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말할걸 그랬어
소피 블래콜 지음, 최세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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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인연(Missed Connection)'에 대해선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좀 더 능청스럽게, 좀 더 용기를 내서, 앞뒤 재지 말고 그냥 말할걸 왜 못 했나, 가슴 치며 후회할 사람들의 소통구 말이다./p007

지나간 시간, 순간에 대한 후회.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있지 않을까?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이러한 순간들을 블로그에 사연으로 모아 글의 소재로 짧게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어른들을 위한 한 권의 동화는 그림과 글을 읽으며 상실과 후회 그리고 희망이라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로 탄생되고 있다.


어쩌면 누가 읽지 못할, 그리고 답장을 받을 거라는 기대 없이 어딘가에 끄적인 글을 그래도 누군가는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피 블래콜의 블로그에 올린 이들의 심경이 궁금해서 이십여 명 가까운 사람에게 답장을 해봤지만 단 한 사람에게 답장이 왔다고 한다. 

정말로 답장을 받을 거란 기대는 없었다며, 그냥 자기 자신을 위해 썼다는 답장을 받은 블래콜, 아마도 그녀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놓친 인연'의 순간들을 남기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림 한 장 한 장을 액자로 만들어 디스플레이해도 좋을 만큼 그림도 감각적이어서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는 재미 또한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인연'들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부질없는 희망이 약간의 희망이라도 되어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그때 말할 걸 그랬어 가을과 겨울 사이 따뜻하고 유머 있는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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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밤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 - 내 삶에 길잡이별이 되어 준 빛의 문장들
권민아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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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돌은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닌 다양한 재능을 뽐낼 수 있어야 하는듯하다.  연기, 노래, 예능등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하는 연예돌,  이름만 아는 AOA 라는 그룹의 권민아가 가수로, 연기자로 또 다른 무언가의 길을 찾으며 막막하고 외로울 때마다 글을 읽고 문장을 쓰며 용기를 얻었던 시기를  자신과 같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한다.



내 삶의 미래는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궁금하고 기대되는 일상의 연속이어야 한다.


견디면서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내 인생을 위대하게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삶은

도전하고 실패하고 극복하고 성공하는 

한 인간의 서사시가 되어야 한다. / <나만 믿고 따라와>, 이순환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고, 읽었던 책이었는데 그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싶어 다시 읽게 되기도 한다.  좋은 문장을 소개하는 페이지의 한쪽 여백엔 나의 생각을 적어볼 수도, 또는 문장을 따라 써볼 수 있도록 여백을 마련해두기도 했다.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 탓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점이 발견된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만 주어졌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잘못 살고 있다고 계속 비난을 받고 있어서

자꾸만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아닐까.  /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지나보지 않으면 또한 알 수 없다. 청춘이 아닌 지금도 때론 헤매기도 하고, 고민스러운 순간을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책장을 뒤적이고 오래전 읽었던 책들의 문장들을 되짚어보곤 했는데 한 권의 책에 담긴 문장들과 사진들을 보면서 정체되어있지 않고 흐르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하는 민아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상,

웃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따뜻한 말 한마디에 벅찬 행복,

먹먹한 눈물에 담긴 희망.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솔한 삶이 펼쳐졌다.


그랬다.

살아가는 우리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이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가끔 우리도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간 계절들을 살아오며 지쳤던 마음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긴 잠을 잘 수 있었으면.

행복과 불행, 기대와 실망,

사랑과 미움 같은 건 전부 내려놓고서.

그러면 아마 조금 더 건강한 마음으로 봄을 맞을 수 있겠지.

다음 계절의상처에 지금보다 무뎌질 수 있겠지.

우리에게는 마음을 재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달의 조각>, 하현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서 몇 번이고 옮겨 적었던 문장들을 꽤 많이 읽게 되어 반가웠던 별밤길 ; 별은 밤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문장을 수집하고, 그 문장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고, 한 권의 책을 오롯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던 글들이었다.  권민아, 그녀의 두 번째 책에선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읽어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정희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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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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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습니다.  영어는 어디까지나 목표가 아니라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영어를 익히려는 것은 영어를 통해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은 영어를 잘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러분의 삶이 영어를 통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것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또는 외국에서 새로운 배움이나 일의 기회를 잡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작 영어라는 도구에 너무 오래 붙잡혀 있으면 안 됩니다. '영어 공부는 평생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해입니다.  영어라는 도구를 완전히 정복해서 여러분의 목표를 이루셔야죠./ 프롤로그


새해 계획했던 목표들을 얼마나 달성했는가?  해마다 새해 계획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영어'가 아닐까 싶다.  평생의 숙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공부하는 학생이 아닌 일반인, 회사원, 학부모 등등 징글징글 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는 영어.  하고 싶지만 마음만 앞서고 학원을 등록해도, 유명하다는 교재를 구입해도 한 달을 채 넘길 수가 없다.  정말 재미있고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영어학습에 관한 책 속에 눈에 띄는 책을 발견했다.  고교 자퇴생, 복싱에 빠졌던 한 학생이 6개월 만에 영어를 한국어처럼 듣고 1년 만에 원어민도 인정할 만큼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세계적인 명문대 미국 UC 버클리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영어 학습의 비법은 무엇일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어떤 동기나 목표가 있었길래 그토록 영어를 파고들게 되었느냐고요.  그것도 시험용 영어가 아닌 진짜 영어, 그야 말로 원어민처럼 듣고 말하기 위한 영어를 말이죠.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별다른 동기도 없고 목표도 없었어요.  재밌어서 자꾸 하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에요."/p28


매번 마음먹고 시작하지만, 매번 좌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론 문법에서부터 막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이들처럼 많이 들어 귀가 먼저 트이는 게 영어학습의 시작이라고.... 그도 처음 영어학습의 시작은 유아 애니메이션인 '라푼젤'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의 영어 발음은 비교적 정확하고 어려운 단어도 많지 않아 처음 영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고 한다.  단, 들릴 때까지 자막 없이 반복해서 들어야 하다 보니 보다가 흥미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을 경우 바로 다른 작품을 찾아보라고 한다.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읽기 시작했던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정복기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문법이나 단어에서 시작하는 영어가 아닌, 평생 공부해야 하는 영어가 아닌 도구로써 완전히 정복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아기가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단어를 귀로 들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저자가 권하고 이야기하는 학습 과정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한 가지를 선택해서 지금 바로 시작해보자.  저자의 자세한 학습법이 궁금하다면 당장 서점으로... ^^



'영어를 잘하려면 절차적 기억을 쌓아야 하고, 절차적 기억을 쌓으려면 실제로 영어를 훈련해야 하고, 실제로 영어를 훈련하려면 영어 듣기부터 해야 한다.' /p6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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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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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른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열심히 할까? 

길에서 만난 이웃과의 대화, 목욕탕 탈의실과 친척 모임에서의 대화.  모이기만 하면 끝없이 이야기를 하던 어른들. 

즐거운 듯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 대체 무슨 내용인지 몹시 궁금했다. 

내가 "무슨 얘기야? 응?" 하고 끼어들면, "애들은 몰라도 돼." 하며 철벽방어. 

어른들의 길고 긴 대화가 부럽기도 하고, 또한 수수께끼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렸을 때의 나를 만나러 간다면 가르쳐주고 싶다.  "있지. 어른들은 별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p29~30


언제부터인지 나이에 대해 조금 무뎌지기 시작한 것 같다.  나이는 들어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철들고 있는 건 모르겠는 요즘.  부모님 가까이 오고 나서부턴 부쩍 나이 들어 보이시는 부모님을 뵈며, 나도 많이 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른의 세상을 살아가며 '어렸을 적' 이라는 말을 쓰기에도 조금은 많은 듯한 , 마흔과 오십 사이 어느 날 문득



"엄마, 아이도 없는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어쩌나 걱정돼?" 

엄마는 잠깐 사이를 두고는, "응. 걱정돼." 하고 대답하신다.   /p49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어렸을 적 늘 생각했었다.  가족도 그대로, 나도 그대로.  영원히 이대로 변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지금도 고령의 부모님을 보며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p79


어릴땐 시간이 빨리 흘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어른스러워지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같은 것도 있었고 이십 대가 되어선 하고 싶은 일은 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삼십 대에 접어들며 이십 대를 돌아보게 되고, 마흔이 된 지금은 어린 시절부터의 시간들을 거꾸로 되짚어보는 시간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나이 들어가며 쌓여가는 시간들 속에 과거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좋았던 시간들을 회상하기도 하고 고령의 부모님을 보며 시간이 멈추었으면, 아니 지금에서 더 이상 흐르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 년이 눈 깜짝할 새 사라졌어." 

연말이면 어른들이 그 말을 하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무척이나 이상했다.  어린 나는 일 년이 엄청나게 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리고 나도 "세월이 너무 빨라." 라는 말로 서로의 쓸쓸한 기분을 조용히 공유하게 되었다....<중략>.....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예약하고 오자."

이렇게 날마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있잖아, 우리 다음에.....' 쌓인 것을 다 쓰지 못한 채 우리의 인생은 끝나겠지만, 그래도 쌓을 수 있을 만큼 쌓아두고 싶다.  /p133~134

아직 더 놀고 싶은데.  어느새 놀이의 원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못하고 아직도 젊은 사람들 주위에서 눈치를 보며 어슬렁거리고 있다. /p170


자매들 간의 우애가 유별난 편이라 세 자매가 모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하곤 하는데, 결혼을 한 동생들과 달리 미혼인 나는 부모님에겐 아직도 '아이' 인듯 하다.  아이도 없는 미혼의 딸이 자신들이 없으면 어쩔까 걱정하시는 건 좀 오래되긴 했지만 이 글을 통해 읽다 보니 순간 마음이 따끔!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들다고 했던가?  결혼의 여부를 떠나, 지금의 삶을 사는데 부족함이 없다면 원하는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좋다고 응원해주시면서도 한편 걱정스러움을 가끔 비치는 부모님을 뵈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  마흔을 훌쩍 넘은 오늘까지의 삶은 반짝이고, 서글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살아왔던 흔적들이 아닐까?  그녀가 더 많은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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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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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생, 엄마의 여행 나이는 고작 다섯 살 정도,  떨어지는 낙엽도 신기할 나이.  혼자보다는 함께 걷는 걸 좋아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을 모르고, 보호자가 사라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나이.  나는 그런 다섯 살 엄마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보일 '효녀' 이미지에만 충실했지 엄마에게 진심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보호자 없이 낯선 땅 위에 혼자 서 있었던 엄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p9~10 


어느 날,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는 딸에게 나도 그 배낭여행을 가겠노라며 나선 어머니가 있었다.  삼십 대가 훌쩍 넘어서면서부터 여행은 편하게 쉬거나 휴양하기 위한 목적이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효도여행을 다니실 나이에 딸의 한 달짜리 배낭여행에 홀연히 나서신 어머니라니!!!  여행길에 나선 두 사람의 이야기는 뒤로하고라도 상황만으로는 많은 부녀지간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호불호를 가릴 한 치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던 팍팍한 엄마의 삶이여.  좋아하는 걸 잊어버릴 만큼 빠듯하게 걸어온 세월이여.  좋아하는 걸 잊어버릴 만큼 빠듯하게 걸어온 세월이여.  멋모르는 딸의 무정함에 속마음을 꺼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제야 들렸다.  엄마의 진짜 대답이.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거면) 상관없어. 

어디든 (네가 좋아하는 곳이면) 좋아.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 괜찮아. 

처음부터 엄마의 말엔 내가 담겨 있었다.  평생을 엄마 그늘 아래 살면서 엄마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엄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여행이 끝날 즘엔 엄마에게 더 다가섰을까.  이 여행이 왠지 우리 관계를 변하게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28~29

기차를 기다리는 순간과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과정 자체가 다 여행일 것이다.  불편하고, 느리고 번거로운 과정 자체가 다 여행의 일부이기에 나중에는 추억이 되는 것일 거다.  나는 다시 한 번 기차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방콕 여행의 첫 페이지를 향해 걸어 나갔다. /p173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엄마와의 의사소통은 시작부터 불안하기만 하다.  뭐든 네가 좋은 대로 하라 하셨던 엄마는 뒤엔 조금씩 불만을 이야기하셨고, 그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던 딸은 엄마의 마음을 여행하는 동안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여행 나이 다섯 살, 아이의 다섯 살을 생각하면 부모의 도움 없이는 밖에서 혼자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 한켠엔 아직도 부모님이 우리를 보호해 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에선 성인이 된 우리가 부모님을 다섯 살 아이의 눈높이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맞을 것이다.  환갑이 넘는 나이에도 배낭여행을 나설 용기를 낸 엄마, 그런 엄마와 함게 여행을 하는 딸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서로의 가치관이 여행을 하며 조금씩 바뀌고, 먼 길을 떠나 보니 가까이 선 알지 못했던 모습도 보게 된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지...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했던가, 엄마의 예언은 적중했다.  다음날이 오고, 또 다음날이 와도 나는 아침밥 대신 잠을 택했고, 엄마의 나 홀로 아침 산책은 계속되었다.  다행이 엄마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꽤나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나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죄책감 없이 푹 잘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을 일주일 정도 남겼을 무렵, 우리는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여행하는 법을 배웠다.  

'진작 엄마를 믿어줄걸.  혼자서도 잘하는데 말이지.  엄마를 짐으로 만든 건 나였어.'/p217

여행을 왜 좋아하는지 누가 물으면 선뜻 대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여행이 좋다고, 내일은 어떤 선택을 할지, 또 그 선택이 내 심장을 얼마나 두근거리게 해줄지, 알 수 없는 여행이 좋다고.  여행의 끝에 다다라서야,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버렸다. /p241


엄마와 딸의 여행은 어떨까?  조금씩 운전을 하고 있는 요즘, 엄마의 기대가 조금씩 커져가는 걸 느끼고 있다.  하지만 스무 살 이후 각자의 삶으로 바삐 살아왔던 삶을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내며 추억을 담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진 다는 건, 그 어떤 시간보다 값지지 않을까?  뭐가 그리 바빴을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고, 그래서 더 부러웠던 건 아직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딸이라 그랬던 듯하다.  마흔이 넘어서도 부모님 앞에선 언제고 어리고 어린 딸이겠지만 더 늦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 부모님과의 여행시간을 조금씩 만들어봐야겠다.  부모님과 함께 읽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목석같던 엄마가 변했다.  여전히 표현에 인색하고 좋다는 말을 서툴게 하지만, 확실히 전과는 달라졌다.  엄마도 세월의 고집을 버리고 달라지고 있는데, 나라고 멈춰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더라도 조금씩 달라지는 중일 거라고 믿자.  엄마가 달라진 것처럼, 나도 내 인생도 달라질 거야. /p24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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