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 오늘을 여행하는 부부, 지구 한 바퀴를 돌다
김미나.박문규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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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도는 삶,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삶이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아서, 힘들지만 내려설 수 없으니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잠시 다른 세상 속에 빠져보는 것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기도 한다.  너무도 열심히 살아왔던 메밀꽃 부부가 모든 일상을 뒤로하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 우리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은 4박 5일짜리였다.  일 년에 한 번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바쁘게 여행했다.  볼거리와 할 거리가 없으면 초조했고, 많은것을 보고 많은 것을 해야만 제대로 여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 여행만큼이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냈다.  전투적이었던 여행의 마지막 밤엔 잠이 오질 않았다.  회사에 대한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들면서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고작 4일짜리 휴가를 쓰면서 단 한 번도, 오롯이 쉰적이 없었다.  /p33 

"살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나 힘들 때가 여러번 있겠지만, 그때마다 지금처럼 서로 손 잡아주자.  고생했어."

남편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간 스스로가 대견했다.  /p060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친한 사이도 싸우거나 틀어질 수 있는 게 여행이다.  짧은 며칠간의 여행에서도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데 무려 세계일주라니....치열한 이십 대를 살아낸 이들 부부가 마음의 조그만 불씨를 키우며 오랜 시간 준비하며 20대의 마지막 사회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커다란 배낭 두 개를 매었다.  



여행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서 인생이 크게 바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분명 단단해지고 있었다.  조그만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고 행복해 했으며, 속상하거나 좋지 않았던 일은 금방 훌훌 털어버렸다.  우리는 긍정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행하길 참 잘했다는 것을.  /p109 

우리는 많이 부족하고 서툰 여행자들이지만,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저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남들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도 괜찮다는 것을, 모두가 가는 길로 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터키에서 1년,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배낭이 가볍다.  적은 사림으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잘살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여유롭지는 않아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자고, 어디서든 여행자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다짐해본다. /p211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만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시간 부자 여행자인 메밀꽃 부부.  길에서 만난 사람들, 풍경, 그리고 장소들... 그들이 함께 하면서 만든 여행의 시간들은 그들의 내면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해주었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던 그들의 여행이야기는 점점 그들의 길 위의 행적들을 따르며 즐거운 상상을 하게 했다.  여행지마다 꼼꼼하게 정리한 경비지출내역 과 여행지의 팁들은 해당 여행지를 여행하고 싶은 이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1년 동안 머물렀던 터키의 안탈리아, 그곳에 가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오늘,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여행하는 메밀꽃 부부의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부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항상 물음표였고, 먹고살기 바빠 어찌어찌 사는 것보다는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스트레스가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1등이란다.  어떻게 살면 1등으로 행복할 수 있나 봤더니 별것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지 않고, 몸도 마음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푹신한 소파에 앉아 부드러운 담요를 무릎에 덮고 달달한 핫초코를 마시며 좋은 책을 읽는 것.  이런 생활방식을 '휘게'라 부른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여행에서의 순간들이 그랬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우연히 들어갔던 좁은 골목,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일상적인 풍경의 잔상처럼 소소한 것들이었다.  느릿느릿 천천히 걷고, 커피 한 잔에 행복해 하고, 단순하게 보냈던 여행의 날들이 '휘겔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 하늘에 있는 별들처럼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내가 찾으려고만 하면 행복은 언제나 눈앞에 있었다.  /p251~252 

여행은 매번,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몰랐던 서로의 취향,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이끌어내곤 한다.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자라나게 한다.  긴 여행을 했다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거나 큰 깨달음을 얻었거나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서로 마주 앉아 매일 곱씹어도 남을 만큼 커다란 추억 보따리가 생긴다.  /p32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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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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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이 의문은 누구에게나 또 언제나 찾아온다.  세상에 책들이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시시때때로 새로운 주제들이 등장하고 관련 책들이 쏟아지면 '꼭 읽어야 하나?' 의문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게다가 일상에 치여서 책 읽을 시간이 한정되니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선택은 쉽지 않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떤 책을 만나느냐는 마치 운명과도 같다.  어떤 심리, 어떤 욕구, 어떤 불만, 어떤 불안, 어떤 좌절, 어떤 절망, 어떤 희망의 상태에서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다라 글이 다가오는 강도와 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책 운명' 은 분명히 있다.  책 운명이란 다른 어떤 운명보다도 지혜롭게 개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지 않은가?   '어떤 책을 꼭 읽어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책을 꼭 읽어야 하나?'에는 물론 '그렇다'이다. /p9  프롤로그

취향대로, 손에 잡히는 책만 읽어도 읽을 책은 무궁무진하다.  가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 문득, 책을 읽고 남는 것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 인생의 시기에 따라 어떤 책을 읽게 되느냐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조금씩 하게 되었는데 내겐 조금은 생소했던 김진애 작가의 『여자의 독서』를 읽게 되었다.  시작 글을 읽으면서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이 길잡이를 만난 기분이었다.  '어떤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우리의 책 읽기도 조명법과 조감법을 적절하게 넘나들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책'이필요하고, '읽고 또 읽을 책'이 필요하다.  그런 책은 자신의 관점으로 깊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책은 다시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런 책은 그 책 한 권 읽기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져서 그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게 만들고, 연관되는 책을 더 찾고 싶게 만든다.  조명함으로써 그 책의 빛이 더욱 밝아지는 것이다.  그 빛은 인생을 사는 사이에 시시때때로 우리를 비쳐주고 위로해주고 또 끌어준다....<중략>.....책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나를 책으로 이끈다.  사람은 왜 이리 복잡한 것인가?  사람은 왜 이리 흥미로운 것인가?  사람은 왜 이리 변화무쌍한 것인가?  사람은 왜 이리 부족한 것인가?  사람은 왜 이리 위대할 수 있는 것인가?  사람은 왜 이리 비루한 것인가?  삶은 애 이리 고통스러운 것인가?  삶은 왜 이리 아름다운 것인가?  삶은 왜 이리 오묘한 것인가?  삶은 왜 수수께끼로 가득한 것인가?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아모르문디 (Amor Mundi, 세계애)다.  세상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을 두루 포괄하는 말이다.  아무리 부족하고 불완전하고 흠결이 많더라도 그 세상, 그 삶, 그 사람에 대해서 바라보고, 묻고,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생각하고, 비판하고, 통찰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과정.  그것이 책 읽기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세계애'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 그것이 책 읽기의 비밀 아닐까?  /p16~18

책을 읽으며 아하! 하는 순간들, 나의 무엇을 자극했던 걸까?  그때의 아하!를 만나고 나는 어떻게 변한 것일까? 지금은, 앞으로는 어떤게 떠오르고 변할 것인가? 저자 개인의 체험이 자신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많은 여성들도 '아하!' 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들을 8가지 코드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자존감 / 삶과 꿈/ 여姓 / 연대감 / 긍지  / 용기 / 여신 / 양성성 ​사실, 저자의 이력과 시작글을 읽고 호기심 반,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반이었지만 책 읽기에 대한 조금 더 넓은 시각을 키워보고 싶다면 무조건 일단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 한 권을 이야기하는 문장과 생각의 넓이가 참 다르구나, 깊고 넓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싶어졌고, 나는 어떤 '책 운명' 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다 보니 너무나 재미있는 글로 다가와서 책에 소개된 책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꽤 많은 포스트 잇을 붙였고 다시 읽어보게 되는 문장들도 있었다.   책읽기에 대한 새로운 설렘을 맛본 기분이랄까?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으며 '책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  앞으로도 계속될 책읽기에 즐거움을 하나 더 발견한 기분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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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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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오랜 연인과 헤어짐으로 힘들어하던 직장 동료가 오래도록 들고 다니며 읽던 책의 제목이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이었다.  책의 제목이 독특하기도 했고,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는 그가 신기해 책을 빌렸는데, 몇 장 읽지도 못해서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 년째 책장에 방치된 상태였는데... (결국 그 동료에게 책을 돌려주진 못했다.)

5년이 지나 출간된 책으로 읽게 된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모임 ​이전의 책표지가 강렬했다면 새로 출간된 책은 차분한 느낌이랄까?  조금 상반된 느낌이었다.  이전의 내용을 과감하게 덜어내기도 했다고 하니 이전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실연이 주는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칼에 배였거나, 화상을 당했을 때의 선연한 느낌과 맞닿아 있다.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들과 다르게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함으로써 누군가로부터의 거절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p26

이별은 앞으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연은 언제나 뒤로 온다.  실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고, 끊임없이 자신 쪽으로 뜨거운 모래를 끌어들여 폐허로 만드는 사막의 사구다. /p44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라는 간판을 건 레스토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침 일곱시 옷을 갖춰입고 따뜻한 식사를 하며 '실연 기념품'을 교환한다.  추억이 담긴 물건을 내놓고 의미가 없는 물건이 되어버린 다른이의 물건을 교환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의 종착은 무엇일까?  사랑에 종착이 없다면 '실연'이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일은 있을 수 없겠지?  이별의 순간은 아프겠지만, 이별을 함으로써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과정을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이야기 하면서 치유하고 치유되어가는 과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삶에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믿을 수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  불행을 예감하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불행은 결코 보험 광고 속에 등장하는 낯익은 에피소드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위험을 대비하고 불행을 대비한다는 건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도 그 순간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때의 일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뿐이다. /p83

'실연'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떠오르는 감정들은 너무나 많지만, 이별이 있어야 새로운 사랑도 시작할 수 있고, 그 실연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만남이 달라진다는 생각에도 동의하는 편이다.  이십 대에 시작했던 조금은 늦은 사랑을 삼 십 대에 들어서 힘겹게 실연하고 애써 외면하고 괜찮다고 덮어버렸는데, 그 어설픈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사랑', '실연' 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 감정을 추스리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의 경우, 우연한 여행 때문에 낯선 곳에서의 삶이 결정되곤 한다.  /p237

스스로의 삶을 관통하는 말은 하기 힘들다. 

죄책감은 말의 껍질을 깨뜨리고, 분노와 슬픔은 껍질 안의 말을 짓눌러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p280

타인의 비밀을 듣는다는 건 큰 책임을 요구한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책임.  간직하는 동시에 떠나보내야 하는 책임.  묵언의 서약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비밀을 꺼내놓아야 하는 책임.  비밀은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그에 짓눌린 무게의 짐을 스스로 덜어놓는다.
'간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나 기억 따위를 마음속 깊이 새겨두는 것'이다.  비밀은 누군가에 의해 간직된다.  우리가 '간직한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오래된 장롱 '속'이나, 복잡한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금고 '안'이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어렵게 끄집어내야 한다.  '속'과 '안', '곳'에 넣어두는 깊숙한 기억과 물건들, 마음의 가장 어두운 곳에 닿아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것.  /p284

사강은 점심을 잊은 채, 옛날 사람들이 독서했던 고전적인 방식대로 책을 읽었다.  눈이 아닌 입으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문장을 따라 읽었다.  책 속의 세실이 걸음을 멈추면 그녀도 잠시 읽기를 멈추고, 슬픔에 빠진 안느가 울면 그녀 역시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슬픔을 느꼈다.  사강은 문장을 입으로 읽고, 귀로 듣고, 마음에 새겼다.  책의 문장을 읽는 게 아니라, 그것을 쓴 사람의 마음을 구현해내는 사람처럼 그녀의 눈은 단어와 단어 사이를 주의 깊게 살폈다.  이 소설을 썼던 열아홉 살, 프랑수아즈 사강이 느꼈을 감정을 그녀 역시 느끼고 있었다.  /p309~310

등장인물들의 감정흐름과 시선을 쫒다보면 내가 외면하느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고,
갈무리 해 둔 문장들이 밟혀서 몇 번이고 읽었으며,  글 속에 등장하는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와즈사강의 슬픔이여안녕 부터...
폭염이 조금 누그러들고, 선선한 가을이 오면 여유롭게 다시 한 번 읽을 책으로 갈무리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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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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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라면 내가 다른 삶을 더 잘 살아 낼 수 있다는 생각.  한 번쯤.. 아니 두 번쯤 해봤던 것 같다.   아버지가 제주 앓이를 시작하신지 몇 년쯤 됐는데, 실제로도 주변에 제주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끔 관광으로 머물기 좋다고 생각했던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을까?  조금은 답답할지도 몰라, 생각하지만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제주도이기도 하다. 



남편 J는 우리가 처음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J가 꾸던 그 꿈은 어느덧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이 되어 있었고, 우리는 이 자그마한 건물을 고치고 손봐서 그 어떠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이것이 우리둘의 '사서 고생 프로젝트' 이야기의 시작이다.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J와 덕분에 같이 사서 고생하는 나의 이야기. /p025


여기, 젊은 부부가 제주도의 오래된 100년 가옥을 구입해 터를 잡고 다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 는 자신들만의 '공간'을 꿈꾸던 부부의 이야기.  오래된 가옥을 신축 건물로 올리는 게 그들도 편했겠지만, 주변에 쭉쭉 올라가는 신축 건물들이 싫어서 100년 가옥의 기본 뼈대를 남기고 수리해 가는 과정은 함께 삶을 시작하기로 한두 사람이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어서 더 소중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업-사이클은 뭐 대단하거나 거창한 게 아니었다.  우리 가까이 주변에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들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만든느 것이 바로 업-사이클이다.  나도 할 수 있고, 당신도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구를 아끼는 마음, 주변에 대한 관심과 작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번 문 만들기를 통해 배웠다.  우리는 이 공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워갔다.  단순히 집을 짓거나 고치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작은 것들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p062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이며 해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  이것이 나와 J가 시골에서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p130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함과 실제로 살아보는 삶은 많이 다를 것이다.  막연하게 카페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장사도 현실에 뛰어들어 숫자와 마주하게 되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고, 점점 지쳐가는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해서, 그 틈에서도 숨 쉴 틈이 필요하고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부가 제주도에서의 불편하다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삶에도 잘 적은 하는 것 같아 보였던 건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내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들만의 공간이 아닌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잠시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운영 중이기도 한 이 부부의 삶이 바쁘기만 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쉼을 알려주는 공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언제고 제주도에 방문하게 되면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공간으로 체크!  <활엽수 게스트하우스 인스타그램도 운영중이니 참고하시길요.>  https://www.instagram.com/broadleaved_hostel/ 



어디에서 살든 내 마음먹기 나름이다.  각자에게 더 마음먹기 좋은 삶을 살면 그만이다. /p17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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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 내게 왜 여행하느냐 묻는다면
박세열 글.그림.사진 / 수오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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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스케치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도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찍어 담는 기록보다 조금은 느리게 그곳에 앉아 내 감상대로 종이에 오롯하게 옮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림은 선 긋기도 하지 못하고, 사람을 졸라맨처럼 그려도 참 못 그렸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 정말 그림 배우고 싶다는 갈증만 커지고 있는데, 그림을 그리며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볼 때마다 조금은 시샘하는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참 좋겠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림을 그리며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을 했을까?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지난번 같은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매달 꼬박꼬박 일정한 월급이 들어온다.
그리고 언젠가는 풍족하지는 않아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잔고가 생길 것이고 꼬깃꼬깃 숨겨둔 비상금 대신 비상용 카드를 어딘가에 숨겨둘 것이다.
더 이상 그 도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참고 넘어갈 일도 없으며 쥐가 나오는 싸구려 숙소 대신 몇천 원, 몇만 원을 더 주고 비교적 더 나은 숙소를 찾아 나서겠지.
그렇게 언제나 포기보단 신용카드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번보다 조금 더 풍요로운 지갑은 더 큰 즐거움을 떠올릴 것이다. 지난번보다 조금 더 풍요로운 지갑은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즐거움은 다시 일어나지 않겠지.

지나고 보니 참 반짝거렸던 시간이구나.
그래도 지난 여행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흔한 기억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p19

같은 곳을 한 번 더 여행한다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괜찮은 일일 수도 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낯선 도시일 뿐이고 여행자는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그러나 두 번째는 조금 익숙한 길을 따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된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는 잊고 있던 먼 곳의 친구가 문득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것이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기억이 만들어진다. /p42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보는 그곳을 종이에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의 박세열 저자는 카메라에 찍어 남기기 보다 천천히 사람 사이로 여행하는 느린 여행을 택했다.  때론 여행지 벽화에 그림을 남기기도 했고 만난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오랜 시간 바라보며 종이에 그곳을 남기는 일은 어쩌면 마음 깊이 새기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언제나 시차의 나른함으로 시작했다.
겨우 한두 시간의 미묘한 차이일지라도
여행 첫날 우리를 노곤함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간혹 너무 멀리 떠나기라도 하면 시차가 열 시간은 가뿐히 넘어 밤낮은 온통 뒤죽박죽되어 사나흘은 아무것도 못하곤 했다.
그래도 여행이 끝난 일상에서 '시차'라는 단어만큼 단번에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는 없지 않을까?
무거운 피로감이 밀려오지만 그만큼 설레는 기억을 함께 가져다주는 말이기에. /p169 

디지털 카메라로 하루에도 수백 장은 찍으면서 필름 카메라 36장을 다 찍는 데 꼬박 일 년이 걸렸다.
같은 사진이라도 셔터 한 번 누르는 마음의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몇 시간 동안 끝없이 이야기를 쏟아냈지만 누군가와는 며칠 동안 그만큼의 반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색함의 문제가 아니라 한마디에 담는 마음의 크기 때문이었다. /p340


여행하는 방식도 다르듯, 여행에 부여하는 의미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스케치로 남기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를 읽고 더 커졌다. 여행지를 방문해서 여행했다,라는 기록을 남기기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장소를 기억하는 여행.  일상을 떠나 조금 다른 일상으로 옮겨 같 듯한 여행.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듯한 여행이 아닐까?  연일 이어지는 폭염주의보 문자에 지쳐가고 지독한 여름 감기로 지쳐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나른한 꿈을 꾼 듯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상도 여행같이 산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스케치북을 들고 나오니 짧은 여행을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것이 일상의 소소한 여행일까?
삶의 타협인지 순응인지 혹은 이제야 진정한 여행에 대한 대단한 의미를 찾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여행하지 않는 나날들이 어떤 중독자의 금단 현상처럼 힘겹지 않다.  반복되는 지루함도 싫지만은 않고 약간의 스트레스도 나쁘지 않다.  여행처럼 큰 자극은 없지만 가끔 소소하게 퇴근후 마시는 커피 반 잔도 나름 충분히 기분이 좋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 혼자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야겠다.  여행하듯. 여행하듯. /p39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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