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 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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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기쁨의 미소가 터져 나왔다.  '미쳤어?'라는 친구의 걱정 때문에 불안해진 것이 아니라 '그래, 한 번쯤 미쳐봐야 진짜 나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겠지.'라는 유쾌한 믿음이 샘솟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기쁘게 달랬다.  이번에야말로 멋지게, 제대로, 마음껏 미쳐보자고, 항상 단정하고 정리된 편집으로 하나의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단행본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좀 더 자유로운 나, 천방지축의 나, 파란만장한 나를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듯이 들려주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바른 자세로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좋은, 드러누워 읽어도 좋고 맥주 한 캔과 함께 읽어도 좋은 책, 그 속에 '글 쓰는 나'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나, 일상 속의 나'를 소복이 담고 싶었다.  책이라는 네모나게 각진 형태의 미디어에 좀 더 삐뚤빼뚤한 나, 비틀거리는 나,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는 솔직 담백한 내 모습을 담고 싶었다. /들어가는 말


월간 정여울 발행소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읽을지 말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12개월 매달, 다양한 주제로 발행될 이야기를 집필하려면 매일 같이 쉼없이 글을 써야 가능한 일인데... 가능할까?  12개월 동안 진행될 프로젝트의 단어들도 꼽아두고 진행되는 월간 정여울은 각 달의 단어들 만으로도 궁금하게 한다.  똑똑, 콜록콜록, 꺄르륵꺄르륵, 와르르, 달그락달그락, 옥신각신, 어슬렁어슬렁 팔딱팔딱, 와락, 후드득후드득, 덩실덩실, 으라차차 새삼, 우리 단어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입안에서 맴도는 단어의 소리가 느낌이 좋아서 자꾸만 소리내어 읽어보게 된다.  매달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 하게 되는 월간 정여울의 1월의 화가는 안진의 작가다.  책의 표지도 화려하지만 글 사이사이 만나게 되는 그림들은 글을 읽다 쉬어가는 느낌을 주어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기도 하고, 휘리릭 다른 페이지를 넘겨 글을 읽기도 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가지고 자신의 역량을 헤아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게 여기지 않으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고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징벌에 갇히곤 한다.  나의 소중함을 바깥에서 찾으려 하면 늘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더욱 집중하면, 진짜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타인이 평가하는 객관적인 역량보다 때로는 더 중요한 것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쩌면 나의 역량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워낙 신경 쓰다 보니, 내가 나를 차분하게 살피고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나의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를 찾는 자기 성찰의 지혜다. /p40~41 #나는 나보다 큰사람


글쓰는 작가 정여울의 글도 좋았지만 매월 만나게 될 월간 정여울의 글이 좋아진건 1월 똑똑, 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를 정독하고 더 좋아지게 된 것 같다.  매일 조금씩이나마 글을 읽고, 책을 읽고 서평이라는 방식으로 글을 남기고 있지만 정작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글들은 마음 어딘가에서 맴돌기만 하고 나오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왜?' 그런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 같다.  단어와 문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글, 더 열심히 읽되 생각하고 더 흠뻑 빠져들기를... 12개월 동안 진행될 그녀의 이야기가 즐겁게 기다려질 것 같다.



노마드처럼 찾지만 정착도 잘해야 해요.  완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저절로 빠져드는 흡입력 높은 책도 있지만 애를 써 집중해야만 하는 메시지를 알아듣는 책도 있거든요.  요새는 너무 쉽고 재밌는 것만 찾다 보니 그렇지 않으면 밀쳐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멋진 책에 정착할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라캉 같은 경우는 몇 번을 포기했는지 몰라요.  어떤 구절을 살짝 알 것도 같은데 그러면 간신히 이해한 걸 글로 써보고, 쓰는 과정에서 더 깨달아요. <중략> 사랑할 때는 그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듯이, 책을 고르고 사고 실패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자기를 믿어야 해요.  나의 간절함과 저자의 간절함이 만났을 때, 행복한 독서가 시작되지요.  /p84~86 #쓰다,읽다,받아들이다



나를 찾는다는 건 어렵지 않아요.

타인의 작품이 내 마음을 비추어보는 거울이 되죠.

이 음악은 왜 내 마음을 한없이 일렁이게 하는지,

이 그림은 왜 특히 더 많은 말을 걸어오는지,

천천히 곱씹고 되비추고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너무 거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미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그 일을 좀 더 의식적으로 하자는 것이죠.

한번 내 마음음속으로 풍덩 제대로 빠져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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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컬러링 비기닝 세트 - 수채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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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똥손도 은손 정도는 될 수 있는,

수채화를 시작하는 초보를 위한 책과 기본도구 세트인 <수채화 컬러링 비기닝 세트>

수채화를 그려보고 싶은데,

그림은 안되고 재료 구비도 해야하고

막막한 초보자를 위한 준비된 세트!

 

 

 

<수채화 컬러링 비기닝 세트>

BEGINNING SET 


수채화 컬러링북

12색 고체 물감

8호 붓

수채화 컬러링 가이드 북


비기닝 세트 구성답게 물과 휴지만 있으면 바로 수채화 컬러링을 시작 할 수 있는 구성이에요.

 

 

 

반하겠어요.

고체 물감이 이렇게나 예뻐도 되나요?

 

 


수채화 컬러링북

 


30.5 x 30.5 cm


51가지의 다양한 도안이 들어있어요.

풀 사이즈 도안 6EA

미니 도안 17EA

태그 도안 28EA


하나씩 뜯어 쓸 수 있는 패드형으로 제작 되어 낱장으로 떼어 채색할수 있어 편해요.

큰 사이즈, 책갈피, 가렌더 만들만한 작은 그림, 액자할 만한 그림 등등

작품 완성후 액자, 카드, 엽서, 네임택, 데코 소품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해요.


선 대신 '에폭시'와 '금박'으로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 내 마음 대로 컬러를 배합해서 자유롭게 채색하면

수채화 특유의 투명한 색감이 살아있는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요.

 

수채화 컬러링을 시작하기 전에 수채화 컬러링 가이드북 읽어보길 추천해요.

 


수채화 컬러링북을 보고 제일 신난 조카님,

마침 책갈피가 필요했다며 몇 개만 만들어보겠다고 해서 함께 채색을 시작했어요.

미술학원을 다니며 수채화를 좀 배웠던 아이라,

본인만의 채색으로...

 

 


물감 그라데이션은 색상을 만들어가며 잘 사용하더라구요.

본인이 사용하던 수채물감과 약간 다르다며 처음에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데.

 

 


친구랑 하나씩 사용하겠다며 완성한 책갈피

금박과 에폭시가 있어서 색상이랑 물 조절만 잘하면 예쁘게 완성할 수 있어요.

 

 

 

그사이 작은 책갈피 하나 완성,

색상이 좀 약한듯 해서 마르면 덧칠을 좀 해볼까해요.

 

 

밤하늘을 채색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열심히 색상을 배합해서 채색한 조카님

저 뿌듯한 표정이라니....

 


수채화 컬러링 잘하는 포인트, 컬러믹스, 컬러배치, 색다른 효과 만들기등

다양한 효과를 응용해 볼 수 있었던  <수채화 컬러링 비기닝 세트>  BEGINNING SET 

제가 채색을 너무 못하긴 했지만,

남은 컬러링북이 꽤 많아서 짬짬이 채색을 해볼까해요.

수채화의 감을 익히고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면 더 깊이 빠져들게 되겠죠?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어도, 손재주가 없어도 괜찮아요.

<수채화 컬러링 비기닝 세트> 와 함께라면 수채화도 어렵지 않아요. .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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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지음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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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은 더욱 커진다.  우리의 인생은 게임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했다고 해서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당신을 걱정하거나 철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매 순간을 충실히 경험하면서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당신의 인생은 누구보다 선명한 색을 띠고, 미지의 영역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가장 당신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지금 당신의 눈에 띈 반짝임이다. /p030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어! 이거 나를 위한 책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적으로 바뀌어 갈 거란 생각과는 달리 내 마음은 정말 저~ 콩밭 어디 지음에 가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이 일했다가 저 일했다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떤 일에 푹 빠져 있다가도 금세 마음이 식어버린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어떤 일이든 '재미'가 있어야 할 마음이 생긴다.
일도 생각도 잔뜩 늘어놓기만 하고 마무리 짓기에 약하다.


책 소개에서 발견했던 저 문구,  솔직히 개인적으론 다 해당되는지라... 빼도 박도 못하고 콩밭형 인간?  뭐든 하나라도 잘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보는 시선에 따라 맞추어 살려니 버겁고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할 때가 있기도 했다.  때론 너무나 문어발 식으로 벌이는 일 때문에 이러다 아무것도 안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일을 벌여 경험했던 시간들이 후회보단 '해보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일단 부딪쳐보기로 시도하는 당신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다.  충분히 유의미한 도전이며 멋진 모험이다.  이제 나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  당신이 가진 본연의 감정을 오랜 기간 억지로 자제하다 보면 갑갑함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가진 충동성은 다르게 표현하면 '결단력'이 되고, 부주의는 다르게 말하면 '대범함'이 된다.  일단 결심이 섰다면 주저하지 말고 발을 뻗자.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p035

"큰 보물을 찾아봐.  자네들이 같이 사슬에 묶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을 거야.  혹시 자네들이 원하는 보물이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일단은 멀고도 어려운 길을 가야 해.  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게되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지겠지.  그 길이 얼마나 먼지 말해줄 수는 없지만, 장애물들을 두려워하지 말게.  운명이 자네들에게 보상할 테니까.  가는 길이 굽이치고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 구원을 받게 될거야." /p052  조엘 코엔 감독의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평생 하나의 일이나 관심사에 몰입하며 살아가기엔 살아갈 생이 길고, 재미있는 일도 넘치게 많다.  공부를 하다, 일을 하다 집중이 안된다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봐도 좋고, 자신만의 휴식시간을 갖으며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이사이 딴짓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더 반짝이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지 않고 추진해나가는 것, 그 자체는 장점이다. 하지만 뭔가에 도전할 때는 적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비빌 언덕도 마련해놔야 한다.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발판을 남겨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예상치 못하게 회사를 그만두거나 갑자기 내리막길을 걷게 될 때 기댈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사실은 가장 따뜻한 인생의 베이스캠프다. 

인생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에 존재하는 법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내가 언제나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나만의 베이스캠프를 만들어두는 것도 잊지 말자. /p080~081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힘들 때도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자.  슬플 때는 온전히 슬퍼하는 것이 최선이다.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고,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야 나도 내 기분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나 자신이 내 마음을 다독거려줘야 한다.  /p108


지루하지만 딴 짓이나 딴 생각없이 한 가지 일이나 공부만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지루해지고 재미가 없을것 같다.  당신의 하루하루는 딴짓, 딴생각이 있기에 보다 빨리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P178   끈기가 필요한 일을 오래 하다보면 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측면을 가진 인생은 딴짓을 해도 잘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반짝이는 더 좋은 삶이나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삶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을 생각해야 한다.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를 탓하지만 그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과거를 들쑤실수록 과거에 얽매일 뿐이다.  당신이 충실하게 몰입하고 있는 현재가 과거를 밀어내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p15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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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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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고 가벼운 글들만 읽다가 역사서를 읽게 되었다.  알고리즘 1기로 활동하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하게 되는 듯... 지금의 '도쿄'를 있게 한 에도 막부의 탄생의 과정을 생생하게 써 내려간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는 역사소설이지만 에도 건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지형, 화폐, 식수, 석벽과 천수각... 각각의 다른인물들이 에도를 도시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게 흘러간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확실을 기한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카와노쿠니 오카자키의 성주에 지나지 않던 이에야스 님은 이 방식으로 오다 노부나가 공의 눈에 들었고 다이코 히데요시 님의 동맹자가 되었으며 지금은 천하를 노리는 최고의 다이묘에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p35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간토 8주를 받고 대신 가지고 있던 영지를 내놓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에도로 떠나는 이에야스는 마흔 아홉의 나이에 영지 교체를 받아들이고 에도로 떠나게 된다.   동쪽과 남쪽의 넓은 바다, 서쪽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북쪽은 고지대를 따라 듬성듬성 자리 잡은 농가들이 유일하게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륙백 년 정도 발달이 멈춘 고대의 마을로 밖에 볼 수 없는 이곳을 오사카처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에야스를 선언에 그를 따르는 가신들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겸손은 딱 질색이다."

이에야스는 구역질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했다.  쇼자부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야스는 마치 죄인을 심문하는 듯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라, 쇼자부로."

"네에?"

"이전부터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더냐?  나라면 할 수 있으니 시켜만 달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지 않았더냐?"

'들킨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맞습니다."

쇼자부로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이에야스는 비로소 눈가에 깊게 주름까지 잡혀가며 활짝 웃었다.

"됐다, 쇼자부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일도 그렇게 하는 법이다.  자부심을 가져라."   /p91


하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고 황무지인 에도로 발을 옮긴 이에야스는 인재를 등용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한다.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게 사람을 보는 눈이 밝다고 해야 하나?  이에야스의 인재 등용은 그 너머의 일까지 보는 것처럼 번뜩이는 것 같기도 했다.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일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대를 이어 진행되었고 그 과정들은 비장하고 일본인들이 대를 이어오는 가업을 잇는다는 것의 의미가 중요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대를 이어하는 일들의 긍지를 가지는 것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였구나를 실감하게 한다.  불과 400년 전 불모지였던 에도가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인 도쿄의 과거였다는걸,  책을 읽으면서도 오늘날의 도쿄를 생각하며 읽으니 그 옛날의 과정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에야스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한 서술은 없지만 그와 도시를 일구어낸 장인들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글이었다.



이에야스는 기다림의 천재였다.  기학적이라고 할 만큼 '견뎌서 이겨내는'것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간토 8주로 가시오.'

육 년 전 히데요시의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도 가장 밑바닥에는 이에야스의 이런 기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도를 비롯해 간토 8주야말로 기다리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뎌내면 일본에서 으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야스가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땅이었다. /p138~13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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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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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미스터리 <cozy mystery> 소설 펫숍 보이즈.  'cozy'는 사전적으로 아늑한, 친밀한 이란 뜻으로 부드럽고, 온화하고, 친절하고 정중한...대략 이런 분위기를 지닌 작은 마을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규모적인 사건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펫숍 보이즈 가미조 지역에 위치한 유어 셀프 펫숍을 배경으로 직원들과 펫숍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여섯 가지의 작은 사건들이 진행되며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여우 소동으로 여유가 없군."

나는 말이 끝나기 전부터 억지웃음을 지었다.

"며칠 지나면 모두 잊을 걸세.  다만 방심은 금물이지. 

인간은 쉽게 안심하는 동물이지만 신변에 위험을 느끼면 지금까지의 안심 요소는 단숨에 불안 요소로 바뀐다네." /p164


펫숍을 제대로 방문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나치며 보기만 했고, 그 안에 있는 동물들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들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20대에 지인에게 어린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아 몇 년간 키운 적이 있었는데, 집에서만 있던 게 습관이 되서 계단 오르내리기를 가르쳤더니 잠시 한눈판 사이 집을 나가버렸고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만약 동네 자주 다니던 동물병원이라도 산책 삼아 데리고 다녔더라면, 다른 강아지들도 만나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다른 동물과 가족이 되는 만남의 장소 펫숍.



"왠지 요즘 초조해.  업무 문제만이 아니라, 왜 여러 가지로 일이 잘 안 풀려서 짜증 날 때 있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아르바이트밖에 겪어보지 않은 '사회' 이지만 그 안에서조차 내가 야무지지 못하고 한심해서 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요즘 내가 그래.  끊임없이 여러 가지 일로 고민하고, 모든 게 잘 안풀려서 시도 때도 없이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져.  하지만 이럼 안 되잖아.  나답지 않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우리는 동료들이잖아요.  더 의지해도 괜찮습니다."  /p220

어린 시절에 기르는 동물은 특별하다.  함께 자라며 서로 마음을 통하기를 바라고, 통하지 않을 때는 고민하기도 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무조건적인 감정이 자신 안에서 생겨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하는 동물과 이별할 때는 당연히 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슬프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한 추억이 남는다.  /p294


갑자기 단골 꼬마 손님에게 섬뜩한 외마디를 내지르는 잉꼬, 잠시 파견 나온 신입 직원은 펫숍을 경멸 한다고 한다.  펫숍 쓰레기처리장 쪽엔 비 오는 날 여자로 둔갑한 여우가 나타난다?  아르바이트생 가쿠토와 고타는, 점장인 가시와기씨는 미스터리한 소동에 휘말리지만 이 녀석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 같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이들은 인간과 동물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공간에서 작은 사건들은 조심스럽지만 유쾌하게 흘러간다.  "자기 전에 한 편씩 읽습니다.  그러면 안심하고 잠들 수 있거든요." 라는 문구가 새삼 다정하게 다가오는 건 단순히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 속에 녹아든 친근한 이야기라 느긋하고 편하게 읽었던 글이었고 글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귀여운 삽화는 보너스! 상상하며 읽을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동네에 코지와 가쿠토같은 직원이 있는 펫숍이라면 매일 가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다.  띠지에 숨겨진 깜찍한 비밀은 보너스!!! 너무나 깜찍하고 귀여워서 조카님들에게 강탈당한 건 안 비밀! 이구요.  다가오는 봄, 따스하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글이었습니다.



"너 지금 진심으로 웃고 있는 거야?"

무심결에 튀어나온 물음에 사모예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인간도 개도 서로 다른 개체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웃고 있으니 행복한가보네' 하고 믿는 수밖에 없는 법이다.  아무리 인간의 최고 파트너라고 할지라도 머릿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같은 언어로 말이 통해도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  결국 개개인은 홀로 존재하기에 평생 본심을 속속들이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통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서로 믿는 수밖에 없다.  /p322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마다 않겠다는 인간이라는 동물을요.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인간입니다.

외롭고 고독하며 속수무책인 동물입니다. /p39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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