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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40일 - 손으로 쓰고 그린
밥장 지음 / 시루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여행일기이며 관찰일기이다. 현장에서 손으로 쓰고 그린 페이지를 빠짐없이 그대로 가져왔다. 오타와 비문도 그대로 옮겼다. 늘 급하게 쓰다 보니 일일이 존칭을 붙일 수 없었다. 형님들과 읽는 분들 모두 너그럽게 봐주길 바란다. 여행을 마치고 바뀐 게 있다면 술을 끊었고 길고 지루했던 길이 그리워졌으며 막내보다는 혼자 다니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배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형님들이 훨씬 좋아졌다. 허영만 화백은 말할 것도 없다. / 작가의 말
40일간의 호주 여행을 오로지 스케치와 기록으로 남겼다. 책표지도 대단했다. 펼치면 거대한 여행 기록장, 사진으로 남기면 순간의 기록을 많이 남길 수 있겠지만 몰스킨에 스케치로 기록하고 글로 남기는 여행은 더 깊이 오래 남지 않을까? 시간도 꽤 걸릴 듯해 중도 포기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가 해냈다!! 스케치로 보는 여행지는 감흥이 없을 것 같지만 노노!! 오히려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린 사람이 남긴 기록으로 읽는 글은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랑 비교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대한민국이 삶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게 두렵고 짜증 난다. 작은 세계에서 만든 기준으로 세상을 애써 재단하려 든다. 유채밭을 지나면 제주와 비교하고 목장에서 소와 양들이 뛰놀면 대관령을 떠올린다. 이제는 기준을 바꾸고 싶다. 아니 없애고 싶다. 머릿속을 탈탈 털고 나서 세상을 다니고 싶다. 다시 reset!! / p41
조금씩 도와주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편해진다. 반대로 내가 조금 편한 만큼 다른 누군가는 애를 써야 한다. 함께 떠나는 긴 여행은 늘 제로섬게임이다. /p57
울룰루, 킹스캐니언 사막, 다윈, 브룸, 서호주 우주기지, 스트로마톨라이트, 코랄베이, 퍼스 2017년 8월 31일~9월 27일 여섯 명의 남자가 캠퍼밴 두 대로 나뉘어 40일 동안 호주를 달렸다. 끝없는 사막을 달리고 또 돌리기도 했고 지도상 해안도로인 줄 알고 기대했지만 거대한 호주에서 지도상의 해안은 20km의 거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미지들의 습격으로 얻은 극한의 가려움까지!!! 여행을 하면서 먹는 것도 한식 위주의 요리 설명도 재미있었고, 은하수를 덮고 자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캠퍼밴 여행은 결혼 생활과 몹시 닮았다. 좋아도 같은 공간, 싫어도 같은 공간에서 버텨야 한다. 문제가 생겨도 외부 전문가를 모시거나 충고를 하거나 투정을 들어줄 이도 없다. 마치 달 기지에 남은 우주인처럼 같은 물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p189
국립공원이나 자연이 넘치는 곳으로 갈수록 젊고 어린 친구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훨씬 눈에 띈다. 우리 기준에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여 그럴 수도 있지만 결코 젊지는 않다. 그런데도 집채만 한 트레일러나 캐러밴을 몰고 그것도 모자라 낚싯배나 바이크를 실어 다닌다. 더구나 혼자 다니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난다. '나이 들어 혼자 다니기' 진짜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닐는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혼자 여행은커녕 혼밥, 혼술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아주 자주 만난다.
독립은 청소년이나 청년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맨스플레인 없이 나 홀로 즐기며 시간 앞에 당당하기!! /p295
해외여행지에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나이 든 여행객들이 많다. 삶을 즐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일상을 빡빡하고 바쁘게 살아도 더 스트레스만 늘어날 뿐 인생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질 뿐이다. 여행을 떠나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짬짬이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올해 크리스마스 실도 밥장 작가의 그림이었던지라, 조카가 그림체를 알아보고 '이모! 이 책 뭐예요?' 하며 중간중간 재미있는 부분은 읽어주기도 하고 그림도 같이 봤던 호주 40일 스케치 여행에 대한 로망만을 품은지 꽤 오래됐지만, 2018년에는 선 긋기라도 해야겠다. 칠순이 다 되어가는 아빠가 부쩍 캠핑카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 캠핑을 전문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주로 하는 방송도 꼭 챙겨보시는데 아빠도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려야겠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