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도서관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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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서적 같은 제본을 한 <살아있는 도서관>.  책표지의 디자인도 만족스러웠지만 이 책은 책의 펼침이 좋아 앉아서도 누워서도 편하게 들고 읽었던 책이었다.  책이 구겨지거나 더럽혀지는 게 싫어 책도 쫙 펴지 않고 살짝 들고 읽는 편이라 마음껏 책 사이를 펼쳐가며 도서관의 이야기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모래의 책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도서관과 관련한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보단 긴 호흡의 소설을 선호했지만 책, 도서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글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책장 넘기는 손길과 글을 읽는 눈이 바빠지기도 했던 책이었다.



깊은 혼몽에서 그를 깨운 건 눈부신 황금빛이었다.  에스파냐 정복자의 사나운 손길을 피한 단 한 권의 책, 황금으로 쓰고 황금으로 장식하고 황금으로 장정한 마야의 황금 책이 머리맡에 놓인 순간 모리스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책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애무의 대상이며,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임을.  /p40


사람이 책이다.  책을 만든건 사람이지만 그 책을 파괴하고 악하게 만든것도 사람이다. 무지한 사람들보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지식인들의 책에 대한 핍박이나 수집중독은 가히 놀라울 정도여서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책이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12편의 단편들을 읽는 동안 책을 읽는 호흡이 끊김이 없이 꼭꼭 씹어 읽으려 했던 글이기도 했다.   필사로 옮겨적고 싶은 단편도 몇 편 있어서 갈무리 해두기도 했다. 



1880년 영궁의 인쇄업자이며 서지학자인 윌리엄 블레이즈는 <책의 적>이라는 유명한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물, 불, 벌레처럼 책에 해를 끼치는 비인간적 요인들과 함께, 책을 훼손하는 제책사, 서적 수집광, 하인과 아이들을 책의 적으로 고발했습니다.  그가 지적했듯이, 책을 파괴하는 적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물, 불, 먼지, 심지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좀조차 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책은 그만큼 연약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블레이지는 여러 적들을 열거한 뒤 진짜 책의 적은 인간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책이 가진 힘이 자신을 무너뜨릴까 두려워한 나머지 책을 해치고 없애려 했습니다.  /p170

책을 읽는다는 건 자랑할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책임은 반드시 느껴야 하는 일이죠.  이런 생각 때문인지 요즘은 전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p181


 책이란 꼭 글로 남겨지는 것만이 책이냐는 페이지를 읽으면서 옛날 이야기나 입으로 전해져 오는 구전, 또는 오디오북들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단편을 읽는 동안 책, 도서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웠다면 소설 속 책 이야기 는 앞의 단편들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하는 부분이다. 종이와 책의 역사, 때론 실질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고, 실존 인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영감을 얻어 쓰이기도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완벽히 무심한 상태에서 서가를 둘러보았다.  책 한 권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책이든 한 권을 골라 저쪽 햇빛이 비끼는 창가 책상에서 책을 읽는 몇 사람처럼 책을 펼치고 앉아 있고 싶었다.  그들은 실제로 책정을 넘기면서 책을 읽는지, 펼쳐놓은 책장을 햇빛에 말리면서 졸기만 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그녀는 그들처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없이 앉아 있고 싶었다.  그러려면 한 권의 책이 필요했다.  /p199

책들이 있었고 읽고도 싶었으나 읽을 책이 없었다.  그녀가 마음 둘 한 권의 책이 없었다. /p203


 가끔 나만의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사를 하면서 대대적인 정리를 하기도 했고 10년 가까이 소장하고 있으면서 읽지 못한 책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일에 집중하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 책을 읽거나 책에 관련한 글을 찾아 읽었다.  때론 책장 앞에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을 빼들었지만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말기도 했다.  책 읽기에 대한 슬럼프가 올 때, 시대를 넘나들며 기발하고, 어처구니 없으며, 때론 참혹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치밀하고 다채로운 구성, 다양한 문체로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도서관>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살아있는 도서관> 관심 가져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면서 꽤 오랜 세월을 보냈다.  회의가 든 날도 많았다.  세상은 고사하고 사람의 작은 잘못도 바로잡지 못하는데 책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책을 권하고 다독을 상찬하는 세상이지만 나는 책에 대한 불온한 상상을 쓰고 싶었다.  모두 좋다고 하면 괜히 어깃장을 놓고 싶은 타고난 심술 때문이기도 하고,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은 건 없다는 몸에 밴 비관 탓이기도 하다.  나아가 책이란 본래 불온하고 위태로운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일 도서관에 가고 지친 눈에 찜질을 해가며 책을 읽지만, 내가 정말 읽고 싶은 것은 당신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당신의 등 뒤에서 책만 보고 있다.  부끄럽다.  미안하다. 고맙다.  /p261~262  작가의 말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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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블 가족 - 2029년~2047년의 기록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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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어느 날, 중산층 맨디블 가족은 미국 대통령 알바라도의 연설을 듣고 크게 당황한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동맹국을 상대로 무혈 전쟁을 선포한 것.  하룻밤 사이에 달러 가치는 폭락하고 새로운 통화가 이를 대체하면서 정부는 보복성 채무불이행까지 선언한다.  개인 자산인 금을 나라의 재화로 인정하며 순순히 국가에 내어놓을 것을 종용하고, 무력으로 그들이 숨겨놓았을 금을 찾기 위해 무력으로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맨디블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97세의 더글러스, 73세 소설가 에놀라, 중년의 사회복지사 플로렌스, 늘 경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13세의 소년 윌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스택하우스 가족은 또한 복작거리는 책들도 모조리 없애버렸다.  캐럴가든스에 위치한 그녀의 지저분한 3층 벽돌 친정집에는 층마다 책들이 정신없이 들어차 있었다.  줄줄이 벽면을 뒤덮은 낡은 책등만큼 고루해 보이는 것도 없었다.  다 읽은 책을 왜 3차원으로 보관해야 한단 말인가?  과시용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손가락 하나로 의회도서관을 둘러볼 수 있게 된 시대에 이미 써버린 물건을 수많은 상자에 욱여넣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다니는 것은 계란 껍데기를 싸들고 이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p35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주택지의 마당이 텃밭으로 개조되고 있다고 했다.  채무 포기 이전에 미국 최대의 작물은 잔디였다.  옥수수의 세 배, 뉴욕 주 전체 면적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잔디는 먹을 수 없었다.  비트 재배로 추세가 바뀐 것은 대단히 합리적인 일이었다.  활력 넘치는 시기.  근면한 시기였다.  나중에 비해 훨씬 나은 시기였다. /p326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경제 불황은 지페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생필품이나 먹거리조차도 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르고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산의 가치가 얼마인지조차 모를 정도의 재력가였던 더글러스도 무너지고 그런 경제 공황상태에서 휩쓸리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바로 보고 흔들리지 않았던 플로렌스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글의 초반부에서부터 등장했던 책이 짐이 되는 시기, 전자기기로 또는 해적판으로 쉽게 글을 구해서 읽을 수 있지만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  나도 전자기기를 들고 있지만 아직은 종이책으로 읽는 글이 더 좋다.  10년 뒤, 종이책은 얼마나 생존하고 있을까?



"강탈당하는 건 감정적인 경험이야.  그저 갑자기 배를 살 수 없게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큰 상처를 입는 게 문제지.  게다가 우린 외부인들에게 강탈당한 게 아니고 우리 정부에게 당했어.  채무 포기는 정부와 미국 국민들 사이의 유대, 애초에 그리 탄탄하지도 않았던 그 유대를 결딴낸 거야."

윌링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든 정부는 국민들의 재산을 빼앗아요.  그게 정부가 하는 일이죠. 왕이든 뭐든 그들도 다 그랬어요.  이번에 대통령은 한꺼번에 한 것뿐이에요.  어쩌면 야금야금 강탈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적어도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잖아요."

"오물통이지." /p338

이 부드러운 초록색 통화는 손해와 이익, 성취와 무능, 주의와 경거망동, 계산과 방종, 자비와 악의, 착취와 피착취에 대한 그녀 자신의 경험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었다.  따라서 최근에 그린 에이커 팜에 갔다가 이 조잡하고 가짜 같은 지폐를 거슬러 받았을 때 플로렌스는 약탈당한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모욕당한 기분이었고 미국이 걱정되었다.  그저 가치의 상징에 불과한 종잇장의 완전성을 타협함으로써 나라 전체의 가치가 하락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p353


외부가 아닌, 나라로부터 배신당한 국민들.  치솟는 세금과 이자는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채무를 값지 못해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는 이들도 발생하게 된다.  나라가 책임져주지 않는 국민들의 복지, 나아질 거란 기대로 버티지만 그 시간들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며 체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된다.  통화의 위기가 가족들의 삶까지 덮치면서 맨디블 가족은 플로렌스의 좁은 집에 모이게 되고 위기의 시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국가가 국민을 책임지려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을 쥐어짜내는 국가라면 살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버리고 살만한 곳을 찾아갈 것이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  라는 소제목이 읽는 내내 계속 떠돌았던 <맨디블 가족>  만약 11년 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시기가 닥친다면 <맨디블 가족>이 그 시기를 관통 한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잘?  그 상황을 더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젊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돈을 갖고 싶어 하지.  옷과 액세서리, 그리고 경험과 전율을 사기 위해서 말이야.  늙은 사람들이 돈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한 가지야.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지." /p50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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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심리학 - 너의 마음속이 보여
송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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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때론 나와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지만, 부딪히고 싶지 않은데 피할 수 없는 관계도 있다.  직장상사, 거래처, 가족... 알면 알수록 정말 싫고, 나랑 너무나 맞지 않고, 관심이 가는 사람이었는데 이상한 성격일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하면 보다 잘 대처하며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 송형석은 이런 사람들을 무조건 피하지 말고 마음을 읽는 법을 알려주고, 그 근간이 되는 심리학 이론을 짚어 유형과 진단 기준을 제시해준다.


타인은 자기 자신을 보기 위한 거울 같은 존재들이다.  타인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당연히 너나 나나 똑같은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얘기다.  이 방식에도 허점은 있다.  너와 내가 많이 다를 경우 그리고 나 자신이 감정이나 심리를 이해하는 수준이 낮아서 남들도 다 자기 같다고 오해하는 경우에 그렇다.  전자의 경우, 남들보다 좀 더 열심히 다른 타입의 사람들을 공부해가면 될 일이다.  후자의 경우는 간단한 명제 하나로 해결된다. 

"겸손하라." /p13

대화가 항상 내게 불편한 상황으로 흐른다면, 상대방이 교묘히 나를 거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상대방이 곧잘 사용하는 말이 '부정 No' '전환 But' '무지 I don't know'를 나타내는지 확인하라.  /p72 숨은심리찾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는 <위험한 심리학>은 읽으면서 나와 연관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때론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했다.   내가 보고자 하는 상대방의 모습은 내가 '단정지어' 생각한건 아닐까?  섣불리 판단한 그 상대방의 선입견 때문에 '나' 자신이 타인에게 껄끄러운 존재가 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된다.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소를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나 잘난 맛'이라고 할 것이다.  바꿔 말해, '자존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나르시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기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감정, 이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사람이란 단 한 순간이라도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엄청난 고통을 맛보는 존재다.  나에 대한 사소한 지적에도 미간은 찌푸려지기 일쑤이며, 약간의 패배감에도 며칠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난 그렇지 않다고?  그것은 당신이 단단히 믿고 있는 무언가로 방어벽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p103


'이상한 사람과 멀어지는 데도 요령이 있다!'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서 뭐할까? 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했지만 사례를 들어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자의 대처법을 읽다보니, 어쩌면 어울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이상 껄끄러운 상대에게 신경쓰기 싫다면... 요령있게 멀어지는 대처법을 알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프로이트가 100년 전에 예언했듯이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는 뇌의학의 일부로 편입되어 가고 있다.  현대의 뇌의학은 생각보다 더 빨리 발달해 가고 있다.  놀라울 정도다.  매트릭스의 세계가 실제 이론으로 펼쳐지고 있고, 우리가 영혼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뇌의 착각이나 기능의 문제임이 드러나고 있다.(과연 어디까지가 영혼의 문제일까?).  아마 인간의 내면에 대한 분류도 100년쯤 후에는 뇌의 부위별 기능 및 거기에 기록된 신경 패턴의 내용에 의해 다시 나눠질 것이다....(중략).... 그렇다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까?  근미래에 이 책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누구나 아는 이야기들이 되는 날이 오더라도(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가장 인간답다고 믿기 때문이다. /p29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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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 하겠습니다 - 나를 위한 위로 한 알 삼키기
니나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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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사이로 빼꼼한 얼굴, 겉표지를 걷어내면 엉거주춤한 주인공이 보인다.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주춤, 멈칫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책장을 넘기며 글을 읽다 보면 "어? 이거 내 마음 같은데?" 하는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  순박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그래서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건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숨쉬기' 최근 들어 읽는 에세이, 심리 서적들에서 가장 많이 찾게 되는 단어인듯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고 답답해할까?  아마도 눈에 보이는 노출되어 보여지는 타인의 삶에 자신의 기대치를 나도 모르게 은근히 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난...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거지?'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남이었기에 원점으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며 좋았던 시간들을 부정하고, 내가 상처받았다는 사실만 들여다봤다.  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까?  자책했고, 그것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네가 잠수를 타서, 네가 비밀을 만들어서, 네가 나를 부담스러워해서.' 

시간이 한참 지나 곰곰이 생각하니 문제의 5할은 내 탓이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이유로 도롱뇽 꼬리 자르듯 관계를 잘라버린 것은 나였다.

나와의 거리를 두려던 상대를 인정하고 기다려줬더라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졌을까?  /p73~74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 '행복'이 무언지 알지 못했고 궁금해하지도 않던 아홉 살 아이는 참 행복했다. 

어른의 행복은 행복하려고 발버둥 칠수록 멀어지는 느낌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행복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오늘 꼭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도 없기에.  /p173


어린 조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건, 아이들은 그 시간 자체만을 행복하게 즐길 줄 알고 그 에너지를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마음이 꼭 나 같아서, 힘들어했던 몇몇 순간까지도 그 마음이 너무도 닮아 보여서 쓰다듬으며 읽었던 글이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에세이 작가들을 마음으로부터 응원한다.  이들도 나와 같구나, 이런 마음을 꺼내어 이야기할수록 더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론 잠시 멈춤도 조금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나는 왜 평범하지 못한 걸까?, 행복하지 않은 거지?'라는 마음이 들 때면 소소한 일상이지만 보통의 하루도 괜찮다고, 꼭 행복하지 않아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글이었다. 



"그렇겠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있을까?  힘든 건 지금인데...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힘들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하지만 이만큼 명백한 진실도 없다.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니까. 

나는 오늘도 무책임하고 효과 느린 '시간'이라는 약을 처방받고 삼켜지지 않는 위로를 억지로 삼킨다. /p19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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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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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부터 눈길을 끌었던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춘천에 있는 소규모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일 외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짬이 날 때마다 '직장생활 툰'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내다보는 남자, 회사가 가기 싫지만 카드대금 인출 예정 문자를 보고 출근길에 오른다.  아마도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지 않을까?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매일 같이 출근하게 되는 건 내 통장을 스쳐갈 월급 때문이고,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푼다.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그랬었지...라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때론 너무 적나라한 표현에 이렇까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음 한 켠이 싸~ 하게 시원해 지는건 내 속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속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월급왔다!  탈탈털자!


잘나가는 래퍼 도끼처럼

수십 대의 외제차를 사는 것도 아닌데

몇백 평의 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월급은 왜 사이버머니

손에 쥘 수 없는 거니

어디로 사라지는 거니

쇼미더머니  /p064


잘 정리된 바통인 줄 알았는데,

잘 계획된 빅엿이었지 뭐예요.


연락받지 않는 전임자.

자기는 잘 모르겠다는 상사.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빅엿을 선물하셨나요.


내 연락은 받지 않는 당신....,

실업급여를 받으며 편히 쉬고 계신가요?

아니면 이직해서 잘 살고 계신가요?


문자라도 보내봅니다.


"자니? 이 개새끼야?"  /p092


이 책은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주최한 '10대 출판사와 펼치는 출판 서바이벌 프로젝트'에서 1위(허밍버드)를 차지한 수상작 이라고 한다.  불개미상회, 라는 이름도 재미있었지만 광고기획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직장인이라면 겪었을만한 일들을 디테일하고도 재미있게 담고 있다.   part가 넘어가는 사이 '나부터 챙기는 작은 잽' 엔 소소한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팁들이 있으니 챙겨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어차피 다녀야 할 직장,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가족, 애인, 친구에게 하소연해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그러면서 또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이런 내 마음을 대신해 직장 상사, 동료, 거래처, 회사 욕을 실컷 해 줬으면 할 때... 이 책이 당신 곁에 있으면 큰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야무지게 나부터 챙기는 법!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정신건강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불개미상회는 오늘도

부지런히 영혼 탈곡하는 상사를 향해

꾸준히 갑질하는 클라이언트를 향해

고구마 백 개 먹은 듯 답답한 회사생활을 향해

툭툭, 가볍지만 자잘한 잽을 날려봅니다.


다들 아시죠?

원래 큰 한 방보다 자잘한 잽에 훅 가는 거!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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