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 북디자이너의 세번째 서랍
김태형 외 지음 / 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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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심장에 남고,

좋은 '책 디자인'은 오래 책장에 남는다.



   언제부터인지 책의 내용보단 책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책표지.  제목, 책표지, 그리고 책표지 겉에 있는 간략한 정보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된다.  일단 책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는 게 책표지이기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데 영향이 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사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책표지가 비호감이라면 손이 잘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소장하고 싶은 글이지만 책표지가 정말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표지를 씌워 새로 포장하기도 했다.



원고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독자의 취향이나 수준을 고려하는 것은 쉽게 공감을 얻고 객관적인 결과를 낼 거라는 확신을 준다.  하지만 디자인의 지향점이 늘 그것에만 머물러 있다면 다양성과 유니크한 효과를 포기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출판디자인은 낯설고 독창적인 해석보다는 정보의 안정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지만,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효과는 그것을 포함해 보다 다양하고 규정할 수 없는 범위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독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독창적인 해석을 향유할 기회를 주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p30~31 #김태형

우리는 책의 인상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텍스트의 반영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재해석해 얼마든지 작가적인 입장이 될 여지가 많은 직업이다.  이미 그 지점에 가 있는 몇몇 디자이너들은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출판사들이 찾아오도록 만든다. /p093  #김형균


책을 읽으며 가끔 궁금했다.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최종 책표지의 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질까?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책표지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형식의 글과 정식 출간된 책표지 이전의 B 컷들도 볼 수 있는 B cut ; 북디자이너의 세번째 서랍 은 종이책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여행하듯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스토리와 제목에 맞춰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 하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B컷 책표지들은 작가들에게 더 애틋하지 않을까? 북디자이너 7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권 한 권의 책이 애틋하다.



헬무트 슈미트가 이런 말을 했다.  "타이포그래피는 들려야 한다.  느껴져야 한다.  체험되어야 한다."  이 말을 몇 년 동안 책상 앞에 붙여놓았던 시절이 있다.  타이포만으로 이런 결과를 얻는다면 책이 가진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는, 가장 매력적인 수단이 된다.  그러니 북디자이너로서 타이포그래피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p197  #송윤형


개인적으로 종이책도, 전자책도 읽고 있지만 비중은 아직 종이책이 더 많은 편이다.  휴대성은 전자책이 압도적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읽는다'는 행위 자체는 활자를 읽고, 책장을 넘기고, 밑줄을 그으며 단어와 문장을 상상하며 읽는 건 종이책이어야 하는 이유가 되어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종이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19년의 첫 책 읽기, 어떤 책을 읽을까 고심하다 읽었던 B cut 관심분야가 아니어도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꽤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라 생각된다.  2019년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과 책표지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간혹 전자책이 출현했기 때문에 곧 종이책이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느끼는 책이라는 물성을 하나의 기계가 대신할 수는 없을 거라고 믿는다.  인쇄물로서의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서 오는 공감각은 매력적이다.  손끝으로 책의 구석구석을 만지고, 종이의 냄새를 맡고, 눈으로 글자의 모양을 더듬고, 단어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상상하는 일, 문장 곳곳에서 자신이 직접 체험한 기억을 꺼내 감각을 되살려보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독서다.  뿐만 아니라 책 안에서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만나 감동에 젖기도 한다.  이런 매력은 단말기와 전자책 콘텐츠라는 매체의 합으로 충족될 수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p338  #이경란

여기 모인 7인의 아티스트가 뿜어내는 더운 열기가

우리 출판계에서 얼마나 샘물이며 절박한 희망의 역할을 하는지

책을 좋아하는 우리가 조금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미처 운을 만나지 못한 책의 표지들을 여기 한데 모아놓는다. /이병률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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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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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뜨개질을 한다는 건 정성과 마음을 담는다는 것.  꽤 오래전부터 겨울이면 털실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게 취미생활이었는데, 꽤 오랜 취미에도 정작 내 물건보단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뜨개질을 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받을 대상을 생각하며 뜨개질은 시간과 정성을 마음을 담는 시간이라고 할 수밖에...


  마리카의 장갑 은 태어나면서부터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임종)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여자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온 가족의 축복 속에 태어난 마리카의 탄생을 기다리며 할머니가 떠주신 작은 엄지장갑은 마리카에게 잘 어울리는 새빨간색.   할머니에게 장갑을 뜨는 일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태어날 손녀를 위해 뜨는 장갑은 더 정성을 쏟아요.   아버지와 오빠들이 고심해서 지은 마리카라는 이름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에요.



마리카가 태어난 날 아침, 할머니는 곧바로 작은 엄지 장갑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겨울은 몹시 추워서 엄지장갑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화려한 색깔의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깁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꼭 드는 엄지장갑을 갖고 있습니다.
맞아요, 마리카가 태어난 곳은 루프마이제공화국. /p12~13

  하지만 사람들이 즐겁고 풍족하게 살려면 엄격한 규칙도 필요합니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만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숲이 울창한 이유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가문비나무를 벨 때 '한 집에 한 그루 규칙'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함부로 나무를 벤다면 숲은 메마르고 결국 사람들의 생활도 가난해지고 말겠지요. /p56

   마리카가 성장하여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살려면 엄지장갑을 뜨는 테스트에 통과해야 하는데 마리카는 뛰어놀고 춤추는 걸 더 좋아해서 정말 간신히 시험에 통과했다.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왔고,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널 좋아해.' 간단하게 말로 표현하면 쉽겠지만, 가볍게 날아가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엄지장갑을 뜨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되는 것.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 무렵 마리카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야니스를 위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백은 부끄러워서 못하니까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뜬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p63

  지금은 행복이 무엇이고 불행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시대입니다.  가족의 축복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평탄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얼음제국의 지배하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가혹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호아새를 가족으로 두는 편이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p142


    야니스와 마리카의 결혼 생활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던 아이는 찾아와주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와주는 검은 황새를, 작은 동물들을 자식이라고 생각하자고 마음먹게 되요.  이렇게 행복한 삶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루프마이제공화국 건국 22년만에 얼음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즐거운 노래와 멋진 춤 아름다운 민속의상을 금지했지만 다행이 엄지장갑만은 허용됐어요.

 

  마리카는 낚시용 장갑을 뜨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p148

 

    "라부 첼랴베유(잘 다녀오세요)!"    30살의 가을, 얼음왕국에 연행되어 먼길을 떠나는 야니스를 웃는 얼굴로 배웅했던 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에스무 클라트!" 하로 말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았거든요.  야니스가 먼 길을 떠나고 마리카는 긴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장갑 뜨는 법을 알려주고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때론 나그네들을 재워주기도 했어요.   겨울의 시대는 길었고 현실은 차가웠지만 마리카는 힘들수록 활짝 웃으며 주변 이들을 도왔어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야니스보다 딱 하루를 더 살아 남편을 잘 보내고 자신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던 마리카의 삶.   그녀가 일흔 살이 되던 해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독립을 찾았어요.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를 찾았습니다.   집에 있는 엄지장갑을 풀어서 컵받침, 티포트 덮개등을 떠요.  털실이 남으면 띠를 짜서 칠엽수에 묶어줍니다.  끝으로 마리카는 야니스가 남긴 엄지장갑 한 짝도 풀어서 자신의 손에 맞는 엄지장갑을 떴어요.  그리고 남은 털실로 곰인형을 떠서 마지막 뜨개질을 마무리했어요.  Paldies! 야니스의 장갑을 풀어뜬 장갑을 손에 끼고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마리카는 야니스와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어요. 


  마리카는 가족의 바람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  자신에게 없는 걸 비관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따뜻하게 살아갈 줄 알았던 마리카의 삶.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는 인생이라면 행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가와 이토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글과 히라사와 마리코의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편을 읽은 것 같았습니다.  



  민속 의상을 입은 마리카의 손에는 야니스의 장갑으로 다시 뜬 엄지장갑이 끼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Paldies!"

마리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고맙다는 말로 생을 마쳤으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마리카도 그리고 야니스도 멋진 인생을 살았습니다....(중략)... 마리카는 가족의 바람대로 살았습니다.  힘겨운 시대였지만 잘 이겨내고 웃으면서 생을 마쳤습니다.

머잖아 루프마이제공화국은 건국 백 주년을 맞이합니다.  마리카도 살아있다면 백 살입니다.  길을 가다가 곰인형을 본다면 잠깐 걸음을 멈추세요.  혹시 그 곰인형이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것은 마리카의 빨간색 엄지장갑으로 떴을지도 모릅니다. /p203~204


고마워(Paldies)!

살아 있다는 걸

축복처럼 느껴지게 해줘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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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더 그레이트 우먼 스티커 컬러링 시리즈 2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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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어디까지 해봤니?  숲속의 작은집 박신혜 컬러링북으로 유명해진 스티커 컬러링북.  책 한 권이면 언제 어디서든 그 장소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어 복잡하지 않다.  정교하고 미세한 부분을 붙이기 위해 필요한 건 핀셋 정도?

스티커 컬러링 랜드마크 1, 랜드마크 트래블에 이어 이번엔 스티커 컬러링 2 ; 더 그레이트우먼 붙여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인물보다 풍경을 더 좋아하지만 예쁘니까..



'스티커 컬러링_랜드마크’에 이은 북센스의 두 번째 스티커 컬러링북은 세계적인 여성 셀럽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책의 그림은 여성의 인권과 사회참여가 열악했을 당시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도전한 인물의 초상화이다. [오드리 헵번], [버지니아 울프], [오프라 윈프리], [테레사 수녀], [마리아 칼라스], [프리다 칼로], [코코 샤넬]. 그림은 이들이 헤치고 나가야 했던 삶의 수많은 고비만큼 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지를 색과 양감에 따라 면으로 나누는 폴리곤 아트(Ploygon Art)의 표현기법을 응용, 이를 스티커에 접목해 만든 체험북으로 수백 개로 나누어진 이미지에 번호를 찾아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가다 보면 이미지가 나타나며 마치 퍼즐을 맞추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집중도가 높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티커 조각수를 보고 골라봐도 좋고, 제일 먼저 만나보고 싶은 인물부터 시작해도 좋다.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붙여가다 보면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된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의 인물을 골라, 스티커지를 절취선에 따라 잘라낸다.   책 한 권으로 붙여놓고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나중에 액자에 끼우거나 다른데 붙일 때 잘라내도 충분하다.   스티커 조각의 배열은 색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니 원본 그림을 보며 참고하면 좀 더  쉽게 완성할 수 있으며 핀셋을 이용하면 완성도 높은 작업이 가능하다.  여러 장을 완성해서 컬렉션처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오롯하게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  스티커 컬러링북 한 권이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펼치는 장소가 혼자 놀기 좋은 장소가 되는 스티커 컬러링북.  좀 비뚤어지거나 잘못 붙여도 걱정하지 말자.  꾹! 눌러 붙이기 전까진 떼었다 붙였다 잘 되는 재질이라 다시 자리 잡아 붙이면 된다.  #혼자놀기 베스트셀러 1위! 스티커 컬러링북 더 그레이트 우먼,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도전한 여성들을 만나 볼까!!  나만의 취미생활 즐거운 여가시간을 보내자.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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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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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때는 9월 23일 밤 10시 반쯤이었다.  그는 사쿠라 공업단지 부근 갓길에 자전거를 눕혀 놓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p10 


  잡지 <애로>의 기자인 고사카 쇼고가 그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부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형 태풍이 접근하고 있어 폭우가 쏟아지던 밤 만난 소년 이니무라 신지,   함께 비를 피하다 마주치게 된 소년 실종사건은 고사카를 미지의 영역으로 들여놓게 하는 것 같다.   신지가 사건 장소를 되짚어가며 현장을 본 것처럼 이야기해주는 씬은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면서도 그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폭우로 자신들의 차 엔진이 잠길까 봐 맨홀 뚜껑을 열어놓고 가버린 두 청년, 그 맨홀 뚜껑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  악의는 없었지만 사건은 일어났고 당사자들에게 사건의 경위를 알려주었지만 그 일로 인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신지의 능력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신지는 일련의 과정을 고사카에게 맡기지만 사건은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 종결되는듯했다.  



“초능력자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사이킥 psychic 이라고도 하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은 몰라도 상관없어요.  저를 알면 되니까.  왜냐하면....”

신지는 약간 슬픈 눈빛을 보였다.

“제가 그거니까요.” /p69

‘이따금 사람들은 치명적으로 무책임해진다.  악의가 있어서 한 것이라면 또 몰라도.’/p93


  그 무렵 고사카에게도 아무런 내용이 없는 익명의 편지가 도착하고....  그를 찾아 잡지사에 찾아온 청년 오다 나오야는 신지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아니 신지보다 조금 더 뛰어난 사이킥을 소유한 청년이 찾아와 신지의 이야기는'능력'이 아닌 사기라며 신지의 일련의 행동에 대해 반박하는 이야기의 증거들을 자세하게 나열해주고 사라진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명의 초능력자.  정말 초능력이라는 게 있는 걸까?  소년과 청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신지가 정말로 사이킥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일 자체가 거의 고통에 가까운 것 아닐까?  그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떤 직업을 갖고 어디서 살며, 어떤 여성과 연애를 하고 결혼 생활을 꾸려갈까?  

끊임없이 밀려오는 속마음, 속마음, 속마음의 홍수.  거기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능력을 컨트롤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감정까지 자제해야 한다.  속된 말로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이가 말이나 태도로 표현하지 않는 한 주위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문제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전부 들린다면?  듣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듣지 않아야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과연 그 호기심을 완전히 억누를 수 있을까?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을 알게 되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p144~145


  '나오야는 모든 걸 자기 혼자서 해낼 각오가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관계해선 안 된다고 했었지.' /p467   자칫하면 마음이 약한 타인을 조종할 수도 있는 초능력.  이러한 능력을 소재로 쓰인 글은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만한 능력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능력'이 아니라 재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적당히 모르고 넘어가도 좋을 일을 원치 않아도 보게 되어 관여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일에 노출되어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삶.  평범한 만남과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어쩌면 자신들의 수명을 깎아내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들이 원치 않았을 능력이었을지도..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나는 잠자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코마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용을 믿고, 기도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  부디 나를 지켜주세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기를, 내게 무서운 재앙이 닥치지 않게 되기를, 하면서요.  그리고 일단 그 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게 고작이겠죠, 하지만 역시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가 없는 거죠." /p469~470


 우리가 믿지 않기로 한순간부터 초능력은 없어진 게 아닐까?    초능력으로 어마어마한 사건을 해결하고, 지구를 구하는 대단한 액션이 있지 않다.  하지만 글의 시작에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던 고사카가 초능력을 가진 소년과 청년 사이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고뇌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고사카와의 사건과도 연결되어 진행되는 용은 잠들다 는 이야기의 끝 즈음 책의 제목에 대한 설명은 본문에서 찾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생생하게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있고,  등장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던 건 대사 덕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린 시절 초능력으로 숟가락을 구부리는 걸 보고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다. (그게 뭐라고..)  세상엔 믿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 어린 시절에도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을지도...  58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을 조금 읽어보자 하고 들었다가 밤을 새울뻔하기도 했던 용은 잠들다, 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를 알게 했던 첫 작품이기도 했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싶어지게 하는 작품이었다.  날카롭지만 따뜻함을 유지하는 작가 특유의 필체를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보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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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람이 불어도 네가 있다면, - 홀로, 그리고 함께 그려가는 특별한 하루
로사(김소은)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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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일렁이는 수채화로 그려낸

휴식 같은 공감의 순간들!

일러스트레이터 로사 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사계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일러스트레이터 로사의 어떤 바람이 불어도 네가 있다면,  은 가족과 함께한 순간들의 작은 순간도 수채화로 곱게 채색해서 담아내고 있다.   일러스트와 함께 수록된 간결하고 짧은 글들은 그림과 잘 어울리기도 해서 조금씩 아껴 읽게 되는 글이기도 했는데 최근 수채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서인지 그림을 더 유심히 보게 되기도 했다.  

  수채화가 이렇게 따뜻한 그림이었던가?  채워진 공간보다 여백이 더 많은 그림인데 어느 계절의 페이지를 펼쳐도 마음 한켠이 차분해지며 그림에 빠져들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심신 안정,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화책, 온 가족이 함께 읽어도 이야기 할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책.  등등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단어들이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걸 보니 작가의 그림에 조금씩 애착이 생기기 시작한다.  11살 큰조카도 그림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글보단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넘겨보며 함께 읽었던 글...  며칠 남지 않은 2018년이라 생각되어서 그런지 책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걸 보니 이제 조금씩 올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양장본 책 커버를 뒤집으면 또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리버스 커버'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또 다른 선물.  네이버 그라폴리오  '그런 날'이란 테마로 연재된 그림 가운데 138편을 담은 어떤 바람이 불어도 네가 있다면,  나를 위한 선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따뜻한 바람이 위로하고

때로는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일상.

가만히 쉬노라면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건네는 말들,

다 괜찮을 거라고, 오늘도 충분했다고,

어떤 계절이든 늘 함께 걸을 수 있다면.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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