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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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백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은 가게 24곳


  

  자영업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업하는 가게수 만큼이나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매장도 많아지고 있다.  '어? 저 자리는 또 바뀌나보네?' 이런 이야기가 도로를 지나며 스치는 보는 동네의 풍경이 되어버린 건 왜일까?  한자리에서 오래 버틸 수 없는 건 일단 자기 건물이 아니면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번화가에서 장사를 해본 이들은 안다.  꽤 오랜 준비를 해서 오픈을 하고 소위 '오픈빨'이란 걸로 몇 개월을 버티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건물주는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자고 하고 재료비,임대료, 인건비, 기타 제세공과금을 버티지 못하면 장소를 옮기거나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현실이다.  



"번 돈을 다 세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 날도 많았다"는 황해의 영화도 저물어가고 있다.  미제의 우월성이 지배하던 시대는 벌써 지났고, 기름기 많고 살찌는 고단백 음식을 기피하는 웰빙시대를 거치면서 황해를 비롯한 부대 고깃집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는지 모른다.  팔순을 앞둔 주인 노부부도 자식들의 가업 승계에 큰 관심이 ㅇ벗다.  "자기 사업과 직업이 있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힘든 부대고기 식당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p80

 홍익문고 직원 수는 20명.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이다.  30년 된 직원도 있다.  박인철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직원을 줄여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에게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라고 가르쳤다.  아들에게도 고객이 최우선이다.

"책을 사러 오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홍익문고 100년을 밀어주는 사람들 아닙니까?" 

  홍익문고 박씨 가문은 3대를 이어갈 수도 있다.  군 복무 중인 큰아들이 서점 경영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홍익문고 창업 100주년 때 제 나이가 90살입니다.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들과 함께 홍익문고 100년의 약속이 이뤄지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홍익문고 창업 60주년 기념 달력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p139

 인구 천만의 서울에서 반세기 이상의 연륜을 쌓은 드물지 않은 가게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문화재'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대전환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기만의 가게를 만들고 지켜가고 있는 이들을 응원할 때가 아닐까?  서울시가 2013년부터 서울의 과거를 잘 간직하고 있는 상점, 업체, 생활공간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존. 보호에 나선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지난 주말 꽤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광화문, 장충동, 남산을 오르는 길에 지나는 거리 풍경들을 보면서 크고 높은 건물들 사이로 오래되고 작은 오래된 건물들이 빼꼼히 보일 때면 오래전 그 거기를 거닐었던 지금보단 조금 어렸던 시절의 나와 그 시절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백 년 가게를 찾는 이들의 마음이 이러한 게 아닐까?  그 시절 방문했던 곳을 자신의 자녀들, 또 그 자녀의 자녀들과 찾게 되는 건 세월을 잠시나마 공유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 않을까 하고...



 

"여기서 돈 벌어 구리로, 양평으로 나간 분들도 망우동에 오면 꼭 들러서 빵을 사 갑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절대 문 닫지 마세요."    최근에는 골목 상권의 몰락으로 다른 동네 빵집들과 같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3년 동네 빵집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포함되면서 다소 숨통이 틘 상태이다.  /p182

​  서울이 하나의 도시로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은, 거리마다 골목마다 숨은 듯 드러난 듯 다양한 백 년 가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오래된 가게의 존재는 새롭게 가게를 시작한 젊은 장사꾼에게 하나의 훌륭한 비전이다.  그런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도 으쓱한 자부심이다.  좋은 가게 착한 가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있기에 백 년 가게의 꿈도 무르익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말

  가게들을 소개할 때마다 등장하는 스케치 그림들이 서울 백 년 가게 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던 건 사진이 아닌 스케치로 표현한 감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사실 책표지부터 마음에 들어 그림들을 유심히 보곤 했다. (책의 가게들 삽화는 김경래기자의 그림이라고 한다.)  

​  이 책은 <한겨레신문> 금요 섹션 <서울&>에 연재된 기사를 다듬어 단행본으로 엮은 글이라고 한다.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은 대를 이어가고 있는 곳도 있고, 곧 시절의 화려함을 마무리하려는 가게도 있지만 우리도 대를 가업을 잇는 가게들이 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학림다방  #보안여관  #클림트  #용금옥  #을밀대  #황해  #신사복청기와  #동명대장간

#구하산방  #인예랑  #홍익문고  #열차집  #소호정  #비원떡집  #동부고려제과  #미네르바

#올댓재즈  #라칸티나  #돌레코드  #동흥관  #브람스  #낙원악기상가  #세실극장  #마샬미용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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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별의 금화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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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눈을 관통한 한 발의 총알

유일한 단서는 '별의 금화'라는 메모뿐!

  마탈러 형사시리즈 도서로 <너무 예쁜 소녀>, <한여름밤의 비밀>에 이어 3번째로 읽게 되는 얀 제거스의 신간 <클럽 별의금화>. 

  슈바르첸펠스라는 작은 마을의 고요한 새벽,  밖을 내다보던 쥘레만은 깜빡이는 오토바이 전조등 불빛이 신호를 보내는듯 깜빡인다.   조용하고 은밀한 삶을 살던 쥘레만이 목격한 오토바이 사고, 운전자의 품 안엔 세상에 알려져선 안되는 사진이 든 봉투가 발견된다.  봉투를 숨긴 쥘레만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쫓기며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되는데 한편,  마탈러 형사는 잔혹한 성폭행 미제 사건을 재수사하며 한 인물이 벌인 사건임을 감지하고 수사 범위를 넓혀간다. 

 

 

​"난 더이상 총리가 아니고, 산티페 여사가 총리가 되는 거야.  어쩌겠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야지."

총리의 말에 클로츠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보스는 지금 착각을 하고 있어요.  이건 보스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롤프 페터 베커는 우리의 보스이기 전에 헤센주의 총리고, 우리 기독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보스가 헤센주 총리로 일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헤센주를 맡아주길 바란다고요.  쉽게 말해서 지지자들은 우리가 그들의 관심과 의지를 대변해줄 거라 믿고 수백만 유로나 되는 후원금을 보내는 겁니다.  만일 적색당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될지 아십니까?  그게 무슨의미인지 아세요  공항 확장 건축만 해도 어떻게 될지 아시냐고요? /p45~46

​ 

 롤프 페터 베커는 총선에서 밀려 위기를 맞이하고 그를 보좌하는 이들은 보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롤프 페터 베커를 상징하는 글도 꽤 길게 묘사되었는데, 총리님이 이 사건에서 뭔가를 하진 않았지? 

  한편 독일 최고의 기자 헤를린데 쉐러는 안나에게 자신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마탈러 팀장에게 알리라는 연락을 남기고 잠적하는데, 그녀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안나가 마탈러에게 그녀의 마지막 행선지인 '초블릭 호텔'을 방문해달라고 한다.  그녀는 그곳에 있었지만  오른쪽 눈을 관통당한 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있었다.  특정부위를 관통한 총은 우연일까, 아니면 경고의 메세지일까?  사건을 채 조사해보기도 전에 들이닥친 로텍 형사가 들이닥쳐 이들을 몰아낸다.  유명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허름한 호텔에 위장 잠입해있었던 이유는?  그리고 그녀가 머물던 시기에 초블릭 호텔에서 진행되었던 비밀스러운 모임의 정체는?

  쥘레만과 안나의 만남도 짧지만 극적이었고 쥘레만을 쫓는 말총머리와 연관이 있었던 클럽 별의 금화, 도주, 방화, 또 한 번의 총소리. 헤를린데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하던 마탈러는 클럽 별의 금화의 모임에 대해 알게 되는데... 


​"나도 모르겠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  사랑은 자유로워야 해.  아니면 존재하지 않아."

"무슨 말이야?"

"사랑이랑 노래는 우리가 절대 강요할 수 없어.  우리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야.  강요에 의해 하는 사랑은 곧 죽어버려.  관계가 유지될지는 모르지만, 사랑은 없는 거지.  당신도 그런 걸 원하지는 않잖아?" /p248

  글은 전개가 빠른 듯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을 쫒다보면 어느새 페이지가 꽤 넘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마탈러는 테레자와의 불화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테아, 안나와의 살짝 미묘한(?) 감정들도 엿보여주는 듯했지만 이들 중 누구와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은채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사실 개인적으론 이전 작품들에 비해 마탈러의 활약도가 조금 덜하다는 느낌이랄까?  등장인물은 많은데 그들 제각각의 행보를 좆다가 사건이 종결된 느낌이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았던 사건들이 맞닿아 있고, 특정인, 또는 단체를 위해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의 억울한 죽음은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었는데도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 글을 읽으며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된다.  마탈러 팀장님 다음 시즌엔  분발 부탁드릴게요! 


​"그럼 그 오토바이 운전자는....?"

"봉투를 들고 슈바르첸펠스로 갔던 사람이요? 그 사람 시체하고 오토바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에요, 신원도 밝혀지지 않았고요.  케빈 묄러를 잡으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겠죠."

마탈러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케어스틴의 목소리에도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범인을 잡았어요.  드디어 해결했네요."

"응, 그랬어."

마탈러는 그 말을 끝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p46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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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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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삭삭"   마음의 균형을 찾아주는 따뜻한 울림


  고교시절 예절원에서 다도를 체험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다.  한복을 갖춰입고 예절원 선생님의 지도하에 다기를 다루는 과정은 꽤나 지루하고 답답했던 걸로 기억한다.  잠깐의 체험을 위해 한복을 갖춰입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차 한잔을 마시는 과정이 그 당시엔 불편하다. 라는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매일매일 좋은날>을 읽으며 그 당시의 어렴풋했던 시간들이 꽤나 도움이 되었다.  조금 더 커서 제대로 된 다도를 접했더라면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랐을까?



  매주 토요일 오후, 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집으로 향한다.  그 오래된 집의 문 앞에는 커다란 팔손이 나무 화분이 놓여 있다.  삐그덕, 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관 바닥은 물에 젖어 있고 숯 냄새가 난다.  정원 쪽에서는 희미한 물소리가 졸졸졸 들려온다.  나는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다다미에 앉아 물을 끓이고, 차를 타고, 그 차를 마신다.  오직 그것만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교 때부터 25년 동안 다도를 계속해 왔다. /서문


  대학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다도를 40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의 에세이는 그녀가 다도를 시작하며 직접 경험한 시간들을 담고 있는 글이다.  짧은 호흡의 글로 이어진 에세이는 '차'를 마시기 위한 시간과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얼마나 유사한지 이야기하고 글로 읽는 다도실의 풍경, 차를 마시기 위한 과정, 날씨,감정등은 글의 묘사만으로 충분히 상상이 되는 글이었다.  그날의 분위기, 기분, 차의 맛과 향, 사람들을 표현하는 저자의 표현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글 앞에 바짝 다가 앉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아마도 긴 시간 차를 접하면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마주 앉아 있으면서 쌓아온 자연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이유 같은 건 상관없으니까 어쨌든 이렇게 해.  너희들은 반발심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다도라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 

다케다 아주머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의외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때 다케다 아주머니는 어째선지 무척 그리운 것을 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차라는 건 그런 거야.  이유가 어떻든 상관없어, 지금은.”/p043~044 

  절을 한다는 것은 그저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르 숙이는 단순한 움직임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형태’ 그 자체가 ‘마음’이었다.  아니, ‘마음’이 ‘형태’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이었구나.  이제까지 몇 번이나 다케다 선생님이 절하는 모습을 봐왔지만,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말했던 ‘결이 다르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p084

    "실수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제대로 하도록 해.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제대로 마음을 담는 거야." /p166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묻는 의문에 이유 같은 건 상관없으니 그냥 하라는 대답에 의아했지만 페이지를 넘기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이내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즈넉한 차 한 잔의 시간이 아닐까?  화려한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 오늘날의 차 문화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이런 곳에 다녀왔다.'라는 흔적을 남겨주기 위한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가 꽤 오랜 시간 다도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공간과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비는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숨 막힐 듯한 감동 속에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듣는다.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바라본다.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몸이 갈라질 듯한 추위를 맛본다.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인 것이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마주한다 해도 그 상황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56~257

​  다도란 계절의 순환 주기에 따른 삶의 미학과 철학을 자신의 몸으로 경험하며 깨닫는 일이었다.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은 나의 피와 살이 된다.   만약 선생님이 처음부터 전부 설명해 주었다면, 기나긴 과정 끝에 마침내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여백'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p265

 

  지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당시엔 보이지 않았지만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니, '아 그랬었구나.' 하는 시간들이 있다.  휘청거리는 그 순간들은 마음의 균형을 잃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탁탁탁!, 사사삭, 보글보글, 졸졸졸... 다실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작은 소리와 차를 만들기 위한 유려한 동작들은 어쩌면 계절을 느끼며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처럼 매주 토요일, 차를 마시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조용하고 정갈하게 차 한 잔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간, 작은 물소리가 흐르고 그날의 족자가 걸려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주 가끔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여울 작가님의 추천사로 서평을 마무리해본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라도 차와 함께하는 고요한 시간이 있다면 우리는 괜찮아질 것만 같다.


  세상에는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바로는 알 수 없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없는 것은 펠리니 감독의 <길>처럼 몇 번을 오간 뒤에야 서서히 이해하게 되고,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 간다.  그리고 하나씩 이해할 때마다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차’라는건 그런 존재다. ...(중략)... 

  삶이 버겁고 힘들 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를 잃었을 때, 차는 가르쳐 준다. 

“긴 안목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라.” / 서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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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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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안 보면 경제 공부 다 소용없다.

경제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에게 추천!

읽으면 진짜 경제가 보이는 이 책으로 경제 공부를 시작하자!



    경제기사,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읽어보고 싶지만 주요 이슈, 경제 흐름, 전문용어를 알지 못하면 '무슨 소리지?' 하고 갸웃하다 경제기사 읽기를 포기하고 만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내게 필요한 정보만 캐치하는 것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의 저자 박유연은 경제 관련 주요 부서만 두루 거쳐온 15년 차 베테랑 경제전문지 기자의 노하우가 담긴 글은 경제기사를 읽고 싶지만 감을 잡지 못하는 이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혼돈의 시대다. 10년 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세계 경제를 지탱하던 저금리와 저유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고, 한동안 뜨거웠던 집값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 환경이 바뀌자 불안한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이야기한다.  가히 경제 정보의 홍수 시대다.  그만큼 머릿속 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가 가득 들어차면서 판단 기준이 흐려질 뿐이다.

​  혼돈의 시대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뷰(view)'에서 나온다.  경제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다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갈대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략)... 굳건한 뷰는 정제된 지식에서 나온다.  정리된 기본 지식으로 확고한 토대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p4~5

 

  경제를 알려면 경제기사를 읽어야 한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경제 기사를 읽으려고 하면, 외계어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책은 크게 13개의 챕터로 금리, 환율, 물가, 성장, 경기등 경제와 관련한 이슈를 담고 있으며 덤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은 One Point Lesson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기다 좀 어렵다, 막힌다 싶으면 원 포인트 레슨을 가볍게 읽고 넘어와 다시 읽기 시작해도 좋다.  경제성장, 경기의 흐름과 변동, 소비와 투자, 국가 재정, 물가와 경제, 금리와 경제와 부동산, 환율, 고용, 대외교역, 북한과 한국경제와 위기 이후 나아갈 방향 모색까지 경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어 살아가는데 왜 경제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엔 '내가 알아도, 내가 몰라도 경제는 돌아가잖아?!'라는 입장이었다면 읽고 나서의 생각은 '호감'이 생겼다는 정도?   경제기사 읽기 초보자에게도 조금 깊이 있게 읽어보고 싶은 이에게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 권해보고 싶었던 글이었다.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워 보이지만 앞부분부터 순서대로, 또는 먼저 읽어보고 싶은 페이지부터 펼쳐 읽어도 좋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 정독했지만  경제기사를 읽으며 곁에 두고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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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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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가는 일상도 자세히 보면 그날만의 특별함이 있다."


  글쓰기, 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쓰인 글을 읽고 이렇다 저렇다 말은 잘하면서 막상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쎄?  읽힐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문장을, 일상을 포장하느라 글을 다듬다가 결국 덮어버리고 마는 글을 쓰지 않을까?  막상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빈 노트를 펼치지만 글감이 없다는 생각에 몸살을 앓다 덮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그냥 흘러가는 일상에도 특별함이 있다...고?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오늘처럼 주변에 있는 아무 단어나 문구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거예요.  우리는 그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만 조금 가지면 돼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거든요.  글감은 널려 있어요.  이제 쓸 거리가 없단 말은 쏙 들어가게 될 거예요."/p07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책이 머그잔이나 베개나 핸드폰과 같은 일상의 사물이 될 때, 그럴 때 책은 강력한 우군이 된다.  _박산호<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에서 저자는 치열하고 삭막한 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책이란 묵묵히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만의 생을 꾸려가려고 할 때 책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만능 도구이자 믿을  만한 친구, 어려움을 극복할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p36~37


  감각적인 카피로 주목받는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잊지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카피를 쓰기 시작하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주변의 글자를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광고는 물론 버스 손잡이에 써놓은 안내 문구, 화장실 문에 누가 끼적여놓은 낙서까지. /p08' 글은 생각만으로 써지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하는 한편, 주의 깊은 관찰을 권유하는 세심한 문장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문장들을 종이 위에 옮겨 적기까지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고 모은 글들을 뒤적여 짧은 글이라도 만들어보는 노력을, 연습을 해보길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문장에 함축적인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카피라이터들의 글은 짧은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해체해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문장을 재배열해보기도 할 것이다. (글은 쉽게 읽지만 내가 직접 이런 노력을 하진 않았다.)  심지어 가끔 '이런 문장은, 이런 생각은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생각으로는 뭔들 못할까?   먼 미래가 아닌 '오늘'에 집중하기를 보지 않았던, 또는 보이지 않았던 '틈'을 살펴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문장들을 내 손끝으로, 나만의 인생 문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실 매일이 특별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약간의 의미를 담아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오늘도 조금은 사적인 나만의 글 몇 줄을 남겨야겠다.



   나는 악플을 달아본 적이 없다.  소심하고 겁이 많기도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몇 권 내보니 남들 눈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당사자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쉽게 쓴 책은 없다.  독자의 개인적인 감상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 전에 만든 사람들의 수고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못해도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지'라고 넘겨버릴 게 아니다.  그들이 책을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해 애쓴 마음을 너무 홀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뚝딱 쓰는 댓글처럼 뚝딱 나오는 책은 없다. /p133  

   책은 유일하게 가격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 선물이다.  책 가격이야 대단한 아트북이 아니고서야 거기서 거기다.  가격보다 내용이 얼마나 이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가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을 위한 큐레이션에 들이는 시간은 명품 선물을 고르는 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책을 선물합시다! /p147 

대수롭지 않은 카피와 메시지들을 순간의 귀찮음을 뿌리치고

 남겨둔 덕분에 한 꼭지의 글이 시작될 수 있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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