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 숨겨진 나를 발견하기 위한 1년의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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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ns에서 하현 작가가 매일 일기를 쓰는 피드를 간간히 보아왔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365일 일상을 기록하는 일.  짧은 기록이라면 한 줄이라도 적겠지만, 그마저도 며칠씩 적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다반사.  그런데 이 작가는 해냈다.  (그 어려운 일을..) 그리고 책으로 집필했다.  누군가의 일상을 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다른 이의 일기를 본다는 건, 그 사람의 내면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게 되고 한 챕터씩 읽어나갈 때마다 조금씩 더 빠져들게 된다.



#소중함이 가장 반짝일 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 것. 그 말을 떠올리면 심술이 난다. 애초에 속이지 않았으면 속을 일도 없었을 텐데. 나는 그런 쪽으로는 귀가 얇아서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간다. 소중한 것들은 왜 꼭 시험을 당해가며 지켜야 할까. 익숙함은 늘 나를 속이고, 소중함은 잃어버렸을 때 가장 반짝인다./p023 

#나를 애틋하게 만드는 것들

벚꽃은 봄을 가장 많이 닮은 꽃입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마음을 붕 뜨게 만드는 것도, 언제 왔는지 모르게 왔다가 언제 갔느지 모르게 가버리는 것도.  애틋함은 여기 남아 다음 계절을 맞아야 하는 사람의 몫이니다. 나는 나를 애틋하게 만드는 것들에게 한없이 약해집니다.  애틋함을 느끼는 순간이면 늘 질 준비를 합니다. /p024


문장들을 읽으며 조금씩 옮겨 적어 보고 싶은 문장들이 늘어난다.  때론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고 sns에 마음이 가는 문장을 옮겨 적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은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이 붙인 것 같아 읽던 중에 몇 번이고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기도 했는데, 포스트잇을 떼어내진 못했다.   문득, 나의 일상을 문장으로 적는다면 이러한 문장을 적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시한 일요일

한 주가 이렇게 끝나 간다.  별일 없이 느릿느릿.  한없이 고요하게.  인생의 별일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건 오늘처럼 별일 없는 평온한 하루다.  나는 시시한 일요일을 좋아한다.  /p026

#비겁한 습관

나는 상처를 주는 일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모진 말을 못하니까, 짜증은 내도 화는 못내니까, 싸울 줄 모르니까.  하지만 상처는 그렇게 내는 게 아니었다.  나는 자주 반득하고 날카로웠다.  조금 틀어졌다 싶으면 언제든 싹둑 관계를 잘라 버렸다.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믿었는데 그건 그냥 비겁한 거였다. 

몇 개의 얼굴을 떠올렸다.  웃는 얼굴로 밀어낸 사람들, 예의 바르게 상처 입힌 사람들.  요즘은 싸우고 화해할 줄 아는 사람들이 부럽다.  관계 속에서 비겁해지는 건 너무 쉽고 편하다.  용감해지는 것과 다르게 /p052


재생할 수 없는 현실의 시간을 관찰하기 위해 매일 기록한 한 페이지의 노트 365일.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인데 하현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그녀처럼 단 한 줄이라도 오늘의 기록을 남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일의 행복은 영영 내일에 있으니 우리는 오늘 행복하자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원하는 일을 외면하지는 말자고. /p242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아껴읽었지만 너무나 금방 읽었고, 문장을 곱씹어 읽을수록 다정해지는 기분이었다.  깊어가는 봄 우리 조금더 '다정' 해지는건 어떨까? 



#스티커붙이기
책을 굉장히 깨끗하게 읽는 편이다.
흠집이 나는 게 싫어서 밑줄을 긋는다거나 귀퉁이를 접는 일은 상상으로도 하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꼭 필요한 독서 아이템은 인덱스 스티커.
여러 번 붙였다 떼도 자국이 남지 않아 유용하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인덱스 스티커를 붙인다. 다음에 다시 읽었을 때도 여전히 그 문장이 좋을지 궁금해서.
그런데 가끔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 계속 스티커를 붙이고 싶은 책.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한 건 기쁘지만 스티커를 남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는 좋은 문장 대신 더 좋은 문장에 스티커를 붙인다. 더 좋은 문장 역시 너무 많다면 정말 좋은 문장에 붙인다. /p86~87

#타인의 삶

우리는 더 많은 소설을 읽으며 더 많은 타인이 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함부로 말하지 않기 위해.  세상은 무수히 많은 주인공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p22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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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3가지 아들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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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인가?  큰조카랑 어떤 이야기 끝에, '이모, 엄마 아빠가 사랑하면 아이가 태어나잖아요. 그런데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하고 물어보는데 순간 어떻에 이야기해야 하는 거지? 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성교육에 대해 물어보고 아기씨가 엄마에게 가서 블라블라... 어찌 야기를 풀어서 하긴 했는데 아이가 딱히, 이해했다는 표정이 없어서 나중에 도서관 가면 같이 찾아보자고 이야기했었는데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조금은 수월하게 대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발기가 꼭 성적 의도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도 자연스럽게 발기가 되고, 아주 어린 남자아이도 발기가 됩니다.  사춘기 남자아이는 하루 평균 몇 번 정도 발기가 될까요?  하루에 발기를 적게는 4~5번, 많게는 12번까지 해요.  발기와 관련해 아이에게 알려 주어야 하는 사실이 있어요.  산소가 부족하면 발기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p23

부모님들은 아이가 아직 배 속에 있을 때 태교를 무척 중요시하잖아요.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요.  그게 꼭 아이가 정확히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일찍부터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것이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성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이제부터 시작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듣는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p26~27


딸이라서 더 조심시켜야 하고, 아들은 괜찮다는 생각도 요즘은 아닌듯하다.  성범죄는 생후 3개월부터 70대의 연령에 이르고 요즘은 남자아이, 청년도 안전하진 않다고 하니,  특정 대상만을 교육하는 성교육은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가족은 물론 주변인 사회, 모든 사람들이 함께 교육받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을 읽기 전엔 타인의 아이를 예쁘다 하며 안아보기도 했고 스킨십도 했었는데 유독 까칠하게 자신의 아이를 방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젊은 부모를 생각해보면 그들은 이런 성교육에 대해 트인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나의 성적 행동은 나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람과 사랑을 나눌지 말지, 키스를 거부할지 받아들일지 등에 대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판단만이 기준이 된다는 뜻이지요.  /p35

스킨십은 어디까지만 가능하다 하고 부모가 아이에게 정해 주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원칙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두 사람이 서로 합의한 것.  서로가 서로에게 허락한 것, 서로가 책임질 수 있는 것까지 스킨십을 하라고 말이죠. 

상대방과 가까워지겠다는 이유로 억지로 스킨십을 시도한다든가, 상대방이 떠날까 봐 겁난다는 이유로 스킨십을 억지로 허락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스킨십에 대해 상대방의 'NO'를 글자 그대로 'NO'라고 받아들이는 아이인지, 또한 원하지 않을 때 'NO'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인지 체크해 보셔야 합니다. /p130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단어가 생소했지만 '성적'이라는 단어를 뺀다면 나의 행동은 나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있다.  라는 것은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까지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하나씩 가르치는 것처럼, 일상처럼 '성'에 대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끼리 숨어서 배우는 성이 아닌 일상처럼 이야기하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성교육'.  저자는 자신의 아들을 키운 경험을 토대와 그간 현장에서 겪고 들은 다양한 경험들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가 배워왔던 성교육만으로는 지금의 아이들을 키우고 지키긴 어렵다.  책을 읽으며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었지만, 5살, 2살 딸을 키우는 막내동생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지인에 의한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또는 최대한 빨리 그 사실이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신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 사이에서도 스킨십을 할 때 허락을 구하도록 하는 자기결정권 교육이 그래서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성교육은 아이 혼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p162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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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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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p11


그의 전작들인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와 달리 첫 장의 시작이 무겁게 느껴져서 읽기를 미뤄왔던 책이었다.   감기가 하루 만에 심해져 목도, 코도 지독하게 아프고 재채기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었던 건 프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스토리를 이끄는 힘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너무너무 아팠다.  그럼에도 늦은 새벽까지 책읽기를 멈출 수 없었...)  '베어타운'이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아이스하키가 주인공인 이야기.  아이스하키로 전성기도 있었던 베어타운은 이제 아이들의 경기에 마을이 다시 일어서느냐의 기준을 두고 맹목적으로 아이들을 응원하고 아이들의 세계는 마을과 아이스링크내의 세계를 이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구단과 선수, 코치와 구단, 마을 사람들과 선수의 가족들 등 다양한 군상의 모습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른이면 누구나 완전히 진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을 겪는다.  뭐 하러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싸웠는지 알 수 없을 때, 현실과 일상의 근심에 압도당할 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런 날들을 생각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ㄷ는 것이다.  끔찍한 사실이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이 견딜 수 있을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p88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라모나?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 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 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p153


스포츠에 맹목적일 정도로 열광적인 마을 사람들, 그리고 아이스하키만 알고 자라온 아이들은 전국 청소년하키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하게 되면서 온 마을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뭉친 그들의 구심점인 캐빈이 '강간'이라는 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덮으려 하면서 이를 은폐하려는 마을 사람들과 사건 당사자인 마야가족의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왜!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이유로 덮어지고 여자아이의 행실로 몰아 은폐하려 하는가의 과정을 너무나 현실감 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는 과정에 마음이 더없이 무거웠다.



사장실에 모인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바꾸려고 애를 쓰는지 몰라도 이건 여전히 운동경기일 뿐이다.  한 개의 퍽, 두 개의 골대, 열정으로 가득한 심장, 하키를 종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하키는 믿음과 같다.  종교는 나와 타인들간의 문제고 해석과 이론과 견해로 가득하다.  하지만 믿음은....나와 신의 문제다.  /p178

사람들은 가끔 슬픔은 정신적인 것이고 갈망은 육체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상처고 다른 하나는 절단된 팔이나 다리, 꺾인 줄기에 달린 시든 꽃잎이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바짝 붙어서 성장하다 보면 결국에는 한 뿌리를 공유하게 된다.  우리는 상실을 논하고 치유하고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는 있지만 생물학적인 특성상 특정한 원칙에 맞춰서 살아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운데가 부러진 식물은 치유가 되지 않는다.  그냥 죽는다.  /p193


프레드릭 배크만의 글은 삶을 재단해서 정의하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며 방향을 조금씩 제시하는 느낌이랄까?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스링크,  과격함,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꽤나 속도감 있는 전개 사이사이 각 가정마다의 가족사와 부모와 자식들 간의 미묘한 감정들까지 세세하게 담고 있기도 하다.



인사이더가 되기 쉬운 만큼 아웃사이더가 되기도 쉽다.  선을 그어서 남들을 만들기 쉬운 만큼 우리도 만들기 쉽다.  /p313

증오는 매우 자극적인 감정일 수 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친구와 적, 우리와 그들, 선과 악으로 나누면 세상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훨씬 덜 무서워할 수 있다.  한 집단을 똘똘 뭉치게 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어렵다.  요구 사항이 많다.  증오는 간단하다.  /p374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신기하다.  어떤 사람이건 사랑을 시작하게 된 기점이 있는데, 이 사랑만큼은 아니다.  항상 사랑했고 심지어 아이가 존재하기 전부터 그랬다.  아무리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도 엄마와 아빠들은 감정의 파도가 그들을 치고 지나가서 완전히 나가떨어지는 충격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 사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기에 불가사의하다.  평생 암실에서 지낸 사람에게 발가락 사이로 들어온 모래나 혀끝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그 사랑은 영혼을 비행하게 만든다.  /p487


군중심리.  한가지 목표를 향한 이들의 믿음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상황도 아닐 거라고 애써 외면하게 만든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마야의 주장은는 외면하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케빈과 유일한 현장 목격자인 아맛의 이야기 중 어떤 것이 진실인 것일까에 대해 사람들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는 과연 현실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을 때 우린 어떤 이야기를 믿고 싶어 하는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총소리로 시작된 이야기는 중간 중간 총소리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배치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아이스하키가 빠진 베어타운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십 년 후 모습을 살짝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결말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한 글은 즐거웠고, 안타까웠으며, 때론 함께 울기도 했다.  <베어타운>의 후속을 예측하게 하는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으며 베어타운의 정경을 조용히 상상하며 책 읽기를 마무리해본다.




아이들은 자기들 발밑에 그려진 곰을 내려다본다.  어렸을 때는 곰이 무서웠고 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아맛, 사카리아스, 보보, 그리고 벤야민.  두 명은 이제 막 열 여섯 살이 되었고 두 명은 조만간 열여덟살이 될 것이다. 

십 년 뒤에 그중 두 명은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한 명은 아빠가 되었을 것이다.  한 명은 죽었을 것이다.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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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 잘해야만 했고 버텨야만 했던 나를 구하는 법
이종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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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타인의 모습은 잘 보는 우리다.  정작 나는 가까이 있기 때문에 못 보는 것일까?  다른 이의 결점은 장점보다 더 잘 찾아내면서 정작 내 결점은 무엇인지, 장점은 무엇인지 꼬집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원하진 않지만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원하지 않으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오래 버텨줄까?  언젠가는 터질 것이다.  그렇게 터졌을 때, 나는 과연 그렇게 터져버린 나를 감당할 수 있을까?  



 꿈은 행복하기 위해서 꾸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일찍 꿈을 정하고 진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훗날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를 만나게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속인다.  앞뒤가 바뀌는 것이다.  차라리, 아직 자신이 무엇에 몰두하는지 몰라서 아무런 계획도 진로도 세우지 못한 상황이 낫다.  조금 더 불안하고 초조할지언정 자신을 속이진 않기 때문이다.  (중략) 꿈은 늘 변한다.  그리고 변했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장렬하게 열정을 불태워 만화건 소설이건 또는 그 무엇에 건 목숨을 걸 시간에 그 직업 자체와 자신의 행복 포인트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p21~22  꿈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

상처는 내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아픈 거니까 내 고통이고 내 피다.  그 누구도 그 상처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고 평가할 수 없다.  (중략)  내가 진심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권하는 말은 이것이다.  정말로 힘들 때는 잠깐 숨자.  지금 당장은 잠깐 도망치자.  회피하고 외면해도 괜찮다.  이 말은 정말 아무도 안 해주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에게 해줘야만 하는 말이다.  괜찮아, 잠시만 도망가자.  나중에 내가 다시 직면할 수 있을 만큼 상처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피가 멈출 때까지.  잠시만 숨어있고 피해있고 외면하고 도망가자.  /p30~32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이종범 작가의 에세이는 자신을 자신이 아닌 듯 제 3자를 보며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늦고, 상황이 견디기 힘들 때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된다면 잠시 멈추고 도망치는 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쉼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빠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멈춤이라는 걸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망가지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신이 스스로 겪고 통과한 시간들과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그의 글은 이불킥! 하고 싶은 정도의 흑역사도 술술 풀어놓는다. 



 가끔 '좋은 선택이란 뭘까'라는 고민을 한다.  결과가 좋은 선택이 좋은 선택일까, 아니면 과정이 좋은 선택이 좋은 선택일까.  나는 남이 내려준 선택은 결과가 좋더라도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직접 내린 선택은 결과가 썩 좋지 않더라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겁이 나서 선택을 보류할 수도 있다.  뭐 어떤가 싶다.  만약 원하는 목적지만 확실하게 알고 있다면, 대부분의 갈림길은 어떤 걸 택하건 큰 상관이 없다.  아주 조금 돌아갈 수는 있겠지만. /p51  선택장애 세대

 내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가, 언제나 이것이 중요했다는 느낌이 든다.  행복하려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을 잘 이해하려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져주고 그 과정을 가만히 응시해봐야 한다.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는 과정도 포함해서 말이다.  /p 78자신 매뉴얼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쉬어가기도 하고 내 행복을 위해 조금은 서툴고 후회스러운 결과가 나올지언정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많이 이른 나이(8살)에 자신의 꿈을 결정했고 그 꿈을 위해 살아왔던 작가는 한 우물만 파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직접 체험하고 살면서 '참치형 인간'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살기 위해서 열심히 헤엄치는 참치!  하지만 자신의 그러한 모습이 싫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삶이 어쩐지 행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이 대사는 10대 시절 내내 나를 사로잡는 문장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번민하고 방황하는가에 대하여 잠정적으로 설명해주는 멋진 문장이다.  나는, 한 사람의 내가 아니다.  요구받고 기대받는 수많은 '나'들이 어쩔 수 없이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꽤 많은 순간 그런 '나'들은 서로 싸우게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나를 죽여가는 삶을 살아서는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 /p86~87  나는 단수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반드시 되어야만 하는 모습을 겹겹이 입은 채 살아간다.  사원이었다가 아빠가 되고, 직업인이었다가 누군가의 아들이 된다.  그중 어느 모습도 될 필요가 없는 장소, 강한 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약해도 되는 어딘가.  당신에겐 있을까.  진심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p102  위로 내리는 눈을 보던 밤들

  우리 대부분은 자기 방식으로 각자 첫 고통을 경험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 주저하게 되는 시기도 함께 경험한다.  그러나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 상상력을 닫아두거나 혹은 의도치 않게 그 상상력을 잃어버린다.  나는 이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p178~179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


때론, 도망치는 것도 더 멀리 나가기 위한 쉼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종범 작가의 글은 그의 웹툰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던 내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웹툰 작가들의 세계에 대해 조금은 디테일하게 알게 되기도 했고 창작이란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책만 읽지 말고 가끔은 웹툰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기 심리 웹툰이었던 <닥터 프로스트>를 늦었지만 찾아봐야겠다.   김혜리 작가의 추천사처럼 대체로 정성껏 사는 성실한 쾌락주의자의 수첩이란 표현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다.  읽다 보면 이렇게 하면 될까? 싶은 부분들을 꽤 자주 마주치게 된다.  얇고 가벼운 책이니 짬시간 읽기에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자기 삶이면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언가가 무서워지거나 혹은 무언가에 지칠 때마다 내 삶을 마치 남의 삶인 것처럼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남의 삶에 대해서는 맘 편히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 객관화라는 멋진 단어는 사실 무책임함의 최고 레벨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러한 무책임함이 어느 정도 우리 삶에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뻔뻔함과 무책임함이 필요하다.  /에필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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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의 기술 - 추락하는 의지를 상승시키는 심리 스프링
제이슨 워맥.조디 워맥 지음, 김현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도 잠시 주춤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주춤으로 인해 하던 일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그냥 일이어서 하고 있는 것처럼 무의식중에 움직이게 되는 것처럼... 나른한 봄바람과 함께 늘어지는 봄, <의욕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표지도 눈에 띄는 색상에 캥거루의 뜀박질이 눈에 들어와 읽기도 전에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표지가 눈에 띈다.



추락하는 의욕이 급상승하여 속도가 붙는 지점, 바로 우리의 심리 스프링이 작동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이 심리 스프링을 '모멘텀'이라 부른다.  모멘텀이란 간단히 말해 꽉 막힌 정체 상태에서 고갈된 의욕을 되살리는 힘이다.  당신에게 모멘텀은 무슨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모멘텀을 진작부터 더 가졌다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모멘텀이란 당신이 움직이고 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당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란, 정말 멋지다! /p27

완수해야 할 일들 때문에 머리가 꽉 막혔을 때 손에 잡히지도 않는 미래는 현재의 당신을 압도할 수 있다.  그리고 압도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 이유들(변명들)을 만들어낸다.  

미래의 '결과'보다 지금 당신이 걸어야 할 '과정'에 집중하자. /p33


지금의 나를 바꾸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뜻 시작도 하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 시간이 흘러가버리고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또는 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왜?' 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생각뿐이었던 걸까?



지금부터 당신에게 부탁을 하나 하겠다.  부디 모든 것을 전부 한꺼번에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지 말길 바란다.  이건 정말,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No'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신이 시작하고픈 딱 1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하자.  그리하여 일단 모멘텀을 갖추고 그 일 하나를 제대로 완수하게 되면, 그때는 당신의 목록에 적힌 다른 일들에 활용하는 능력까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p44


저자인 제이슨 워맥, 조디 워맥은 지난 20년간 이 책에 소개하는 방법을 활용한 워크숍, 온라인 세미나를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뜬구름 잡는 이론도, 과장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마법같은 비법도 없다고 딱! 꼬집어 이야기해주고 있다.   자기계발서나 성공학에 관련한 책을 꾸준히 읽게 되는건 '동기부여'를 하기 위함이 아닐까?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알게 모르게 '자극'이란걸 받고 있을테니 말이다.  책은 두껍지 않지만 생각해보고 필기하거나 메모하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처럼 빨리 읽어지는 책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내가 빠져 있는 함정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당신을 자극하는 어떤 사건이다.  이런 것을 '행동을 부르는 동기'라고 한다.  정체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구체적인 이유들은 설득력 있고, 좋은 조짐을 보이며, 결정적이다.   당신이 행동할 수 없게끔 만드는 마음의 지점을 정확히 공략해 간지럽혀야 한다.  우리의 마음을 간질이는 단 한 글자.  '왜why'가 바로 그 핵심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알게 되면, 꾸준함을 잃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해내고, 무엇보다도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법을 알아내기가 훨씬 쉬워진다.  /p64

더 많이, 더 잘, 더 완벽하게 해내야만 한다는 '더, 더, 더의 함정'이 당신의 의욕을 꺾는다.  진전이 없을 때는 속도를 늦춰야 다시 질주할 수 있다.  /p217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책에 수록된 간략한 삽화들이 조금은 딱딱할 수 있었던 책의 내용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더 잘, 더 완벽하게 완수하길 바란다.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고,  여유 시간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고, 원하는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그 모든 바람들을 훗날 분노, 혹은 후회로 바뀔 수도 있으므로, 상황이 달라지길 바라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제 뭔가 달리 행동할 때다.  다른 것을 얻고 싶다면 다른 행동을 해야만 한다.  무언가 이상한 상황, 갑갑한 상황을 털고 일어날 때다.  변화할 시간이다. /p2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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