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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7월 17일 금요일
이제 여름방학만을 앞두고 모두 작별 인사를 하는데 천둥이 시작된다. 우렛소리가 지축을 울리는 바람에 코니가 펄쩍 뛰자 존이 웃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든다.
"얼른 가야겠네!" 존이 외친다./p9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읽다 보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집중하게 되는 소설들을 찾아읽게 되는데 <비하인드 도어>로 유명한 작가 B.A 패리스의 신작 브레이크 다운 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무서운 건 1도 보지 못하는지라, 이런 소설도 새벽에는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 비가 부슬부슬 오는 새벽에 읽다 보니 책 속에 등장한 날씨와 분위기의 비유와 너무도 유사해서 읽다가 덮고 다음날 읽었다는...
그 운명적인 금요일 밤, 숲을 관통해 지름길로 가기로 한 한순간의 선택이 내 삶에 이렇게 치명적인 타격을 미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제인도 문제적 시간에 문제적 장소로 가는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야말로 그 사소한 실수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결과를. /p101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밤, 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기도 했던 그날 밤 남편이 블랙워터 숲길로 오지 말라던 통화를 뒤로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와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해 집으로 가는 숲속 지름길로 차를 달리던 캐시는 멈춰 서 있는 차 안의 여자와 눈이 마주치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냥 지나친다. 집에 도착해서 경찰에 전화해서 알려줄까 했지만 이내 잊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그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에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 길로 오지 말라고 했던 남편에게도, 친한 친구인 레이철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고 뉴스를 볼 때마다 죄책감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거실에서 또 텔레비전에 쇼핑 채널을 틀어두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 10시쯤 전화가 울리자 나는 즉시 겁에 질린다. 들숨은 목에 턱 걸리고 심장이 막 뛰며 어지러워진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 자동응답기가 작동되어 그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놓이지 않는다. 놈이 전화하리라는 걸 아니까. /p180
전화벨이 또 울려 나를 현실로 데려온다. 위안이라고는 없는, 용서라고는 없는, 두려움과 괴롭힘만이 끝없이 계속되는 현실이다. 나는 전화를 벌컥 받는다. 나를 가만두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겁에 질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린다.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몇 초가 흐른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말 없는 위협을 내가 감지할 수 있다면, 저편에서도 나의 두려움을 감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막 끊으려다가 이번 전화는 뭔가 좀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p182
살해된 여자는 캐시도 기분 좋은 인연으로 생각했던 제인. 딸 쌍둥이를 키웠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꼭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자신이 차에서 내렸더라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을까?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는 연일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캐시의 집에도 소리 없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그녀를 감시하는 듯 매튜가 출근을 하고 나면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그 공포감은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데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상의 빈틈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사는 게 쉽다. 약은 그렇게 강력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내가 기능을 하도록 해준다. 빨래도, 식기세척기도 돌아가고 청소도 되어 있다. 사실 나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약해져가는 기억력을 약이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해야 할 것 같긴 하다. 나에게 지각이 있다면 복용량을 줄여야 하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약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p208
일상의 빈틈을 남편인 매튜까지도 알게 되고 조기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인 요인에 살인범이 잡히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만 같아 집이 무섭기만 하다. 방학은 끝나가지만 자신이 교사로서 다시 학교로 복직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자신이 없고 약에 의지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레이철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는데 사건의 전말은 생각보다 어이없이 밝혀지게 된다. 그 부분조차 거짓이 아닐까? 하고 의심에 의심을 하게 되면서 치닫는 결말은 허를 찔렀을 수도 어쩌면 조금은 예상했을 수도 있을 결말이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에 불안함을 안게 된 착하고 연약한 캐시에게 점점 동화되면서 의문의 전화벨이 울리고 자신의 일상이 비틀리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정말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답답함이 중반 즈음 이후 종장으로 달려가며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은 핵 사이다! 비오는 스산한 날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살인자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 말에 담긴 원망을 기자가 강조해 곱씹는다. 두 달 전 젊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기사를 맺는다. 어딘가의 누군가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게 분명하다. /p24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