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호빵맨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 전하는 정의와 용기의 말들
야나세 다카시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16p/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요컨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놀이'임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몹시 편안해졌다.

22p/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추억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인생을 살아간다.


이 책이 출간되기전, 블로그의 글을 통해 <호빵맨>의 작가가 할아버지 였다는 걸 알게됐다.  만화가 좋아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활동하면서디자이너, 무대미술, 작사,방송작가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호빵맨의 작가인 야나세 다카시의 에세이로 짧은 글들이 큰 여운을 남기는 글 모음집이라고 보면 될 듯히다.  조카들이 있어서 호빵맨이라는 캐릭터는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는, 하지만 캐릭터는 너무나 친숙한 이 캐릭터는 호빵맨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기네스북에도 등록되었다고 하니, 단순히 좋아서 오래했다고 보기엔 만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게 아닐까 싶다.



53p/

마흔두 살의 그날도 밤을 새우고 있었다.

따분하던 참에 어릴 적 하던 놀이를 떠올리며 손전등으로 손을 비춰봤다.  그러자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놀랄 정도로 새빨갛게 보였다.  그 색이 너무나도 예쁜지라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토록 절망에 떨고 있는데 몸속에는 붉은 피가 맥맥이 흐른다.  마음은 지쳤더라도 피는 힘차고 뜨거웠던 것이다.  내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듯,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태양을 향해 손바닥을 비춰보면'이라는 소절이 머릿속을 스쳣고, 하나의 가사로 완성 되었다.

57p/

복잡하게 보이거나 잘 모르는 일과 마주하면 호기심과 모험심이 샘솟는다.  자극받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탁을 받으면 "난 못 하겠다". 고 딱 잘라 거절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해보자.  내내 손에 익은 분야가 아닌, 미지의 세계와 마주하는 사이에 그것이 또 다른 화학변화를 불어일으키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를테면 인간관게의 범위가 확대되기도 한다.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법, 다양한 일을 해나가며 마주친 사람이 언젠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도 함께 붙잡고 와준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멋지진 않지만, '배고픔'을 겪어본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호빵맨은 비록 외모는 호빵처럼 둥글고 빵을 굽느라 볼품 없지만,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날아다니는 호빵맨은 어쩌면 악당들과 싸우는 영웅들보다 아이들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캐릭터여서 장수하지 않았을까?  호빵맨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그의 아이들이 호빵맨을 보며 자라는 세대가 되는것을 지켜봐온 작가는 아마도 긴 생애를 살아오며 만화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도록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책에...)



87p/ 

하는 일마다 꼬이고 제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우리는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발에 힘을 주고 조금만 더 견디길. 여태껏 좋지 않았더라도 어느 날 상황은 바뀐다.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갑자기 좋아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티면, 그 희망이 힘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언제나 앞을 바라보고, 넘어질 때도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이상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싶다.

197p/ 

인생을 돌이켜보면 괴로웠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고난을 뛰어넘은 곳에 인생의 묘미가 기다리고 있는 법. 

꽃길만 걷는 인생은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있다 해도 그래서는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따위 들지 않으리라.


미숙아로 태어났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으며, 어머니도 재혼하고 형제였던 동생도 전쟁에서 전사했다.  그야말로 평탄하지 못했던 인생이었고, 아내마저도 병으로 자신보다 일찍 떠나보내야 했는데... 이렇게만 보면 그의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긍정의 기운이 전해진달까?  읽으면서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도 이렇게 잘 살았으니, 그대도 잘 살 수 있을거라고...  향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그야말로 인생을 즐겁게 살다간 야나세 다카시.  이 책을 읽고 <호빵맨>이 궁금해졌으니, 애니메이션으로 몇 편 찾아볼까 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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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4p/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미안하지만 새로운 인생 같은 건 여기에도 없으니 아마 저기에도 없을 것이다.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예전과는 다르다.


<온전히 나답게>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한수희작가,  비슷한 나이대에 작가이면서 동네에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더 공감이 가고 끌렸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무조건 출간되자마자 읽어야겠는 생각에 바로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읽어지지 않았던 건, 책의 내용보단 글씨가 너무나 작아서 이동하며 읽기에 불편했다는 걸 핑계로.....어쩌면 그래서 더 집중하며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 



60p/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는 잠시 숨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우정은 족쇄가 된다.

78p/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사랑을 하지 않았더라면 또 얼마나 좋았을까?
때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나 무섭고 위험한 롤러코스터에 올라탔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세상 모든 것들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사랑에는 목적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간은 이렇게 애써 바보 같은 짓을 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바로 그것이 우리가 연애를 해야 할 이유라는 것을.


<온전히 나답게>가 오롯한 저자 자신의 이야기였다면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는 좀 더 넓게 확대된 이야기랄까?  책과 영화에서 읽은 이야기를 현실의 삶과 시대를 아울러 이야기하는 글은 많은 글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좁은 시야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담담할 것/ 씩씩할 것/ 우아할 것 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래서 뒤로 가서 다시 읽고 또 읽어보게 되는걸지도 모르겠다.  읽으며 마음에 맺히는 글도 있었고 소개하는 책속의 문장이나 영화들은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게 만들게 했고 책을 읽으며 짬짬히 메모하기도 했지만 맨 뒷장에 친절하게도 모아서 정리해주었으니 편하게 읽어가도 좋을 글들.



120p/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확실해지는 건 없다.  계속되는 불안함과 막막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이걸 못하고 저걸 잘해. 나는 이걸 좋아하고
저걸 좋아해.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을 하느라 급급한 대신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145p/
일의 바깥에도 삶이 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다. 일이 우리를 의심이 없는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또는 자신이 만든 고치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때가 비로소 잠시 멈춰 서서 의심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의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출 퇴근길 읽던 은유 작가의 글을 읽으며 글쓰기를 위해선 책을 가려 읽어야하는구나 라는 죄책감(?)을 가지고 읽어갔는데 다시 돌아와 한수희 작가의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를 읽으면서는 선을 긋고 잣대를 대어 살아가지 않아도 살아가는대로 살아지는 것도 인생이라고 다독임을 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동네 작은 카페(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함) 에서 책을 좀 많이 읽은, 그리고 인생을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살아온 여자이자, 작가이며, 아이들의 엄마인 그녀의 이야기는 마흔 가까운 삶을 살아오며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겠구나.  나에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기도 했다.



150p/

소비는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쿨한 사람, 의식 있는 사람, 트렌디한 사람, 잘나가는 사람, 괜찮은 사람, 자신

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돈을 써야 했다.  돈을 쓰지 못하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

174~177p/

가장 큰 문제는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전혀 반갑지가 않다는 거였다.  마치 내 집에 들어온 낯선 침입자를 보는 것처럼 당황하고 놀라는 일의 연속이었다. (정말로 놀라서 꿱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그러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면 '이러다 망하지'라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정말 장사 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니었다.....<중략>.... 장사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나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시간에 문을 닫는 그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오늘은 손님이 없지만 내일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카페의 주인으로서 환대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말 그대로 뼈저리게 배웠다.  무엇보다 그저 버티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의 기본이라는 것을 배웠다.


위의 글을 읽으며 어찌나 공감을 했던지, 매일 같이 출근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동생이랑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언니 이거 우리 이야기 같은데?' 하며 놀랍다고, 언니도 책을 그만큼 읽었으면 글을 써보아도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하며 몇 번을 읽었는지.... 아마도 자영업을 하는, 또는 내 가게를 꿈꾸다 시작했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생각이 아닐까?



199p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대다수가 옳다고 믿는 것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실이 가끔 두려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나라의 낯선 거리에 떨어진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소심한 내게는 삶을 위한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줄 가이드북이.  이 두 권의 책은 내게 그런 가이드북이 되어 준다.  그리하여 나는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남들이 사는 모습과 조금 다른 것일지라도, 아주 작은 것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움지이기 시작한다면 어느덧 내가 원하던 삶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고.


쉼 없이 매일같이 출근해 하루를 함께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매장에서의 하루 하루들이 어느덧 4년째를 맞이했고, 조금씩 그 마무리를 준비하는 중이다.  어쩌면 마음먹은대로 살아지지 않는게 인생이고 수많은 선택지들 속에서 '그랬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지만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늘 같은 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원을 맴돌고 있었던게 아니라 조금 멀리 돌아가는 나선을 돌고 있는게 아니었을까...라는 저자의 시작글처럼 더 나아지지 않는 오늘이라도 시행착오들 속에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며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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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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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p/

예전에는 변한다는 사실이 왠지 불안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조금은 재밌게 느껴졌다.  이사를 가기 전에는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막상 가면 의외로 즐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물며 변화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내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새로운 내가 오랜 '나'보다 '못하는 것'이 늘었다고 해도 역시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면 즐겁기 마련이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게 세월, 이 아닐까 싶다.  비껴갈수도 없고, 하루, 한 주 , 한 달, 일년.. 그렇게 나이를 먹어오다 보니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기게 됐다. 그래서인지 유독 중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에 눈길이 갔고 <무심하게 산다>도 그 중 한 권이었다.  '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다.' 라는 글귀처럼 흐르는 세월을 붙잡고 싶은 이도 있을테고, 지금의 시간들이 빨리 흘러갔으면 싶은 이들도 있을것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은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아닐까 싶은데, 나도 그 시절엔 빨리 성인이 되서 제약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름 알차고 바쁘게 살아왔던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는 혼란의 시기였고, 그 시기를 제대로 인지했을 무렵 사 십대를 맞이했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선택을 다시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오늘의 내가 달라졌을까? 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잠시 있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내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57p/

만약 바로 앞에 왔던 전철을 탔더라면 지각을 안 했을 텐데, 처럼 가벼운 '만약'이 있는가 하면 만약 그때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인생 자체가 달라졌겠지, 하는 무거운 '만약'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내렸을 경우, 다른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만약'의 발생 지점으로 되돌아가더라도 '만약'이 아닌 쪽을 몇 번이고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만약'의 앞날을 알 수 없다.  '지금보다 좀 더 살기 수월할까? 살기 버거울까?' 하는 식으로 가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8~69p/

사람은 나이가 든다 해서 반드시 더 나아지지만은 않는다.  매사에 동요하지 않게 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지혜로워진다고도 똑똑해진다고도 할 수 없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갈수록 더 급해지고, 불같은 사람은 갈수록 더 불같아지는 등 대부분 내면의 그릇이 작아진다.  너그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 사실을 인정해서라기보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서, 즉 무관심해서다.  <중략>  아마도 40대인 나보다 30대가 자제하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  20대는 어쩌면 그러한 결점들에 아직 눈을 뜨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삶은 분명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일이지만 경험을 통해 현명해진다기보다 경험함으로써 '자제하지 않아도 무탈하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쿠다 미쓰요의 솔직한 중년, 사 십대의 삶은 일, 건강, 갱년기, 노화, 숙취해소(?) 능력, 골절, 접골원 등등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마도 건강에 자신했던 삼 십대와 달리 하루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사 십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이젠 다이어트보단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저자의 운동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은 흥미롭기도 했다.  궁금한 것은 직접 체험해봐야 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졌달까?  앞으로 살아갈 날 들중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일 것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나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도 있을 것이고, 살아갈 시간들 속에서 더 변화하며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세월과 맞서지 않고 사이좋게 살아가는게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그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고, 나이와 결부시켜서 생각할 수밖에 없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내 나이가 쌓이는 방식과 '나의 그릇'을 사용한 세월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최근들어 몸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낡지 않았는데 몸은 내 생각과 다르게 세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대 무렵에는 내가 쉰이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머지 않아 쉰을 맞이할 나는 어엿한 60대와 70대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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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둑 (별책: 글도둑의 노트 포함)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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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p/
수영하는 방법으로 책을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책은 이론을 알려줄 뿐이고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서 다리를 차고 손을 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으로만 배우기는 어렵기 때문에 따라 쓰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58p/

따라 쓰는 문장들은 느낌이 있는 것들이 좋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만 따라 쓴다고 해서 느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 쓰는 것이 어휘력을 늘려줄 수는 있겠지만 깊이 있는 문장력을 길러주기는 어렵습니다.   문장력을 기르려면 따라 쓰는 문장들이 인간의 본성을 통찰했다거나 가슴을 뒤흔드는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에세이를 주로 읽다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 쓰는 사람들이 부러울 수밖에, 글을 쓴다는 자체가 쉽진 않은 일이지만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을 담다보니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기 시작한지도 꽤 됐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기만하다.  써놓고 나면 맘에들지 않고 뒤돌아서면 고쳐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단 한 번 써놓은 글은 잘 수정하지 않게 되니... 그냥 그렇게 글을 쓰고 있었다.  글쓰기가 늘기 위해서 문장을 옮겨적는 '필사'가 도움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서 지난해부터 짬짬이 필사를 하고 있는데 어휘나 문장이 늘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던 차였다. 

저자인 안상헌은 책을 많이 읽기로도 유명하지만 책속의 글을 통해서 글을 소개하기도 하고 자신이 읽은 문장들을 참 쉽게 전달해주고 있어서 책이 읽어지지 않을때면 그의 책을 종종 꺼내보곤 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글도둑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에선 어떤 글쓰기에 대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을까?


1부 작가들은 어떤 문장을 훔칠까

2부 훔친 문장 응용하기

3부 생각을 더해 내 것으로 만들기

4부 글도둑에서 작가로


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은 글의 사이사이 여백이 있다.  이 여백은 뭘까? 하고 보니 저자가 소개하는 문장들을 따라서 써보는 공간으로 그 공간도 적지 않고 꽤 넓은 편이다.  하지만 책에 끄적이는건 살짝 망설여져서 책과 함께온 글도둑의 노트에 써보기로 했다.  "천천히, 예쁘게, 크게"  글씨에 너무 집착해도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놓칠수 있으니 너무 빠르지 않게 적당한 속도로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문장은 천천히 쓰면서 문장 전체의 뜻을 생각할 여유를 가지고 적당한 속도로 천천히 또박또박 적어볼 것.  세 번을 따라 쓰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건 같은 문장이라도 여러번 쓰다보면 그때마다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되서라고 한다.   따라 쓰기의 목적은 세가지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 책을 읽다보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 때문에 문장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다.   책을 읽은 후에 다시 돌아와 중요한 문장에 줄을 치거나 따로 적어두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문장들을 곱씹으며 생각하는 동안 깊이 있는 문장을 배우게 되면서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글을 옮겨 적는 동안 문장의 구조에 익숙해 지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다.  셋째, 문장을 옮겨적으며 새로운 어휘들을 습득하므로써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 게 된다고 한다.  좋은 문장들을 옮겨 적는 것 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94p/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심이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내 생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책을 읽게 되고 믿는 것에 대한 확신을 키워갑니다.  이런 독서에서 나를 새롭게 만드는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카프카는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자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 부수는 과정임을 알려줍니다.  

 138p/

그럼 독서를 하면서 어휘력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장 자체를 통째로 외우는 것입니다.  혹은 자주 읽어서 외울 정도로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익숙해지면 어휘는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됩니다.  


글도둑 이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문장들 책과 영화를 넘나들며 소개하고 있다.  읽어본 책들보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들이 더 많은지라 읽어볼 책들을 갈무리하는 재미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고, 읽었음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천천히 옮겨 적어보며 다시 한 번 읽는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187p/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구조가 '문장+설명+주장(생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97p/

시가 생각을 넓혀주는 것은 내가 알던 단어의 의미를 확장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단어의 뜻을 깨부수기도 하고 확대시키기도 하며 긍정적으로 변모시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던 것이 새로운 의미를 얻고, 덕분에 삶은 넉넉해집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수영을 글로 배울수 없다고.   책을 읽는것 만으로도 글을 잘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던 내겐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없지 않았나 싶다.  근 20년 가까이 수영장 근처에는 가지도 않으면서 올해는 수영을 배워야지! 도 아니고 수영을 잘하고 싶다 고 매년 생각하고 계획만 세우고 있으니, 책을 읽는것 만으로 이정도 읽었으니 나도 모르게 글이 좀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 인 것을...  책을 읽으며 문장을 옮겨적고, 필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확장하고 문장을 바꿔보고 그 문장에 이어 내 생각을 적어보는 것.  그리고 어렵다 생각했던 시에 대해서도 짧게 다루고 있는데 이렇게 읽다보니 글쓰기도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도 글을 잘 써보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 한번쯤 읽고 써보길 권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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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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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눈 앞에 두고, 빨리 펼쳐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마음이 반 이었다.  왜 그랬을까?  '사랑'에 관한 글이 언젠가부터 와닿지도 않고, 조금 불편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다.  사랑의 의미가 포괄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설이나 에세이들에선 연인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꽉찬 서른을 넘기고 마흔으로 접어들면서 '사랑'이란 감정이 이젠 어색하다고 해야하나?  나랑은 무관한 단어가 된 것 같아 점점 무덤덤해지는 기분이랄까?  나이를 의식하며 살지 말자고 다짐해도 제일 먼저 인식하게 되는게 '사랑'인 듯하다.  내겐 체력보다 먼저 인지된 부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56p
세월이 가면서 잃어버리는 것도 많지만, 얻고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좋았던 것이 싫어지고, 싫었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기도 한다.  그전과는 약간 다른 세계에 서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우연히 스친 한 여자를 잊지 못해 밤새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랑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누가 뭐라 하건 사랑은 그냥 사랑인 것 같다.  미지근한 것도 사랑이고, 차가운 것도 사랑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  생각해본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사랑'에 대해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여행길에서 조차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의미를 찾으려 한다.  사랑이란 정말 살아가는데 있어 꼭!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릴땐 어른들의 사랑은 그냥 살아가며 쌓아가는 시간대비 우정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이십대때 바라봤던 어른(중년)의 삶을 살며 겪어보니, 이십대 못지 않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중년이란 나이는 긴 인생에 있어 좀 어중간한 느낌이랄까? 곱게 나이들어가고 싶다 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잘 살아내야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하루 하루가 좀 버거운 요즘이라서 일까?  (삼천포로 빠졌...) 최갑수 작가의 에세이는 읽다보면 지금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분명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건 의문을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책도 그가 읽어주고 싶은 문장들과 사진들, 그리고 글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27p/
하지만 나는 비행기로 열 시간이 넘는 먼 타국의 딱딱한 침대 위에서 이 소설을 오직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읽고 싶었다.  혁명은 멀고 생활은 가까우니까.  혁명보다는 사랑이 쉬우니까.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노라면, 인생이란 게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기하며 살기엔 한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게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책을 읽으며, 그가 담은 책 속의 구절들은 그의 글을 읽는데 조금더 빠져들게 했다.   이 책이 출간되고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이벤트나 글들을 종종 봐왔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랑 깜깜한 겨울 밤하늘의 별과 달을 함께 보는 것.  고요해서 서로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지 모르는 어둠속에서 작게 반짝이는 작은 별, 또는 쏟아질 듯 많은 별, 계절별로 밤하늘이 보여주는 별들이 다르듯, 함께 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는 그런 사랑..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대들이 생각하는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한 시인은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고 썼다.  그러니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봄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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