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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평점 :

서울에서 백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은 가게 24곳
자영업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업하는 가게수 만큼이나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매장도 많아지고 있다. '어? 저 자리는 또 바뀌나보네?' 이런 이야기가 도로를 지나며 스치는 보는 동네의 풍경이 되어버린 건 왜일까? 한자리에서 오래 버틸 수 없는 건 일단 자기 건물이 아니면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번화가에서 장사를 해본 이들은 안다. 꽤 오랜 준비를 해서 오픈을 하고 소위 '오픈빨'이란 걸로 몇 개월을 버티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건물주는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자고 하고 재료비,임대료, 인건비, 기타 제세공과금을 버티지 못하면 장소를 옮기거나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현실이다.
"번 돈을 다 세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 날도 많았다"는 황해의 영화도 저물어가고 있다. 미제의 우월성이 지배하던 시대는 벌써 지났고, 기름기 많고 살찌는 고단백 음식을 기피하는 웰빙시대를 거치면서 황해를 비롯한 부대 고깃집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는지 모른다. 팔순을 앞둔 주인 노부부도 자식들의 가업 승계에 큰 관심이 ㅇ벗다. "자기 사업과 직업이 있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힘든 부대고기 식당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p80
홍익문고 직원 수는 20명.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이다. 30년 된 직원도 있다. 박인철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직원을 줄여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에게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라고 가르쳤다. 아들에게도 고객이 최우선이다.
"책을 사러 오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홍익문고 100년을 밀어주는 사람들 아닙니까?"
홍익문고 박씨 가문은 3대를 이어갈 수도 있다. 군 복무 중인 큰아들이 서점 경영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홍익문고 창업 100주년 때 제 나이가 90살입니다.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들과 함께 홍익문고 100년의 약속이 이뤄지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홍익문고 창업 60주년 기념 달력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p139
인구 천만의 서울에서 반세기 이상의 연륜을 쌓은 드물지 않은 가게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문화재'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대전환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기만의 가게를 만들고 지켜가고 있는 이들을 응원할 때가 아닐까? 서울시가 2013년부터 서울의 과거를 잘 간직하고 있는 상점, 업체, 생활공간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존. 보호에 나선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지난 주말 꽤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광화문, 장충동, 남산을 오르는 길에 지나는 거리 풍경들을 보면서 크고 높은 건물들 사이로 오래되고 작은 오래된 건물들이 빼꼼히 보일 때면 오래전 그 거기를 거닐었던 지금보단 조금 어렸던 시절의 나와 그 시절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백 년 가게를 찾는 이들의 마음이 이러한 게 아닐까? 그 시절 방문했던 곳을 자신의 자녀들, 또 그 자녀의 자녀들과 찾게 되는 건 세월을 잠시나마 공유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 않을까 하고...
"여기서 돈 벌어 구리로, 양평으로 나간 분들도 망우동에 오면 꼭 들러서 빵을 사 갑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절대 문 닫지 마세요." 최근에는 골목 상권의 몰락으로 다른 동네 빵집들과 같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3년 동네 빵집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포함되면서 다소 숨통이 틘 상태이다. /p182
서울이 하나의 도시로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은, 거리마다 골목마다 숨은 듯 드러난 듯 다양한 백 년 가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오래된 가게의 존재는 새롭게 가게를 시작한 젊은 장사꾼에게 하나의 훌륭한 비전이다. 그런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도 으쓱한 자부심이다. 좋은 가게 착한 가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있기에 백 년 가게의 꿈도 무르익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말
가게들을 소개할 때마다 등장하는 스케치 그림들이 서울 백 년 가게 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던 건 사진이 아닌 스케치로 표현한 감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사실 책표지부터 마음에 들어 그림들을 유심히 보곤 했다. (책의 가게들 삽화는 김경래기자의 그림이라고 한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 금요 섹션 <서울&>에 연재된 기사를 다듬어 단행본으로 엮은 글이라고 한다.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은 대를 이어가고 있는 곳도 있고, 곧 시절의 화려함을 마무리하려는 가게도 있지만 우리도 대를 가업을 잇는 가게들이 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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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