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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 여자의 서른 그 후, 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7년 4월
평점 :

004/
중년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 노는 방법을 찾아놓아야 한다.
노후 준비라고 하면 경제적인 걸 제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더 중요한 건 혼자 잘 노는 기술 개발이 아닐까 싶다. 혼자 잘 놀지 못하면 가족이나 사람들에게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실망이 커져서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도 능력이다. 수명은 더 길어지고,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나이의 턱을 하나씩 넘어설 때마다, 나는 그대로 인가? 나의 외면만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이 넘어서 부턴, 여동생들과 종종 '우리 엄만 우리 넷을 어떻게 키우셨을까?'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엄마의 나이가 내 나이 즈음이었을때, 이미 네 아이의 엄마였고 둘째 동생과 난 사춘기가 한창이었을 시기였으니 우리 엄마의 과도기는 누가 함께해 줬을까?
동생들은 시집가서 일찍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이모라는 이름으로 옆에서 본인들이 바로 보지 못하는 걸 함께 이야기 하곤 한다. 아무래도 한 발 물러선 제 3자의 시선이었으니 입 만 살아서 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집안 여자들과 삼,사십대의 과도기를 넘어가고 있는 지인들과 함께 읽고 싶어졌다. (사실, 미스들이 공감할 내용은 많진 않지만, 아가씨와 아줌마사이,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생각할 거리가 꽤 많아지는 글이다.)
010/
나이 먹을수록 말에 '온기'를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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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담긴 말은 가슴속에 깊이 스며들어 식지 않고 오래오래 간다. 오늘도 나는 온기를 지닌 말들을 가슴에 품고 뜨겁게 살아간다. 말이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려고 할 때, 중국의 풍도라는 재상이 쓴 '설시'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 하리라.'
016/
결핍은 때로 힘이 된다. 결핍이 없으면 절실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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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채워나갈 힘도 함께 있다는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가 좋은 와인 재료가 되고, 비바람 부는 날을 골라 지은 둥지가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다. 결핍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채워 가야 할 빈 공간이다. 결핍이 없으면 절실함도 없다.
021/
아프고 나서야 '아프지 않고' 먹고, 자고, 일하는 삶을 원했다.
지극히 당연해 보였던 그 삶이 그때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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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 지금부터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금 먹는 음식이 내 몸을 만들고, 지금 하는 운동이 미래의 내 건강을 좌우한다. 이제는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해졌다.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남은 몇십 년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한다. 얼마나 끔찍한가.
035/
딱 좋은 나이란 없다.
사람마다 다른 속도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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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에 따라 같이 변화하면서 나의 쓸모를 발견해내는 일. 그것이 제대로 나이 먹어가는 방법일 것이다.
결혼을 하면서 여자, 아내, 엄마, 며느리 등의 역할이 생기는 여자들, 요즘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열심히 사는 여자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모두 잘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우린 수퍼우먼이 아니기에 부탁하고, 조율하고, 조금은 내려놓으며 잠시 쉬어가기도 해야하지 않을까? 마흔의 문턱을 넘고 마흔 하나가 되면서, 부쩍 몸 여기저기서 덜그럭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오는 중이다. 영양제 하나 챙겨먹지 않고, 1년 360일 정도는 매일 같이 매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며, 식사는 들쑥날쑥 먹고 싶을때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 생활을 4년째 해오고 있다. 결혼은 하지 않았으니 아줌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가씨로 보기에도 애매한 나이다. 조금 더 불규칙해진 생리주기에 덜컥 갱년기가 오는건 아닌지 마음 졸이기도 하며, 이젠 조금씩 탄력을 잃어가는 살들을 보며 아주 잠시 슬프기도 하지만 운동보단 먹는걸 조금 조절해볼까 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037/
여행은 기회 있을 때 빚을 내서라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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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를 때 떠나야 한다.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떠나봐야 내 자리가 보인다. 나무만 보면 숲이 안 보이는 것처럼, 현실속에 묻혀 있다 보면 눈앞의 것만 보이고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떠나보면 내 자리라는 것이 순간순간을 살아내며 얻어낸 소중한 결과임을, 내가 원하던 것이 다른 곳에 있는게 아니라 내 자리에 이미 존재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045/
'그냥'이란 말이 좋아진다.
삶은 의미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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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의미를 붙이다 보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진다. 살아보니 삶은 의미로 사는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었다. 세상일은 '어쩌다', '우연히', '얼떨결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들이 참 많다. 별일 없는,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들이 구슬처럼 꿰어져 삶을 완성한다.
066/
우리는 누구도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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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든 보고 배워야 한다. 그래야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고 갈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덩치만 큰 어린 아이로 살 수밖에 없다. 호기심이나 아이 같은 순수함은 지켜가야겠지만 경제적 독립이나 정신적 독립이 우선돼야 진짜 어른으로 살 수 있다.
길고 긴 어른으로서의 시간.
만약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지금 깨닫고 있다면 이미 어른이 된 거다. 그러면 됐다.
시간에 쫒겨 살았는지, 시간을 쫒으며 살았는지 이만큼 나이를 먹고나니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에 조금은 귀를 기울이고 나를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하단 생각을 해보게 된다. 출근길 버스에서,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는걸 보던 여동생이 관심을 보이길래, 너도, 막내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권했던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여자 인생의 과도기를 먼저 살아간 선배의 글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듯 하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