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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민슬비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2월
평점 :

"아파도 괜찮다고,
아픈 당신의 모습까지 사랑한다고..."
언제 읽을까 망설이며 며칠을 들고 다녔던 책이다. 사실 갑자기 걸린 감기에 지난 한 주간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서 책 읽기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우울한(?) 글까지 읽게 되면 덩달아 기분이 다운될 같아서 였는데 감기가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하며 읽은 책은 손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젊은 작가는 왜 죽음을 생각했을까?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길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아픔을 딛고 일어나게 되었을까?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쏟아내는 민슬비작가의 글은 그녀가 참 잘 살아냈다고 도닥 여주고 싶은 글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우울하다' , '나 우울증인 것 같아'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그리고 심하게 마음 앓이를 하면서도 내 마음이 괜찮은지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플 자격'에 대해 자신을 검열하기 바빴다. 삶의 모습은 10이면 10, 100이면 100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울증'에 대한 감지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이 참아낼 수 있는가 하면 겉으로 보이기엔 밝아 보이고 멀쩡해 보이는데 속으론 곪고 곪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 마음은 안녕한가?' 그리고, 안녕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차분하게 알려주고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자. 최근 우울증에 관련한 책을 꽤 많이 읽어 볼 수 있다. 때론 이론적인 내용에 치중해서 공감이 힘든 책도 있고, 자신의 경험에 치중해 자신의 고백담에 그치고 마는 책도 있는데 자신의 경험과 치유의 중간즈음을 적절하게 잘 집필한 글을 읽게 됐다. 무심코 문장을 짚어가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오열로 바뀌어 한참을 울고 나니 뭔가 뻥 뚫린 듯한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를 읽으며 마음 깊은 곳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우울증'이 위로받았던 건 아닐까? 이렇게 살아내주어, 글을 써주어 고맙고 반갑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글이었다.
#죽지않고살아내줘서고마워 #민슬비 #책들의정원
많은 사람들이 아픔에 자격을 부여한다. 나 자신이 아플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검열한다.
'남들 다 똑같은데 내가 유난인 게 아닐까?'
'엄살 부리는 거 아닐까?'
'그냥 게으른 걸 핑계 대고 싶은 거 아닐까?'
...(중략)... 이제야 생각한다. 아픔에 자격이란 없다. 감기에 걸릴 때 그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암에 걸릴 때 그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아프면 아픈 거다. 또한,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고 해서 내가 안 아픈 것도 아니다. /p18~19
살다가 무언가 인생이 삐걱거린다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것을 권하고 싶다. 걸어왔던 삶의 길을 차근차근 되밟아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자신의 삶에서도 가족과의 관계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였는지 찾아내서 끊어야 한다. 어려운 여정이지만, 나는 이 길을 걷고 나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p31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세상을 더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삶을 더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어서 아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삶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자책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저 잠시 고장 났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암처럼 치사율이 높은 병이지만, 감기처럼 흔한 병이니까 말이다. /p81
우울증은 나를 죽일 수도 있는 병이다.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공황장애도 죽음과 가까운 병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감기처럼 흔한 병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걸릴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러나 암, 어쩌면 그 이상의 치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면 응급 환자일 수도 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가야 한다. /p92
우울증이란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정말 위험한 병이다. 암과 같은 무서운 병에 걸렸을 때, 일이나 학업을 이어가지 않듯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효율이 없다. 마음의 병은 인생의 효율을 뚝뚝 떨어뜨린다. 잠시 모든 것을 최대한 멈추고 잠시만 숨을 고르면,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이 생긴다.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km 마라톤이다. 잠시 물이라도 마실 시간이 필요하다. /p128
마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먼저이다. 내 감정이 우선이고, 내 삶이 먼저이다. 이익은 양보할 수 있어도, 감정은 함부로 양보하는 게 아니었다. 아픈 사람들을 보면, 유달리 착한 사람들이 많다. 나쁜 사람들은 남에게 상처 주고도 잘 살아가더라. 착한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거에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괴롭히더라. 조금은 철없고, 조금은 생각 없고,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내가 우선이다. 아프면 내가 먼저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