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 덜 신경 쓰고, 더 사랑하는 법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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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럽지 않은 진심으로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 "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전승환 작가의 글은 지루한 장마의 시작에 행복연습을 위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의 신간인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는 행복도 연습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감성적인 사진과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음미하며 글에 빠져들게 한다.



이제는 버리세요.

케케묵은 쓰레기를 버리듯 뒤돌아보지 말고 깨끗이 버려도 괜찮아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버려야 할 것들이 있어요.

마음의 짐

너무 열심히 살아가려는 마음

뭐든 내가 해결하려는 마음

너무 오랜 시간 많은 짐을 지고 있었어요.

이제는 덜어내도 괜찮아요.

당신을 짓누르는 것들

당신을 옭아매는 것들

모두 다 버리세요.  /p032~033

나는 원한다.

당신의 일상이 별일 없기를.

당신의 하루에 걱정이 생기지 않기를.

나는 믿는다.

복잡하고 소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당신의 하루가 편안하면 나도 편안할 거라고.

나는 바란다.

일상 속에 주어진 아픔이 없기를.

그렇게 당신의 하루가 무사하기를

언제나 당신이 무사하기를.

그럼 나도 무사할테니.   /p143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다른 이의 삶에 드리우는 잣대만 없다면 아마 더 행복할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행복하지 못한 건 행복의 기준이 높거나 나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타인의 삶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경험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이야기하듯 섣부르게 위로하려 들지 않고 다만, 이야기를 할 뿐이다.   때론 타인과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책을 읽으며 그 글에서 나의 길을 찾는 게 더 위로가 되는 시간들이 있다.  부러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글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러했던 것 같다.  무엇이든 그냥 저절로 오는 것은 많지 않다.  특히나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조금이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승환 작가는 그런 마음에 약간의 응원을, 지금의 삶도 괜찮지만 지금보다 더 괜찮아지기를,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 같다.   살아가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들은 조금씩이라도 내가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던 글이었다.



누구도 함부로 당신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된다. 타인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는거  같아도 막상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나이가 많다고 또는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경험해 보았다고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갈거라고 쉽게 치부해서도 안된다... <중략>...나는 당신의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차 한잔에 조금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건네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말은 건네고 싶다. /p213~21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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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랜드마크 1 스티커 컬러링 시리즈 1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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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집 7회에서 박신혜가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 힐링하며 했던 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 예쁜사람이 붙이고 있으니 더 예뻐보였던 컬러링 북이었다.  색연필도, 물감도 필요하지 않은 책 한 권만 있으면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는 스티커 컬러링북은 짧은 시간에 집중과 빠른 완성으로 개인적인 상취도도 높일 수 있는 컬러링 북이라고 생각했다.

 

 

 

 



숲속의 작은 집에 소개되었던  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 편에는 자유의 여신상/ 성 바실리 성당/ 타지마할 / 오페라하우스 /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탕카멘 황금마스크/ 산토리니 등 7가지 배경 그림과 스티커가 있다.  배경을 고르고 해당하는 스티커를 준비한 후 그림에 맞는 번호를 찾아 붙여가면 된다.  모든 페이지가 낱장으로 깨끗하게 뜯어져서 원하는 배경을 찾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단, 작은 피스는 핀셋이 필수!  손으로만 붙이려고 하면 미세한 작업은 하기가 힘들다.

 

 

 

 


처음 고른 배경은 카파도키아 열기구, 실제로 보고 보고 싶은 풍경,  사실 스티커 개수가 가장 적어서 빨리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골라봤다.   덥기도 너무 더웠던 오후, 동생이랑 나란히 앉아서 하나씩 스티커 컬러링 붙이기를 시작했는데 개수가 적어서 인지 내가 완성하는 속도가 조금 빨랐지만, 스티커 간격이 조금 벌어져서 깨끗하게 완성하진 못했다.

 

 

 


스티커를 다 붙이고 난 후, 완성된 그림, 그리고 다 떼어진 스티커지를 보는 게 왜 이렇게 뿌듯하지?  저....저... 공간들.  동생이 붙이던 스티커 컬러링 배경지는 자유의 여신상.

 



하나만 더 붙여야지, 하고 골랐던 건 산토리니.  아... 붙이다 보니 아무 생각 안 나고 집중 정말 쵝오.  이 스티커 컬러링을 붙이던 날 정말 더운 오후였는데, 왠걸 그 더위도 살짝 잊게 되더라는 이래서 집중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가 봄.

 

옆에서 구경만 하던 조카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마무리를 맡겼는데, 깔끔하게 완성!

 

 


액자에 넣어 매장 한 쪽에 놓아두니, 정말 예쁨!!  그냥 종이로 두는 것도 예쁘지만, 액자에 끼워두니 나만의 작품을 완성한 기분이랄까?  하얀 액자가 잘 어울리는 산토리니라고 생각해서 끼워두었는데, 스티커 컬러링북에 있는 어떤 배경지도 잘 어울리더라는요!


투탕카맨의 황금마스크를 열심히 붙이기 시작한 명제는 자신의 스티커 컬러링도 액자에 끼워두고 싶다고 액자를 노리고 있습니다.  보통 게임, 유투브 동영상 보기 아니면 책 읽기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조카님인데 스티커 컬러링은 배경지 하나를 다 완성할 때까지 엄청나게 집중하더라고요.  이래서 컬러링북 등을 하는 건가 봐요.  편하고 쉽게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스티커 컬러링 종류도 다양하니 원하는 스타일대로 골라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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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밤 - 낯선 공기와 어둠이 위로가 되는 시간
장은정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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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문득 여행지에서의 순간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론 낯선 일상에서의 낮보다 어둠이 내려앉고부터의 시간들이 더 인상 깊게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낯선 나라, 낯선 동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 스며든다는 건 어쩌면 여행사는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밤의 시간을 애틋하게 추억하고 기억하는 여행자인 것 같다.



그날 밤 이후로 나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힘들고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때면 눈부시게 빛나던 프라하의 밤을 떠올렸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원하는 '언젠가'는 영영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누리고 즐겨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만끽하고 행복해야 한다.  파라하의 그날 밤엔 불빛만큼 많은 생각들이 반짝거렸다. /p37

아이슬란드를 향한 가장 큰 그리움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대자연이나 한여름의 오로라에서 찾아오지 않았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약간은 몽롱하게 즐겼던 늦은 저녁의 식탁.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그 속에서 느꼈던 아주 작지만 소소한 행복.  매일 밤, 행복은 서툴고 느리게 차려낸 그 식탁 위에 있었다.  /p61


저자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출장을 다니며 경험한 여행자로서의 밤의 기록들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여행을 하며 스치듯 생각했을지도 모를 단상일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여행을 하며 애틋하고 보듬고 싶었던 시간들은 관광지들의 추억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밤'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때론 여행 메이트와 긴 시간 여행에 지쳐 틀어지기도 했고, 부모님을 모시고 떠났던 여행에선 보호자와 가이드로 자신만의 여행을 즐길 순 없었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다고 고백한다.



사소한 대화가 끊임없이 오고 갔던 제주의 밤.  그 밤마다 나는 용기를 얻었다.  행복이란 때론 한여름 나무 밑의 그림자처럼 사소하기도, 나무 위 높은 곳에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처럼 탐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그 행복이란, 강한 열망으로 끌어당기는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창밖이 보이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씩 미소를 짓게 되었던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 모른다.  제주에서 또 다른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얻었다.  진심으로 응원했기에 그들의 행복을 보는 것은 내게도 더없는 행복이 되어주었다.   /p79

어제는 좋았던 것들이 오늘은 싫고, 어제는 싫었던 것들이 오늘은 좋기도 했다.  때로는 여행도 귀찮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여행은 더욱 그렇다.  힘에 부치거나 힘이 빠지기도 했고, 무엇을 해봐도 힘이 나지 않기도 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아 외롭고 우울했다.   한국으로 전화를 걸고 싶어도 낮과 밤이 뒤바뀐 시차 탓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럴 때면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여행에서는 밤이 유난히도 어둡고 길었다.  그럼에도 혼자만의 여행은 온전히 내 것이라서 좋았다....<중략>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사는 서울에서는 과연 그런 시간이 얼마나 되었던가. 아니, 그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중략>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밤이 유난히 어둡고 외로울지라도 나를 믿고 의지하는 밤.  그런 날은 밤이 길게 느껴져도 좋았다.  /p85~87


우리가 먼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일상에서 떠나 나를 바라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딱히 뭔가 관광을 하지 않아도 낯선 곳에 나를 풀어놓음으로써 다른 시각으로 내면의 내가 정리되어가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다.  자꾸 여행이 떠오르고 어딘가 떠나고 싶어진다면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있다, 조금 더 준비가 되면 떠나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떠날 수 없는 게 여행이 아닐까?



매일매일 이별하던 밤. 이별에 익숙해지는 법은 끝내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잘 이별하는 것도 좋은 인연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임을 배웠다.  이별은 언제나 만남보다 더 어렵다는 것도, 이별 역시 여행의 일부라는 것도, 연이 닿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도 배웠다.  매일매일 이별하면서 나는 그렇게 조금씩 이별을 배웠다. /p141~143


지난 몇 개월, 낯선 도시로 이사를 와서 행동반경도 자유롭지 못하고 매일 같은 생활에 답답증이 돋고 있던 참이었다.  저자의 추억담 같은 여행자의 밤을 읽으며 얼마 되진 않지만 그동안 여행했던 밤들을 되짚어보며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들이 왜 그리 애틋했는지, 그 감상들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해 두기도 했는데 저자의 몇 줄 글을 읽으며 그 이유를 되짚어 보기도 했다.  앞으로 얼마나 여행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여행에 함께하게 될 '밤'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 또는 친구가 되어줄 여행자의 밤.  언젠가, 낯선 도시에서 맞이하게 될 미래의 밤들을 꿈꿔본다.



여행의 끝은 항상 많은 것을 잘 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에 찾아왔다.  그래서 늘 아쉽고 후회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랬다.  <중략>  '좀 더 잘 할걸. 좀 더 노력할걸.'  인생은 언제나 아쉽고 후회스러운 것 투성이다.  아쉽고 또 아쉬워서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랐던 여행의 마지막 밤처럼 말이다.  /p22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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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 저주받은 갤러리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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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약한 공포물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는, 여름이 제일 싫었다.  회사에 재직중이었을 땐 여름이면 공포물파일을 업무파일인것 처럼 첨부파일로 보내서 열어보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스크린세이버를 바꿔놓아 정말 기절할 정도로 놀란적도 있었다.  가끔 함께 있던 사람들이 '네가 놀라는 것때문에 더 놀란다!' 고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새가슴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공포영화가 줄줄이 상영되는것도 싫었고 괴담시리즈도 싫어했는데, 그래도 여름이면 은근 으시시한 이야기를 한 두편은 직,간접적으로 보게 되는 편이다. 


얼마전 조카의 핸드폰 어플에 있던 초성퀴즈 웹툰편을 풀어가다가 '기기괴괴'라는 웹툰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거짓말 같이 2주도 되지않아 책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책을 받아들고도 조마조마 했는데, 이정도는 정말 무서운걸 읽지 못하는 사람도 읽어 넘길 수 있는 수준? 


그동안 연재되었던 기기괴괴 시리즈중 인기가 좋았던 126화의 에피소드를 총 5권의 책으로 출간이 된다고 한다.  그 중 첫번째 책으로 <저주받은 갤러리>가 대표작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괴모수, 당첨번호, 살의, 불면증등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읽으면서 느낀건 살아가며 정말 무서운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사람으로 하여금 일어나는 일들이고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사람인게 사실 아닐까?  부록으로 실린 장르파괴괴는 오성대 작가가 조금은 개그코드로 그려준 웃고 넘어가자는 짧은 웹툰인데, 앞의 이야기들로 좀 으스스 했던 기분을 조금은 상큼(?)하게 기분전환 할 수 있었던 글이었다.


사실 이 한 권의 책으로 이 웹툰의 다른 시리즈는 읽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네이버 웹툰 앱까지 설치해서 한번에 50회분량의 에피소드들을 읽어가다보니 너무 빠져들어서 잠시 읽기를 멈춘 상태.  올 여름 휴가지에서 가볍게 즐길수 있는 웹툰으로 기기괴괴 를 읽어보는건 어떨까?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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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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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없는 집은 마음이 편하다.  물론 아내가 거북하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정은 오랜 결혼 생활을 통해 더욱 깊어졌으면 깊어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었지만 평소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사실이었다.  호랑이 꼬리 못지않은 아내의 꼬리는 집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고 있고, 게다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 밟을지 모른다.  /p15


한 집안의 가장이며 평범한 회사의 영업사원인 미야케는 사실 알아주는 킬러로 코드네임은 풍뎅이.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아내다.   살인 의뢰를 처리하고 밤늦은 귀가를 하는 날이면 부스럭거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어육 소세지'로 허기를 달래곤 한다.  그가 가장 원하는 건 업계의 은퇴!   청부살인 중개업자인 의사는 그가 일을 그만두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부채를 핑계로 풍뎅이를 계속 잡아두고 싶어 한다. 



노란색과 검은색 무늬가 있는 벌이 풍뎅이 옆을 지나 나무의 무성한 이파리 속으로 사라진다.  집으로 귀환한 참인가.  죽고 죽이는 순간은 몇 번이나 경험했다.  커다란 구경의 총이며 칼을 든 상대를 앞에 두고 맨손으로 격투를 벌인 적도 이루 셀 수 없다.  인간의 몸은 익숙해서인지, 공포나 긴장감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일조차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벌의 움직임 하나에도 긴장한다.   풍뎅이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나를 공포로 얼어붙게 만든 건 참 오랜만이야, 하고 벌에게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긴장하게 만드는 건 너와 내 아내뿐이야, 하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p86~87

"홀드를 잡고 있다 보면 늘 가족 생각이 나요."

"어떤 의미에서요?"

"우리는 자주 이웃 사람들에게 사이좋은 가족이라는 말을 듣는데요.  아, 물론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건 내 입장에서 보면 필사적으로 매달린 채 그 사이좋은 가족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아아!"

"특별히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아내도 그렇고 딸도 소중하니까요.  다만, 이따금 손아귀 힘이 떨어지고 더 이상 매달릴 수 없게 되어서, 차라리 쿵 하고 떨어지는 편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 때가 있는 거죠."   /p127


맞벌이를 하는 아내의 심기를 거르지 않기 위해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말의 의미를 헤아리고 심사숙고하고 아내의 패턴을 연구하기도 한다.  풍뎅이의 아내에 대한 독백을 읽고 있자면 공처가도 이런 공처가가 또 있을까? 그런데 또 유능한 킬러라고 하니 뜬금없이 오래전 영화화했던 킬러들의 수다 '신현준'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고3인 가쓰미는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절묘하게 아버지의 편들어주기도 한다.  


'법을 지키지 않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 온 당신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용서될 리가 없다.  언제 붕괴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공포심이 있고, 그래서 아내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존재로 설정해 둠으로써 스스로를 경계하고 경고를 던지는 게 아닐까.'  풍뎅이는 스스로 반론한다.  '아니, 집사람이 정말 무서울 뿐이야!' /p148

나노무라가 팔을 휘두르는 순간, 나는 죽는다.  죽는 건 상관없지만 아내나 가쓰미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건 괴롭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 온다.  다음에 다 같이 레스토랑에 가자고 했었는데, 그 '다음'이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이다.  그때 문득 '넌 지금까지 몇 명에게 그런 고통을 맛보게 했느냐'고 혼쭐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몸 전체가 묵직해진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짓을 생각하니 살아남으려 애쓰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이기적인 것 같았다.  /p223


볼더링을 하며 마음이 통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마쓰다도 풍뎅이의 일반인 같지 않았던 면을 보고 야반도주처럼 이사를 가버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또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나노무라는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같은 업계의 청부살인업자였다.  가정에서만 온전히 자신일 수 있었던 풍뎅이.  아내를 만나 가쓰미를 낳고 가장으로서의 행복을 누리며 살았지만 자신이 그동안 살해해온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가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가족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점점 더 이 업계에서 은퇴하고만 싶어진다.  살인 의뢰를 수락하면서도 은퇴 의사를 확고히 밝히는 풍뎅이와 그런 그를 잡기 위한 의사의 줄다리기는 풍뎅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네 아버님은 말이야, 정말 이것저것 많이 힘들게 했단다."  어머니는 다이키를 품에 안으며 아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불단으로 눈길을 주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힘들게 했다고?  그 반대가 아니고?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어머니는 옛날이야기들을, 아버지가 어떤 어이없는 실수를 했었는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가지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하지만 말이야."  어느 정도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내가 끼어들었다.  부탁하마 변호인, 하고 등 뒤에서 아버지가 고개 숙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명감이 들었다.  "아버지도 늘 엄마를 신경 썼어.  그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 

"그 사람이?  나한테 신경을 썼다고?  언제?"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이없어해서 오히려 내가 더 어이가 없었다.

"언제라니, 늘 그랬지."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적 없어.  네 아버지는 늘 마음 편하게, 태평하게 살았거든."   /p366~367


풍뎅이가 죽고 10년이 지나 가쓰미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어머니는 한동안 힘들어 했지만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어느날 어머니의 집으로 찾아온 청년이 전해준 아버지의 진찰권으로 알게된 병원과 만나게 된 의사.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방'에서 정리하며 찾은 열쇠 하나로 의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후반부에 이르는 몇 십페이지는 그가 마지막까지 가족들을 위해 준비해둔 과정들이 정말 업계 최고의 킬러로 인정하게끔 한다.  풍뎅이와 아내가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마지막 장을 읽으며 그가 아내를 무서워했던 게 아니라 그의 가족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마음 한편 이 너무나 짠 해졌다.  근래 읽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중 최고로 손꼽고 싶은 글!!  올여름휴가 단 한 권의 소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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