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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평점 :

삶이 흔들리는 순간 나를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삼십 대 초반, 여기저기서 터지는 너무나 많은 일 때문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세상과 단절한 채 은둔생활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가족들과의 대면조차 힘겨워했고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지치는 상황이었던지라, 말 그대로 입도 꾹 닫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가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책을 골라읽으며 그 당시 친해졌던 지인들과 책을 통해 나의 마음도 조금은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을 통과했던 시간... 아마 그때 책이 아니었더라면 다른 탈출구를 찾았을까? 그러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한다.
이제 40대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든다. '그때는 겁났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참으로 많아졌다. 20대에는 견딜 수 없었던 아픔을, 이제는 견딜 줄 아는 노하우가 생겼다. 20대에는 순수하지만 편협했던 내가, 30대에는 무척 산만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여유로워졌다. 30대를 거치면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것들, 20대에는 불가능했지만 30대에는 가능해진 수많은 것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프롤로그
간간이 읽어왔던 정여울 작가의 글, 흔들리는 삶의 순간마다 나를 지켜낸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은 현대인들의 행복한 척, 어른인 척, 괜찮은 척하느라 불안하고 힘겨운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녀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글을 이렇게나 다수의 상대에게 공감되게 읽힐 수 있다는 건 그녀도 그만큼 힘겨운 시간을 지나왔고 많은 생각을 하며 글을 읽고 써 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22~23p/ 나이, 세상이 나에게 부여한 숫자
나이가 들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내 삶'과 '내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사이의 거리 조절인 것 같다.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내 삶이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내 일이 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따뜻하고 자비로운 사람일까. 이렇게 질문하는 나, 성찰하는 나, 가끔은 스스로를 마음의 죽비로 칠 수도 있는 나의 냉철함과 성숙함이 스스로를 자아도취나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고의 멘토다.
...<중략>.....
심리학자 카렌 호나이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환자가 치료자를 찾는 이유는 신경증을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정말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 더 나아가 매순간 새로 태어나기 위해, 매일매일 더 나은 자신과 만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바로 그 소중한 하루 하루가 모여 '나다움'을 , '내 나이'를 만들어갈 것이다.
포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
55p/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따르는 모든 기회비용과 상실감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때, 더 커다란 자유가 찾아온다.
61p/
상황이 바뀌어야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니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바뀌어야 진정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
66p/
'자유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
그것이 우리의 남은 삶을 결정할 것이다.
힘겨웠던 시기일수록 지나고 나면 그땐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하며 생각하게 되는 게 '시간'이라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그 시간들을 조금 더 현명하게 지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조카들을 보며 내가 책을 읽으며 조금씩 쌓아가는 경험과 시간들이 그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조금이나마 친구 같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게, 가까이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평온한 삶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유한한 삶이라 더 애착이 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흔들리는 만큼 더 성장하고, 힘겨운 시간이 나에게만 닥치는 것 같지만 그 또한 지나가고 나면 웃으며 되짚어볼 수 있는 추억이 된다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다. 열흘 가까이 출퇴근길과 잠들기 전 조금씩 읽었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글과는 달리 조금은 부드러운 힘이 느껴져서 좋았고, 흔들리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한 권의 책이었다.
276p/ 순간, '오늘'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당신이 '오늘'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할 수만 있다면,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서 소중한 게 아니라 그것이 '오늘'이라는 이유만으로 눈부시고 빛나는 하루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지나치는 모든 사소한 아름다움들이 빛나는 축복의 시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357~359p/ 에필로그
가장 힘겨운 시기에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성숙해진다. 과도기의 특징은 '죽을 것 같이 힘들다는 느낌', '이러다 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은 위기감'이다. 그런데 바로 그 과도기의 처절한 고통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자아가 탄생할 가능성이 열린다.....<중략>.....마흔의 문턱에서 나는 서른을 두려워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속삭이고 싶다.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그 자체로 더없이 소중하다고, 그 감정을 한순간도 외면하지 말라고. 무언가를 절절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우리의 사랑과 희망과 용기가 시작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