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
이영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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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실할아버지와분실물보관소 #도서협찬

#이영림 그림책

분실물 보관소는 마을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모아 둔 곳입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어느 아침,

뭉실 할아버지가 서둘러 동쪽 분실물 보관소로 향한다.

"흠, 바람이 올 때가 됐는데...."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모두 모여있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특별히 부탁한 물건을 받아 길을 나선 할아버지. 물건을 전달하러 가는 길, 우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다시 길을 출발, 중간에 거대한 발을 만나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기도 했지만 멍뭉이와 할아버지의 활약으로 무사히 탈출! 거센 바람을 만난 할아버지는 바람을 타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탱해 주는 존재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모험처럼 표현한 그림은 우리 집 거실 소파 뒤, 아니면 그 사이 작은 공간에서도 무언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될지도.... 아이들이 페이지를 넘기며 신나서 이야기를 만들게 되는 그림책, 즐거운 상상이 아주 작은 것들의 다정한 세계로 안내하는 그림책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문학동네 #뭉끄4기 #그림책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그림책 #뭉끄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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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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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도서협찬

#허주은 #가제본

"나리."

내가 조용히 말했다.

"언젠가는 죽음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나요?"

심 부장이 적갈색 눈으로 나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너무도 많은 처형 장면을 목격한 탓에 울면 눈물 대신 피가 흐를 듯한 눈이었다.

"아니, 설아."

심부장이 어린 동생을 대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은 사람이 보기 편해지는 날은 오지 않아." _230p.

_

"사람은 죽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거야." _135~136p.

깊은 고요에 잠긴 도성, 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목을 찔리고 코가 사라진 얼굴은 오판서댁 여식으로 열아홉밖에 되지 않았다. 누가, 왜? 그녀를 죽인 걸까? 한 종사관의 지휘로 사건을 조사하던 중 다모 설이 한 종사관의 목숨을 구하면서 원하는 소원 한 가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고 약조의 의미로 노리개를 받게 된다. 관청에 매인 다모, 왼쪽 뺨에 찍힌 노비의 표식. 하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오래전 헤어진 오라버니를 찾는 일도 멈추지 않는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5년이라는 시간을 다모라는 일을 하며 버텨낼 수 있을까?

천주교 박해, 왕이 승하 하고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의 어수선함, 연쇄살인 등 도성은 연일 사건이 끊이지 않고 한 소녀의 죽음이 어쩌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계속 생겨나게 된다. 아름다운 문체와 빠른 전개 생생한 인물들의 활약은 외줄타기를 하는듯한 긴장감으로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가 없다. 호기심이 강하고 마음 따뜻한 다모 설의 활약, 어쩌면 이 사람이 오라버니??라는 궁금증을 잔뜩 남긴 채 가제본 읽기를 멈추게 되었다. 19세기 조선, 연쇄 살인사건의 비밀을 쫓는 다모 설의 용감한 발걸음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

포도청에 들어온 날부터 내 삶은 기이하게 변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이르게 될지 보이지 않았고, 나는 틈만 나면 한양을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하루하루가 해결되지 않은 사건같이 저물었다. 비록 내 삶의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혜연이 시신의 이상한 점들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속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듯했다. _46p.

"수사에 관여하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중시할 책임이 있지. 무슨 결정을 하든 훗날 돌아보면 다시는 되찾지 못할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야. 그러니 다모 설아, 신중하게 임해야 해. 더없이 신중하게."

내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새장에서 풀려나 끝없는 하늘의 세상으로 던져져 자유 낙하하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_105p.

"어둠이 다가올 거야. 하지만 두렵다고 선행을 포기하지는 말아, 설아. 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의미 있게 죽기는 어려운 법이지." _107p.

잠시 마음이 흔들리던 나를 붙잡아준 것은 내 기억 속 한 종사관의 말이었다.

진실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 범죄를 수사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_244p.

#창비교육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K_미스터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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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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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도서협찬

#최정원

"남들 일은 참 쉬워요. 멀리서 보면 너무 간단하죠? 가까이서 보면 아니거든요. 다들, 가끔은 바람 없는 날에도 움직여요.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어떨 땐 목소리처럼도 들려요. 우리 누나는 노래도 부른다고.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_233p.

_

어느 누구도 상실에는 익숙해질 수 없다. 여운이 열두 살에 한 번에 잃은 것들을 이 아이는 구 년 동안 잃고, 다시 모은 것들을 잃고, 또 잃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여운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이 아이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이 아이의 그림자를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까? _98p.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서울의 수백만 명의 사람이 나무로 변한 세상,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서울에 설치된 광역 방역 기기 '우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쇄된 숲, 서울에 인공지능로봇 R과 함께 서울에 들어가게 된다. 방독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레 넘은 방벽, 그 너머엔 나무가 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무가 된 사람들과 나무가 되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마스크 없이도 숨을 쉴 수 있는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어 나무가 되지 않은 열여덟 살 정인은 학교에서 나무가 되어버린 누나와 친구들의 나무를 보살피고, 나무화 되어가는 삼촌과 할머니를 보살피며 봉쇄된 서울에서 살아남았다.

여운이 마주친 움직이는 괴생명체는 인간일까? 나무일까?

비극적인 참사로 가족을 잃고 힘든 시간을 견뎌온 여운과 정인, 높은 방벽을 쌓아 참사의 현장을 시야에서 가려버리고 잠시 추모하고 잊은 사람들.. 하지만 더 큰 팬데믹 상황이 닥쳐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살아남은 이들에게 진정한 기억과 애도란 무엇일까? 여운, R, 정인... 열린 결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의 결말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좋고, 좋고 또 좋았던 소설.

'그날'의 폭심지는 학교에서 겨우 20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대피할 사이도 없이 학교는 그 폭풍에 휘말렸다. 감염의 첫 번째 증상은 인지 능력과 판단력의 급속한 저하였다. 본능만 남은 채 변이되기 시작한 학생들은 움직이지 않으려는 몸을 이끌고 운동장까지 내려왔다. 집으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마음만이 끝까지 남았다. _79p.

이별은 각오한다고 무뎌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이런 식의 이별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들이 구 년간 맞서 싸운 상대는 갇힌 방 안에 한 뼘씩 차오르는 물처럼 막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그들을 둘러싼 삶 자체였다. _136p.

'그날', 방벽 문이 닫히던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제각각의 방향으로 결정지어졌다. 두고 간 강여운의 삶이 조금 전에 들은 그런 것이라면, 남겨진 손정인의 삶은 어떤 것일지. 그 마음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R은 궁금해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_153p.

사자 앞에서 모래톱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두려운 대상을 숨기고 피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을 지켜 왔다. _184p.

인간은 고통스러운 걸 두고 보지 못한다. 불편한 것은 기어코 치워 버리고야 만다. 그래야 깨끗이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잊어선 안 되는 것마저도._209p.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가느다란 허밍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결에 잘못 들은 것일까 착각할 만큼 작고 희미한 노랫소리.

여운은 눈을 번쩍 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던 낮은 허밍에, 한 음 높은 다른 허밍이 겹쳐진다. 하나 더.

그리고 또 더.

여운과 정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로 들려오고 있었다. 가락도 리듬도 각자 다른 가닥가닥의 소리들이 층층이 쌓이며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화음의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득한, 어딘가 그리운, 가슴이 저리게 슬픈 울림. 노래는 마치 안개처럼 빌딩 전체를, 아니 서울 전체를 희뿌옇게 감싸며 피어올랐다. _317p.

원했던 모든 게 이루어졌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건 이 이야기의 시작에서나 충분했던 결과이지 이 긴 결말에 어울리는 꿈은 아니었다. 그 모든 시간 끝에 남은 게 홀로 남은 자신의 이 마음뿐이라면 그건 너무, 너무 슬픈 일이다. 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닌데.

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_339p.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소설추천 #소설Y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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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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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마치 #도서협찬

#정한아

"내 말 못 믿는 거 같은데, 난 미치지 않았어요. 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병원비로만 수천만원을 쓰고 있다고요. 오늘은 내 생일이에요. 아침부터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요. 몸무게는 하루 사이 4킬로그램이 늘었고, 텅 빈 가방을 들고 외출한데다, 그 대가로 만 원짜리 지폐에다 사인을 해야 했죠. 그러고 집에 돌아와보니 아파트에 내 도플갱어가 있는 거예요. 이해가 돼요?"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아요." (중략)

"이곳엔 수많은 당신이 있지만, 전부 당신이라는 존재의 허상일 뿐이에요. 거울에 비친 상과 같죠. 그러니까 도플갱어 어쩌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유일하고 고유해요." _86p.

_

"내가 시간을 도둑맞은 건지, 도로 찾은 건지 모르겠어." _232p.

3월 생이라, March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60번째 생일을 맞이한 이마치의 생일날 아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공한 노년의 배우 '이마치' 그러나 삶의 무수한 파도를 넘어 그녀에게 남은 건 넓고 텅 빈 집과 알츠하이머라는 병이었다.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 가상현실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하는 그녀는 아파트 건물을 오르며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가상의 공간을 안내하던 아파트 관리인 '노아' 와 함께 아파트를 돌아보며 층수에 해당하는 나이의 이마치가 거주한다는 걸 알게 된다. 아들을 잃고 아파하던 이마치,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이마치, 데뷔해 천부적인 연기 능력을 인정받던 이마치, 모친에게 학대당하던 이마치, 그리고 갓 태어난 이마치...를 현재의 이마치는 과거의 이마치들을 만나며 당시에 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전하고 행동하며 만족스러워하게 된다. 복원된 과거 속에서 이마치는 원하는 걸 찾았을까?

영화보다 강렬한 삶을 살았던 그녀가 끝내 놓지 못했던 잃어버린 아들, 그보다 더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언니의 죽음과 엄마의 학대. 살아남기 위해 연기를 했고 연기자 생활을 통해 유명세와 재력을 쥐었지만 생의 끝자락에 남은 건 무엇이었을까? 그녀만을 위한 특별한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긴 시간을 살아낸 자신과의 오롯한 마주 보기가 아니었을까? 그런 그녀의 곁을 조용히 지키는 사람,(평생에 이런 한 사람만 있어도 좋겠다.) 생각지 못한 결말까지... 삶이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매 순간을 채우는 행위와 감정을 고통 그 자체로만 느낄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친절한 이방인』이후 8년 만의 신작 『3월의 마치』, 역시 정한아, 파도같이 몰려왔다 썰물처럼 쓸려나가는 몰아치는 감정을 경험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

여자가 떠난 뒤에도 이마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겨우 여자가 사라진 철문 쪽을 바라보았다. 이마치는 그 여자를 알았다. 샤넬의 잠자리 선글라스를 낀 여자, 그 여자는 바로 이마치였다. 마흔세 살의 이마치. _76p.

"이건 꿈이 아니에요. 과거죠."

노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과거요." _99p.

"죽음이 어떤 건지 알아?"

이마치는 영원히 젊은 그 청년을 놀리듯 물었다.

"알죠. 그건 고장난 엘리베이터 같은 거예요. 깊은 어둠 속을 한없이 하강하다가 마침내 쾅, 부서져버리는 거요." _127p.

"그러니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나요? 우리가 같은 사람이 맞아요?"

40층 여자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이마치가 그 말에 대답하기 전에 방에 있던 일곱 살 이마치가 밖으로 나왔다. (중략)

이마치는 다른 여자들도 그애를 보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다만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매끈하던 선이 뭉개지고 지워지는 과정, 조밀하던 이목구비가 흐물거리고 늘어지는 과정, 환했던 빛이 점차 희미해지는 과정. _213p.

자식을 잃은 여자들은 유령을 긴 양말처럼 질질 끌고 다닌다. 신지도 못하고, 벗지도 못하고, 그것이 점점 커져 자신을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 (중략) 그녀가 기억을 잃고, 말하는 법과 옷 입는 법, 심지어 인간임을 잊는다고 해도 그녀를 떠나지 않을 영혼, 그 영혼에 대한 앎이다. 그러한 앎은 사라지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른바 축복이자 세례이며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다. _277p.

#문학동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소설추천 #안나 #소설추천 #추천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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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아포리아 5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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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잃어버린사회 #도서협찬

#버트런드러셀

혼란스럽고 난해한 우리 세계가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유주의 신념을 지지하는 나라에서 이러한 신념이 진심으로 깊숙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좌파건 우파건 그 어느 쪽에서도 교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자유, 학문의 자유, 상호 관용의 가치를 굳게 믿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정치적으로는 분열되었지만 기술적으로는 통합된 이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_56p.

_

철학은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중요한 실천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또한 더 넓고 객관적으로 삶의 목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 지금을 사는 사람들과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인류 전체의 역사와 우주의 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배울 수 있다. 철학은 사고 대상을 확장함으로써 현재 느끼는 불안과 고통을 해독해 주고,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예민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최대한 평온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_74~75p.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러셀, 분석철학의 기초를 세운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1950년)을 받은 문필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수학, 철학, 과학, 역사, 교육, 정치, 종교,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70여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대표 저서로 <서양철학사> <행복의 정복> <게으름에 대한 찬양> <철학이란 무엇인가>등이 있다.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는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인간은 잘 믿는 동물이고, 무언가를 믿어야만 한다. 믿을 만한 근거가 없을 때는 나쁜 근거라도 맹신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보는 대로 믿어버리고, 질문하기를 멈춰버리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에 읽는 이 책은 20세기에 쓰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은 지금 우리가 읽고 생각해 봐야 하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얕은 지식으로 철학서를 읽어왔던 터라, 에세이라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는데 한 챕터의 분량이 짧기도하고 어렵지 않게 읽히는 글들이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

철학자들은 대부분 본질적으로 소심하여 예상치 못하는 일을 싫어한다. 철학자들 중에서 해적이나 강도로 살면서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철학자들은 적어도 윤곽만이라도 미래를 계산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를 발명한다. __106p.

인류의 오래된 망상 중 하나는 어떤 인종이 어떤 인종보다 도덕적으로 더 뛰어나거나 더 열등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믿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어는 것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 자기 자신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성별이나 계급, 국가, 시대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한다. _115p.

나는 정부가 행동함으로써 사람들을 믿게 할 수 있는 헛소리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없다고 확신한다. _170p.

두려움을 피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재난을 당할 리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순수한 용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후자는 어렵고, 어느 시점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항상 더 인기 있는 방법은 전자였다. _187p.

인간의 불행은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비인간적인 환경으로 겪는 불행, 둘째는 다른 사람들이 가하는 불행이다.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두 번째 불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_245p.

#장석봉 옮김 #21세기북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인문 #철학 #인문에세이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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