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상륙작전!
최정원 지음, 정영철(정비오) 그림 / 베프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뭐라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면을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마흔도 훌쩍 넘긴 나 역시, 돈도, 애인도 아이도 없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점점 꺼려지는 나이.  나만 그런가? 싶어 점점 움츠러든다.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아둥바둥하고 노후대책 따윈 있지도 않다.  지인들을 만나면 재테크, 아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어느 쪽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나는 뭐라 할 이야기도 없다.  그냥 매일매일이 크게 부족하지 않고 살아갈만하니 잘 살고 있구나 생각할 뿐이다.



그래, 내 삶 중에 기념할 날이 하나 생겼다.  '늙은 어린이날'.  내일도 난 결혼식에 가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지인들처럼 바쁘다는 핑계,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말로 피하지 않을 것이다.  백수가 무슨 바쁜 일이 그리 만고 중요한 약속이 있겠는가.  결국엔 돈이 없다는 말을 자존심 때문에 돌려 말하는 핑계일 뿐이지. 이제 확실한 핑곗거리가 하나 생겼다.  난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 위해 결혼을 안 하는 영원한 '늙은 아이' 이지 '프로 불참러'가 아니라고.  /p34

결혼 안 하거나 못한 사람의 마음.  아무리 잘 나가는 골드 미스들도, 일명 잘 나가는 억대 연봉맨도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며 고상한 척해도 1인당 한두 병 마시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진심이 담긴 주정이랄까? 

"편하지만 외롭다." 

강의 마지막에 말하려고 했다가 멈춘 한 문장.

외로움과의 싸움은 끝이 없지만 이제 면역력이 생길 때도 됐지요?

단지 바람이 있다면 외롭지 않게 혼자 살고 싶을 뿐입니다.  /p57


칠순의 노모와 살고 있는 저자의 삶은, 사 오십대의 싱글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다.  글쓰는 작가의 삶이 규칙적이지 않아 노모와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어머니 강단있고 멋있으시다.  본인이 힘들지언정 자식의 기를 살리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옛날 어머니상이랄까?  구수한 어머니의 사투리, 아들의 술상을 차려내고, 어린이날 아들에게 돌침대를 선물하는 어머니라니.  최정원작가가 어머니와의 일상을 이야기한 책도 출간되어 있어 찾아 읽어볼 예정이다.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내가 마흔이 넘어서도 흔들흔들, 우왕좌왕하는 것도 어찌 보면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발악일지도 모른다.  나름 오랜기간 대쪽같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죽을 것 같아 이 생활을 선택해 놓고 다시 괴로워하고 있지 않은가?  아침에 동네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보고, 한낮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여유와 머리 쓰지 않고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적이 없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난 혼자 있는 법을 너무 몰랐다.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 집단으로부터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래, 저절로 람이 살아지는 시기가 있고, 지금처럼 또 다른 방법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기가 있는 것.  어르신의 말씀처럼 저 소나무는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적응해가며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나는 움직일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의 시선이 무슨 대수인가.  현재 내가 이생을 살아내는 방식인데 말이다.  /p75~76

삶이 나에게 줄 수 없는 것을 간절히 원할 때 고통이 시작된다. 

때론 무엇이든 없는 게 나을 때도 있지 않은가.

그래. 현재의 내 삶을 긍정하고 내 삶의 주인공이 될 때 빼앗긴 내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을까.

가끔 기다림은 즐거운 꿈을 꾸게도 하니까.  /p167


저자의 일상엔 술이 참 많이도 등장한다.  글로 읽는 저자의 술자리, 술을 마시며 하는 생각, 일상들 지인들과의 이야기들을 읽을때면 맥주라도 한 캔하며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카들은 내 아이가 아니니 너무 공들이지 말고, 나이들어갈 수록 체면을 생각해 참석해야 할것 같은 자리도 과감하게 자를줄 알아야한다고 한다.  물론 자신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어야겠지... 솔직히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생활만 유지할 수 있다면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없는 지금 삶에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장 내일의 삶도 알 수 없는데 긴 생을 너무 걱정만하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노총각, 노처녀, 결혼 안한, 못한 "늙은 아이", "철없는 늙은 아이"인 당신은 잘 살아가고 있나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읽고,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  이후 출간되는 책들을 다 찾아 읽은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론 꽤 애정 하는 에세이 작가.  책 읽는 지인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였고, 혼자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그의 감성은 짙은 여운을 남게 해 지금도 가끔 꺼내 읽는 작가들 책 중에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자유롭다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현실에 무심해지는 것이고, 조금은 뻔뻔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하니까. 후회도 미련도 없어야 한다. 선택했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운명처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매 순간 생각하기보다는 느끼는 편이 현명하다.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방향이 정해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가능한 한 최고의 선택을 하려 한다. 최고의 선택이란 자신도 세상도 가능한 한 피해를 입지 않는 상태이며,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 않는 상태이다. ​
마지막으로 나는 자유로움이 쓸쓸한 거라고 생각한다. 내 가족, 친구,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은데 혼자 자유로워봐야 의미가 없다. ​

사실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저 내 새장에는 작은 문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
나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새장은 원래부터 열려 있었고.​  그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건 당신의 진심입니다.' /p18~19​ 


분명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는 새롭고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유로워 보였던 그의 일상은 실제로 너무나 외로웠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도 그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었고 길 위에서 조금씩 자신의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워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평균치가 무엇인지를 신경 쓰게 되고, '나잇값'이라는데 부담을 가지게 되는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의 여행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이고, 조금 과장되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돋보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통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은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p106

서른 살의 나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했고, 메마른 사막 위에서 외로워 울었다.  서른세 살의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세상 모든 길이 결국 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그리고 낯선 길 위에서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워 울지도 않게 되었다.  외로움, 초라함, 그리고 고독함을 내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발전하게 되어 있고 적응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길 위에서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이제는 불안한 소년에서 담담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또다시 떠날 것이고, 또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p109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꾸만 묻는다.  '너는 꿈이 뭐니?'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 또 묻는다. '취직은?', '결혼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그 무엇이 원하는 삶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온전한 내가 여기 있었다고....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후회하지 않기위해 가끔 지치기도 하겠지만 쉬어가도 괜찮은게 삶이라고 위로를 받았던 글이었다.



분명 나는 차곡차곡 나이가 들어갈 것이다.  아무리 옷을 젊게 입고 머리를 염색해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이제 나도 나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나 소년일 수는 없다.  감성도 달라졌고, 그걸 담고 있는 내 몸도 달라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제대로 지켜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지녀온 내 생각과 감정을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그걸 놓아버리는 순간 진짜 늙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고 싶다. 

지나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져 모든 강과 시내를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더라도 괴물은 되고 싶지 않다.   /p22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긴 싫고
장혜현 지음 / 자화상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연일 되는 한파주의보에 움츠린 어깨는 펴지지가 않지만 출간되는 책들엔 봄이 오고 있는듯하다.   장혜현 작가의 전작인 <졸린데 자긴 싫고> 이후 두 번째 에세이. <어른이 되기 싫고> 첫번째 글과 다른 느낌에 같은 작가의 글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사해졌다.  책표지만큼이나 그녀의 글도 조금은 더 깊어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시선을 끄는 책표지만큼이나 휴대하기 좋은 책 사이즈, 한 번에 읽기보다 조금씩 며칠에 나누어 읽어 생각하며 읽었던 그녀의 글은 여행과 책읽기, 글쓰기를 통해 시간이 흐른 만큼 그녀만의 내공을 다져서 돌아온듯했다.



나를 놓쳐버리는 순간 우리는 남을 찾게 된다. 
그러니 삶에서 중요한 건 ‘나’를 잊지 않는 것이다./p40
내 앞에 놓인 불안함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수많은 현실적 위험요소들이 더욱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게 하는 건지도.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을 사랑이라 착각하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러니 어쩌면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계기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공기의 흐름은 아닐지도 모른다. /p60~61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 에디 캔터 /p116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 누구나 겪는 것일 테지만 유독 '나만'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 게 혼자 아파하면서 외로운 시간들이 아닐까?  그녀도 그런 시간들을 지나왔고 지나고 있으며 자신이 겪었던 그 시간들을 오롯하게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장혜현 작가의 글은 어른이 되면 빨리 가는 게 답이 아닌 멈출 수 있음을 알아야 어른이 아닌걸까, 라고 제시하기도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선 머릿속 정리정돈을 시작해보자. 
그것이 바로 걱정의 과소비를 막고, 행복을 저축하는 방법일 테니. /p138
세상에 자기보다 더 큰 아픔이 있다는 걸 알면 그 순간 나의 아픔은 더 이상 꽁꽁 숨기지 않아도 되더라는 것. 
세상에 자기보다 더 큰 슬픔이 있다는 걸 알면 그 순간 나의 불행이 되게 별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
....<중략>....
슬픔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치사하게 이 점이 우리르 또한 살아가게 한다.  /p156
"내 전부가 당신이라, 다행이에요.  당신의 전부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내 꿈이 당신과 같이 걸어간다는 걸 기억할게요.  태어나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꿈'이 혼자 걸어가고 있지 않다는 걸 기억하자.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나를 응원하며 같이 걸어가는 이가 있을 것이다.  /p185

어른이 되기 싫다는 건, 어른으로서 책임져야 할 많은 책임감들과 의무들 때문이 아닐까?  나의 내면은 아직 아이이고 어른으로서 살아가고 싶지 않은데 사회, 주변에서 요구하는 것들 때문에 떠밀려 살아가기 때문에 어른이 되기 싫은 것은 아닐까?  조금 더 풍성하고 다양해진 장혜현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건, 살아가고 있음에 응원을 보내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대 오늘도 살아내느라 수고했다고.'  저자의 맺음말처럼 인생에 겁 하나쯤이 있어야 용기를 내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어른이 되기 싫지만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부가 되어줄 봄 빛 같았던 어른이 되긴 싫고 였다.


인생에 겁 하나쯤 갖고 있는 건 참 유용한 일이다.
겁이 없었다면, 용기를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p2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흔 여섯 번의 밤, 현동경의 여행에세이는 길을 걸으며 낯설고 새로운 곳을 보고자 떠났지만 길 위에서 만난건 '사람'들이었다.  길을 걸으며 만난 사람과 여행에 관한 순간들의 이야기를 <기억이 머무는 밤> 에 오롯하게 담았다.  때론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듯 했고, 가슴이 탁 트이는 사진을 볼 때면 길 위에서 그 사진을 찍었을 순간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잔뜩 낡아 버린 신발과 헤진 옷들 사이 언제 꺼내 보아도 그대로일 것이라 믿었던 사진은 애석하게도 때때로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그 한 장에 녹아 있는 감정과 온도를 머금은 기억은 언제나 머물다 가는 것이기에 구태여 붙잡지 않기로, 의연한 척하며 글을 적어 갔다.  그렇게 쌓아 온 글에는 '사람'이란 말이 '여행'의 딱 곱절만큼 나온다.  이제는 습관처럼 네모난 세상을 들여다보거나 누군가에게 쉬이 떠남을 권하지 않고 그저 사람을 위한 여행을 한다.  이 책에는 그 여행길 위에서 언젠가 함께였던 시간을 위한 글들을 적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 프롤로그


그녀의 글에 담긴 주체는 모두 '사람'이었다.  여행을 이야기 하는것 같았지만 그녀는 '사람'을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것 같았다.  늦은밤, 고요한 새벽, 그녀의 글은 그렇게 조용한 시간 한글자 한글자 문장을 음미하고 짚어가며 읽고 싶어지는 글이기도 했다.  문장 사이 담긴 그녀의 사진들은, 문장과 함께 읽기에 더 없이 좋았고 문득 나도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지는 충동을 일게 했다.  글을 적어간다는게 어렵게 생각되었는데, 조금씩 기록하고 남기다 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응원같았던 그녀의 글.   오래도록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고 무너지며 기꺼이 동요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맺음 하는 그녀의 글은,  그녀의 다음 여행에세이도 기다려지게 한다. 



#더해 가는 일상 비워 가는 여행
그런데 왜인지 우리의 삶은 비워 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순간의 관심을 얻는 것보다 헤어나는 것이 힘들고,배낭 가득 필요한 짐을 꾸리는 것보다 없어도 될 물건을 가리는 것이 어렵고, 추억을 만드는 것보다 잊는 것이 아파서 기껏 채워놓은 일상을 비워 내기 위해 떠난 여행길은 언제나 고되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내 배낭은 무겁기만 하고 머릿속은 복잡하며 스치는 이의 시선을 마음에 두고 가슴 한편에 쉽사리 잊히지 않는 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다. 고작 사흘남짓 떠나는 여행에도 온갖 것을 배낭에 욱여넣어 가며 잠깐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다가 결국엔 일상을 그대로 짊어지고 떠나게 돼 버린 나의 지난날 처럼 말이다.
그러다 문득 떠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내 배낭의 무게만큼 딱 그만큼 일상에서 한 걸음씩 벗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불과 며칠 밤 사이의 일이다. 어쩌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빼내어지는 배낭 속 무언가처럼 어지럽게 뒤엉킨 삶 속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뺄셈할 수 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일상에 돌아와 더 많은 것을 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덜어 내고 담아 가는 것을 반복하며 살아갈까. 그간 여러 수식어를 붙여 가며 나 자신을 여행에 그대로 가져가기 바빴던 나는 앞으로 내려놓는 것에 얼마나 과감할 수 있을까. 나는여전히 잘 모르겠다. /p24~27

#세상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많은 인파 속에서 왜 혼자 밥을 먹는지, 출근길 드라이가 잘 됐는지, 오늘 입은 옷이 내게 잘 어울리는지.... 우리의 방대한 걱정에 비해 세상은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나마저도 스스로에게 관심리 없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혹은 언제 행복한지, 하다못해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능력은 부러워하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타인의 일에는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위로는 없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지만 내일이 오면 오늘은 지나간다. 이렇게나 매정한 하루 속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큼이었는가. 어쩌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답은 스스로에 대한 관심과 위로일지도 모른다./p91~9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니시 - 힘 빼고, 가볍게 해내는 끝내기의 기술
존 에이커프 지음, 임가영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8년, 무술년 한 해가 시작된 지 딱 6일이 되었다.  새해가 되며 세운 계획들 버겁다고 생각돼서 벌써 수정하거나 포기하진 않았는가?  사실 올핸 책을 읽으며 수집한 문장 수집 노트를 적으리라 다짐했지만 며칠이 흐지부지 지나고 나니, 이걸 계속해야 할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결국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더 많이 애를 쓰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다.

연구 결과로 확인한 것처럼, 이제 우리는 끝까지 해낼 수 있다.

'만성 시작 환자'도 '꾸준한 성취자'가 될 수 있다!
<중략>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당신에게 그 지름길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p016~017  프롤로그


작심삼일도 반복하다 보면 계획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하는 글도 있고,  목표치를 조금 높게 잡아야 더 노력하게 된다는 글도 있다.  하지만 너무 버거운 계획들은 시도하다 그 끝이 보이지 않거나 결과가 예측되는 순간 포기해버리는 쉬운 선택을 하게 된다.   제일 쉬운 예로,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는 책들을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읽으면 좋을 것 같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서론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결국 책장을 덮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오기로 읽어보겠다고 붙들고 있다가 아예 책 읽기에 대한 흥미를 잃어본 적 있는가?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찾은 개인적인 책 읽기에 대한 목표는 손이 가는 대로 읽어지는 대로 읽되 고전도 되도록 한달에 한 두 권은 읽자였다.  이렇게 기대치를 조금 낮추니 몇 년 전부터 한 해에 이백여 권 안팎의 책을 읽고 있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시작 한지 얼마 안되 지레 포기하고 있진 않은가?  한 해의 계획도 거창하기 보단 몇 가지를 세워서 단기로 짧게 해서 목표를 달성했을때, 성취하는 기쁨을 누려보는건 어떨까?  '끝내지 못한 것들의 무덤'속에서 탈출 할 수 있는 방법!  나에게, 어쩌면 당신에게 꼭 필요했던 부족한 몇 프로, 따라하기 쉬운 조언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성취의 통쾌함을 경험해보는건 어떨까?



한번 흐름이 끊기면 그 흐름을 다시 이어가기가 어렵다.  기록이 더 이상 완벽하지 않으니 다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실수를 대하는 놀랍도록 흔한 반응이기도 하다.  중도 포기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한다.

"뒤처져버렸어요.  다시 되돌릴 수가 없었죠."

"사는 게 바빠서 계획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되돌리기엔 이미 모든게 엉망이었죠."

표현은 다를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모두 정확히 같은 것에 대해 말했다.

"과정이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아서, 나도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p026


당신이 무언가를 정말 끝까지 해낼 생각이라면, 어떤 관계들은 잠시 쉬어가야 할 수도 있다.  그냥 거절하라.  긴 설명은 필요 없다.  사과도, 정당화도 필요 없다.  기억하자. 당신이 거절한 것에 대해 상대가 화를 낸다면, 그건 당신이 처음부터 그 사람을 거절했어야 한다는 사실의 반증일 뿐이다.  /p07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