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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씽 (예담)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내 병은 무척 유명하고도 희귀한 선천적 질환이다. SCID 즉,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생소하다 해도 '버블증후군'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면 기본적으로 나는 세상 모든 것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보면 된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심하게 앓아눕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p12
태어나서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가본 기억, 추억이 없는 소녀. 그녀가 활동하는 공간은 온실 같은 그녀의 방, 집안이 전부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간호사인 칼라, 그리고 의사인 엄마, 온라인 가정교사들. 건축가가 꿈인 매들린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중증복합면역결핍증 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일반인보다 약한 면역체계. 세상 모든 것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세상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아니 나가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엄마와 칼라와 함께하는 세계가 전부인 매들린에게 옆집으로 이사 온 올리에게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고 건축가의 꿈을 키우긴 했지만 자신이 세상 밖으로 나갈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크게 갖지 않았고 관심이 없던 매들린에게 올리에 대한 관심은 점점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해가고, 올리와의 만남으로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갈망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게 리스크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리스크거든, 모두 네가 하기에 달렸어."
나의 하얀 방과 하얀 소파와 하얀 책장과 하얀 벽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안전하고 익숙하고 변함없다. /p88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경험해선 안 된다는 뜻은 아니지.
그리고 희망 엇는 짝사랑에 빠지는 것도 우리 인생의 일부야." /p102
거울 앞에서 흰색 브이넥 티셔츠도 입어보고 스쿠프 넥으로 바꿔 입어도 보았다. 이유는 없었다. 아니다.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올리를 기다리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런 나에 대해서 엄마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또 한 번 소망했다. 엄마에게 그 아이만 생각하면 왜 이렇게 숨이 차는지 물어보고 싶다. 엄마에게 이 설레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p118
무균 처리된 집안에 살다가 올리와 만나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엄마도 매들린의 변화에 대해 눈치채기 시작한다. 움직임만으로도 활력이 넘치는 올리,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자신. 그가 좋아지는 마음이 깊어지는 만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커져만 가는데... 매들린의 삶,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칼라. 그리고 매들린이 자신이 가꾼 틀에서 벗어나길 바라지 않는 엄마를...
처음엔 남편과 아들을 사고로 잃고 남은 매들린마저 잘못될까, 너무도 약한 딸이니까, 그 마음이 참 절절하게 느껴졌는데...
마지막 즈음에 반전은 정말!!! 뜨악~!! (꼭 읽어보시길요~)
무언가에 대해,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누군가에 대해서 엄마에게 말하지 않다니 기분이 묘했다. 엄마와 내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줄어서는 아니다. 올리가 엄마 자리를 대신해서도 아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엄마와 멀어진 이유는 감춰야 할 비밀이 생겼기 때문이다. /p128
"그런데 말이지. 인생에 아무 후회가 없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닌 거야." /p234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건지도 몰라." /p276
꽤 두꺼운 분량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지 않은 흐름으로 이어지는 글, 책 사이에 재치 있는 그림과 독서광으로 등장하는 매들린이 상황에 적절한 책을 이야기하는 <매들린의 간단 스포일러 서평>은 그 책들을 찾아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읽기 전엔 제목이 왜? 라는 의문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중후반 즈음부턴,,, 아... 아...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했던 매들린, 그리고 올리.. 세상밖으로 나올 수 없는 소녀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소년, 그들이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러다 매디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책장 넘기는 게 즐거웠던 <에브리씽에브리씽>. 그들의 뒷이야기도 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이뿐이었다.
올리와 함께 있는 것.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사랑받는 것이 전부(everything)라는 것이다. /p29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