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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트 - 전2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세상의 모든 딸들이 눈물로 맹세하지만,
왜 끝내 엄마처럼 살게 되는 것일까?
인류가 지구상에 막 자리를 잡아가던 2만년 전... 너무도 오래전, 구석기 시대. 달이 차고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의 변화를 알고 그것을 근거로 살아가던 시대. 1년을 13개월로 나누어 봄의 3월을 시작으로 얼음을 녹이는 달, 월귤의 달, 망아지들의 달, 여행의 달, 파리 떼의 달, 매머드의 달, 노란 잎의 달, 순록의 달, 눈보라의 달, 오두막의 달, 굶주림의 달, 포효의 달, 버려진 순록뿔의 달이 된다.
샤먼을 믿고, 혈통을 중시하며 오두막을 중심으로 가족단위로 이동하며 살아가던 시대. 사냥을 하던 남자들이 중심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에서 여자들의 위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한 남편과 자매가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유능하고 고기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사냥꾼에게 어린아이를 정혼자로 약속하기도 한다.
그레이랙의 오두막에서 그들과 함께 살고 이동하며 살았더라면, 그녀가 성년이 되어 티무와 결혼을 평범한 그들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야난의 아버지 요히는 그들과 갈라서는 걸 원했고 길 위에서 야난은 자신의 동생을 출산하다 죽은 어머니를, 젖을 먹지 못해 얼어 죽은 핏덩이 동생을, 사냥을 하다 오소리에게 물린 아버지를 묻어야 했다. 죽은 아버지를 오두막에 두고 돌아서며 길위에 나서서도 그녀는 수많은 순간을 '어머니가 계셨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다시 그레이랙 가족들과 만났을 땐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완 너무도 많은 게 달라졌고 동생 메리의 약혼자가 화이트 폭스가 아닌 메머드 사냥꾼인 스위프트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야난이 생각을 조금 더 깊이 하기 전에 쉽게 흥분하게 되었던 건 동생일에 대해 어머니가 남겼던 유언이, 나이가 너무도 많은 사람에게 아이를 시집보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을까? 메리와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기에 더 날카로워지고, 사냥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때론 여자라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야난.
티무와의 사이에 아이도 임신하게 되지만, 자신의 임신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사람들과의 불화로 다시 길을 떠나지만, 길 위에서 홧김에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그 실수가 야난을 막다른 곳으로 치닫게 한다. 계절의 변화와 오두막 주변이나 동물들에 대한 묘사가 그려지듯 생생했던 세상의 모든 딸들 은 때론 야난과 함께 추위에 굶주리고, 그녀와 사냥을 했으며,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맞이하고, 너무도 짧은 생의 이야기는 소녀, 여자, 아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믿는 사후의 모습으로 바라본 현재의 이야기까지도 담고 있는 이 글은 옛날 옛적에라고 이야기하기에도 꽤 오래전, 메머드가 살던 시절 '야난'의 이야기는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긴 분량이지만 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매력이 있는 글이다.
#세상의모든딸들 #엘리자베스M토마스 #이나경 #홍익출판사
"사람은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는 거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이렇게 살았어. 호랑이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남편을 따르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는 법이란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어머니의 말을 잘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손만 꽉 움켜잡고 있었다.
"야난, 너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되겠지.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결국엔 이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너는 티무의 아내로, 메리는 화이트 폭스의..../p135 세상의 모든 딸들 1
살아 있는 동안 분명히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꿈도 꾸지 않은 일이 계고도 없이 일어나는 것을 나는 여러 차례 경험했다. /p279 세상의 모든 딸들 1
"너는 여자라도 직접 사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사냥을 망쳐놓더라도 말이다. 너는 네가 똑독한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야난! 너는 너무 자존심이 세고, 그러면서도 바보처럼 굴고 있다. 잘 생각해 보아라."
...(중략)... 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p109~110 세상의 모든 딸들 2
위험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것도 없었고, 두려움에 대해서는 익숙해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기다림과 두려움이라면 언제든 자신 있게 감당할 수 있지만, 티무에 대해서만은 어떨지 나는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었다. /p215 세상의 모든 딸들 2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울며 한탄하며 나 자신의 발자국을 꾸짖었다.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던 지난날의 오만을 생각하노라니 언젠가 어머니가 내 머리를 빗겨 주면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야난, 너도 언젠가는 자라서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되겠지, 남자가 고기를 지배하고 오두막을 지배해서 여자보다 월등히 위대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위대하다면, 여자는 거룩하단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어머니의 이 말을 불의 강으로 떠나기 전에 상기했었어야 했다.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이야말로 여자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알아야 했고, 남자들의 독단을 욕하기 전에 여자의 삶이라 해서 결코 비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옳았다. /p331 세상의 모든 딸들 2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