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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평점 :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사는 독신들이 꽤 늘고 있는 요즘이다. 꽤 오래전, 우리 집에도 반려견들이 계속 있어왔다. 마당이 있던 집에 살던 시절엔 집 안이 아닌 마당에 개를 키웠었고, 마당이 없는 집에 살면서 집 안에서 푸들을 키웠는데, 실내에서 키우던 푸들이 계단 오르내리는 걸 배우더니 잠깐 문을 열어놓은 사이 집을 나가 두 달이 넘게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그때 마음의 상처가 커서 다시는 개는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냉장고를 식재료로 꽉 채워 넣지 않는 삶은 묘하게 숨 쉴 틈을 주었다. 답답함이 없었다....(중략).... '자신의 일은 가능한 한 스스로 한다'를 모토로 하고 있지만, 타인에게 맡겨 좋은 일은 타인에게 해달라고 해도 괜찮다는 마음의 변화. 그 끝에 자리한 건 어쩌면 '요양원'에서의 생활일까. 이런 식으로 사람은 원래 자기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깨닫고 나면 '노년의 삶'이라는 것에 미끄러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023~024
"하나 짱, 살아간다는 건 원치 않는 것도 견디는 일이야." /p035
최근 매장 주차장 한켠에 ‘똘순이’라는 10개월 된 믹스 대형견을 반려견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조카가 우리도 강아지를 키우자고 간절히 바라왔는데, 아마도 똘순이는 우리 가족이 되려고 했었나 보다. 오자마자 낯가림도 없이 가족들을 다 잘 따르는데, 신기하게도 낯선 사람을 보곤 제법 짖기도 한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놀아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아는지 참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이기도 한 귀여운 우리 가족! 똘순양.
내가 읽고 즐긴 에세이나 평전, 소설에 대해 쓰는 것이 작가들에게 민폐가 되거나 유쾌하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나이가 되면 책을 읽고 재미있었다고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전혀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세상의 수많은 예순한 살은 이제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것인가. 읽는다 해도 전문적인 문헌이나 읽는 것인가. 책을 읽고도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건 정말이지 괴롭고, 그래서 결국 이 지면을 빌려서 평상시의 근심을 떨쳐버리고 말았다. 서평에는 걸맞지 않은 서툰 코멘트도 있는 게 정말 죄송하지만. /p049~050
"그래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 이 나이가 돼서, 내 인생이 이런 것이었나,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인가 하고." /p081
똘순이가 우리에게 오고 한 달이 조금 넘었을 즈음 소설가 이자 에세이스트인 도도 시즈코의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는 예순한 살에 새 가족이 된 하나와 일상과 이전에 함께 했던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남편도 자녀도 없이 오롯하게 강아지와 살아가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산책을 좋아하는 주인과 다른게 하나는 산책을 심각하게도 싫어하는 강아지. 그 강아지와 산책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물을 챙기고, 안고 산책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하나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좋은 그녀에게 이제 한살이 좀 넘은 하나는 그녀의 삶에 마지막 반려견일지도 모른다. 하나가 싫어하는 건 억지로 시키려 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하나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녀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 자신이 하나의 죽음을 지켜보고 잘 보내주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시즈코씨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의 일상과 하나의 모습, 그리고 서점을 거닐며 책을 고르는 그녀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 그녀의 필력이 꽤 내 취향?
칠순이 다 되어가시는 부모님은 아직도 일을 하신다. 자신들의 노후를 아직도 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시는데, 도도 시즈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너무 연세가 들어 저물어가는 분위기의 글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조금 더 활기 차도 좋을 것 같은데... 한편 강아지와 둘이 살아가는 삶이 뭐 그리 활기찰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년쯤 후의 나?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이야기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시즈코씨의 일상을 보며 강아지가 없었다면 그녀의 인생은 삭막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누군가는 예순한 살의 나이에 강아지 한 마리와 사는 나를 안쓰럽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와 함께 산책을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확실한 행복의 순간이 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나만의 행복한 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시즈코씨와 반려견 도도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글은, "나에게 있어 행복한 순간은?" 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기도 했다. 충실하고 완전하다는 기분을 시즈코씨의 나이 즈음이면 나도 알 수 있을까?
20대나 30대에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런 대화가 싫었다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이웃 사람들과 길에 서서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예순한 살의 내가, 나는 좋다. 드디어 온전해졌다.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완전하게 생활하고 있다, 라는 기분이 든다. /p115
60대가 되어보니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그저 자연스럽게 눈앞의 오늘 일에만 머리가 움직이게 된 것이다.
포기라고 하는 귀찮은 파도타기를 하지 않아도 벌써 포기하고 있는, 힘이 빠져 있는 내가 있었다.
그런 것이었나.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구나.
나이를 먹는 것은 이런 것이었나.
그때부터 나의 기분은 밝아졌다.
하나라고 이름 붙인 개의 체중 3.4킬로그램이, 지금의 내 행복의 총량이다. /에필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