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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큰 조카가 학교에서 살짝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아이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동생이 선생님과 면담을 했었다. '왕따' '따돌림'으로 번질 수도 있었을뻔한 일이어서 온 식구들과 담임선생님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이들을 지켜보기도 했는데.... 이게 참 예민한 문제다 보니 어른들이 끼어들어 어떻게 정리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체험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들 간의 오해가 풀려 잘 어울려 지내고 있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서 아이들 간의 문제가 생긴다면 어른들의 참견으로 그러한 갈등을 최소화해줄 수 있을까?
누군가가 '넌 잘못한 거 없어.'라는 말을 해줄지 모른다. /p135
"용서할 수 없어."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미오리의 목소린지 아닌지 고코로는 더 이상 구별할 수 없었다. '용서하지 않아도 돼.' 하고 고코로는 생각했다. 나도 너희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그것은 고코로의 안에서 어제까지 조금은 가지고 있었던 명랑함이나 따뜻함이라 불릴 만한 긍정적인 것들을 뿌리째 뽑아놓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p154
<거울속 외딴성>의 고코로는 중학교를 진학하고 한 달 만에 학교도 가지 않고 방에만 있는다. 교실로 돌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배가 아프고, 마음 교실을 가려고 엄마와 다녀오기도 했지만, 막상 집에서 나서려는 순간 정말 배가 아파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엄마도 그런 고코로에게 실망하는 것 같았지만, 정말 아픈걸... 고코로는..
"그리고 말이지, 하나 기억해뒀으면 하는 게 있어."
"뭔데요?"
"나도, 어머니도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로 되돌아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고코로는 눈을 크게 떴다. 기타지마 선생님이 말했다.
"학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야. 지금의 제5중학교든 옆의 다른 중학교든 네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우리는 네가 달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얼마든지 함께 고민할 거야. '마음의 교실'에 와도 좋고 재택 학습이란 형태로 공부할 수 있을지도 알아볼 거야. 너에게는 선택지가 많이 있어." /p462
집에만 있던 어느 날, 방의 거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거울에 손을 댄 순간 성에 와 있다. 그곳엔 고코로 외에도 비슷한 또래의 여섯 아이들이 있고 영문도 모르고 다른 장소로 공간이동을 해온 아이들 앞에 늑대 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거울 속 성에 모이게 된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왠지 그 '사정'이라는 게 비슷하게 느껴진다. 늑대소녀가 말하길 내년 3월 30일까지 '열쇠'를 찾아 소원의 방을 열게 되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거울 속 성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들이 살았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몰려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고코로. 집단따돌림이라는 은밀한 폭력을 어른이 아니라 피해당한 아이의 감수성과 언어로 재구성한 <거울속 외딴성>은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사회의 핵심을 찌르며 다가온다. 중학교 1학년 아이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절망, 아픔, 분노를 제대로 통과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어른의 언어가 아닌 딱 그 나이대의 아이들의 시선과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지 마."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엄숙했다.
"특별히 무리해서 그 애들이랑 싸우거나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아이들한테 또 무슨 일 당하는 아이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 그런 애들은 어디에나 있을 거고,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 /p483~484
아이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열쇠를 찾았을까? 소원의 열쇠로 무엇을 이루었을까? 책이 벽돌인가 싶을 정도로 꽤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200여 페이지의 글은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데 모든 게 밝혀지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빛나는 거울 속에서 만난 기적 <거울속 외딴성> 책읽기 좋은 계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 얼굴을 들어줘, 그런 마음을 담아서 이 책을 썼습니다."
/2018 서점대상 수상소감에서
p350 6번째 줄 오탈자; 고로토 (x) 고코로(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