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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 거짓일지라도 나에게는 꼭 필요했던 말
박광수 지음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광수생각'으로 그냥 던지는 말 같지만 꽤 뼈가 있는 말을 내어놓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던 그의 글을 3년 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활동이 뜸해지기 전 가정사로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기도 했고 책을 읽다가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큰 타이틀로 뜨는 기사제목 몇 개만 봐도 꽤 심각한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짐작을 하게 하는 자극적인 글들이었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녹색창을 닫고 책에 다시 집중해보았다.
"꽥꽥, 나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날지도 못하고 노래도 잘 못 부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천덕꾸러기 취급하지만 괜찮습니다.
하늘을 날지 못해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세상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넘쳐나거든요.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식대로 노래하며 즐겁게 살 겁니다.
꽥꽥! 꽥꽥!"
그의 글은 자전적인 이야기와 세간의 알려진 이야기들을 간간이 섞어 에세이 식으로 진행된다. 때론 후회와 반성의 심경을 담은 글도 있고,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글도 있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보다 한결 차분해짐을 느꼈던 건 나만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미운 오리 새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는 것에도 꽤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고, 꽤나 긴 시간이 지나서야 나를 용서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께는 언제나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시간들이 왜 후회되지 않겠는가? 저자는 나도 그랬지만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과거의 실패로 주저앉지 말고 기회로 삼아 날아오를 수 있다고 응원한다.
악플들이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시간이 분명 있었고
그리고 그 고통의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될 줄만 알았는데
살다 보니 그 악플들로 인해 좋은 측면이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속으로 웃음이 났다.
가만 생각해보니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완전히 좋은 일도 없지만 완전히 나쁜 일도 없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재미있고 조금 살맛 난다. /p221~222
그냥 불어오는 역풍은 없다.
나에게 불어오는 모든 바람은
모두 내 안에서 시작되어 더 큰 바람으로
다시 내게 닥쳐 불어오는 것이다.
반성하는 어제와 더 나아지려는 오늘이 없다면
그 바람을 뚫고 내디딜 내일의 한 발은 없다.
- 반성하는 어제, 더 나아지려는 오늘 /p241
책을 다 읽고도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림을 보기도 하고 글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꽤 긴 시간을 고심해서 출간했을 그의 흔적들을 읽으며 그가 살아온 시간들도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3년 만에 읽는 박광수 작가의 글은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이전의 책들과 다르게 그도 나이 먹어가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는 글이었다. 삶에, 사람들에게 지치고 내가 '미운 오리 새끼' 같이 느껴질 때 박광수가 세상 미운 오리들에게 보내는 칭찬과 응원의 메세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겁고 행복한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기를...
오늘날 미운 오리 새끼는 세상의 기준에 못 미치고 뒤처진, 그래서 인정받지 못하고 구박이나 받는 사람을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싶어 하지 않고 백조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지난 내 삶에 후회가 없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몰라 많이 해맸지만 결국 즐겁고 행복한 삶을 향해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걸어온 내 삶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은 소소한 삶의 행복들을 매일 만끽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중략).....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린,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이여, 건투를 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