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봐 - 주목받지 않으면 못 견디는 현대병, 경계성 인간 분석서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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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사랑해줄 사람, 어디 없나요?"

헤르만 헤세, 랭보, 다자이 오사무, 제임스 딘.....

상처적 체질, 경계성 인간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인간은 관심 종자, 관종의 원조는 경계성 인간이다?!  오카다 다카시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경계성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소한 단어지만 책을 읽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경계성 인간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내 모습이거나 가족 누군가, 또는 친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  자신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토라지는 사람,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또는 연인을 위협하고 자해사는 사람 등등... 자해의 경우는 심각한 경우지만 관심을 끌기 위해 심각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왜? 이런 경계성 인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



  경계성 인간이 보이는 특징들은 얼핏 보면 매우 특수하고 협소한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보편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 인간형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을 살게 하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현대 사회에서 경계성 인간 유형이 급증하는 것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이 인간 유형의 문제점과 마주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마음의 위기'와 만나는 일과 같다.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며, 누군가에게 받은,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선물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p011~012

경계성 인간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장애가 아니다.  경계성 인간을 둘러싼 오해 가운데 하나는 이 장애를 '처치 곤란한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라기보다 어느 계기를 통해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계성 인간이 되는 사람들 중에도 다양한 성격이나 기질의 소유자가 있다. /p030 


  경계성 인간은 우리와 다르지 않지만 우리가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조금은 자신을 자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경계성인간은 그러한 경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론 그렇게 한발자국 물러나 있는 그들의 삶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아주 가끔 경계선에 놓여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가?  지치고, 힘들고,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때 '이 끈을 놓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절대 쉬운일이 아님을 알기에 잠시 방황하다 이내 마음을 다잡는게 일반적인 모습이겠지만 요즘 이러한 경계성 인간이 늘어나고 있는건, 수많은 매채와 sns등에 노출된 삶이 자신의 상황을 더 디테일하게 조명하기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되는게 아닐까?



  경계성 인간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나 배경에 대한 이해도 반드시 필요하다.  경계성 인간이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가 하는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말하자면 그런 상태가 되기 쉬운 경향을 가진 사람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요인이 추가되었을 때 쉽게 발증한다는 것이다. /p117

  하반기 들어 교양심리학, 심리학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관계에 관심이 많아진 것일 테고 그만큼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낯설지 않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나만 바라봐.  다양하고 수많은 군상들이 엮여 살아가는 세상 나와 다른 이들을, 어쩌면 그들이 나와 많이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



  경계성 인간은 위기의 시대를 잘 극복하기만 하면 반드시 회복된다.  끝나지 않은 폭풍은 없고 봄이 오지 않는 겨울은 없다. /p27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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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이 부서진 마음에게 전하는 말
허지원 지음 / 홍익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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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니에요."

우울,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죄책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당신을 정체화하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그런 문제들은 당신에게 실패자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자꾸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렇게 점점 커지는 삶의 가치를 애써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누굴 위해 살지 말아요.  당신이 행복해지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교양심리학, 나를 알아가고 낮은 자존감을 설명하기 위한 책을 꽤 많이 접하게 된다.  왜?  이러한 책들의 출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  바쁘게 돌아가는 삶, 사회의 기준에 맞춰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나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세상의 속도와 나의 내면 속도와 차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라는 자괴감에 스스로 무력감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내가 무력하고 못나서 그런 걸까?  어쩌면 이런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을까?  그러한 생각에 제동을 걸어준 허지원의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칭찬을 받거나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반사적으로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좋지 않은 습관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당신을 칭찬하면 이런저런 '생각'들에 머물러 불필요한 미로를 구축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즐거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p25

"계급장 다 떼고, 소위 '스펙'을 하나도 드러내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마주쳤을 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곧 자존감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학벌, 직업, 태어나 살고 있는 지역, 외모 등의 배경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SNS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가정할 때, 글들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당신의 글에 호감을 느낄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이라 예상하나요? /p71


1부 노력하되, 애쓰지 말 것 / 2부 타인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 것 / 3부 완벽주의적 불안에 휘둘리지 말 것 /

4부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 것 / 5부 당신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것

크게 다섯 장의 챕터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자신이 필요하다 생각되는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좋다.  에피소드와 함께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내가 경험했던 비슷한 사례를 읽으며 더 집중하게 되기도 했다.   심리서의 경우 우울증의 경우 증상이 깊어지기 전에 읽으면 좋지만 우을증이 심한 상태에선 읽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챕터 사이사이에 오늘의 숙제는 이렇습니다.  코너를 두어 앞에 읽은 글에 대해 나의 생각은 어떤지 짚어가는 부분도 있어 책 읽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자존심 내세우기, 인정받기, 모두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감정을 존중받을 권위와 위엄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편안한 문장으로 말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안정 애착을 하게 된다면, 다른 것들은 더 이상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편안하게 하세요,  괜찮아요./p95

  삶에 큰 의미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고, 그것만으로 당신은 다 한 겁니다.  살아있는 부모, 살아있는 친구, 살아있는 자식, 살아있는 나, 그거면 됐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수습하면서 살다가 문득 내가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이 잦아지고 그 이후에 남에게 기여도 좀 하고, 시간이 지나 그렇게 쌓인 일상이 의미라면 의미겠지요. /p171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인 삶, 조금은 폼 나 보이고 싶은 게 욕심이라 그렇지 못한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고 안달복달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것 같은데,   삶에 큰 의미가 없어도 쌓이는 대로 살아가는 일상이라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저자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저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상처 입고 고단했던 삶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았고 안달복달했던 마음마저도 내가 나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 받아들이니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지나간 과거를,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가기를...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던 글.  당신은 자신을 잘 알고 있나요? 



다들 되게 생각 있어 보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삶에 뭔가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 요소라기보다는 상처 입고 고단했던 자기애가 남긴 하나의 증상 같은 것입니다.


“제가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요, 제가 왜 꼭 살아야 돼요? 선생님한테도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삶에 의미가 뭐 그렇게 중요해요?  저도 매일 수습하면서 그냥 사는 거예요.”

나에게 뭔가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과정이었습니다.  내가 살아낸 과정, 나와 당신을 공부한 과정, 내가 당신과 함께 한 과정, 그 모든 것이 제 삶의 의미였습니다.

결과물이 우울한 사람에게 행복감이나 가치감을 가져다 줄까요? 글쎄요. /p18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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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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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통해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본다.  때로 비슷한 생각에 공감대가 커지기도 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에피소드를 마주하기도 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촌철살인에 뜨끔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누구나의 일상일 텐데, 다른 이의 시선과 글로 읽는 에세이는 그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읽을 수 있어서 애틋하게 다가오곤 한다.  아이와의 에피소드도 유쾌하게 읽었지만 아내와 도서관 대출과 일반 대출을 이야기하는 페이지는 몇 번을 읽었는지... 한국말이 이래서 어렵지? 하며 킥킥 웃으며 읽게 되기도 했다.   



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거나, 방법이 틀렸거나,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은 일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 자신의 성취도는 드높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되고는 했다.  '가만히 있는 게, 혹은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모두가 '열심히!'를 외치고 있는데, 무지하고 능력 모자란 사람들의 '무작정 열심히'처럼 두려운 게 없다.

 좀 게으르더라도, 도덕성이나 합리성을 따져가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p24~25 #열심

  사십 대는 십 대 때랑 비슷해졌다.  계획이란 걸 따로 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해져 있으니까.  열심히 벌자.  이거 말고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안주하기에도 벅차니 무슨 딴 생각이 있겠는가.  오래도록 폐인처럼 지냈다.  매사에 열정이 전혀 없었다.

  어떤 계획도 갖지 못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계획을 세우면, 계획을 세우느라 끙끙거린 게 아까워서라도, 최소한의 애는 쓰게 된다.  뭔가 해보고 싶다.  계획을 세우고 싶다!  이십 대처럼 허황되고 어떻고 삼십 대처럼 졸렬하면 또 어떤가.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않을 만큼은 철이 들지 않았을까./p122  #어떤계획


  호흡이 짧은 글은 읽으며 끊기는 느낌이 들어 싫어하는 편인데, 웃어라, 내얼굴 은 짧은 단편 하나를 읽고 나면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궁금해서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달력에 있는 다양한 이름뿐인 기념일들에 대한 짧은 단편들도 저자의 생각과 사회 분위기를 더해 어찌나 맛깔스럽게 써주셨는지, ㅋㅋㅋ



  독서의 재미를 아는 분들은 알아서 읽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한 코미디 프로의 책 읽기 운동으로 독서 광풍이 분 적이 있었다.  독서마저 개그가 된 게 서글프기는 했지만, 어쨌든 '느낌표 책'들은 많은 이들에게 독서의 맛을 깨닫게 했다.  그런 푸닥거리를 또 바랄 정도로, 드라마 덕분에 뭔 일 나지 않을까 기대할 정도로, 책을 안 읽는 시대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가장 위대하고 참된 스승은 책이라는 걸 전 국민이 다 아는데, 왜 책은 안 읽히는 것일까?  스승의 날, 책 스승님도 좀 챙겨주자고요./p172~173 #스승의날

20년 차 소설가 김종광의 에세이는 때론 위로를, 짠함을, 분함과 기가 막힘을 마주하게 하지만 이내 웃음으로 갈무리된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다 보면 참 대부분의 사람들 표정이 무표정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내 시선을 피하기 바쁘기도 하고 한 동네에 살면서도 한 건물에 근무하면서도 잘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웃을 일도 없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지 않는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듯하다.  웃을 일이 없어서 웃게 해주었던 소설가 김종광의 웃어라, 내얼굴 단편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피식피식 웃을 일이 생길 것이다.  20년 차 소설가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상 기록들 꽤 읽어볼 만한 글이었다.


나의 미혹을 애증 한다.

내가 웃기는 소설에 대한 미혹을 집어치우는 순간, 그러니까 불혹의 경지에 다다르는 순간,

무슨 활기로 견디겠느냔 말이다.  다짐 삼아 얼밋얼밋 그려진 웃는 내 얼굴 보고

주문을 읊어본다.

웃어라, 내 얼굴! 웃어라, 내 소설! /p34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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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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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  떠나보면 달라질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하게 된다.  이런 저럼 핑계를 다 붙여서 떠나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 수 있지만 일상을 뒤로하고 훌쩍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떠나고 싶어 훌쩍 떠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누군가의 여행을 보며, 또는 여행지의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게 대부분이고, 일상을 쪼개고 쪼개 시간을 만들어 잠시 다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충전'하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행을 준비하면서의 설레임도 좋지만,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다녀와서의 여운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이 얼마나 열려있는지에 따라 달리지는 게 아닐까?



어느 날 코끼리가 말했다.

"나 사막으로 떠나려고 해.  언제 돌아올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왜?" 다람쥐가 놀라 물었다.

"거기에 가 보면 이유를 찾게 될지도 모르지." 코끼리는 머리를 비비며, 주름진 코로 귀 뒤를 조심스럽게 긁적였다. /p13

 

  왜 이렇게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갈등과 고민이 여행을 한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풍경들을 보며 여행에서 마주하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잘 다녀와 의 작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궂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잠시라도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문득 길을 떠나겠다는 코끼리에게 도시락을 싸 등에 매어주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는 다람쥐의 마음은, 현재를 핑계로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마음이 두근거리게 한다.  톤 텔레헨이 들려주는 다양한 동물 군상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이란, 어쩌면 정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따스한 안부와 용기를 주는 이야기.  친구와 가족들에게 짧지만 의미 있는 메세지를 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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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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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네 글자 단어에 문득 떠오르는 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안부조차 묻지 않고 살아가는 요즘.  전화통화를 하기엔 왠지 뻘쭘하고 몇 글자의 문장으로 안부를 묻기에도 좀 서먹하게 느껴진다.  sns에 가끔 올라오는 몇 장의 사진과 글 몇 줄을 읽으며 잘 지내고 있구나... 하고 좋아요, 하트를 누르고 무심코 글을 넘기게 된다.



  다람쥐는 우울했다.  바람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반가운 편지 같은 건 전해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내 생각을 하지 않는구나.  다람쥐는 생각했다.  /p7

 

 외로운 다람쥐는 부엉이의 편지를 받고 행복해진다.   자신의 덩치가 거추장스러운 하마는 메뚜기에게 서로의 몸을 바꿔보자고 제안하지만 이내 서로의 불편함만 경험하고 다시 원래의 몸으로 만족스럽게 돌아간다.  생일 선물상자를 잘못 받아 슬픔을 선물 받은 사자, 절망에 빠진 큰 개미핥기에게 손길을 내미는 친구들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글은 간결한 문장과 파스텔톤의 아름답고 귀여운 그림으로 천천히 읽으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복의 의미와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몰라 편지를 받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 고슴도치가 편지를 받기 위해 메세지를 바꾸는 과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아 흠칫, 놀라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존재감을 느끼고 싶지만, 직접적인 만남은 싫고 그냥 편지 한 통이면 족했다.  "네가 보고 싶은 건 아니야, 그래도 안부는 궁금해."   톤 텔레헨이 들려주는 다양한 동물 군상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이란, 어쩌면 정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따스한 안부와 용기를 주는듯한 동화였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짧지만 의미있는 메세지를 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 잘 지내니?



사랑하는 고슴도치야 안녕!  - 다람쥐가

더 이상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사실 편지 같지도 않은 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편지가 하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자작나무 아래 이끼 속에 편지를 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고슴도치가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를 읽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는 고슴도치"를 읽고 또 읽었다.  사랑하는 고슴도치, 사랑하는 고슴도치, 그래 나는 사랑하는 고슴도치야.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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