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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4년 전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엄마, 아빠는 긴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셨다. 45살의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가족도, 애인도,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내도 아닌 여자. 자신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10월의 어느 날 강변을 산책하다 물어 떠내려오는 남자가 구조되는 걸보고 자신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심리치료사 프랑크를 선택한다. 자신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으며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프랑크는 남은 시간 동안 숙제를 하나씩 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기발하고 나답지 않으며 성격과 정반대의 일들을 해볼 것. 용기를 내어 왁싱을 하기도 하고, 충동적이지만 자신을 위해 옷을 구입하고 직장동료인 로라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에도 도전해본다. 매주 프랑크를 만나며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의 진척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실행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자신의 자살을 생각하며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실비의 색채가 없던 삶은 그녀가 용기를 내는 만큼 조금씩 자신만의 색을 칠해가는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 역사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의 손을 잡아주게 되면서 실비의 인생을 바꿔놓게 되는데...
[행복한 자살 되세요, 해피 뉴이어] 는 생각보다 얇고, 글의 전개가 빠르다. 독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실비 샤베르같은 입장에 놓일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건 아닐까?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소피인 듯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가 극적이진 않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 따스함을 전해 받은듯한 기분이었다. 2019년 영화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상상하며 읽었는데 영화가 개봉되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행복한자살되세요해피뉴이어 #소피드빌누아지
#이원희 #소담출판사
나는 수표책을 꺼냈다. 나에게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하기는 처음이다. 자기 자신에게 보석이나 탈라소테라피나 크루즈 여행을 선물하는 사람은 더러 있지만 나는 묘지를 선물한다. 예쁜 포장은 없지만 개성 있는 선물이다. /p9
“네, 그래서 나는 길을 잃었어요. 마흔다섯 살의 노처녀가 슈퍼마켓에서 미아가 된 것 같다고나 할까요.”/p36
“역설적이게도 서글펐어요.”
“어떤 게 서글펐습니까?”
“독신이라는 건 단순히 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에요. 스킨십을 받지도, 애무를 받지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건 힘들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핍을 느끼죠. 그 미용사 룰루의 따뜻한 손길에 내 감각들이 깨어났는데 그게 부끄러웠어요. 미용사는 그저 친절을 표한 것뿐이라서 부끄러웠어요. 게다가 그는 게이니까 나를 터치하는 방식에 무슨 저의나 음탕함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도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내가 성도착자인 느낌까지 들었죠. 목덜미를 터치한 것뿐인데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내가 진짜 불쌍한 여자가 된 거예요. 정말로 그런 걸 바라고 있었다는 거죠, 정말로 고독한 여자가 되어 있다는 거예요, 내가.”/p81~82
나는 거의 혼자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저녁, 혼자 죽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나도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길 바란다. 지하철역 플랫폼이나 따뜻한 욕조 안이나 홀로 죽는 건 마찬가지다. 비참하고 고독한 건 마찬가지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p138
나는 이제 내 죽음에 대한 계획을 접는다. 죽음은 언제든 오게 되어 있다. 이 확신으로 충분하다. 어쩌면 내일이 될 수도, 한 달 후나 2년 후가 될 수도 있다. 상관없다. 기습적으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괜찮은 죽음이길 바랄 뿐이다. /p20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