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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평점 :

혼자인 게 익숙하지 않은 나,
자주 내 나이를 부르짖었다.
이십- 팔 -.
독립을 마음먹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시간’ 이 아닐까? 출퇴근 거리가 왕복 5시간 이상 된다면 심각히 고려해볼 일이다.
몇 년 전 커피를 배우고 매장일을 익히고 최장거리 출퇴근했을 때가 왕복 5~6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운전할 생각도 못했던 때라 대중교통으로 주 6일을 출퇴근했던 시절, 만 6개월 찍고 곧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즐거움과 열정이 없었다면, 6개월에서 한두 달만 더 길어졌어도 매장 인근으로 독립을 선언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자영업을 하면서 매장 인근에서 몇 개월 자취경력을 쌓기도 했던 터라, 저자의 '독립권장'이 크게 공감되었던 건 독립 자체가 처음엔 부담일지라도 독립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담도 관심도 갖게 되고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독립은 되도록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했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결혼 전까지 부모님 곁에 살면 여러모로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자립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고 현실이기도 하다. 조금 일찍 독립을 했더라면 재테크와 금융, 또는 주택과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노후에 대한 대비도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 곁에 있다 보면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일정 부분, 아니 꽤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게 된다. (이건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경험)
우리는 온전히 혼자이고 싶어 독립하지만 독립을 하고서도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본인의 독립 경험을 군더더기 없이 호감 있게 잘 쓴 강세영저자의 이십팔 독립선언은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읽다 보면 닮아있는 내 모습과 마음을 보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이야기? 꼭 독립 권장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독립을 미루고 있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독립, 주제넘게 권합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됐고 취향 또한 견고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성장한다.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주제넘게 독립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지트를 가졌으면 한다.
그게 집이라면 최고의 환경이겠고. /p252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집은 주거보다 투자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있는 사람들은 살지도 않을 집을 마구 산다.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해 빌린다. 딱 2년,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그렇게 2년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이 된다. 내가 사는 이 집도 많은 사람에게 2년짜리 플라스틱 하우스였겠지. 주인이 돌보지 않는 집은 그렇게 늙는다. /p027
가끔은 억울한 마음도 든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어둠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심지어 난 도움을 요청할 이웃집도 없어 억울함이 배가 된다. ‘별일 생기겠어?’ 하며 살기엔 우린 너무 많은 사례를 보고 들었다. 아주 심각한 일만 뉴스에 실리는 것뿐 주위 친구, 언니, 동료 모두 소름 끼치는 밤길 경험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할 거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라는 걸. /p054
마냥 행복해야 한다고, 그저 기뻐야 한다고, 그냥 웃자며, 모든 일을 못 본 척 허허거리며 넘기려고 했던 나는얼마나 많은 감정을 속이고, 상황에 눈감고, 성장하지 않았던 걸까....(중략).... 중2병이라 불리는 분노, 슬픔, 까칠, 버럭, 소심 그리고 기쁨이 뒤죽박죽 섞이며 요동치는 감정을 겪지 않고 무던하게 민증을 얻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열병은 수두와 같아서 언제든 한번은 앓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었나 보다. 28살이 되어서야 마주했던 큰 파도들을 ‘이십팔춘기’라 부르려고 한다. /p133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위로이고, 내가 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나이와 시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남들보다 늦을 수 있지만 언젠가 결실을 맺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희망이다.
아! 한 분을 더 추가하고 싶다. 박완서 작가님은 40세에 등단하셨다고 한다. 28살의 제이지, 30살의 하루키, 40세의 박완서 (50대와 60대를 대표할 인물도 제보받습니다)./p184
책 내용에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좋다. 활자에 집중하는 순간 마음이 착 내려앉고 안정되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다만 아직 책 편식을 줄이지 못했다. 읽었던 책 대부분은 에세이와 소설로 채워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몇 작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나의 독서 리스트가 특정 작가로 짜인 것은 문체때문이다.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책을 볼 때 스토리보단 끈적거리는 문체가, 찰떡처럼 달라붙는 문장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그런 찐득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p2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