기도 했다.  다른 책과 달리 읽었던 문장을 곱씹어 읽고 문장을 손으로 옮겨적기도 수차례, 갈무리했던 문장들을 여기저기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여자로 살아가며 그녀처럼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 왔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어서 였던것 같다.  책을 읽으며 '아!!!' 느낌표 몇 개쯤은 그냥 막 찍고 싶은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되는데, 한동안 이 책이 그런 책이 될 듯하다.



101p/
늙음, 그 존재의 무너짐을 삶의 과제로 의연히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늙은 부모를 봉양하든 내가 늙어 자식에게 의탁하든, 비참하고 비루한 생이 지겨워 눈물 바람 할 테고 태어난 걸 후회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살 만해서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겠지.  육아가 힘들 때 아이들이 족쇄 같이 괜히 낳았다고 원망했던 것처럼 더러는 괜히 죄없는 부모님을 탓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힘든 일 포기하고 떠난다고 자유롭지 않다.  그건 자유에 대한 환영이고 망상이다.
넘지 못할 것 같은 산도 한 걸음 내디디면서 다리 힘이 길러지고 그러면 다음 봉우리를 더 쉽게 건널 수 있다.  근육이 튼튼해지고 체력이 길러지면 삶의 어느 고비에서도 성큼성큼 문제 안으로 들어가는 궁극적인 자유를 누리게 된다. 그런데 문데를 회피하고 도망가면 걸린데서 또 걸린다. 
살아보니 그랬다.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고 좋기만 한 관계는 가짜이고, 아무런 사건도 생기지 않은 무탈한 일상은 행복이 아니었다.

118p/
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한다. 


여자,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어쩌면 이 중 내가 살아보지 못할 삶도 있을 것이고, 살면서도 충분하게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서른을 넘어 마흔을 넘긴 지금, 누군가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나는, 그래서 지금의 나이가 혼란스러운지 모르겠다.  혼자임이 조금씩 두려워지는 나이?  괜찮다고 애써 이야기 하지만 정작 괜찮지 않은 그런 시기.  하지만 어떤 삶을 선택하더라도 장.단점이 있다는걸 알기에 내 '선택'에 의해 사는 삶에 대해선 의연하게 책임질 줄 아는 자세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141p/
사는 동안 존재를 확장하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겠지만
순한 양처럼 주어진 시간에 복종하고 싶다.
어디로든 끝 간에는 사라질 길.
그저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150p/
왠지 요즘 나의 속도가 못마땅하다.  책 읽는 속도, 밥 먹는 속도, 실망하는 속도, 커피 마시는 속도, 문자에 답하는 속도, 글을 쓰는 속도, 눈물 나는 속도, 책을 사는 속도, 신경질 내는 속도, 그리움에 물드는 속도, 죄다 너무 빠르거나 느린 속도만 있다.  언젠가 속도에 대한 미약한 자각 이후 한 조각 구름 떠가듯 살려 했는데 그랬더니 게을러진다.  중간이 없는 인간인가, 나는.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에 허천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지지 않는 줄 알았다.  사는 게 서툴렀다.  내 마음 얼마나 얼뜨고 거칠었나.  들볶았고 들볶였다.  물에 녹지 안는 미숫가루처럼 둥둥 떠다니는 감정의 건더기가 사래처럼 목에 걸린다.  삶의 속도 개선.  결에 따라 섬세하게 살피고 헤아려서 어떤 일은 느린 가락으로 어떤 건 빠른 템포로 살아야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가 글을 조금 더 많이 써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 번 읽는다고 달라지지 않을 테지만, 읽다보면 나만의 내공도 쌓이겠지.  언제고 가라앉는날, 볕 좋은날, 한 권의 책을 들고 나들이 한다면, 이 책을 들고 데이트해야겠다.


166p/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바늘 하나로도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생명이고 눈송이 하나라도 깨어날 수 있는 것이 사람 아닌가.  그러니 이 헛됨을 누리면서 견딜 수 있는 한 번의 기쁨, 한 번의 감촉,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필요하다.

260p/
살면 살아진다. 
살려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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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 개정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8
김주희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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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매력은 순수함과 유연함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종교 혹은 공동체 안에서 순응하며 착하게 살고 있다.  강대국의 식민 지배로 남겨진 유산과 중국, 인도 등에서 넘어와 정착한 이민자들이 전파한 문화는 말레이 전통문화와 결합하여 어디에도 없는 이국적이고 독특한 문화로 발전했다.  하나의 거리에 이슬람 모스크와 힌두사원, 불교사원과 기독교회가 나란히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인디아 거리와 차이나타운이 뒤엉켜 있고 유럽식 건축물이 세워져 있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지타운의 예스러운 골목골목은 계속 돌아봐도 새롭다.  물론 수많은 전설이 담겨 있는 산과 바다 등의 천혜의 자연이 주는 매력도 빠질 수 없다.  /prologue

해외여행도 자신만의 스타일,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요즘.  일정이 짜여지고 숨가쁘게 바쁜 패키지 여행보다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적당히 여유롭고 느슨한 여행을 꿈꾼다.  처음 여행은 패키지로 출발 했었고, 이후 짧게 떠났던 여행들을 통해서 바쁘게 많은 곳을 찍는듯 다니는 여행보다 한 두곳을 방문하더라도 현지인 처럼 느긋하게 돌아보는 여행을 하는 삼십대를 지나왔다.  조금은 숨가쁜 몇 년을 살아왔던지라 이후 여행지를 자꾸만 손꼽아보게 되는데 지인이 살고 있어 말레이시아 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한 마음으로 가이드북을 책 처럼 읽어보기로 했다.

 



쿠알라 룸푸르 (아시아 최고의 국제도시) / 말라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푸트라자야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

카메론 하일랜드 (신비한 정글이 있는 고원지대) / 페낭 (반짝거리는 동양의 진주)  / 랑카위 (전설이 살아 있는 섬) /

코타 키나발루 (정글과 바다가 있는 친숙한 휴양도시) / 쿠칭 (보르네오의 고양이 도시)



우리나라와 시차는 한 시간, 국토 면적은 남한의 3.3배 규모, 세계에서 67번째로 큰 나라이며 수도는 쿠알라 룸푸르, 행정수도는 푸트라자야 인 말레이시아. 대표적으로 둘러보게 될 8곳의 여행지의 특징만 보더라도 반짝이는 고층빌딩과 계속 발전하고 있는 도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의 도시, 신비한 정글과 고원지대, 그리고 휴양을 골로루 갖춘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책의 앞 쪽 목차에서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골랐다면 먹거리와 쇼핑거리도 눈여겨 보자.  여행을 하게 되면 현지에서 꼭 먹어봐야할 음식들을 체크하는 건 필수!!  게다 쇼핑도 빠질 수 없으니 말레이시아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을 미리 챙겨두자.  아... 이미 먹거리들 보고 눈이 핑핑 돌기 시작했는데 쇼핑리스트와 쇼퍼홀릭에 넘어가선 눈으로 마구 담고 있다.  자~ 그럼 난 말레이시아에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어디를 꼽아봤을까? 


지금은 휴양이 너무나도 그리운 때라, 그리고 겨울의 끝자락 추위가 더 시리게 느껴지는 요즘이라 이 사진을 보고 그냥 딱!! 여기다 하고 짚었다.  너무도 많이들 가고 아는 곳이지만 그래도 꼭 저 바다를 보며 늘어지게 쉬고 싶은 마음에...

한국과는 비행기로 5시간 거리,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급 리조트가 있어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섬'이라는 뜻의 '코타'와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에서 따온 이름인 코타 키나발루 는 전 세계 산악인이 몰려드는 키나발루 산과 보르네오의 열대우림,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는 휴양지로서의 매력을 너무도 훌륭하게 충족하고 있는 곳이다.   현지인들을 KK로 부른다는 이 섬.  언젠가 이 책을 들고 가볼 수 있겠지?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중인 저자의 감성이 아마도 책에 조금은 묻어난게 아닐까?  휘리릭 넘기다 보니 어느덧 조금은 말랑해진 나를 보게 되는것 같았다.  책에 수록된 깨알같은 할인 쿠폰과 미니 맵북, 그리고 들고 다니며 여행하기에 부담없는 크기의 책자, 게다 알찬 최신 정보까지... 해외여행 하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셀프트래블 시리즈 답지 않은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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