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 / 책들의정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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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문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음식들을 조선일보 인기 칼럼으로 연재되었던 <아하! 이 음식>의 확장판을 한 권의 책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역사와 음식이 녹아든 글, 책을 읽기도 전에 어떤 내용일지 참으로 설레었는데 마침, 추석과 겹쳤던지라 많은 음식들을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읽는 재미를 주기도 했던 책이었다.  시작 글인 김치와 묵은지를 읽는데 이렇게 좋은 음식을 난 왜 멀리했던 거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삼국유사와 역사를 같이하는 두부, 코리안 패러독스인 막걸리, 이자겸의 반란과 굴비의 상관관계, 맛/다이어트/건강을 섭렵한 일석삼조의 도루묵, 꽃게, 홍게 등등 하나하나의 식재료에 대한 역사 속 이야기도 옛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음식들을 다룬 페이지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실 음식을 먹으면서 이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라는 기본적인 생각부터 응용된 요즘에 이르는 요리들까지 음식의 변화는 무궁무진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역사를 알고 먹는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요즘 꽤 관심 있게 읽는 책들을 엄마도 함께 읽는 중인데, 음식장사를 꽤 오래 하셨던 엄마도 식재료에 대한 역사를 다룬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을 흥미롭게 읽고 계신 중이기도 하다.  식사를 하며 가족들과 함께 음식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은 2015년 겨울부터 시작한 조선일보 <아하! 이 음식>에서 인기 있었던 칼럼들을 '책 밥상'위에 맛깔스럽게 올려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인데'라고 말한 대장금도 맛보지 못한 음식들이 잘 차려져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음식들을 직접 맛보고 썼으니 더욱 사실적인 표현들로 풀어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 음식들이 다양한 역사 에피소드와 버무려져 있으니 더욱 읽음직스럽지 아니한가라고 묻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옆에 먹거리들을 갖다 놓고 입으로 읽어도 좋다.  읽고 나서 또는 읽다가 문득 그 음식이 먹고 싶으면 당장에 시식해보아도 좋다.  이처럼 "이 책 맛있게 읽겠습니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읽어준다면 더 없이 좋을 듯하다. /프롤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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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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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작가의 신간이니까 먼저 읽고 싶었다.  하지만 책장 사이에 꽂아두고 언제 읽지? 꺼냈다가 넣어 두었다가... 그러다 읽던 책을 다 읽고 에세이가 읽고 싶어져서 그녀의 책을 꺼내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그 무엇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자기계발서의 포인트는 아무리 읽어도 내 삶이 그 책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바로 그 점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읽을 때만큼은 바짝 정신이 들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내 고민이 뭐였는지조차 까먹게 되는 것.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자기계발서, 읽어봤자 도움이 되겠어?" 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래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중략)  어떤 사람들은 책에 더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만, 애초에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나는 더 신기하다.  읽고 싶을 때 읽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며, 그럴 때 읽는 책이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믿는다.  /p64~65


어느 날 갑자기 손가락의 통증을 느끼게 된 작가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그로 인새 삶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묘하게도 이 상황은 지금의 나와도 너무나 맞아떨어졌다.  한두 달쯤 전부터 왼쪽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말다를 반복하다 최근 열 손가락 전체에 미세한 통증이 극심했다가 아무렇지 않게 나아지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손가락을 많이 써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일의 양이 그렇게 많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마음의 통증이 손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이라는 말 앞에 불쑥 긴장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는 일이 삶의 낙이었는데, 이제는 그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움 앞에서는 마음이 움츠러든다.  실수할 것 같아서, 잘못할 것 같아서, 나만 어설퍼 보일까 봐 새로움이 주는 두근거림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어느새 새로운 것이 두려운 것, 무서운 것, 다가가기 꺼려지는 것이 되어가는 느낌.  그 느낌이 싫어서 애초부터 피하다 보니 일상은 점점 더 익숙한 헌것들로 채워진다.  그게 싫지는 않지만 가끔은 서운하다.  내가 자꾸 손때 묻은 것들에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너덜너덜해진 담요 없이는 밤에 잠도 못 자는 어린애 같아서.  /p165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 온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매장 밖으로 나가본 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주변에 이렇다 할 문화생활을 할 것도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김포공항이 인근에 있다 보니 비행기를 가까이서 꽤 자주 볼 수 있는데, '비행기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니... 생활에 변화를 주긴 힘든 삶이라, 책 읽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요즘, 내가 바라보는 '나'도, 가족들 사이에서의 '나'도, 친구들이나 지인들 사이의 '나'도 다 놓고 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서울 살 때는 그나마 간간이 연락하고 보던 사람들조차 만날 수가 없으니 연락도 뜸해지고 먼저 연락하기도 좀 애매한 상태가 꽤 오래 유지 중이다.  내게 남은 건 뭐지?  새로운 동네에서도 적응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아 몸부림을 치고 있던 중이었나 보다. 



가끔은 내가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몇 갠가 빠진, 듬성듬성한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똑같은 모양으로 살 필요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불쑥 상상도 해본다.  만약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p185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직장을 다녔고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하게 되어 새벽별, 저녁달을 보며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2년, 8년여의 직장생활을 접으며 1년여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고 때론 훌쩍 여행도 떠났다. 그렇게 꼬박 1년을 쉬다 보니 다시 뭔가를 열심히 하고픈 생각이 생겼고 뜨개질 강사과정, 바리스타 과정, 자기주도학습 지도사 과정 등등을 취득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방전된 순간은 나만이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 좀 쉬고 싶다.'가 아니라 정말 심각하게 이때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다 꼬이겠구나 하는 감? 촉? 그런 게 있다.

사실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댓글은 하나도 달지 못하는 눈팅 팬이다.  좋아요는 누를 수 있지만 글 한 줄 달지 못했는데, 책 한권을 순식간에 읽고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읽으며 글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이거 내 얘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래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  9월을 시작하며 이달엔 추석이 있네, 연휴가 좀 긴걸? 작년 이맘때 함께 여행하던 언니랑 동유럽을 갈까? 하고 계획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머뭇거리기엔 인생의 시간은 참으로 빠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적당함을 찾이 못한 채 머뭇거리는 삶을 살고 있지만, 뭐 어떤가 올 명절 아무것도 계획하지 못한채 연휴를 시작했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읽게 되었으니 이 또한 만족스럽다.



"덕후는 기본적으로 호구다." 

『루나피크』의 홍인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에세이를 사서 읽는 일에서만큼은 나 역시 호구가 되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나는 에세이 덕후니까.  직업은 에세이스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성덕이 되었으니까.  그러니 여러분께서도 에세이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제가 잘할게요. /p242~24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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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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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저씨가 책을 집필했다.  열댓 평짜리 편의점 여기저기에서 메모하듯 짬짬이 적어내려간 글들은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밀착 에세이이기도 하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변화 없이 매일이 똑같은 일상, 탈출구도 없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어쩌다 보니 편의점을 시작하게 되었다.   (중략)   편의점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다.  편의점에서 한 해를 시작하고, 편의점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편의점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고, 편의점에서 세상의 움직임을 체감한다.  어느덧 편의점은 나의 세상이 되었고, 나는 편의점의 일부가 되었다. /p06

편의점은 '진열의 마술'이 숨어 있는 곳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고 진열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p63


직장인들은 직장 밖의 일상을 꿈꾼다.  자영업자로 일찍 자리 잡으면 내 시간도 좀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꿈도 꾸게 된다.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하지만, 자영업자는 1년 365일 쉴 수가 없다.  쉬는 날조차 장사를 위해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자영업자 5년 차, 개인적인 일상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고 여행도 일을 쉬는 동안 2번 다녀왔다.  지인들과의 만남은 내가 일하는 업장으로 그들이 방문해야 만날 수 있고 밖에서의 약속은 작정하고 날을 잡아도 변수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가끔은,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나도 월급 받으며 쉬어가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아닌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건 정년이 짧아지는 탓도 있고 틈새시장에서 조금 더 빨리 발 빠르게 자리 잡아야겠다는 꿈을 키워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편의점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프렌차이즈 본사를 결정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배분율이다.  예비 점주로서는 배분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는 회사가 있으면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사항은 '폐기 지원율'이다.  당장 눈 앞에 배분율은 높을지 몰라도 폐기 지원을 적게 받으면 발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점주는 잘 모르고 있지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거세해버린 꼴이다.  결국 그 점주는 자기 매장이 원래 매출이 안 나오는 매장인 줄로만 알고 세월을 낭비한다.  초보자들은 그렇게 눈 앞의 배분율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다 조삼모사의 선택을 하게 된다.  /p130~131


작은 공간에 어쩌면 이렇게도 빼곡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을까?   브랜드 편의점마다 시즌별로 출시하는 다양한 메뉴들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하고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라 하더라도 유독 발길이 가는 편의점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거지만 점주의 세심함이 그 발걸음을 좌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솔직히 편의점과 관련한 이야기책 한 권 분량이 될까? 싶었는데 읽다 보니 저자가 안내하는 편의점 탐구 생활을 읽다 보면 편의점을 가야 할 것 같다.



1+1 은 제조사가 소비자를 고맙게 여겨 따뜻한 마음으로 건네주는 사랑의 선물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제 살을 깎아 먹으면서도 팔아대는.  시장경제의 자해 행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편의점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나로도 충분한 욕망을 '플러스 일'로 부채질하고 끝내 소비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잉여 모순이 끈적하게 배태되어 있는 거라고 거창한 해석까지 하게 되었다. /p141


자영업을 하면서 느낀 건, 부업으로 뭔가를 쉽게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거다.  직장은 급여가 정해져 있지만 자영업은 최대치를 발휘해도 손님이 찾아주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영업자에 관련한 방송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창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많지만 몇 년 이상 유지하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다.  왜일까?  제일 큰 건 임대에 관련한 것이겠고 대개는 유지를 할 수 없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부디 오래 장수하는 자영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꽤 흥미롭게 읽었던 <매일 갑니다, 편의점> 편의점을 애정하는 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글이다.



인생에 헛된 경험이란 하나도 없더라고.  그것을 앞으로 더욱 크게 자라날 자양분으로 여기며 오늘을 이겨내자고.   누군가의 표현대로 '버티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시절이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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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괜찮습니다 - 나답게, 내 마음대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김정한 지음 / 미래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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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는 안녕한가요?"


시인 김정한의 <나는 아직 괜찮습니다>는 흔들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내 안의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하는 마음에 등불을 비추어주는 듯한 글이다.   가끔 너무나 많은 생각들로 갈피도 잡히지 않을 때 누군가가 조금만 길잡이를 해주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주 조금만, 힌트라도 좋으니 나의 방황을 조금만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거예요.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죠.  감동 속에 머물러야죠.  이 세상에 혼자인 사람도 없고 혼자이지 않은 사람도 없어요.  때로는 홀로, 때로는 여럿이서 함께 가는 거예요.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혼자였다가 여럿이었다가 그렇게 반복하는 거예요.  다만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 가는 거죠.  누가 뭐라 하든 올곧게 나의 길을 가는 거예요.  자신과의 약속만큼 철저한 가르침은 없어요.  /p024


우리가 아프고 힘든 이유는 내가 온전히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해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상처받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 때마다 에세이를 찾아 읽으며 그 안에서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은 글을 찾아 읽으며 위안을 받기도 하고 길을 찾아가기도 했다.  김정한 시인의 꾸밈없는 일상과 가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삶이란 씁쓸한 이면에 달콤함도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시간을 거슬러 서른 무렵을 돌이켜보면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당연히 서른이 되면 대단한 무엇이 될 거라 생각한 것 같아요.  원하는 꿈을 이루어 원하는 것을 가득 채울 거라 생각한 거죠.  또 김광석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매일 이별하며 산다'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아마도 쓸데없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여자 나이 서른이 되면 느끼게 될 불안함과 쓸쓸함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러나 이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이 노래를 즐겨 듣고 있어요.  들을 때마다 느낌도 다르고 진리처럼 콕콕 찌르는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p074~075

늘 가장 아름다울 때 추락하는 동백꽃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생의 중턱을 넘어가니 느리게 가더라도 '나답게'살고 싶은 욕망이 강렬해져요.  그래서 갖고 싶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덜 욕망하게 되고, 조금 더 내려놓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도 옆에 있는 것, 뒤에 남긴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돼요.  조금 더 조심하게 되고, 조금 더 양보하게 되고, 조금 더 반성하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두 손을 만들어 준 것도 한 손이 포기하려고 내려놓을 때 다른 한 손이 포기 못하도록 잡아주기 위함이고, 욕심내어 더 많이 채우려 할 때 다른 한 손이 막기 위함인 것 같아요.  /p124


'시인의 에세이는 옳아요.'라고 이야기해주는 인경님의 말만큼이나,  옳다.  어쩌면 짧은 행간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최근 읽었던 시인님들의 산문집이나 에세이는 좋았다.  충분하게...

 <나는 아직 괜찮습니다> 그동안 읽어왔던 그리고 내가 모아 두고 싶었던 마음들의 케이스들이 거의 담겨있는 글이었다.  천천히 읽고 싶었지만 멈출 수 없어서 너무 빨리 읽어내려갔던 김정한 시인의 글을 읽으며 따스한 위안을 받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 가장 빛나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

그래요, 내 생애 가장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고, 우리에겐 여전히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물론 다가올 미래는 아무도 몰라요.  물론 지금보다 더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열심히 노력하면 더 찬연한 내일이 기다릴 거고, 희망을 잉태한 씨앗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선물할 거예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기필코 내 생에 최고의 날과 마주할 거예요.  찬란한 그 날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내요./p14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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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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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읽고 보자,라고 정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지극한 독서 취향을 무시할 순 없었던 것 같다.  너무나 어렵게 읽었던 작가의 후속작이 ‘연애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게다가 예쁜 책표지까지 입고 출간되었으니 줄거리는 알아볼 생각도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p14


19살 소년과 48살 유부녀의 사랑 이야기.  어쩌면 케이시 폴이라는 한 소년이 사랑하게 된 여연과의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기록된 글은 때론 거칠고, 문장들의 서사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이 처음 만나게 되었던 테니스 클럽에서 이 둘에게 동시에 사정상의 탈퇴 요구를 받은 부분에서부터 야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가? 싶었지만... 글쎄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 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p75~76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진 애인은 사랑을 ‘이해하고’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하고, 그 강렬함, 사물의 초점이 또렷이 잡히는 느낌, 삶이 가속화하는 느낌,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이기주의, 욕정에 찬 자만심, 즐거운 호언, 차분한 진지함, 뜨거운 갈망, 확실성, 단순성, 복잡성, 진실, 진실, 사랑의 진실을 느끼고 싶어한다.  사랑과 진실, 그것이 나의 신조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나는 진실을 본다.  그렇게 간단해야 한다.  /p141~142


케이시 폴과 수전의 사랑 이야기가 파격적이라는 게 '나이차'때문이었던걸까?  분명 폴이 수전에게 반했던 부분도 있었을 테지만 이후 수전의 행동에서도 뭔가가 보였으면 했는데 그들의 도피 이후부터는 수전의 방황하는 모습들만 조명되었던 것 같다.  수전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던 폴은 자신이 수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직접 겪어냈던 시기를 서사하고 있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오래전 함께 사는 동거인의 형태로 바뀌어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차에 그녀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앞에 속절없이 빠져든 수전, 차라리 온전히 폴에게 빠져들었다면 그녀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사랑의 반짝임은 순간이고 남편과 폴 사이에서의 갈등은 그녀를 술에 빠지게 만들고, 그녀는 끝내 폴과 멀어지는 순간에도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  수전이 술에 의존하는 걸 알면서도 약간의 시도를 하다가 이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상황을 정말 길게도 이야기했던 폴은 결국. 그녀로부터 도망쳐 긴긴 삶을 해외에서 살다가 그녀가 죽기 전 돌아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예전 그들의 찬란했던 시절의 수전을 잠시 기억하지만 이내 지극한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그는 가끔 자신에게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에 어느 게 더 진실할까?  

그는, 결국,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p289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리되고 걸러진다.  

기억은 무엇이 되었든  기억을 갖고 사는 사람이 계속 살아가도록 돕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을 우선시하는 듯하다. /39



"다른 식으로 표현해보자.

나는 열아홉이었고, 나는 사랑은 썩지 않는 것이라고, 시간과 퇴색에 내력이 있다고 믿었다.” /p102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형태도 아주 잠시 볼 수 있었고 이들이 왜, ‘도주’까지 해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필요로 했던 건지도 그러한 과정에서 ‘사랑’에 대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지 마지막까지 폴과 수전에게 집중하고 싶었지만 <연애의 기억>에서 무엇을 읽어냈어야 하는 건지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게 하는 글이었다. '사랑'을 제3자가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만의 이야기고 역사일테니... 하지만 중간중간 자신이 불리한 순간에만 자신은 열아홉이었다고 이야기하는 폴이 생각할수록 얄밉다.  수전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면 분명 달랐겠지. .. 열아홉과 마흔여덟, 소년과 가정이 있는 유부녀의 사랑, 도피, 파국이라는 시도는 뒤로하고 그들 간의 스토리만이라도 잘 풀어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어지는 글이었지만,  몇 문장들을 건졌으니 그것으로 만족해볼까 한다.  ‘사랑’이란 어렵고도 어렵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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