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 어제도 오늘도 무기력한 당신을 위한 내 마음 충전법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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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로그아웃해 줄래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되거든요."



  책표지의 일러스트가 꽤나 친숙하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등의 일러스트 작가인 댄싱 스네일의 그림 에세이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는 글과 그림으로 전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며 어쩌면 그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쉼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내면은 텅텅 비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려니 나만 도태되는 것 같고, 열심히 열심히라는 주문에 걸려 있는 건 아닌지 더 이상 열심히 하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무기력증, 불안증, 우울증 등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점점 가라앉는 내 마음속의 생각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너풀대기만 하는 것 같다.  때론 글을 읽어도 겉돌기만 하고 내게 스며들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땐 뭘 읽지? 에세이지.... 내 마음 나도 모를때, 누구에게 이야기한다고 내 마음 알아줄까?  혼자 글을 짚어가며 읽으며 내 마음 내가 위로할 수밖에....(사실 이 방법이 최고의 처방이 아닌가 싶다.) 


 

  내면은 그대로인 채 외형은 나이를 먹어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가 되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어른인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이가 들었으니, 나이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도 가끔 이런 내가 이해되지 않는걸?'  내 마음 나도 모르겠는 순간들이, 그런 상황들이 너무도 많은걸... 그러한 순간들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는 읽으면서 너무도 많은 공감을 했던 글이고,  '나를 이해받는듯한 글'이었다.  언제고 마음의 충전이 필요한 순간 꺼내어 읽게 될 책이 될 것 같다.

 



#게으른게아니라충전중입니다

#댄싱스네일  #허밍버드




  진정한 나로 살아간다는 건 내가 되고 싶은 누군가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어떠한 의문도 없이 받아들이는 것.  자연스럽지 않아도, 좀 애써야 하는 삶이라도 괜찮다.  거기엔 내 삶만의 예쁨이 있으니까. /p061 #타고나지못한사람



  어른은 서로가 각자의 문제로 힘들다는 걸 알기에 위로가 필요한 날에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버티기만 한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 그렇게 내내 소셜 스마일(Social Smile)을 지어 보이면 마음속으로 울고 있는 걸 감출 수 있으니까. ...(중략)... 괜찮지 않은 날에는 괜찮지 않다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p090~091 #소셜스마일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고 싶지 않아서, 관계가 틀어지는 데에 원인 제공을 하는 쪽이 되고 싶지 않아서 늘 무의식중에 주위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기울이며 산다.  어떤 날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던 사람과의 작은 트러블만으로 하루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얼마나 관계 의존적인 사람인지 절감한다.  ...(중략)... 인간관계에 정답이란 없지만 그럼에도 굳게 믿고 있는 한 가지는 언제나 내 마음이 편한 게 제일이라는 것.  어쨌든 내 마음이 우선이니까. /p128~129 #어쨌든내마음이우선이니까



  나이를 먹어도 결코 쉬워지지 않는 선택들이 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지 알면서도 그에 따르는 리스크는 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본디 선택이란 게 어느 쪽을 택해도 최선일 수가 없다.  왜냐?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마음가짐 역시 내가 선택해야 하니까.  그 자체로 '더 나은 선택'도, '잘못된 선택'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p234 #최선의선택이란없어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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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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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한 자매

"변명의 여지 없이 아주 나빴다.  그 시절의 우리는."



서로 닮은듯하지만 달랐던 사와코와 미카엘라 자매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일본,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일본인 마을에서 나고 자라 자신들이 땅에 별사탕을 심으면 반대 편인 일본의 하늘에 별이 되어 떠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하고, 그 약속은 7년간 유지되었지만 일본 유학중 사와코가 다쓰야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와 결혼해 일본에 정착하며 그들의 모험은 끝이 난듯했다. 



  안정적으로 보였던 사와코의 삶, 미카엘라에게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꼬박꼬박 소식을 전하는데 미카엘라는 그런 사와코가 불안해 보인다며 걱정을 한다.  다쓰야는 4개나 되는 매장의 운영으로 쉬는 날 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고 사와코도 그런 삶에 큰 불만이 없어 보였는데....  어느날, 사와코는 다쓰야에게 이혼해달라는 통보와 이혼서류 한 장을 남기고 연하의 연인 다부치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도피한다.  다쓰야는 사와코의 이런 행보가 전혀 이해되지 않고 그녀를 찾으러 아르헨티나로 떠나지만...



  미카엘라는 아젤렌을 키우며 미혼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딸 아젤렌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어느날 사와코의 이혼 선언은 그녀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사와코가 결혼하기 전 아마도 마지막이었을 자매들의 모험이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제서야 문제가 되는 것일까?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언니를 찾으러 온 형부 다쓰야를 마주한 미카엘라는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느끼지만 다쓰야에게 자신은 언니의 동생일 뿐임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미카엘라의 딸 아젤렌은 엄마의 직장 상사와 불륜 관계.  19살의 나이에 예순에 가까운 남자를 너무나 절절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아젤렌은 파쿤도와의 만남이 온세상이 반대해도 자신들의 사랑이 옳다는 걸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니잖아!!)



  자매가 좋아했던 다쓰야.   사와코는 다쓰야와 함께 했던 10년의 결혼을 연하의 연인 다부치의 등장으로 며칠만에 도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아르헨티나로 떠나버린다. (이게 가능해??)  아르헨티나에서 다부치와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준비하면서도 어딘가 둥둥 떠 보이는 사와코가 사실은 다시 다쓰야에게 돌아가길 원했다.  아르헨티나로 날아온 다쓰야와 미카엘라는 또 왜 그런 건데?  마음을 접지 못했던 미카엘라의 마지막 뭐 그런거?  제일 심란했던 건 아젤렌의 불륜.   파쿤도는 가정도 자신의 어리디 어린 연인도 놓치기 싫었던게 아닐까? 어찌나 얄밉던지...  



  다쓰야가 사와코에게 남기고 간 도쿄행 오픈티켓을 사와코는 미카엘라에게 맡긴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이해받기 원하는 아젤렌, 아르헨티나에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온 다쓰야는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버린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복잡하고 미묘한것 같은데, 꽤 잘 읽히는에쿠니 여사님만의 매력.  도쿄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이어지는 네 남녀의 이야기는 어느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하..... 이 남녀들의 사랑은 왜 이리도 복잡하고 어려울까?  


 

#별사탕내리는밤 #에쿠니가오리

#신유희 #소담출판사



  도대체 카리나는 언제까지 닷 짱 같은 사람에게 매여 살는지.  절대 남자 생각대로 끌려 살지 않을 거야.  그거야 말로 그 시절, 마차 안에서 꽃밭에서, 수도 없이 맹세했는데.  그건 결코 어린아이의 실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떤 남자도 으레 자매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 라고 미카엘라는 생각한다 - 우리는 사춘기가 지나고도 모든 남자 친구를 공유해 왔던 것 아닐까.  그리고 서로 평가했다. ...(중략)... 변명의 여지 없이 아주 나빴다.  그 시절의 우리는. /p60~61



  사흘 전에 다부치와 재회한 이래 사와코는 수도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때마다 놀라고 만다.  이곳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사람의 감정 이외에 내게 남은 거라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사람의 감정을 제외하면 사물은 어쩐지 무서울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된다. /p157~158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p236



  그것은 모험이었다.  자매는 언제나 둘이서, 물론 동시에 그랬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함께 남자를 탐험했다.  둘이 함께라면 겁나지 않았다.  모험은 7년 동안 계속되었다.  사와코가 열세 살, 미카엘라가 열한 살 때부터다.  그리고 그것은 다쓰야의 등장과 함게 끝이 났다.  /p316

​  사와코는 지금껏 젊은 사람이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젊다는 건 어리다는 것이고, 젊음을 잃을까 겁내는 것을 꼴사납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큼 위태로운, 자신이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하는 벌거벗은 소녀처럼 무방비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한 남자가 자신의 전부라고 믿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젤렌은 심지어 완벽한 애정이나 완벽한 관계 같은 것도 존재한다고 믿을 것이다.  그런 젊음을 부러워한다는 건 가슴 저밀 만한 일이었다.  슬픔으로 그리고 아마도 위로와 동정으로./p42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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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은, 나를 위한 파인다이닝 - < 자연주의 셰프 샘킴의 이탤리언 소울푸드>의 개정판
샘 킴 지음, 강희갑 사진 / 벨라루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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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레시피를 모으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다.  사실 바로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정말 맛있다는 그 누군가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요리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차곡차곡 쌓아두고 본다.  요리책 또한 그렇다.  한식, 이탈리아, 샐러드, 디저트, 음료에 관한 책들을  책장 두 칸을 조금 넘게... 내어줄 정도로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는 편이다.  무언가를 조리하려고 레시피를 찾는게 아니라 페이지를 넘기다 만들고 싶은 요리가 생기면 재료를 준비하는 편이다.  종류별로 구비된 요리책들은 꽤나 유용하게 종종 활용하고 있다.



  언제부터일까?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도 했다.  매일 같이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엄마들은 이야기한다.  '남이 해준 건 뭘 해줘도 다 맛있다!'라고, 5년 전 브런치 카페를 시작하면서 초창기엔 요리를 하고 커피를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하루를 준비하고 마감하면서 다음날의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들도 새롭고 너무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의 4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와서 약간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밭이 생겼지만, 파를 심고, 배추를 심고, 방울토마토와 상추를 심으며 즐거워하는 건 엄마였다.  신기하지 않냐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을 뿐인데 너무 잘 자라주고 있다고...



늘 요리를 하면서 0(zero) 포인트에 대한 나의 갈증이 이제는 조금은 풀려가는 듯합니다. 늘 거래처에 주문을 하거나 재래시장을 찾아 사게 되는 식재료는 물론 싱싱하고 향기로웠지만, 늘 나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라는 궁금증을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나의 작은 농장.  이제는 적어도 누가? 어디서? 어떻게?라는 의문점은 풀렸습니다.  내 요리의 모든 레시피의 출발점이 되어버린 나의 작은 놀이터, 농장! /p29


​  이탈리아요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평소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들 때문이 아닐까?  요리사가 아니면 농부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샘킴의 [한 달에 한 번은 나를 위한 파인다이닝]은 책에서 다루게 될 재료들 부터 시작된다.  요리화보집! 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재료와 요리사진들은 이렇게 디테일을 살리지 못하더라도 한 번쯤! 나를 위한 요리를, 또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책.   69가지나 되는 화려한 이탤리언 파인다이닝 요리들 사이로 샘킴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건 보너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요리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럴 때 저는 주저 없이 '진심이 담긴 요리'라고 말해요.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담긴 진심은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다고 믿어요.

진심을 다해 만들었으니까요.  최고의 비결이죠.

  자신이 하는 요리의 식재료부터 알고 싶어 직접 농사를 지어 식재료를 사용하는 샘킴.  그의 요리를 먹어보진 않았지만 요리의 기본인 식재료를 대하는 그의 마음만으로도 벌써 그 요리는 재료본연의 맛 그대로 '맛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자연주의 셰프 샘킴의 이탤리언 파인다이닝 레시피 69 가 담긴 [한 달에 한 번은 나를 위한 파인다이닝]은 식재료가 구비된 주방이 아닌 이상 바로 조리해 볼 수 있는 요리들은 아니다.  심지어 강희갑 사진가의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걸 만들어 볼수나 있을까?' 라는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앞서 소개된 재료들이 요리로 완성되어진 요리의 비주얼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어느 유명 셰프를 인터뷰할 때 들은 얘기다.  그는 매일 만지는 식재료를 시작점부터 알고 싶은 마음에 허브, 토마토 등 간단한 작물은 직접 키운다고 했다.  씨앗을 뿌려 잎이 나고 커가는 과정을 보고 난 후 사용하니까 요리를 0에서부터 출발해 완성하는 기쁨이 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에서 사다가 쓸 땐 5부터 시작하는 거 같았단다.  / #출판하는마음 (#은유 #제철소) 


  놀랍게도, 읽으려고 든 책의 서문에서 딱!!! 이 글을 읽게 되어 소개해본다.  요리하는 마음과 출판하는 마음이 이와 같을까...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접시 가득 담은 두근거림, 글과 사진에 만족 했다면 나를 위한 요리를 시작해볼 시간이다.


#한달에한번은나를위한파인다이닝 #샘킴 #강희갑 사진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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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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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이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 교도소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탄탄한 구성으로 뒷받침하면서 글의 전개는 점점 속도를 더 해간다. 펠리칸 베이 교도소의 무기수 크레이그 홀딩턴은 아리안 스틸의 감옥 내 범죄조직의 두목이다. 교도소 측에서 다른 죄수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격리했지만.... 그는 안에서도 다른 이들을 부릴 수 있는 신적인 존재! 그에겐 입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그가 서명한 사형 집행 영장이 그의 감방 밖으로 나갔다.

"이곳이나 거리에 있는 모든 믿음직스런 병사들에게"

이 영장은 아리안 스틸 조직의 모토인 "스틸 포에버, 포에버 스틸"로 서명이 돼 있었다. 그 중간에 그들이 해야 할 피의 복수 내용이 나와 있었다. 영장에 적힌 사람은 셋이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아이 하나. 구체적인 복수 방법도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라는 구약 성서의 법칙을 따른 것이었다. /p12

죽은 형의 명성 덕분에 5년의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해왔던 네이트는 출소를 앞두고 자신의 앞으로 살인 집행 영장이 퍼졌다는 걸 알게 된다. 출소와 동시에 '걸어 다니는 좀비'가 된 네이트는 딸 폴리와 언제 끝날지 모를 도주를 시작한다. 어색하기만 한 부녀. 폴리는 아빠로부터 도망쳐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갈등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익숙한 공포를 아빠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된다. 아리안 스틸의 조직에 피해를 입혀가며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네이트, 딸을 위해 어떻게든 집행장을 철회해야 한다.

아이 대신 나를 /p251

"아저씨 문신들이 마음에 들어요." 느닷없는 폴리의 말에 네이트는 화들짝 놀랄 뻔 했다.

복서가 뭐라고? 하는 표정으로 폴리를 봤다. 폴리는 그의 왕좌로 걸어왔다. 네이트는 너무 몰라서 그녀를 멈출 새도 없었다. 폴리는 복서의 가슴, 심장 위를 가리켰다.

"'그라샤스 마드레'이 말은 고마워요, 엄마,라는 말이죠?"

그렇단다, 꼬마 아가씨."

...(중략)...

"미치광이 크레이그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요." 폴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마저 울음에 젖어 촉촉했다.

"엄마는 누구에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죽었어요. 우리 엄마 가요.

...(중략)... 폴리는 네이트에게 돌아섰다. 그녀가 그에게만 보여준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하, 속였지롱, 그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폴리가 그렇게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p258~259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던 폴리가 세상과의 첫 대면을 하게 된 게 위험한 삶을 살던 아빠와의 도망이었지만 그녀는 강해지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 점점 믿음이 생기는 폴리. 그들이 사냥하지 않으면 사냥당하게 되는 세상에 던져진 이들... 네이트는 폴리를 지켜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엔딩이 후속을 예고하듯 끝이 난다. 강렬하게 느껴졌던 책표지 안에 있는 광활한 사막을 달리는 차, 그리고 표적이 된 그 차에 타고 있을 것만 같은 네이트와 폴리. [죽음을 문신한 소녀] 폴리를 표현하는 첫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녀는 패자 특유의 축 처진 어깨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눈만은 명사수의 눈이었다. /p17

스릴러이지만 글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위, (사실 잔인한 게임에 비하면 폭력에 대한 수위 조절이 적절했던 글이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글은 어딘가에서 힘이 빠질 거라고, 어딘가에 허점이 있을 거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그 틈을 찾아내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최근 읽어 왔던 추리, 스릴러소설과는 달랐다. (그리고, 작가님 한국을 좀 아시나 봐요?)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죽음을 문신한 소녀] 어른으로 성장한 폴리의 이야기도 기다려본다. 조던 하퍼의 다음 글도 벌써 기다리게 된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한국 식당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테이블 한가운데 그릴이 있었고, 그 위에서 고기 조각들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그들은 불에 구운 고기를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김치는 입맛에 맞지 않았다. 폴리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쿡쿡 찔러보고, 냄새를 맡아본 후에 김치는 사양한다고 했다. 고기는 상추쌈을 싸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웃는 아이의 턱에 기름기가 묻어 반짝거렸다....(중략)... 네이트가 인생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바로 이 순간 그렇게 했을 것이다. /p27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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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민슬비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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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괜찮다고,

아픈 당신의 모습까지 사랑한다고..."



  언제 읽을까 망설이며 며칠을 들고 다녔던 책이다.  사실 갑자기 걸린 감기에 지난 한 주간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서 책 읽기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우울한(?) 글까지 읽게 되면 덩달아 기분이 다운될 같아서 였는데 감기가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하며 읽은 책은 손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젊은 작가는 왜 죽음을 생각했을까?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길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아픔을 딛고 일어나게 되었을까?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쏟아내는 민슬비작가의 글은 그녀가 참 잘 살아냈다고 도닥 여주고 싶은 글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우울하다' , '나 우울증인 것 같아'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그리고 심하게 마음 앓이를 하면서도 내 마음이 괜찮은지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플 자격'에 대해 자신을 검열하기 바빴다.  삶의 모습은 10이면 10, 100이면 100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울증'에 대한 감지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이 참아낼 수 있는가 하면 겉으로 보이기엔 밝아 보이고 멀쩡해 보이는데 속으론 곪고 곪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 마음은 안녕한가?' 그리고, 안녕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차분하게 알려주고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자.  최근 우울증에 관련한 책을 꽤 많이 읽어 볼 수 있다.  때론 이론적인 내용에 치중해서 공감이 힘든 책도 있고, 자신의 경험에 치중해 자신의 고백담에 그치고 마는 책도 있는데 자신의 경험과 치유의 중간즈음을 적절하게 잘 집필한 글을 읽게 됐다.  무심코 문장을 짚어가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오열로 바뀌어 한참을 울고 나니 뭔가 뻥 뚫린 듯한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를 읽으며 마음 깊은 곳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우울증'이 위로받았던 건 아닐까?   이렇게 살아내주어, 글을 써주어 고맙고 반갑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글이었다. 




#죽지않고살아내줘서고마워 #민슬비 #책들의정원



  많은 사람들이 아픔에 자격을 부여한다.  나 자신이 아플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검열한다.

'남들 다 똑같은데 내가 유난인 게 아닐까?'

'엄살 부리는 거 아닐까?'

'그냥 게으른 걸 핑계 대고 싶은 거 아닐까?'

...(중략)...  이제야 생각한다.  아픔에 자격이란 없다.  감기에 걸릴 때 그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암에 걸릴 때 그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아프면 아픈 거다.  또한,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고 해서 내가 안 아픈 것도 아니다. /p18~19



  살다가 무언가 인생이 삐걱거린다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것을 권하고 싶다.  걸어왔던 삶의 길을 차근차근 되밟아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자신의 삶에서도 가족과의 관계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였는지 찾아내서 끊어야 한다.  어려운 여정이지만, 나는 이 길을 걷고 나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p31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세상을 더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삶을 더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어서 아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삶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자책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저 잠시 고장 났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암처럼 치사율이 높은 병이지만, 감기처럼 흔한 병이니까 말이다. /p81



  우울증은 나를 죽일 수도 있는 병이다.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공황장애도 죽음과 가까운 병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감기처럼 흔한 병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걸릴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러나 암, 어쩌면 그 이상의 치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면 응급 환자일 수도 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가야 한다. /p92



  우울증이란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정말 위험한 병이다.  암과 같은 무서운 병에 걸렸을 때, 일이나 학업을 이어가지 않듯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효율이 없다.  마음의 병은 인생의 효율을 뚝뚝 떨어뜨린다.  잠시 모든 것을 최대한 멈추고 잠시만 숨을 고르면,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이 생긴다.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km 마라톤이다.  잠시 물이라도 마실 시간이 필요하다. /p128



  마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먼저이다.  내 감정이 우선이고, 내 삶이 먼저이다.  이익은 양보할 수 있어도, 감정은 함부로 양보하는 게 아니었다.  아픈 사람들을 보면, 유달리 착한 사람들이 많다.  나쁜 사람들은 남에게 상처 주고도 잘 살아가더라.  착한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거에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괴롭히더라.  조금은 철없고, 조금은 생각 없고,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내가 우선이다.  아프면 내가 먼저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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