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투스의 심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운한 가정에서 성공만 바라보며 살아온 다쿠야는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임원실 직원 야스코에게 접근하고 내연관계에 이르게 된다.   야스코에게 전무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다 그에게 미혼인 작은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결혼을 통해서 자신의 신분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고 하는데... 뜻밖에 야스코의 임신 소식에 초조해하던 다쿠야는 뜻밖의 호출을 받게 되고 자신의 처지와 같은 다른 두 남자가 더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야스코의 임신이 그들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 일치에 '릴레이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결국 로봇은 인간에 필적할 수 없다.....  다쿠야는 이런 식의 얘기가 제일 싫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인간일수록 능력도 없기 마련이라 더 불쾌했다. 인간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고, 게으름을 부리고, 겁을 먹고, 질투나 할 뿐이다.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대체로 인간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살 뿐이다. 지시가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하는 일이라면 로봇이 훨씬 우수하다. 게다가 저 녀석들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아.....늘어선 로봇을 등지고 다쿠야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것이 그가 로봇을 연구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을 포함해 인간은 반드시 배신한다.  그런데도 기대를 하니 실망도 큰 법이다. 
로봇은 배신하지 않아.  기대 이상인 경우도 없지만 프로그램에 대해 늘 충실하다.  로봇이 오작동을 일으킬 때, 그 원인은 반드시 프로그램을 설계한 인간에게 있다. 다쿠야는 ‘브루투스’쪽으로 다가가 그 금속 몸체를 만졌다. 그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존재였다. /p165

  1989년에 발표된 [브루투스의 심장]은 '완전범죄 살인 릴레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작부터 모든 패를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 듯했는데,  살인을 계획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하고 있으면서도 범인을 추리하느라 잠시도 쉴 수가 없다.  그들의 계획이 틀어진 건 시체가 바뀌었다는 걸 안 순간부터!  이들의 계획을 알고 있는 이가 또 있는 것일까?  다쿠야의 행보는 더욱 분주해지고 뜻밖의 인물들의 등장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죄 트릭에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저마다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무너진 가정, 아버지의 외도로 해체된 가정, 버려졌다가 필요에 의해 다시 들어가게 된 집 등등, 하나하나의 인물을 보면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나방처럼 자신을 내던져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그들이(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면 행복했을까?  이들 중 한 명이라도 행복해질까? 하는 희망을 나도 모르게 붙들고 있게 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지음 / 달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방황하고 하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던 시기에 <보통의 존재>를 읽게 되었다.  나보다 더한 방황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날카로운 그의 글에서 알게 모르게 위안을 받았고, 힘겹게 읽었으면서도 읽고 또 읽게 되는 매력을 더불어 알게 해준 책이기도 했다.  이후에 출간된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전작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같은 작가의 글이 맞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는데... 이후 3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이석원작가의 신간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출간과 동시에 사인회에 몰린 많은 인파들을 보며 그의 글을 기다린 이들이 참으로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내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살면서 맞닥뜨리는 무수한 어긋남.  하지만 괜찮다고.  왜냐하면 삶이란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모두가 같은 걸 누리면서 사는 건 아니니까.


라고.  /p26

아버지, 시간이 흐르면 슬픔이 잊혀지나요.

아니.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그리운 이 그리운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다시 이렇게 헤어지면 애석한 존재들을 더 만나고 싶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p47~48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작가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  연로하신 무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려야 하고 자신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뚜렷한 원인도 없이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고 한다.  오로지 반듯하게 누워지낼 수만 있었다고, 아팠지만 잘 지냈고 글도 써서 출간도 했다.  작가의 블로그에서 간간히 보아왔던 글이 있어서 이번 책이 조금은 어둡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담백한 느낌이었다.  긴 글과 짧은 글의 호흡, 짧은 문장으로 위트를 주는 페이지, 시간이 흘러 지난 시간들을 조금은 담담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 등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글 전체에 깔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통찰력 등은 무뎌지지 않은듯 하니 걱정하지 마시길....



"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모습이."

"그냥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것뿐이에요."

카모메식당, 2006 일본   /p58

'내 삶을 위한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일.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p62


  부록으로 실린 날짜 대신 단어로 써 내려간 나의 지난 일기들은 단어로도 이렇게 긴 문장들을 써 내려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의 전환을, 글쓰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던 페이지였다.  이전작에 비해 무게를 많이 덜어내고 가독성까지 더한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이석원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존재]를 읽었던 시기엔 날카롭고 예민하기 그지 없었다.  (찾아보니 책에 대한 평도 좋지 않게 했으면서, 곁에 두고 몇 번이고 읽는 책이었으니..)  중년으로 접어들고 조금 무뎌졌지만 소중한 것엔 한없이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당시엔 죽을것 처럼 힘들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무뎌지고 그로 인한 지혜도 생기는 것일까?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보는것 같아 조금더 애정을 갖게 되는 책이기도 했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벌써 이석원작가의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된다.  작가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글을 써주세요.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작은 것들이 더 소중해지고 더 커진다.

  무엇보다 내가 아는 한 삶은 고정되지 않는 것이니만큼 지금은 이렇게 지켜보고 있지만 다시 세상이라는 바다에 뛰어들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  /작가의 말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 - 18세기 산업혁명에서 20세기 민족분쟁까지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현재의 인류사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18세기 후반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현대사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 개별적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어 연속성을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각각의 사건을 연결해 보고 평가하면서 현재로 이어지는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현대사의 주축이 되는 산업혁명은서구 국가들로부터 러시아, 미합중국, 일본으로 전해졌고, 유럽 국가들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나라를 식민지나 종속국으로 세계 시장에 편입시켜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격변의 18, 19세기를 거쳐 신기술과 경제구조의 근간이 완성되는 20세기의 전 세계 패권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파악한다면 21세기에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 혹, 하게 된다.  근현대 세계사를 하룻밤에 읽을 수 있다고?  책을 받아들고 목차를 넘겨보고 책 소개도 꼼꼼히 읽어본다.  역사는 중고교 시절에도 시험 볼 때 벼락치기 암기 말고는 관심분야가 아니라 찾아보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가끔 한 권씩 읽는 책들이 학생때는 몰랐던 재미(?)를 알게 해준다.  18세기 산업혁명에서 20세기의 민족분쟁까지를 다룬 <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는 인생의 경험에 따라 문제의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체험을 살려 역사를 바라보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근현대 세계사가 어렵다면 현대사를 풀어 가는 몇 가지 키워드를 참고해서 읽어보자.



1.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2. 국민국가 시스템

3. 도시의 팽창

4. 철도 등의 다양한 인공적 네트워크의 성장

5. 기술혁신에 의한 기술 체계의 변화

6. 그것과 상호관계에 있는 사회 시스템의 변모

19,20세기 역사는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뒤엉켜 여러 가지 마찰을 낳음으로써 많은 사건과 함께 움직여 왔다.  현대사의 구조는 사건이 잇따라 전개되지만 거기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많은 사건을 연결하는 여러 개의 ‘끈’을 시야에 넣음으로써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7



  예비지식이 없이 읽다 보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내용들의 연결이 잘 안될 것이다.  글을 읽다 보면 시대별 흐름, 도표, 지도, 주석 등이 잘 설명되어있어서 1부를 조금씩 읽다 보면 2부의 20세기 전반에 일어나는 세계의 흐름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제목처럼 편하게 읽었다.  이해가 안 되면 안되는 대로 넘기며 읽었고, 다 읽는 데는 5일이 조금 넘게 걸린듯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나의 장이 끝나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는 사이 COLUMN은 그 챕터에서 이슈가 될만한, 집중해서 봐도 좋을 글을 짧게 정리해주고 있어, 이 부분만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책을 읽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룻밤엔 다 읽을 수 없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아는 세계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몸이 아픈 사람인가, 아니면 마음이 아픈 사람인가?"

"그래도 살고 싶으신가? 아니면 그래서 죽고 싶으신가?"



감기에 걸리고, 몸이 아프거나, 불편함을 느끼면 바로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면 우리는 참는다.  학창시절에도 장난처럼 'xxx정신병원', '하얀집'등 친구들과 장난을 하다가도 좀 심한 농담을 할때 병원을 들먹이곤 했다. 정신과라는 병원을 가야 하는게 왠지 내키지 않고 최후에.. 마지막에 가족들이 데리고 가야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병원에서 하는 일을 일반인들이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신 건강을 잃고서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건강을 잃고서 건강할 때처럼 살 순 없겠지만, 건강을 잃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잃은 듯 살아서는 안 된다.  건강을 상실했다고 해서 더 많은 것들을 떠나보내며 상실감을 키울 필요는 없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을 버린다거나, 나의 가치를 놔 버리진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나'자신까지 잃어버리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p025

'행키'는 병원에서 거리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내가 직접 지은 내 별명이다.  아이돌 예명을 짓듯 나도 별명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은 밍키, 통키, 양키는 들어봤는데 행키는 뭐냐고 했다.  누구는 강아지 이름 같다고 했다.  행키는 행복을 키우는 사람, 즉 '행복 키우미'의 준말이다.  나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행키는 '임재영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 정겹기도 하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행키를 알파벳으로 'hanky'라고 쳐봤더니, 이게 웬일인가!  운명의 장난인 듯 그 단어는 손수건(handkerchief)의 준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행키는 행복을 키우는 사람이자 마음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존재다. /p055


병원을 뒤로하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듣기'위해 길거리로 나선 의사가 있다.  의사 임재영은 '찾아가는 마음충전소'와 병원을 병행할 수 없어 길 위의 의사를 택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신과 의사를 찾지 못하고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외롭게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가 트럭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마음이 아픈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찾아가는 마음 충전소의 '행키'가 되어 아픈 이들이 편하게 찾아오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는 때론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자신을 찾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해줄 순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  저자는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지금껏 아팠다 하더라도 환자가 아닌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내일 죽더라도 자신으로 살아내기를 바란다.  우리의 끝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홀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을지라도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하기를. 



아이들의 행동을 근거로 야단치거나 칭찬하는 등 평가를 하는 어른은 많다.  그런데 지금 어떤 기분이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어른은 드물다.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한 형에게 칭찬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볼 줄 아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친구를 밀친 아이를 혼만 내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감정을 궁금해하는 선생님은 또 얼마나 될까?  그런 어른이 드문 이유는 그들 역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분이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p143


저자는 2년 만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둘째 아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계획이 수정된 것이다.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마지막으로, 이 책으로 얻게 될 수익금 전액은 발달장애 아동을 후원하는 단체나 재단에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arma1228 2018-12-0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 미래에서 기다릴게 이후 4년 만에 만나는 <난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나 오랜만에 읽는 밤삼킨별님의 글은 때론 아프고, 포근했다.  힘들고 힘들었던 시기를 버티게 해주었던 글이라 그녀의 글은 내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걸지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 작가의 글은 나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담은 글에 무작정 빠져들게 된다.  부엉이를 애정하고 개성있는 손글씨와 그녀만의 감성을 담긴 사진을 찍는...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그녀의 글과 사진을 너무나 애정 한다.



당신과 나의 거리


나이가 많아질수록 특별함과 새로움은 사라진다.

경험치가 알려주는 예측은

서로를 위한 거리와 경계를 만들고 수위를 조절하게 한다.

하지만 가끔 그 조절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로 인해 내 인생의 숨통이 좀 더 트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65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책엔 평범한 사진, 이야기로 가득한 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사진도, 일상도 스쳐보내지 않고 밤삼킨별만의 감성으로 솔직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단어와 문장의 조합인데,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아프기도, 차분해지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문장 사이 만나는 사진은 이 타이밍에 이런 사진이라니!!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책은 독특하게도 절반씩 앞, 뒤표지에서 시작하는 양쪽 읽기 도서이다.  앞표지를 열면 봄, 여름, 가을 '사진에세이'가 뒤표지를 열면 겨울 '감성 에세이'를 읽을 수 있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괜찮다' 혹은 '잘 지낸다'는 생래적 거짓말을 한다.  잘 지낸다는 단단하고 따뜻한 말이 단지 말만 그렇지, 실은 그렇지 못한 어른들의 거짓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잘 지내지 못하는 상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 텐데 '행복'하기 위해 '불행'을 병처럼 여기고, 병을 고치려는 노력 대신 감추려 애를 썼기 때문이다. /p5

마침 이 책을 읽는 동안 첫눈이 내렸다.  왠지 겨울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 감성에세이 부분을 읽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글을 읽을 때면 막 시작되는 봄이나,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얀 겨울을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런 기분을 글을 읽으며 많이 느꼈기 때문일까?  읽었던 문장을 읽고 또 읽으며 '당신도 잘 지내고 있었군요.' 대답하며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하고 속삭이게 되는 글이었다.  문득 이 책을 들고 훌쩍 눈이 많이 오는, 러브레터의 배경인 '북해도'에 가고 싶어졌다.  이 책을 들고 떠날 그날이 올까?  그때까지 잘 지낼께요, 당신도 잘 지내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