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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끊임없이 누군가를
판단하며,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판단에 주목한다. 그 사실을 진정 깨닫고 나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수용하며, 나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강력하고 혼란스러운 반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019 프롤로그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표지와 달리, 책장을 넘기면 빼곡한 글씨가 반긴다. 이건 전공서적임? 주석도 꽤 많아서 책의 뒷부분 60페이지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조사와 검증을 거쳐 집필한 책이기도 하다. 심리학 도서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건 아마도 나의 마음을, 상대의 마음을 그리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부스러기들은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책은 총 9장으로 나누어 책을 순차적으로 읽지 않고 내가 원하는 부분을 펼쳐 읽어도 좋다.
1장 그냥 보는 눈은 없다, 판단하는 눈만 있을 뿐
2장 칭찬 ;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3장 비난 ; 나는 너에게 거부당하고 싶지 않다
4장 가족 ; 자존감의 크기가 결정되는 곳
5장 우정 ; 무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투쟁
6장 부부 ; 항상 나를 존중하고 있음을 표현해 줘
7장 직장 ; 한정된 칭찬을 두고 벌이는 경쟁
8장 소셜 미디어 ; 내면을 피폐하게 하는 끝없는 비교
9장 두려움 없이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
칭찬에 대한 프랜시스의 이 같은 분노가 내게는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칭찬을 통해 역할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칭찬하곤 했다. "세상에, 어쩜 네 남편 셔츠를 이렇게 말끔하게 다려 놨니!" 그럴 때면 나는 전통적인 주부의 역할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다. 다림질에 관한 칭찬을 들은 내가 이마를 찌푸리고 한숨을 쉬면, 시어머니는 내가 쑥스러워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아니었다. 내가 아무런 가치를 못 느끼는 일에 대한 칭찬은 나를 분노케 했다. 시어머니는 칭찬은, 나 스스로는 결코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조종하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p066
가족들 간에도 민감한 감정선이 존재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했던 '칭찬'은 가끔은 정말 큰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칭찬'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얘는 지가 알아서 다 해요', '너 없으면 어쩔뻔했니', '누구보다 낫다' 등등 어른들이 원하는 칭찬의 방향으로만 살아간다는 건 내가 아닌 나로 사는 기분이 들게도 한다. 실제의 나는 정색도 잘하고 하기 싫은 일도 많고, 이유 없는 칭찬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조카들을 보며 움찔할 때가 있다. 내가 그 이유 없는 칭찬 일색으로 아이들을 내가 돌보기 편한 방향으로 때론 귀찮아서 관심을 돌리려고 하지 않았던가?
거부와 비난의 관계, 그리고 가까운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과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 사이의 관계는 아주 어린 시절 초기 의존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p081
수치심은 사회적 동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지 못했을 때나 사회의 중심부에서 배제되었을 때 생긴다. /p104
사춘기 입문 중인 조카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걸 좋아한다. 자신이 하는 게임에 대해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에 대해서...한데,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정작 본인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는 게 문득 떠올랐다. 11살 아이도 자신이 보여지고 싶어하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아는구나 싶었는데, 최근 학교에서 작은 문제가 있어서 동생이 선생님과 꽤 오랜 시간 상담을 하고 한숨을 쉬는 걸 보곤, 넷이나 되는 아이를 지금의 우리 자매들보다 젊은 나이에 키워내셨던 엄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책을 읽거나 심리학을 공부할 새도 없이 바쁘게 사셨지만, 지금 책을 읽으며 생각하건대, 참 현명하셨던 것 같다.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부정적 판단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고 싶은 마음에서 강하게 공격하지만, 한편으로 그로 인해 받은 아이의 상처에 공감함으로써 부모자신도 깊은 상처를 입는다. 더욱이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서 자기 모습을 비춰 보는 습성이 있다. '아이가 저렇게 행동하는 게 나 때문은 아닐까'하고 걱정스레 돌아보며 자문한다. '지금의 결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이의 인생은 과연 어떻게 될까?'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고쳐 주기 위해 실수를 지적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아이의 좋은 것만 보고 칭찬하며 애정 어린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결국 비난의 대상을 작고 구체적인 것으로 제한하여 긍정적인 교훈을 제공함으로써, 아이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다. /p129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내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이 행복이 뭐길래 이렇게 집착을 하게 되고, 수많은 책으로 출간이 되고 있는 걸까? 타인의 비난과 칭찬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결정지어왔는지를 보여준다. 당신은 타인의 시선에 얼마나 민감합니까? 도 있으니 체크해 볼 수도 있다. 대책 없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길 밀어주는 책이 아니라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알려주고 있다.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 사진이 첫 게시물이에요." 잠시 숨을 고른 린다는 아이들의 힘든 마음을 알겠다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이완과 다이애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충분히 알겠어요. 인스타그램 속에선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죠. 성공한 사람들, 멋진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제 사촌들 가족사진을 봐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요. 이렇게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면,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생겨요. 불안감도 밀려오고요. 그런데 가장 최악은 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한동안 린다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린다는 모두의 선망을 받는,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마저도 화려하게 포장된 타인의 삶에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기 모습에 초라함마저 느꼈다. 결국 아이든 어른이든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모습에는 주눅 들고 약해지게 마련이다. /p292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