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서 좋다 - 작지만 깊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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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쓴다.  정확히는 마음속 배터리를 사용한다.  우연히 이웃과 마주친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넘치는 지하철에서, 동료에게 인사하는 출근길에서, 입김을 나누는 회의실에서, 저녁모임에서, 지인과의 대화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배가 고픈데 누구도 음식을 들지 않을 때, 눈을 맞추고 대화할 때, 입으로 생각을 뱉어낼 때, 귀에 상대방을 차곡차곡 담아 넣을 때, 소란스러운 무리의 옆을 지날 때, 점원이 뭔가 도와주려고 할 때, 그렇게 대부분의 일상에서 나는, 마음을 쓴다.  그들이 나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스스로 그렇게 된다.  나는 소심하다.  /p13 <오늘도 마음을 쓴다>


나는 소심인이다.  학창시절 별명이 카멜레온이나, 홍당무 일정도로 낯선 이가 말을 걸거나 발표하는 순간에도, 심지어 물건을 사고 결제 대금을 지불하는 순간에도 얼굴에 피가 몰리면서 빨개지기도 했다.  그 증상은 시간이 흘러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낯선 곳을 가거나 낯선 사람과 오래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이면 두근거리는 증상은 아직 남아있다.   예전엔 이러한 성격을 사회생활하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되어 고쳐야 하는 성격으로 나누고 그에 관련한 서적이나 심리 관련 책들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긴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경험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결국 난 어떤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당황하는 소심인이기 때문이다.  대범한 척 혀를 놀릴 수 있는 익숙한 상황이 늘었을 뿐, 여전히 지나치는 낯선 사람의 눈빛에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수십 명 앞에서 그럭저럭 말하는가 하면 한두 명 앞에서도 입을 못 열고 우물쭈물한다.  여전히 떨고, 빨개지며, 마른 숨을 고른다. 

겹겹 흑역사를 쓰며 알게 된 건 '일상의 담담함'이다.  삶엔 드라마와 엔딩이 있지만, 일상엔 없다는 것.  일상의 길고 반복적인 흐름은 어느 한 지점이 반짝거리거나 일그러진다고 해서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일이 올 뿐이다.  혹여 오늘 청중 앞에 서게 되면, 내가 고민했던, 그래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숨 한 숨 삼키며 뱉으면 된다.  유창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잘했다고 교만할 필요도 없다.  그 모습이 더러 못나도, 내가 말을 멈추지 않는 한 이야기는 쌓인다.  오늘이 간다.  그 일상이 모여 삶의 드라마가 되는 건 아닐까.  소심해서 더 재미있는.  /p32 <꼭 자신감이 필요할까>

우리는 '개인'의 가치가 부각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을 나 역시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누리는 것을 나 역시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대중의 관심사는 일반적인 사실보다 뭔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된다./p186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는 능력>


내향적인 성격이 고쳐야 할 성격이라고 주목받았던 이유는 대범인과 다르게 눈에 띄는 결과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외향적인 대범인과 다르게 소심인의 내향적인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았던 게 아닐까 싶다.   잠시만 이야기를 해보아도 활달한 성격인지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범인과 소심인의 성격은 확연이 다르다.  소심인의 공감과 위안, 위안과 배려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없어선 안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아닐까?  소심인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역사를 바꾸고, 가치를 보존하고, 위기를 예방하며 타인에 대해 공감하고 현상을 꿰뚫고 자기만의 길을 만드는 능력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처리하기 때문에 하는 게 없는 걸로 오해받는 존재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조용한 성격탓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주변의 신경을 쓰지않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간과 행복을 구축할 수 있는 소심인이 아닐까? 내향적인 소심인이 문제가 되는 사회가 아닌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구축해가며 내면의 힘을 키우는 존재로 부각되어 주목받고 있는듯 하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그들은 소란 속에서도 조용히 역사를 바꾸는 존재다." 라는 문장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참 오랜 시간 이 '소심'이라는 섬에 머물고 있다.  잔파도에도 휘청거리고 낮보다 밤이 긴 이곳.  이따금 큰 배라도 지나가면 해일이 왔다며 벌벌 떤다.  크기는 작은데 뿌리는 심해 깊은 바닥에 뻗어 있는, 이곳이 좋다.  소심해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네가 소심하니까 그나마 여기까자 왔다'며 고집을 부리는 나.  나는 이 섬을 사랑한다.  사랑해서 여기까지 왔다.  /p265~266 <EPILOGUE>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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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김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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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사과받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노래"



처음 읽어보게 된 김재영 작가의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잔잔한 그들의 일상, 미세한 균열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과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의 삶은 보다 확장된 '이주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타향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는 이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 광고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 힌트를 얻어 기획한 거였다.  '사과쟁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작가는 (어느 냉소적인 인물의 입을 통해) 사과쟁이란 착각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사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 자기 잘못이라고 밝힌 다는 건 상대방이 당신에게 욕을 퍼붓고 당신을 죽을 때까지 만천하에 당신을 고발하라고 부추기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그게 바로 사과하는 행위의 치명적인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사과쟁이 캐릭터를 가진 인물(실제로는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는데)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p18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밀란쿤데라 『무의미의 축제』58쪽

무엇보다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고독한 평화가 있어서 좋았다.  이제껏 그녀가 경험한 대로라면, 인간이란 서로 다른 복잡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이어서 일부러 맞추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더 다투게 되거나 사소한 오해 끝에 깊은 상처를 주고받기 쉬웠다.  원룸 보증금을 다 날려버리는 비싼 여행 끝에 그녀가 얻은 것은 '사랑 없는 행복'이었다.  혼자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자 일상이 계획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관계에 대한 집착을 덜어내면 낼수록 살기에는 편했다.  그즈음 우주를 만났고, 사랑에 빠질 위험이 극히 적은 소꿉친구와 보내는 저녁은 무균실에서 지내는 것처럼 안전했다. /p24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웃이고, 어쩌면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크게 다른 삶을 꿈꾸며 살아온 것도 아닌데 이들의 삶은 저마다의 미세한 균열로 피로하고 힘겹다.  일상을 탈출해서 다른 곳에서 자신과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이들도 이내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영혼 없는 사랑을 지지한다는 거야?" 

"아니야, 그건.  다만 로맨틱한 사랑에는 가부장적 남성상과 순종적 여성상이 마취제처럼 녹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늘 정욱을 위해 살았지?  그의 취향에 맞추고, 그의 시간에 맞추고, 심지어 그를 위해 출산마저 포기해버렸지?  수진, 저 달을 봐.  합삭에서 벗어나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수진도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해." 

뜨끔했다.  그녀 말이 사실이었다.  달이 태양의 반대편으로 숨어들어가 지구 그림자 속에서 사라지듯이 언제나 나란 존재를 숨기기에 바빴다.   /p133  <특별한 만찬>

서른다섯에서 마흔 사이.  한겨울의 폭설 속을 헤치고 겨우 목숨만 건져서 살아 나온 것 같았다. /p186  <무지갯빛 소리>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멍해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책이기도 했다.  이 글들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몇 번은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기도 했고, 추려둔 문장들이 꽤 되서 다시 한번 간단히 훑어보기도 했다.   모든 삶이 반짝거릴 수 있을까?  만족하는 삶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누구나 반짝거리며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빛을 잃어가는 삶을 위로하는 저자의 글은 조금은 몽환적이면서도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게 된다.  마음에 내려앉는 문장들을 하나 둘 낚아가며 읽었던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은 평소 먹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도 않았던 사과파이가 먹고 싶어지기도 했다.  뜬금없이... 사과를 키워내는 과정, 그리고 그 사과로 달콤한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해 거쳤을 과정들을 상상하니 어쩌면 이 과정들이 우리의 삶과 닮아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살포시 해보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단편 하나씩을 다시 읽어봐야지 천천히 그들의 인생을 보듬어 봐야지.



이상하게도 아가씨들은 바다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바다는 아가씨들의 사진 속 배경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웃음소리에서 묻어나는 젊음의 생기만은 싱그러웠다.  아직 세상의 위험에 대해 잘 모르는, 철없는 희망을 완전히 저버리지 않은 어린 존재의 내면에서 울리는 가벼운 딸랑거림! ..... (중략).....해가 지기 전까지 아가씨들은 다른 유명한 장소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를 듣는 대신 낮에 찍은 사진 중에 가장 근사한 사진을 휴대전화로 지인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나 이렇게 행복해.  부럽지?  제발 부러워해줘.  그러면 육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부러움으로 밤잠을 설치게 되고, 얼마 뒤에는 섬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을 끊게 될 것이다.  타인의 욕망을 사기 위해서, 타인처럼 되기 위해서.  그것이 이 섬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일까?  단지 그 이유일까?  도망쳐 숨어들거나 외따로 스며들기 좋은 섬.  때로 반란의 거점이 되곤 했던 섬.  그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아닐까.  /p240  <그 섬에 들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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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랜드마크 1 스티커 컬러링 시리즈 1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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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의 유행은 색연필, 수채화, 스티커 컬러링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스티커로 컬러링북을?  <숲속의 작은집> 7회에서 박신혜가 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편 하는 걸 보고 동생도 궁금했다는 스티커 컬러링북!  사실 나도 뭐 궁금했어! 박신혜는 어떻게 컬러링북 활용을 했는지 영상을 찾아서 감상해봤어요.  영상이, 너무나 예쁘더라구요.

 

 

 

 

준비할 것도 없이 정말 간단?  종이와 스티커만 있으면 바로 시작 할 수 있어요.  스티커와 배경에 붙은 번호를 찾아 붙이기 시작하면 컬러링 시작, 번호가 꽤 많지만 그동안 해왔던 컬러링 중 가장 성취도가 높고 집중도 높다. 

 


친절한 신혜씨,  핀셋이 있으면 더 정교하게 붙일 수 있고 큰 스티커부터 붙이고 작은 스티커를 붙여나가면 더 접근하기 쉽다고 한다.  붙이기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박신혜는 이렇게 했다는 팁을 준것이니 취향에 따라 가장자리 부터 붙여도 배우 박신혜처럼 큰 조각부터 붙여나가도 좋을것 같다.

 

 


 

앗! 빈틈 발생!!! 이 영상을 미리 보지 않았더라면 좌절 했을지도, 스티커가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건 줄 알았는데 꾹꾹 눌러 붙이지 않는 이상 금방 붙인건 바로 떼어서 다시 붙일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떼어서 다시 붙이면 된다.  실제로 몇 개나 그렇게 했는데 티도 안나고 깨끗하게 잘 붙음.

 


예쁜 사람은 뭘 해도 예쁘구나, 순간 캡처해놓고 집중력 100%에 완전 공감.  (이 비주얼이면 얼마나 좋을까...)  동생이랑 나도 그랬으니까, 정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스티커 컬러링.  딱히 준비할 것도 없이 컬러링북 한 권이면 언제 어디서든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단 조금 작은 피스들은 핀셋이 필요하다.  아니면 이쑤시개같이 날카로운 뭔가가 있으면 붙이기가 더 쉽다.  작은 피스들이 꽤 있어서 맨손으로 깨끗하게 떼어 붙이는건 약간 무리가 있다.


 

숲속의 작은 집에 소개 되었던  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 편에는 자유의 여신상/ 성 바실리 성당/ 타지마할 / 오페라하우스 /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탕카멘 황금마스크/ 산토리니 등 7가지 배경 그림과 스티커가 있다.  배경을 고르고 해당하는 스티커를 준비한 후 그림에 맞는 번호를 찾아 붙여가면 완성!  모든 페이지가 낱장으로 깨끗하게 뜯어지니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서 바로 시작해보자.   세계의 랜드마크 명소가 다양하게 있어서 하나씩 완성해가면 성취도도 높아질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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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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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금요일
이제 여름방학만을 앞두고 모두 작별 인사를 하는데 천둥이 시작된다. 우렛소리가 지축을 울리는 바람에 코니가 펄쩍 뛰자 존이 웃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든다.
"얼른 가야겠네!" 존이 외친다./p9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읽다 보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집중하게 되는 소설들을 찾아읽게 되는데 <비하인드 도어>로 유명한 작가 B.A 패리스의 신작 브레이크 다운 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무서운 건 1도 보지 못하는지라, 이런 소설도 새벽에는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 비가 부슬부슬 오는 새벽에 읽다 보니 책 속에 등장한 날씨와 분위기의 비유와 너무도 유사해서 읽다가 덮고 다음날 읽었다는...

 


그 운명적인 금요일 밤, 숲을 관통해 지름길로 가기로 한 한순간의 선택이 내 삶에 이렇게 치명적인 타격을 미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제인도 문제적 시간에 문제적 장소로 가는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야말로 그 사소한 실수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결과를.  /p101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밤, 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기도 했던 그날 밤 남편이 블랙워터 숲길로 오지 말라던 통화를 뒤로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와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해 집으로 가는 숲속 지름길로 차를 달리던 캐시는 멈춰 서 있는 차 안의 여자와 눈이 마주치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냥 지나친다.  집에 도착해서 경찰에 전화해서 알려줄까 했지만 이내 잊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그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에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 길로 오지 말라고 했던 남편에게도, 친한 친구인 레이철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고 뉴스를 볼 때마다 죄책감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거실에서 또 텔레비전에 쇼핑 채널을 틀어두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  10시쯤 전화가 울리자 나는 즉시 겁에 질린다.  들숨은 목에 턱 걸리고 심장이 막 뛰며 어지러워진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  자동응답기가 작동되어 그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놓이지 않는다.  놈이 전화하리라는 걸 아니까.  /p180

전화벨이 또 울려 나를 현실로 데려온다.  위안이라고는 없는, 용서라고는 없는, 두려움과 괴롭힘만이 끝없이 계속되는 현실이다.  나는 전화를 벌컥 받는다.  나를 가만두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겁에 질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린다.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몇 초가 흐른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말 없는 위협을 내가 감지할 수 있다면, 저편에서도 나의 두려움을 감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막 끊으려다가 이번 전화는 뭔가 좀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p182


살해된 여자는 캐시도 기분 좋은 인연으로 생각했던 제인.  딸 쌍둥이를 키웠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꼭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자신이 차에서 내렸더라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을까?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는 연일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캐시의 집에도 소리 없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그녀를 감시하는 듯 매튜가 출근을 하고 나면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그 공포감은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데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상의 빈틈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사는 게 쉽다.  약은 그렇게 강력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내가 기능을 하도록 해준다.  빨래도, 식기세척기도 돌아가고 청소도 되어 있다.  사실 나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약해져가는 기억력을 약이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해야 할 것 같긴 하다.  나에게 지각이 있다면 복용량을 줄여야 하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약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p208


일상의 빈틈을 남편인 매튜까지도 알게 되고 조기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인 요인에 살인범이 잡히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만 같아 집이 무섭기만 하다.  방학은 끝나가지만 자신이 교사로서 다시 학교로 복직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자신이 없고 약에 의지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레이철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는데 사건의 전말은 생각보다 어이없이 밝혀지게 된다.   그 부분조차 거짓이 아닐까? 하고 의심에 의심을 하게 되면서 치닫는 결말은 허를 찔렀을 수도 어쩌면 조금은 예상했을 수도 있을 결말이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에 불안함을 안게 된 착하고 연약한 캐시에게 점점 동화되면서 의문의 전화벨이 울리고 자신의 일상이 비틀리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정말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답답함이 중반 즈음 이후 종장으로 달려가며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은 핵 사이다!  비오는 스산한 날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살인자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 말에 담긴 원망을 기자가 강조해 곱씹는다.  두 달 전 젊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기사를 맺는다.  어딘가의 누군가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게 분명하다.  /p24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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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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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까지 달에 우주선을 보낸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약속은 착착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정작 약속의 당사자는 1963년 세상을 떠났다. 1967년에는 아폴로 호에 올랐던 세 우주비행사도 명을 달리했다.  그로 인해 달 탐사 프로젝트 전체가 휘청댔고, 최악의 경우 아예 실패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은 미국이 수년 안에 달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기는 힘들 거라고 예측했다. /p16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지 50년이 다 되었다고 한다.  달 표면을 사뿐히 걷는 사람의 영상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닐 암스트롱에 가려진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에 오른 세 우주비행사는 따로 있었으니 보먼, 러벨, 앤더스가 이들이다.  아폴로 8호의 이야기는 암울했던 시절 모두의 우상이었던 이들의 달 착륙기를 생생하게 기록한 글이다.



"왜 달에 가는가? 너무 무모하고 실행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1961년 달 탐사 계획을 비판했다.  하지만 1969년 7월, 3명의 우주인을 태운 아폴로 11호에서 2명의 우주인이 달 착륙에 성공했고 닐 암스트롱은 달에 기념비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전파됐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인류의 위대한 진전이었다.    /p6


영화에서나 실현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50년 전, 우주로 띄워보낸 사람이 달 착륙을 했다! 그 결과 뒤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주선 화재로 3명이 사망하기도 했으며 비행 성공, 로켓 추락, 엔진이상등 달을 향한 꿈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한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다 중단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건 옳지 않아요.  중지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크란츠는 어떤 탐사 업무도 실패할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깔끔하고 능숙한 언변으로 단언했다.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정해진 목표를 전부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임무 실패라는 절망적인 결과는 발생 가능한 일의 목록에 들어 있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모든 것이 올바르게 진행되도록 할 겁니다.  말 그대로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는 뒤에 세워진 칠판으로 향해 "굳세게, 만족할 때까지"라고 썼다.  그리고 다시 젊은 관제사들을 향해 돌아섰다.  "사무실로 돌아가면, 여러분 모두 이 단어를 각자 책상 앞에 써 붙이세요.  그리고 달 탐사가 완료될 때까지 절대 지우지 마십시오." /p165

달에 닿는다는 목표가 사고 이전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달에 착륙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이 착착 준비되면서 케네디 대통령의 도전을 NASA가 완수하리란 전망이 거의 확실시되던 참이었지만 모든 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  /p177


우주로 향하는 젊은 비행사들의 꿈은 정말 달에 착륙할 수 있을까?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개인의 가족사와 함께 했던 글은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것처럼 리얼하고도 생동감 있었다.  우주로 향한 이들의 꿈이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비행사들과 함께 로켓의 움직임을 체험하는 듯 생생하기만 했다.   앞으로도 영원히 인류 역사의 위대한 모험으로 기록될 아폴로 8호의 미션을 담은 아폴로 8호가 해낸 미션과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포착한 이 책은 어린 시절 공상과학을 꿈꿨던 이들에게 다시 더욱더 생동감 있는 기록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케이!" 러벨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순간 아폴로 8호는 달의 위성이 됐다.  계기판에 나온 값에 따르면 우주선은 타원형의 궤도를 따라 최고 높이 296킬로미터, 최저높이 111킬로미터 상공에서 선회했다.  휴스턴 본부가 예측한 결과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수치였다.  이들이 달 궤도를 성공적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구 전체를 통틀어 이 세 사람밖에 없었다.  /p373

오늘날 사람들 대부분은 아폴로 8호 탑승,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에 오른 세 우주 비행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프랭크 보먼, 제임스 러벨 주니어, 윌리엄 앤더스, 아폴로 8호의 주인공인 이들의 성과는 닐 암스트롱의 명성에 가려져 있다. /p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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