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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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빠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고 표현하는 거죠."




 범인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복수일까? 

  격투기 경기로 엉망이 된 콜린은 비 오는 날 밤 집으로 향하다 도로에서 타이어를 교체중인 마리아를 보게 된다.  이전의 그였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는 달라졌고 비 오는 날 타이어를 제대로 갈지 못하는 여자를 두고 가지 못해 차에서 내리지만 마리아는 그런 그를 보고 놀란다.  (완전 범죄자처럼 그려지고 있...) 여차여차 타이어를 갈고 무사히 각자의 갈 길을 가게 되는데...


  엄청난 문제아, 집에서도 쫓겨난 탕아였던 콜린은 선생님이 되고자 뒤늦게 학업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자신을 폭력성을 통제하기 위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가 집에서 쫓겨나 어려웠을 때 그를 도와주었던 에번과 그의 약혼녀 릴리 캐릭터도 정말 독특하면서도 이런 친구가 있었기에 콜린이 마리아와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마리아는  변호사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의 내면은 공허하기만 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변호사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직장 상사의 은근한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이들 사이에 사랑이 싹틀 줄이야!!  그렇다, 그들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콜린과 마리아의 시선으로 교차되어 진행되는 글은 서로를 바라보는 생각, 시선, 그리고 그들이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와 미묘한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콜린의 과거를 다 알고도 그에게 빠져드는 마리아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이 당황스럽지만 그와 대화를 하면서 그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자신을 스토킹하는 미지의 인물이 마리아를 점점 압박해오면서 콜린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콜린과 마리아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며 이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 마리아를 스토킹하는 집요한 시선은 ‘내가 널 보는 것처럼 너도 나를 봐’ 라는 메세지를 던지며 마리아를 점점 압박해 오는데, 그 과정에서 콜린의 폭력성을 목격하게 된 마리아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범인을 예측할만한 단서를 뒷부분에서 꽤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나를 바>는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그린 로맨스는 다르다! 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나를봐 #니컬러스스파크스 #이진 #arte




  그는 그녀를 도우려 애썼다.  그는 옳은 결정을 했고, 법을 준수했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심지어 지방검사보에게도 얘기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사회의 규범을 믿었다.  선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할 것이며, 위험을 막을 수 있고, 사건의 발생을 통제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법이 한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고 믿었다....(중략)... 그러나 규칙을 지키는 것도 위험할 수 있음을 그는 깨닫게 되었다.  규칙은 평균치일 뿐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규칙을 받아들이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규칙을 따르게 되기 쉬웠다.  제도를 신뢰하게 되기 쉬웠다.  무작위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게 되기 쉬웠다.  그것은 곧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했고, 화창한 금요일 오후에 아무 걱정 없이 프리스비를 할 수있음을 의미했다. /P7~8



"그렇군요."

"그렇다고요?"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상대방이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고 생각을 말할 때 제가 애용하는 표현이에요." /p90



"남보다 앞서가고 싶지 않아요?"

"난 앞서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어요." 그가 말했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멋진 휴가? 내 부모님은 그 모든 걸 다 갖고 있는데, 두 분 모두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은 안 들었거든요.  저 세상 밖에는 항상 더 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 끝은 과연 뭘까요?  난 그런 식으로 살고 싶진 않아요."

"어떻게 살고 싶은데요?"

"난 균형을 원해요.  생계를 꾸러야 하니까 일도 중요하지만, 친구, 건강, 휴식도 중요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할 시간도 필요해요."  /p133~134



"등에 좀 발라줄래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이 살짝 말랐다. "그럴게요"

그녀가 로션을 받아 들 때 두 사람의 손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한 번 눌러 짠 뒤 그의 등에 천천히 바르면서 근육과 피부의 상호작용을 느꼈다.  그녀는 이상한 친밀감을 무시하려 애썼다.  /p137~138




"난 '정상'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정상'의 정의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정의는 문화에 의해, 가족과 친척에 의해, 성격이나 경험, 사건, 또 천 가지 다른 것들에 의해 만들어지죠.  어떤 사람에게 정상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정상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게 정상이 아니라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없으면 인생은 살 가치가 없죠." /p234




너는 파괴자야! 너는 독이고 결코 무사할 수 없어 그게 어떤 기분인지 곧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이제 내가 주도권을 잡았으니까 이제 나는 살아 있는 무고한 자.

내가 너를 보는 것처럼 너도 나를 봐! /p34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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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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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날 그날까지 책과 함께하고 싶다!”




  구입한지 꽤 오래된 책이었는데, 매번 읽으려고 꺼내들었다가 다시 책장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수십 번은 했던 책이었다.  조금 펼쳤다가 덮고를 반복하다 얼마 전 책장 앞에서 다시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쉼 없이 읽었던 <카페에서 책읽기> 왜 이제 읽은 거임?


  어느 날 심심하던 인생에 책이 와서 읽게 되었다는 저자.  불쑥 펼쳐져 새로운 인생을 보여주는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사실 나의 본격적인 책 읽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탈출구를 찾지 못하다 정착한 게 책이었다.  책을 펼치면 현실이 아닌 책 속의 이야기로 빠져들어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다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chapter 1 스토킹할 작가를 발견하다 / chapter 2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선 / chapter 3 미스터리와 판타지와 호러가 뒤섞인 그곳

chapter 4 이 소설이 나를 선택하다 / chapter 5 공포가 일상이 되는 순간 / chapter 6 내 친구 같은 만화


  꽤 다양한 장르의 책 읽기를 하는 뚜루의 카툰 서평은 어렵고,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책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꽤 많은 책들을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는 데 놀랐고 그중 읽은 책이 20%도 안된다는데 또 놀랐다.  (좀 읽을걸...) 사실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등의 분야는 아무리 공감하고 싶어도 공감하기 힘든 분야라 대충 읽어 넘기기도 했지만 한 번쯤? 하고 궁금해지는 책이 있는 것도 사실. 

  책장에 책들을 꽤나 꽂아두고도 쏟아지는 신간들, 읽지 못했던 책들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책 욕심 많은 이들의 습관이고 버릇일까?  앞으로 얼마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향한 저자의 무한 애정과 카툰 서평으로 몰랐던 책에 조금쯤 관심을 갖게 될지도...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차곡차곡 읽고 싶은 책에 리스트를 추가한지라, 읽을 책이 더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독서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은 이런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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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팔아라
김해룡.안광호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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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가?"


  최근 마케팅, 브랜드, 브렌딩에 관련한 책들을 꽤 볼 수 있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겠지?  소비자의 감정은 어떻게 마케팅이 되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마케팅이 될 수 있다?  오래전에도 소비자의 감정은 마케팅의 대상이었겠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특정 브랜드에 열광하고, 소비를 하면서 유독 고집하는 브랜드도 있을 것이다.  때론 애정 하는 브랜드의 로고가 바뀌거나 네이밍이 소비자의 감성에 와닿지 않으면 순간 외면당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감성을 자극하는 감정을 마케팅해야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취지에서 쓰인 <감정을 팔아라>는 소비자의 다양한 감정을 만족, 불만족 2가지 기준으로 담아낼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선 소비자, 직원, 경쟁을 바라보는 감정의 눈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겠지만 소비자와 1:1대응하는 직원에게도 소비자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쥐여줘야 직원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하며 소비자를 응대하고 소비자도 이에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에서 핵심은 바로 감정이다. 


  가장 쉬운 예로 한 통신사를 오랜 기간 사용해도 꽤 높은 통신비와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있으나 마나 한 멤버십 카드가 저가 통신사의 정책을 이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지금 사용하는 핸드폰을 개통하며 통신사 이동을 했고 7년째 사용 중이지만 곧 저가 통신사로 이동할 예정이다.  멤버십 혜택은 필요 없으니 멤버십 포인트만큼 현금이 쌓인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이렇듯 포인트 만으로는 고객을 잡을 수 없다.   소비 감정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가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감정을 팔아라>.  우리가 소비하는 브랜드의 소비 감정에 대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정말 쉽고 재미있음!!)



#감정을팔아라 #김해룡 #안광호 #원앤원북스



  감정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나 어떤 대상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심어주는 활동이다.  그저 좋은 감정만이 아니라 '즐거워, 행복해, 자랑스러워, 사랑해' 같은 구체적이고 특별한 감정들로 브랜드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부정적인 감정도 '그냥 싫다'가 아니라 '화나, 후회해, 슬퍼, 걱정돼'같은 구체적인 감정들을 알고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성공적인 감정 마케팅이란 소비자들이 생활에서 경험하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감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p11 프롤로그



 마케팅은 한마디로 소비자에게 가치를 선사하는 것이다.  좋은 감정은 소비자에게 가치를 잘 전해준 덕분에 받은 선물이고, 나쁜 감정은 가치를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 것에 따르는 응분의 대가다.  ...(증략)... 기업에게 진짜 혁신이란 바로 감정 혁신이다.  소비자들의 추억과 함께하며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해주고 받은 선물 같은 좋은 감정들을 제대로 이해할 때 진짜 혁신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바로 진짜 감정 마케팅이다. /p49~51



  소비자들에게 죄책감 없는 소비만이 전부일까?  다이어트 중에 참다가 꺼내 먹은 초콜릿이나 라면은 평소보다 유달리 맛있게 느껴진다.  쾌락적인 소비에서 죄책감은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감을 상승시켜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살짝 죄책감은 들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맛있는 은밀한 즐거움, 길티 플레저다.  /p114



  이제 브랜드는 감정 소비자들에게 친구라고만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떤 좋은 감정을 나누면서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할 때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비틀즈의 노래처럼, 소미자들의 좋은 감정을 포인트만으로는 살 수 없다. /p22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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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교토 (꽃길 에디션)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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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음미하는

한 달의 느긋한 일상 산책



   따뜻한 지역에선 꽃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봄, 내가 사는 지역은 봄소식이 왜 이리도 더딘지 바람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보다 더 신나는 3월을 보내고 있다.  꽃 소식보다 먼저 읽게 된 봄 같았던 주아현의 <하루하루 교토>.  우연히 즐겨보던 블로그에서 도쿄 여행기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일본, 그렇게 우연한 스침은 관심이 되었고 『다카페 일기』일본의 평범한 가족의 사진집을 보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 관련된 영화, 책, 만화, 블로그등을 하나둘 검색하고 봐가면서 2015년 어느 날 첫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3년 동안 열 번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시간차를 좀 두고 도쿄만 두 번을 여행했는데 북적이는 도심도 좋지만, 도심을 벗어난 조용한 골목길, 신사, 등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여행자지만 현지인처럼 느린 거름으로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천천히 골목을 거닐고,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서점에 들러 책을 펼쳐보는 행위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분명 특별한 게 있는 것 같긴 하다.  아마 저자도 그런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감정을 길게 느껴보고 싶어 한 달간 교토에서 살아보기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  딱히 일정이랄 것도 없이 그날그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때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고, 전차를 타고 아무 곳이나 내려 걷기도 했다.  현지인들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느지막히 일어나 먹는 아침, 단골인 듯 들러 밥을 마시고 차를 마시던 작은 카페들...


 짧은 여행에선 느껴보지 못할 여행지에서의 일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은 아니지만 그녀가 했던 여행으로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미지의 여행지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지 않을까?  <하루하루 교토, 꽃길 에디션> 가득 담긴 소소한 교토 한 달 살이, 그리고 감성 가득한 사진들은 봄바람 부는 계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들썩임을 불러올지도 모르겠다.  몇 번이나 교토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직도 떠나질 못하고, 가끔 펼쳐보는 가이드북이 무색했는데,  가이드북 옆에 나란히 꽂아두고 언젠가 가게 될 여행지에서 그녀가 갔던 장소들을 만나면 더없이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은 책이었다.



#하루하루교토 #주아현 #상상출판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교토에 대한 작은 동경으로 남았으면 한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여느 멋진 여행에세이들처럼 삶의 깨달음이나 대단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어도, 살면서 한번쯤 가볼 만한 도시인 교토와 나라에 대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을 가졌으면 좋겠다. /prologue



  나는 주로 혼자 밥 먹을 때 주변의 시선이 불편해서 벽을 보고 앉는 편인데 일본에 와서는 혼자 앉아도 늘 홀을 바라보고 앉았다.  혼자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이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한 이곳 사람들의 문화가 어쩌면 그동안 혼자서 밥 먹는 걸 불편해했던 나의 습관을 바궈준 것 같다.  /p078



  누군가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나의 위시리스트를 세울 필요는 없다.  너무 사소해서 놓치고 있던 것을 적어보자.  여행에선 그 사소한 것들도 크게 다가온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작은 것이라도 다시 바라보는 위시리스트.  누군가는 '고작'이라고 말할지라도 내게만 가치가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은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p122



  나의 발자국 소리만 울리는 교토의 골목골목을 사랑한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잔잔한 배경음악, 손님들의 백색 소음, 모든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교토의 카페를 사랑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오는 강가를 사랑한다.

동네를 걷다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작은 놀이터를 사랑한다.

그렇듯 이번 여행은, 온전히 그곳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잔잔하고 소박하며 평온한 나날들이었다.  /p18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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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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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너무도 오랜만에 읽는 정이현 작가의 글.  출간 당시부터 지금도 꽤 많은 이들의 손으로 입으로 오르내리던 글이었지만 부러 읽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읽고 싶을 때 직접 문장을 짚어가며 읽고 싶다는 고집 때문이었을까?  꽃샘추위 끝자락을 넘나는 봄의 시작에 <우리가 녹는 온도>를 읽기 시작했다.  총 10편의 이야기 + 산문 형식으로 진행되는 글은 짧은 이야기 뒤에 붙이는 작가의 담담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단편과 저자의 조금 긴 댓글 같은 에세이는 단편이라는 호흡을 견디지 못하는 내게,  새로운 즐거움을 알려주기도 했던 책이다.  사실 앞에 실린 짧은 이야기만으로도 글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뒤에 실린 저자의 에세이로 앞에 읽었던 이야기가 스펙트럼처럼 퍼져 내 삶에 와닿는 느낌이랄까?


  10년전 <너는 모른다>로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 아마 마지막에 읽었던 책이 9년 전 <달콤한 나의 도시>였던 것 같다.  그녀의 글에 대한 느낌이 너무 오래되어서 일까?  새로운 작가의 글을 읽는 것처럼 새롭고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눈사람이 녹는 걸 알면서도 정성스럽게 만들고 꾸미는 마음,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문득 그동안 스쳐갔던, 또는 놓치거나 놓았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때는 그 누군가에게 나도, 나에게도 그 누군가가 소중한 이였겠지... 그들은 나는 우리는...



처음도 끝도 아닌, 처음과 끝을 포함한 여러 개의 조각들에 관하여...(프롤로그)



#우리가녹는온도 #정이현 #달



  세상의 모든 어리고 늙은 동물들과, 그들의 검고 약하고 동그란 눈망울에 대하여, 인간의 언어로는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대하여, 인간의 눈으로는 완전히 감지할 수 없는 어떤 시야에 대하여, 거기 고인 암흑과 가느다란 빛줄기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은우는 제 곁에 엎드린 작은 생명체의 메마른 등뼈를 밤새 쓰다듬고 쓰다듬었다.  아직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p019~020



  사랑에 대해, 사람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에게서 '무슨 말을 듣든 다 괜찮다는 말을,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는 말을, 여하튼 언제나 당신의 진심을 말하라고.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 '좋은 관계'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p044



  상대방이 싫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 옆의 내가 싫어서 도망치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 옆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할 때, 혹은 그 모습이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변해갈 때 우리는 이별을 결심한다.  일상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곤 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일 년 후의 삶이 까마득한 암흑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게 모두 '그 사람과의 관계'탓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내 탓'이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과는 이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과 이별한다.  가장 가까운 옆 사람과 헤어지면 내가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p093



 한 권의 책을 백 명이 읽었다면 모두 백 개의 텍스트가 된다는 말.  다들, 따로따로 읽는다.  따로따로 느낀다.  개별적으로 살고, 개별적으로 사랑한다.  이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별에 이르는 과정, 이별을 결심하거나 받아들이는 마음, 이별과 대결하는 태도도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이별이라는 점, 온전히 그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말이다. /p124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기어코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 둔다.  /p17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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