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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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이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 교도소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탄탄한 구성으로 뒷받침하면서 글의 전개는 점점 속도를 더 해간다. 펠리칸 베이 교도소의 무기수 크레이그 홀딩턴은 아리안 스틸의 감옥 내 범죄조직의 두목이다. 교도소 측에서 다른 죄수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격리했지만.... 그는 안에서도 다른 이들을 부릴 수 있는 신적인 존재! 그에겐 입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그가 서명한 사형 집행 영장이 그의 감방 밖으로 나갔다.

"이곳이나 거리에 있는 모든 믿음직스런 병사들에게"

이 영장은 아리안 스틸 조직의 모토인 "스틸 포에버, 포에버 스틸"로 서명이 돼 있었다. 그 중간에 그들이 해야 할 피의 복수 내용이 나와 있었다. 영장에 적힌 사람은 셋이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아이 하나. 구체적인 복수 방법도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라는 구약 성서의 법칙을 따른 것이었다. /p12

죽은 형의 명성 덕분에 5년의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해왔던 네이트는 출소를 앞두고 자신의 앞으로 살인 집행 영장이 퍼졌다는 걸 알게 된다. 출소와 동시에 '걸어 다니는 좀비'가 된 네이트는 딸 폴리와 언제 끝날지 모를 도주를 시작한다. 어색하기만 한 부녀. 폴리는 아빠로부터 도망쳐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갈등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익숙한 공포를 아빠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된다. 아리안 스틸의 조직에 피해를 입혀가며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네이트, 딸을 위해 어떻게든 집행장을 철회해야 한다.

아이 대신 나를 /p251

"아저씨 문신들이 마음에 들어요." 느닷없는 폴리의 말에 네이트는 화들짝 놀랄 뻔 했다.

복서가 뭐라고? 하는 표정으로 폴리를 봤다. 폴리는 그의 왕좌로 걸어왔다. 네이트는 너무 몰라서 그녀를 멈출 새도 없었다. 폴리는 복서의 가슴, 심장 위를 가리켰다.

"'그라샤스 마드레'이 말은 고마워요, 엄마,라는 말이죠?"

그렇단다, 꼬마 아가씨."

...(중략)...

"미치광이 크레이그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요." 폴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마저 울음에 젖어 촉촉했다.

"엄마는 누구에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죽었어요. 우리 엄마 가요.

...(중략)... 폴리는 네이트에게 돌아섰다. 그녀가 그에게만 보여준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하, 속였지롱, 그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폴리가 그렇게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p258~259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던 폴리가 세상과의 첫 대면을 하게 된 게 위험한 삶을 살던 아빠와의 도망이었지만 그녀는 강해지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 점점 믿음이 생기는 폴리. 그들이 사냥하지 않으면 사냥당하게 되는 세상에 던져진 이들... 네이트는 폴리를 지켜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엔딩이 후속을 예고하듯 끝이 난다. 강렬하게 느껴졌던 책표지 안에 있는 광활한 사막을 달리는 차, 그리고 표적이 된 그 차에 타고 있을 것만 같은 네이트와 폴리. [죽음을 문신한 소녀] 폴리를 표현하는 첫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녀는 패자 특유의 축 처진 어깨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눈만은 명사수의 눈이었다. /p17

스릴러이지만 글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위, (사실 잔인한 게임에 비하면 폭력에 대한 수위 조절이 적절했던 글이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글은 어딘가에서 힘이 빠질 거라고, 어딘가에 허점이 있을 거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그 틈을 찾아내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최근 읽어 왔던 추리, 스릴러소설과는 달랐다. (그리고, 작가님 한국을 좀 아시나 봐요?)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죽음을 문신한 소녀] 어른으로 성장한 폴리의 이야기도 기다려본다. 조던 하퍼의 다음 글도 벌써 기다리게 된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한국 식당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테이블 한가운데 그릴이 있었고, 그 위에서 고기 조각들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그들은 불에 구운 고기를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김치는 입맛에 맞지 않았다. 폴리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쿡쿡 찔러보고, 냄새를 맡아본 후에 김치는 사양한다고 했다. 고기는 상추쌈을 싸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웃는 아이의 턱에 기름기가 묻어 반짝거렸다....(중략)... 네이트가 인생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바로 이 순간 그렇게 했을 것이다. /p27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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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민슬비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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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괜찮다고,

아픈 당신의 모습까지 사랑한다고..."



  언제 읽을까 망설이며 며칠을 들고 다녔던 책이다.  사실 갑자기 걸린 감기에 지난 한 주간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서 책 읽기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우울한(?) 글까지 읽게 되면 덩달아 기분이 다운될 같아서 였는데 감기가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하며 읽은 책은 손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젊은 작가는 왜 죽음을 생각했을까?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길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아픔을 딛고 일어나게 되었을까?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쏟아내는 민슬비작가의 글은 그녀가 참 잘 살아냈다고 도닥 여주고 싶은 글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우울하다' , '나 우울증인 것 같아'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그리고 심하게 마음 앓이를 하면서도 내 마음이 괜찮은지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플 자격'에 대해 자신을 검열하기 바빴다.  삶의 모습은 10이면 10, 100이면 100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울증'에 대한 감지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이 참아낼 수 있는가 하면 겉으로 보이기엔 밝아 보이고 멀쩡해 보이는데 속으론 곪고 곪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 마음은 안녕한가?' 그리고, 안녕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차분하게 알려주고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자.  최근 우울증에 관련한 책을 꽤 많이 읽어 볼 수 있다.  때론 이론적인 내용에 치중해서 공감이 힘든 책도 있고, 자신의 경험에 치중해 자신의 고백담에 그치고 마는 책도 있는데 자신의 경험과 치유의 중간즈음을 적절하게 잘 집필한 글을 읽게 됐다.  무심코 문장을 짚어가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오열로 바뀌어 한참을 울고 나니 뭔가 뻥 뚫린 듯한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를 읽으며 마음 깊은 곳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우울증'이 위로받았던 건 아닐까?   이렇게 살아내주어, 글을 써주어 고맙고 반갑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글이었다. 




#죽지않고살아내줘서고마워 #민슬비 #책들의정원



  많은 사람들이 아픔에 자격을 부여한다.  나 자신이 아플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검열한다.

'남들 다 똑같은데 내가 유난인 게 아닐까?'

'엄살 부리는 거 아닐까?'

'그냥 게으른 걸 핑계 대고 싶은 거 아닐까?'

...(중략)...  이제야 생각한다.  아픔에 자격이란 없다.  감기에 걸릴 때 그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암에 걸릴 때 그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아프면 아픈 거다.  또한,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고 해서 내가 안 아픈 것도 아니다. /p18~19



  살다가 무언가 인생이 삐걱거린다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것을 권하고 싶다.  걸어왔던 삶의 길을 차근차근 되밟아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자신의 삶에서도 가족과의 관계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였는지 찾아내서 끊어야 한다.  어려운 여정이지만, 나는 이 길을 걷고 나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p31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세상을 더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삶을 더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어서 아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삶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자책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저 잠시 고장 났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암처럼 치사율이 높은 병이지만, 감기처럼 흔한 병이니까 말이다. /p81



  우울증은 나를 죽일 수도 있는 병이다.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공황장애도 죽음과 가까운 병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감기처럼 흔한 병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걸릴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러나 암, 어쩌면 그 이상의 치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면 응급 환자일 수도 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가야 한다. /p92



  우울증이란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정말 위험한 병이다.  암과 같은 무서운 병에 걸렸을 때, 일이나 학업을 이어가지 않듯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효율이 없다.  마음의 병은 인생의 효율을 뚝뚝 떨어뜨린다.  잠시 모든 것을 최대한 멈추고 잠시만 숨을 고르면,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이 생긴다.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km 마라톤이다.  잠시 물이라도 마실 시간이 필요하다. /p128



  마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먼저이다.  내 감정이 우선이고, 내 삶이 먼저이다.  이익은 양보할 수 있어도, 감정은 함부로 양보하는 게 아니었다.  아픈 사람들을 보면, 유달리 착한 사람들이 많다.  나쁜 사람들은 남에게 상처 주고도 잘 살아가더라.  착한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거에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괴롭히더라.  조금은 철없고, 조금은 생각 없고,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내가 우선이다.  아프면 내가 먼저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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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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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들어낸 무언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언젠가 언니들과 이야기하다 알게 되었던 브랜드였다.  '죽은 빵도 살리는 토스터기' 내게 '발뮤다'를 기억하게 된 건 가전제품을 만드는 곳인가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의 글을 읽게 되다니, 가전제품보다 그가 창업한 발뮤다의 시작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글의 시작은 부모님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회상부터 시작된다.  '나를 알려면, 발뮤다의 시작을 알려면 이것부터 알아야 해!' 라는 느낌이었달까? 부모님의 만남과 행복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양쪽 부모님을 오가며 아버지의 삶, 어머니의 삶을 겪으며 보고 살아온 그는 아버지와 동생과 살던 시절도 풍족하진 않지만, 기억엔 좀 어려운 살림이었지만 행복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던 아버지가 도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평생의 업으로 전환되는 순간도 곁에서 지켜봤고, 사춘기의 방황을 학업을 중단하고 17살의 나이로 1년간 에스파냐, 이탈리아, 프랑스등을 여행하며, 이전의 삶에 가치관이라고 이야기할만한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스스로의 가치관은 이때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열여덟 살의 그는 록스타가 되기로 마음먹으며 10여 년간 기타를 치며 록 밴드 생활을 하게 된다.  스타로 살고 싶었던 그의 꿈이 기획사의 재정이 악화되며 무너지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아내의 집에 있던 건축, 소품, 인테리어등이 소개된 디자인 잡지였다고 한다.   전공도 아니었던 제품을 디자인해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그의 두발로 뛰게 했고 가스가이 제작소에서 제품 만드는 것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2003년 디자인 전제제품 기업 '발뮤다'를 창업하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마주하게 되고 그가 그러한 상황들을 어떻게 개척해 가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경영에 관련한 글이라기 보다 테라오 겐이라는 사람이 '발뮤다'라는 기업을 만들기까지의 인생관을 보여준 글이랄까?  테라오 겐은 글의 말미에 또 몇 십 년 후의 발뮤다와 자신에 대한 글을 이야기 하고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그와 발뮤다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기를...  인생을 살아가는 그의 신념, 가치관은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됐지만 발뮤다 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글이었다. 




#가자어디에도없었던방법으로 #테라오겐




  나에게는 나의 가능성을 온전히 믿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그것이 나의 특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에도 나는 늘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p11



"한 번 성공해보면, 다음에도 반드시 성공할 거야." 이 건 어머니가 자주 하던 말인데, 지금도 나 자신에게 반복해서 들려주는 말이다.  살다 보니 요행수로 들어맞은 일도 당시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다시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p31



  그때 봤던 아버지의 모습, 사람이 진심을 다해 어떤 일에 전념할 때 뿜어내는 기운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진심은 많은 것을 움직이게 한다.  어떤 꿈을 꾸든, 무엇을 목표로 하든, 그건 자유다.  경험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무지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모르는 게 있다면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모르는 게 어때서? 뭐가 나쁜데? 부끄러워할 것 없다.  나는 단지 이게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온몸으로 자신의 진심을 뿜어냈다.  /p54~55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게 하나 더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언젠가 끝이 난다.  인생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수년 뒤에 멋진 날을 그리거나 장래의 게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이야말로 인생의 축제날이다.  다시 말해 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인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p79~80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내 행동을 결정해왔던 가치관의 기반은 결국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해 배운 것들로 만들어졌다. 언제든지 진심으로 진지하게 살아갈 것.  무엇보다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고민하고, 방황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가진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방법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p105



  대부분의 실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끔찍하지 않다.  오히려 실패에 익숙해지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긴장도 덜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 앞에 당장에라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상황을 겪어야 한다.  패배감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도 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긍심이나 자신감에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른들 말처럼 뻔뻔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p144~145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그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건 틀린 생각이다.  아무리 내게 불리한 상화이라 해도 역전할 기회는 늘 있다.  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었을 때에야 비로소 역전할 수 있었다. /p28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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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트 - 전2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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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세상의 모든 딸들이 눈물로 맹세하지만,

왜 끝내 엄마처럼 살게 되는 것일까? 



  인류가 지구상에 막 자리를 잡아가던 2만년 전...  너무도 오래전, 구석기 시대.  달이 차고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의 변화를 알고 그것을 근거로 살아가던 시대.  1년을 13개월로 나누어 봄의 3월을 시작으로 얼음을 녹이는 달, 월귤의 달, 망아지들의 달, 여행의 달, 파리 떼의 달, 매머드의 달, 노란 잎의 달, 순록의 달, 눈보라의 달, 오두막의 달, 굶주림의 달, 포효의 달, 버려진 순록뿔의 달이 된다. 


    샤먼을 믿고, 혈통을 중시하며 오두막을 중심으로 가족단위로 이동하며 살아가던 시대.  사냥을 하던 남자들이 중심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에서 여자들의 위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한 남편과 자매가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유능하고 고기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사냥꾼에게 어린아이를 정혼자로 약속하기도 한다. 


  그레이랙의 오두막에서 그들과 함께 살고 이동하며 살았더라면, 그녀가 성년이 되어 티무와 결혼을 평범한 그들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야난의 아버지 요히는 그들과 갈라서는 걸 원했고 길 위에서 야난은 자신의 동생을 출산하다 죽은 어머니를, 젖을 먹지 못해 얼어 죽은 핏덩이 동생을, 사냥을 하다 오소리에게 물린 아버지를 묻어야 했다.   죽은 아버지를 오두막에 두고 돌아서며 길위에 나서서도 그녀는 수많은 순간을 '어머니가 계셨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다시 그레이랙 가족들과 만났을 땐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완 너무도 많은 게 달라졌고 동생 메리의 약혼자가 화이트 폭스가 아닌 메머드 사냥꾼인 스위프트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야난이 생각을 조금 더 깊이 하기 전에 쉽게 흥분하게 되었던 건 동생일에 대해 어머니가 남겼던 유언이, 나이가 너무도 많은 사람에게 아이를 시집보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을까?  메리와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기에 더 날카로워지고, 사냥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때론 여자라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야난.


  티무와의 사이에 아이도 임신하게 되지만, 자신의 임신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사람들과의 불화로 다시 길을 떠나지만, 길 위에서 홧김에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그 실수가 야난을 막다른 곳으로 치닫게 한다.  계절의 변화와 오두막 주변이나 동물들에 대한 묘사가 그려지듯 생생했던 세상의 모든 딸들 은 때론 야난과 함께 추위에 굶주리고, 그녀와 사냥을 했으며,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맞이하고,  너무도 짧은 생의 이야기는  소녀, 여자, 아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믿는 사후의 모습으로 바라본 현재의 이야기까지도 담고 있는 이 글은 옛날 옛적에라고 이야기하기에도 꽤 오래전, 메머드가 살던 시절  '야난'의 이야기는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긴 분량이지만 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매력이 있는 글이다.



#세상의모든딸들 #엘리자베스M토마스 #이나경 #홍익출판사



  "사람은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는 거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이렇게 살았어.  호랑이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남편을 따르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는 법이란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어머니의 말을 잘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손만 꽉 움켜잡고 있었다.

  "야난, 너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되겠지.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결국엔 이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너는 티무의 아내로, 메리는 화이트 폭스의..../p135 세상의 모든 딸들 1



  살아 있는 동안 분명히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꿈도 꾸지 않은 일이 계고도 없이 일어나는 것을 나는 여러 차례 경험했다.   /p279 세상의 모든 딸들 1



  "너는 여자라도 직접 사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사냥을 망쳐놓더라도 말이다.  너는 네가 똑독한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야난! 너는 너무 자존심이 세고, 그러면서도 바보처럼 굴고 있다.  잘 생각해 보아라."

...(중략)... 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p109~110  세상의 모든 딸들 2



  위험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것도 없었고, 두려움에 대해서는 익숙해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기다림과 두려움이라면 언제든 자신 있게 감당할 수 있지만, 티무에 대해서만은 어떨지 나는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었다.  /p215   세상의 모든 딸들 2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울며 한탄하며 나 자신의 발자국을 꾸짖었다.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던 지난날의 오만을 생각하노라니 언젠가 어머니가 내 머리를 빗겨 주면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야난, 너도 언젠가는 자라서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되겠지, 남자가 고기를 지배하고 오두막을 지배해서 여자보다 월등히 위대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위대하다면, 여자는 거룩하단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어머니의 이 말을 불의 강으로 떠나기 전에 상기했었어야 했다.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이야말로 여자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알아야 했고, 남자들의 독단을 욕하기 전에 여자의 삶이라 해서 결코 비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옳았다. /p331   세상의 모든 딸들 2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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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개정판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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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병들면 우리는 어디에서 살지?"


    제목이 흥미로웠던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는 우리가 주어진 자연을 얼마나 막 사용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지고 있다. 


1부 생명에 대한 생각 / 2부 이웃에 대한 생각 / 3부 자연에 대한 생각 / 4부 살림살이에 대한 생각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들이 썩기까지의 시간은 잠깐 사용하는 것에 비해 너무나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쉽게 사용하고 버리지만 태울 수도 없는 비닐봉지가 썩기까지 엔 또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우린 대략적인 숫자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지구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병들어가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우리는 그저, '아... 그런가?' 하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하나씩의 타이틀을 정해 짧은 이야기로 진행되는 글은 하나의 글이 끝날때마다 바로 실행에 옮길수 있는 tip과 함께 생각키우기의 질문으로 생각을 넓혀 볼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동안 너무 쉽게 사용하고 버려왔던 일회용품을, 가전제품의 사용을, 핸드폰 기기의 잦은 변경, 전기와 물의 사용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그로 인해 우리에게 돌아오는 영향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만 살고 없어질 지구라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도 않겠지만 자연의 파괴로 우리가 그동안 누려왔던 당연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면 돌이키기 힘든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지난해부터 일회용품 사용의 규제로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서 초반엔 불편했다.  아이스컵의 불안함, 마시다 나가시는 손님에게 다시 일회용 컵을 제공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그로 인해 설거지가 늘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로 인한 물의 사용과 세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까지 걱정이 된다.  이렇게 내가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시작은 번거롭겠지만 더 이상 미루어선 안될 일이라고 생각된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국민 필독서가 되어서 많이 읽고 이야기하며 실천했으면 좋겠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 무덤에 가져가고 싶은 부장품은 무엇인가?'  

  2009년 3월 한 상조회사가 성인 375명에게 물었다.  1위는 놀랍게도 핸드폰이었다.  죽어서도 이승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이 핸드폰이라는 대답도 있었다.....(중략).... 핸드폰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외출할 때 핸드폰부터 챙기고,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은행 업무를 보고, 길을 찾고, 범죄 예방을 위한 위치 추적도 한다.  이쯤 되니 핸드폰이 손에 없으면 허전하고 괜히 불안하다.  /p022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1℃이상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산업 혁명 이후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 상승했다.  그 중 한반도는 지구상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상승 폭이 커서 1.7℃나 높아졌다.  동해의 해수면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6.6mm씩 올라갔다.  전 세계 해수면은 평균 3mm씩 높아지고 있는데 그보다 두 배난 빠른 속도이다./p046

  바다동물들은 비닐이나 플라스틱과 먹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손과 발, 또는 도구를 이용해서 골라내지도 못한다.  물속에서 플라스틱 조각과 부러진 스티로폼은 물고기의 알이나 작은 생물처럼 보이고, 비닐봉지는 해파리나 오징어처럼 보인다.  이런 쓰레기들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킨 바다동물은 소화되지 않는 플라스틱과 비닐이 위장에 가득 차서 항상 포만감을 느끼다가 결국은 영양실조로 죽고만다. /p056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역시 도시 거주민의 30~40%가 물이 부족해서 고생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날 쓸 물을 길어오기 위해 여성들이 날마다 평균 10km 이상을 4시간 넘게 걸어서 왕복해야 한다.  

  전쟁터에서는 총을 맞아 죽는 사람보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지구촌 사람 5명 중 1명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5명 중 2명은 위생설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9.11테러 희생자 3,000여 명보다 5배나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한다....(중략....)  해마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손님인 장마와 태풍이 느닷없이 찾아와 피해를 끼친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세상을 다 휩쓸어버릴 듯 바람이 몰아친다.  그래도 한반도는 여전히 물이 부족하다.  물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물의 행성, 지구는 늘 목이 마르다.   /p079

  한번 쓰고 버리기에 편한 이 얇고 가벼운 비닐봉지는 해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이 만들어진다.  2002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5억 조 장의 비닐봉지가 생산되었는데, 이중 80%를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에서 사용했다.  미국은 한 해 약 1,000억 장의 비닐봉지를 쓰고 버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약 150억 장의 비닐봉지가 잠깐 쓰이고 버려진다.  일회용 비닐봉지 1장 가격을 50원으로 잡으면 한 해에 약 7,500억 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p09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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