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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암살주식회사 #도서협찬
#잭런던
내 역할은 완벽한 기계를 만든 설계자였어. 암살국은 내 작품이야. 단 한 번도 표적을 죽이는 데 실패한 적 없어. 이제 내가 표적이야. 관건은 이 조직이 조직의 창조자인 나보다 더 우세할 것인가? 가 되겠군. 조직이 창조자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창조자가 그보다 한 수 앞서나갈 것인가? _88~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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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파기하고 싶더라도 그건 이제 선생 손에서 벗어난 일입니다. 이제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죠. 그리고 우리는 계약을 파기하지 않습니다. 한 번도 파기 한 적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한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말이 세상을 지탱하는 뼈대처럼 단단하지 않다면, 삶에는 아무 희망이 없을 것이며, 본질이니 거짓이니 만물이 혼돈으로 곤두박질칠 겁니다. 우리는 이런 거짓을 부정합니다. 우리는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관철시키기 위해 행동으로 증명합니다. _189~190p.
'사회적 악인'을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단하는 암살국, 이 암살국의 수장 드라고밀로프는 자신을 처단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도덕광인 드라고밀로프의 암살국에서 실행하는 일들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철학적이고도 정당한 잣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모든 의뢰는 실행한 정당한 검증을 거쳐 S급 킬러들을 통해 깔끔히 처리되며 성공률은 100%. 하지만 이런 암살국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백만장자 윈터 홀과 불꽃튀는 논쟁을 벌이지만 암살국은 해체되어야 하며 수장인 자기 또한 제거되어야 옳다는 결론에 이르러 홀의 의뢰를 수락한다. 하지만 이쯤 되니 홀이 원한 건 그의 죽음이 아닌 암살국의 해체였는데 암살국의 원칙대로 의뢰는 번복될 수 없다며 '보스를 살해하라'라는 지령을 조직원들에게 내리고 1년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원칙주의자, 이상주의자 또는 철학자이면서 지성과 체력을 겸비한 조직원들과의 쫓고 쫓기는 살벌한 추격전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뛰어난 추격, 스릴러 소설이기도 하다. 윤리적인 살인을 지시했던 암살국의 수장이 자신을 추격하는 이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살인자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일까? 그리고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암살주식회사』는 잭 런던이 2만 단어 분량의 내용을 쓴 뒤 1910년 소설의 결말을 논리적으로 끝맺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집필을 중단했고, 1963년 로버트 L. 피시의 완결본에는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잭 런던이 남긴 메모'와 잭런던의 부인 '차미언 런던이 구상한 결말'이 함께 수록됐다. 198페이지 중반에 멈췄던 글을 이어 결말까지 로버트 L. 피시가 집필한 책이다.
※비밀보장 ※성공률100% ※비용개별문의
※모든 살인은 정당성 검증 후 실행됩니다.
※지성을 겸비한 S급 킬러들이 깔끔히 처리해드립니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의 작품인 『암살주식회사』은 궁금해지는 제목과 짧은 소개글의 키워드만으로도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시간 순삭.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잭 런던이 결말을 맺지 못하고 다른 작가가 이어 글을 완성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글의 연결이 매끄럽고도 결말도 완벽!
"의뢰를 수락하는 데 따로 기준이 있습니까?" 윈터 홀이 물었다.
"그렇지는 않다네. 황제, 왕부터 가난한 농민까지 대상은 가리지 않아. 단- 아주 중요한 조건일세 - 처형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야 해. 대금을 받고 - 아, 물론 선불이라네 - 그 죽음이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거사가 치러져. 그게 규칙일세." _58~59p.
도덕광들로 이뤄진 암살국이 존재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게다가 그 암살국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자신이 본부에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이 추격하고 암살하도록 지시한 대상은 다름 아닌 조직의 설립자이자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이자, 그녀를 위해 필사적으로 구해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_111p.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믿는 조직을 붕괴하는 건 엄청난 잘못이었다. 루코빌이 말했다. "그건 모든 도덕을 우롱하는 것이며 우리는 짐승과 동급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짐승입니까?" _152p.
"죽인다? 죽이는 것 말입니까?" 루코빌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뭐가 그리 무섭습니까?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직 짐승들, 수렁 속 미물만이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아가씨, 우리는 죽음을 초월했습니다. 우리는 선과 악을 아는 고상한 지성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죽이는 거나 죽임을 당하는 거나 우리에겐 매한가지입니다. 이 땅의 모든 도축장과 고기 통조림 업체에서 벌어지는 게 도륙입니다. 비속할 정도로 흔한 일입니다." _175p.
그 순간 홀과 그루냐는 철학자이자 암살자인 이들이 진정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주장한 대로 그들은 육신에 미련이 없었다. 그들의 정신 작용은 삶의 찬미를 부르짖지 않았다. 그들이 아는 거라곤 오직 사유의 찬미였다. _184p.
"사상을 해체할 순 없네. 신념도 마찬가지지." _2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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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