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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평점 :

며칠 전부터 엄마랑 함께 목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엄마는 몸살로 병원에서 링겔을 맞으셨고, 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편도가 부었다. 자영업이라는 게 뭔지, 좀 쉬엄쉬엄해도 좋으련만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위해 그럴 수 없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도 장사를 하시는 부모님의 속내는, 앞으로 몇 년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노후준비를 하시는 중이라 더 악착스럽게 일터에 출근하시는 거라고 이야기 듣고는 다 키운 자식들에게도 짐이 되기 싫은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짐작도 되지 않았다.
삶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함께하는 시간도 유한하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사실을 절절히 깨닫는다. 추억을 함께한때만이 서로를 기억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살아가려면 제대로 사랑하는 법밖엔 없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추억을 쌓으려면, 혈육일지라도 관계를 단단히 재정립할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관계는 서로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럴 때 인생은 더 깊고 숭고해진다. /p7
지금도 손주, 손녀들이 오면 예뻐서 어쩔 줄 모르시는 부모님.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젊어서도 일하고 또 일하는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짬짬이 가족여행도, 부모님 친구분들과의 여행을 가시곤 했지만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선 자신들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살아내는 수밖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졌다. 각자의 처지대로 적응하며 재미있게, 외롭지 않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자꾸만 독신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짐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어떻게 살든 행복하면 된다,
스스로 만족하고, 성장하고.
생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보람을 느끼면 좋겠다. /p156~157
엄마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매일 하며 살아도 아쉬운 인생이다. 주말이면 친구나 애인과 놀러 갈 궁리는 하면서, 휴대폰 한 번 눌러 부모님 안부 인사하는 데에는 왜 그리도 야박한지.
애인에게는 수도 없이 하는 그 말, 엄마에게는 얼마나 자주 할까?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쑥스러워서 못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입으로 자꾸 되뇌다 보면 처음에는 힘들어도 잘하게 된다.
말하면서 더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p164~165
동생들은 모두 제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었고 부모님 곁에 남은 건 나 혼자지만, 지금의 삶이 그다지 나쁘진 않다. 자매들 간의 우애도 좋아서 친구들과 노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시간을 좋아하고 조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때는 문학소녀, 문학청년이었을 부모님의 삶이 우리 형제들을 키우면서 시들었다면 지금이라도 조금 즐기셔도 되지 않을까? 신현림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엄마의 삶에 대해,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닥칠 부모님과의 이별이 너무 슬프지 않게, 후회가 많이 남지 않게 오늘을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표현해야겠다. 매일 흔들리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신현림
좋은 책의 글귀를 보는 일은 인생에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일은 삶의 지혜와 철학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느끼고 영혼이 풍요로워짐을 깨달으리라. 참으로 멋진 일이다. 지금 당장 엄마가 좋아하실 글이나 시를 전해보기를, 그러면 그 순간 추억이 만들어진다는 것. /p20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