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에세이에 빠져있다가 가을에 접어들면서 소설들을 찾아 읽고 있다. 책이 읽어지지 않을 때 찾게 되는 일본 소설들의 장점은 가독성이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어느 프로그램에서인가 2017년 일본에서 유행하는 책의 장르를 물어보는 질문에 '라이트노벨'이라고 이야기하는 패널들의 대화를 보고 한 장르에 빠져들게 되면 조금은 질릴 때까지 찾아 읽게 되는 심리도 작용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로 데뷔한 기타가와 에미의 두 번째 소설인 <주식회사 히어로즈> 를 저자는 재미있는 글로 읽어주길 원했던 것 같다. 만화를 글자로 만든 것처럼 비현실적이지만 왠지 즐거운 그걸 이야기를 담은 '라이트 노벨' 주식회사 히어로즈
저에게 라이트노벨이란 '아무튼 재미있는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당연히 어느 작품이고 재미있지만, 라이트노벨은 특히 '재미'에 특화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맞아요. 그야말로 만화를 글자로 만든 것처럼요. 뭐든 가능하고 다소 비현실적이고, 하지만 왠지 즐거워! 그런 것을 제 안의 '라이트노벨'이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가라는 일에 대해 생각을 했죠. 그렇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직업인가 하고요. /p311 작가의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알아보고 있던 슈지는 어느날 함께 일하던 다쿠에게 다른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는다. 다쿠가 알려줘 찾아간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의 일은 유명 작가인 도조 하야토 선생의 작품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동안 다치지 않게 보좌(?) 하는 업무였는데.... 이후 도조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일하는 것 같지 않은? 편한 근무를 하고 약속한 시간동안의 근무를 마치게 된다. 이후 '주식회사 히어로즈' 로 취업제안을 받게 되는 슈지는 3%라는 합격률 안에 들어 직원으로 채용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을 떠올릴까.
옛날에는 좋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더없이 평범한 인생이었다 싶을까. 어쩌면 옛날에는 너무 괴로웠으니 차라리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체 어떤 인생이 ‘정말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p193
슈지는 자신이 히어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서도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신기하기만 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히어로즈'에 의뢰를 해오는 의뢰인들의 동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평범하지만 그 속에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고 그것을 발견해 응원해 주는 이들이 그들에겐 히어로가 아닐까? 슈지가 연로하신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갔을때 할아버지와 잠깐 나눈 대화가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다. 나이가 들어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어떻냐고 물어봤을때 나는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인생을 살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치한으로 오해 받고, 마감이 코 앞인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데뷔한지 오래이지만 더 확고하게 자리잡고 싶은 불안한 스타까지... 어떻게 해도 해결방안이 없어 보인다면 '주식회사 히어로즈' 를 찾아가 보자.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히어로가 되고 싶어하고 히어로를 만들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이 아닌 한 개인의 인생에도 평생에 히어로 한 명쯤은 존재하지 않을까? 그런 발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남의 인생을 응원하며 내가 살아가는 오늘도 돌아보게 되는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기타가와 에미 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 글이었다.
히어로는 뜻밖에 가까이에 있다.
이 거기를 걷는 사람들도 분명히 히어로가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 소년은 손수건을 내민 순간, 틀림없이 누군가의 히어로가 된 것이다.
나에게 할어버지의 존재와 만찬가지로.
그 현장에 있던 사람에게 금발 청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그때 할아버지의 얼굴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p30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