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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고르고 읽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예전엔 지인들의 블로그나 온라인 서점의 평을 보고 책 구입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피드들을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책들은 성공! 우선 제목, 책표지등이 먼저 눈에 들어와야하고 읽은 이의 짧은 평이나 글귀들을 참고한다. 그리고 같으니 책의 다른 사람들의 글과 사진도 몇 편 골라 읽어보고 책을 선정하게 되는데 그렇게 읽었던 최근의 책 몇 권은 대부분 너무나 내 취향이었다. <달의 조각>도 그 중 한 권! 인스타 피드에서 꽤 자주 보였던 책이고 무었보다 책표지와 제목에 자꾸만 눈이 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아보다 구입해야지 했는데, 출간 된지 얼마되지 않아 구입했지만,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던 책. 읽을 책들이 좀 많기도 했고, 아껴 읽고 싶기도 했다. 겨울과 봄사이, 두 계절이 공존하는 시간에 읽고 싶어 조금은 미루어둔 책이랄까?
34p/ 버려진 밤
가끔 나도 나를 감당하기 힘든 밤이 있다. 지금 내가 왜 슬픈지. 왜 이러 거지 같은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밤이면 저 끝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 빛 한 줌 들지 않는 깊숙한 곳에 천막 하나를 치고, 그 안에서 누군지도 모를 얼굴을 하염없이 원망한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냐고. 왜 나조차 나를 보듬을 수 없냐고.
70p/ 가장 특별한 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내가 어떤 순간 행복을 느끼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지난번 그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도 열심히 쏟는 관심을 정작 나에게는 주지 못한 채 나에 대한 관심을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기대한다.
누군가의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시간을 나에게도 조금만 나누어 줬으면 좋겠다. 세상의 끝까지 나와 함께할 것이 분명한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니.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소홀하기 쉬운 나에게, 너무도 가까워 가끔 잊고 살았던 나에게 한 번쯤 물어봤으면 좋겠다. 너는 오늘 잘 지내고 있냐고, 정말 잘 지내고 있냐고.
98p/ 환절기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우리의 계절은 봄 또는 가을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각자 다른 길을 걸을 때, 서로를 앓는 계절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스쳐간 환절기처럼 아주 짧게, 하지만 그렇게 매년 반복됐으면 좋겠다.
아련한 책표지, 그리고 새초롬한 눈썹달, 책 사이사이엔 달들의 일러스트들이 있어 책장을 넘기며 달을 보는 재미도 있다. 새벽에 책을 읽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내다 보기도 했고, 밤하늘의 별, 달을 애정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들고 다니며 더 자주 많이 보게 되었던 몇 일, 사실 빨리 읽는게 너무도 아까워 조금씩 읽었음에도 한 권의 책을 다 읽는덴 몇 일이 걸리지 않았다.
104p/ 시간과 순간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 문제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이후
부터 우리는 그 무게만큼의, 때로는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도 감당해야만 한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사소한 것들도 후에 다가올 책임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조금만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누구나 그렇다 시간과 순간의 사이에서 끝없이 헤엄치며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버틴다.
163p/ 아빠의 책장
나는 아빠의 청춘을 훔치며 자랐다. 어쩌면 가장이란 지켜야 할 단 하나를 위해 너무도 많은 것들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자리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빠의 청춘과 맞바꾼 내가 적어도 딱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206p/ 담배 냄새
살면서 다시 또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요. 이제 나는 도려받지 못할 애정을 쏟는 일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내가 받을 상처를 먼저 계산하고,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적당히 싹을 자르는 방법도 알아버렸습니다. 그 과정이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픕니다. 그래요, 나는 지금 그 사람이 아닌 그 순간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너무 멀어져 버린 순수라는 단어를, 이제 더는 예쁜 모습으로 기억될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그 날의 담배 냄새를.
달이 차오르다, 기울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보름달처럼 차오르기를 애쓰다가 기울기도 하고, 기울었다 차오르기도 한다. 그 순간들을 통찰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게 또 인생이 아닐까? 살아가며 시간 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되 듯, 달의 조각들이 모여 한 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삶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울타리를 만든 이야기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지친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 시간, 나도 반짝였구나... 지금도 반짝이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응원을 받기도 했던 <달의 조각> 지친 일상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288p/ 침범
언제까지나 나의 세계가 지켜지기를 바라면서도, 언젠가 나의 세계를 아주 자연스럽게 침범할 누군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