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2 아르테 오리지널 2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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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재하가 이서백의 도움으로 양숭고라는 환관의 신분으로 이서백의 혼인사건을 해결하고 촉으로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천복사에서 열린 법회에 거대한 향초가 폭발해 그 자리에 있던 공주부 환관 위희민이 온몸에 불이 붙어 사망한다.  흐린날 번개로 인한 사고사, 다들 천벌을 받은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양숭고의 정체를 알아차린 왕온은 혼약을 파기하지 않겠다고 하고, 우선까지 장안에 나타나게 된다.   한편 이서백은 장항영의 일로 격구경기를 하게 된 황재하가 맘에 들지 않는데...   격구 경기중 부마 위보형까지 부상을 당하게 되자 공주는 신변의 불안함을 호소하자 황제는 친히 양숭고에게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명하게 된다.  모든 정황이 천벌로밖에 보이지 않는 위희민 환관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장항영의 집안에 있던 묘령의 여인과 장항영 아버지가 선황에게 하사받았던 그림과 일련의 사건들이 맞물려가며 사건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고 악왕 이윤의 모친이 남긴 그림이 선황의 그림과 묘하게 닮아 있어 의문을 갖게 된다.


  세상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던 고귀한 신분의 공주,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순간 자신을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적취의 아비 여지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린 나이에 궁으로 팔려가야 했던 행아.  사건을 조사할수록 오래전 선황의 그림이 예지한듯 벌어지는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는듯 하는데....  눈시울을 붉히게 했던 사건의 결말은 안타까우면서도 사건을 해결하고 밝히는 과정이 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천벌을 받을만한 사람의 죽음이었지만,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무고한 이들까지 희생될 뻔했던 공주부 환관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가지처럼 퍼져나가는 인물관계는 치밀하고 섬세해서 글을 읽으며 범인을 추리해가는 즐거움도 주지만 무엇보다도 재하를 바라보는 이서백의 시선 묘사가 찌릿!! (2부에 등장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어요!!!)    이서백, 왕온, 우선 그리고 황재하.... 사건을 함께 해결하러 다니던 주자진의 눈에도 양숭고가 곱게 보이기 시작했으니 3,4권의 진행은 어떻게 될지!!! 자, 3권 출간이 언제라구요????




#잠중록#처처칭한
#서미영  #중국소설
#arte



🔖36p.

"만일 촉에 갔는데 사건의 모든 실마리가 이미 사라져버려 진상을 파악할 수 없다면, 그 후엔 어찌할 것이냐?"

황재하는 아무 말없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흔적이 남습니다.  시간이 그 흔적을 말끔히 지워주는 범죄는 없다고 믿습니다."

"좋다."  이서백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덧붙여 말했다.  "내가 늘 뒤에 있을 터이니 아무 염려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도록 하거라."



🔖114p.

"내가 그대와 혼약을 파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대는 예법에 따라 정식으로 나와 맺어진 내 아내요. 혼약서와 사주단자가 이를 입증하지 않소. 그대가 어떤 죄를 지었든 어디에 있든, 내가 혼약을 파기하지 않는다면 그대는 한평생 내 사람이며, 다른 누구의 사람도 될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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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p.

"너 스스로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지혜롭게 처신하거라.  만일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면 무리할 필요 없다.  그때에는 내가 나설 것이다."



🔖163p.
세상은 잔인하고 무정하여, 거대한 힘이 모든 것을 장악한다. 모든 사람의 운명은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듯이 보인다. 어쩌면 배후에서 그 모든 것을 주관하는 힘 또한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떠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어쩌면 그들도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이 정도로 다른 사람에게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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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p.
이서백은 그녀를 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일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말하길 물고기는 손가락을 일곱 번 튕길 정도의 시간만큼만 기억이 지속된다 더구나. 내가 잘해줬든 못해줬든 손가락을 일곱 번 튕기고 나면 내가 했던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다고.”



🔖244~245p.

 이서백은 마차의 창을 통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여름 오후의 강렬한 태양이 아찔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 얼굴을 내리비췄다.  복숭아꽃이 만개한 것과 같은 얼굴색이 비할 수 없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어여쁜 색을 바라보며 이서백의 마음속에서 이상한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서백의 곁에 있는 황재하는 항상 복수와 사건만을 생각하는 듯 조용하고 냉담했다.  심지어 호흡조차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고, 동작 하나하나가 규율을 벗어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곁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생생한 얼굴빛으로 지낸다니, 그를 등에 없고 다른 남자들과 격구를 하고, 남자들과 섞여서 술잔을 나누고....., 직접 보지 않아도 황재하가 그런 사람들과 호형호제하며 즐겁게 웃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도 잊고, 그의 옆에 있을 때와 같은 조용함과 냉담함도 다 내버린 채 말이다.  그녀의 얼굴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그 순간을, 그에게는 영원히 보여주지 않을 터였다.



🔖283~284p.

 황재하가 억지로 웃으며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스르르 주저앉았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이서백의 몸이 민첩하게 움직였다.  황재하가 탁자에 부딪히지 않도록 한 손으로는 탁자를 밀어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쓰러지는 황재하를 붙잡아 안아 바닥에 깔린 융단 위로 부착해 앉혔다. ...(중략)...

"송구합니다.... 전하 앞에서 제가 실례를 범했...."

"내 잘못이다." 우울한 음성이 황재하의 말을 끊었다.

"내가 잊었구나... 네가 여인의 몸이라는 것을."

"괜찮습니다.  저 또한 일찍이 잊어버린 사실입니다."

그 말에 이서백은 순간 가슴이 먹먹해 한참을 황재하 앞에 서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408p.

불행한 세 여인.  일찍 세상을 떠난 동창 공주, 어렸을 때 부친이 내다 판 행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치욕을 당한 적취.

세 여인이 있고, 세 아버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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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셀프 트래블 -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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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디스 이즈 뉴욕 / 2012 디스 이즈 하와이 / 2015 셀프트래블 뉴욕 / 2017 셀프트래블 미국서부

  조은정 작가님 책들 중 제가 봐왔던 여행서 리스트.  이 정도면 미국 여행은 이 작가 책만 믿고 가도 기본 이상은 하겠는데?라는 촉이 온다.  최근 2019 셀프트래블 미국 서부 개정판 출간 소식에 여행 계획이 없던 내가 더 설레었던 건지... 열혈 여행교 교주 조은정 작가와 함께 여행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2009년 미서부 여행을 한 달일정으로 다녀왔었지만,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미국 현지 계시는 지인의 댁으로 다녀왔던 터라, 정말 기본적인 투어 형식의 여행만을 하다 와서 항상 약간의 애틋함이 남아있는 여행지이기도 했던 미서부.  개정판으로 출간된 가이드북은 들고 다니기에 부담 없이 더 얇아지고 정보는 더욱 빵빵하게 담아왔다.  



미국 서부에는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 모아 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대자연을 품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걷다가 다음 날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 데다가 언제나 강렬한 태양이 있어 주는 덕분에 그 어디에서나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 고기 등을 맛보는 식도락 여행 또한 가능한 곳, 단언컨대 이런 완벽한 여행은 미국 서부에서만 가능하다.  /prologue

 

 


  2019 셀프트래블 미국 서부 의 목차에서 눈에 띄는 페이지들을 눈여겨보았다.  Mission in Western USA 는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다양한 경험, 음식, 건축, 박물관, 인스타그램 핫 플레이스, 테마파크, 대자연 등등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두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참고하기 쉽게 정리해두었다.  요즘은 여행하면서도 '어딜 가지?' 하고 sns 태그 검색만 해도 몇 분전에 올라온 여행지에 대한 정보까지 검색이 가능하지만 때론 우후죽순 떠도는 사진이나 정보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몇 줄의 정보가 더 유용하기도 하다.


  한 달을 머물렀던 로스앤젤레스, 열흘간의 미서부 투어로 맛보기로만 다녔던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 샌프란시스코는 언제나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 장소만 좀 길게 와야지! 했던 장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미국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광활한 자연이, 몇 시간을 달려도 황무지였던 도로가, 드넓게 펼쳐진 바다 앞에 선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그곳에선 나를 내가 아닌듯 자유롭게 느낄 수 있었던 곳 그런 장소가 내겐 미국 서부였다. 

 

 



  사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겠는가?  몇 개월, 1,2년으로도 휙휙 빠르게 많은 것이 바뀌는 요즘인데...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국립공원들, 유명 관광지들의 건재함은 나를 다시 그 앞으로 향하게 한다.  '이제 한 번 가볼 때도 되지 않았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늘 궁금했던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넘겨보며 난 왜 일정을 짜고 있는 거지?  아마 5년 전만 하더라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주어진 일정에 최대한 많은 여행지를 돌아보는 걸 계획했겠지만 미국 서부는 그러고 싶지 않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그랜드 서클의 알려진 유명한 곳들만 돌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짧게 맛보기로만 잠시 머물러다 떠났던 여행지들이라 더 아련하게 남는 지역들일지도 모르겠다. 


  대자연의 웅장함, 박물관, 다양한 액티비티, 멋진 도심과 카지노, 다양한 먹거리등 여행자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어떻게 여행을 계획해도 즐거울 수밖에 없는 곳이 미국 서부가 아닐까? 

#로스앤젤레스 / #샌디에이고 / #라스베이거스 / #샌프란시스코 / #시애틀 / #포틀랜드

보기 편한 구성으로 지역지도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테마별 일정과 베스트 스폿을 정리, sns보다 정확하고 꼼꼼한 전문가의 꿀팁을 담은 셀프트래블 미국 서부 가이드북은 미국 서부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또는 생각하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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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한국사 - 한국사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유정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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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가?  수학보다 암기 과목이 더 쉬웠지만 역사는 또 쉽지 않았다.  오래된 조선왕조에 관련한 역사는 재미로 읽기도 했지만 굳이 암기까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근현대사로 넘어오며 역사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하락해서 아예 손을 떼게 되었는데... 학창 시절 이후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국사 시험에 관심이 조금 생기고 부터였는데 약간의 관심이 다였던 건지 부러 알아보진 않았던 한국사.   우리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던가? 학창시절 달달 외워 암기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체계적인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외웠던 한국사라 정말 흐릿한 기억뿐인 한국사.


고대부터 근 현대사까지 한눈에! / 시대별 핵심 사건 100가지 / 한국사 시험 기출 자료 분석 정리


  책을 읽는 것처럼 쉽게 접근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꽤 여러 번 했었고, 쉽다고 출간되었던 책들도 꽤 구입해서 읽다가 덮기도 했다.  그럴듯했지만, 읽다 보면 좀 지루해진다고 할까?  역시나 암기식이라는 기분이 들어 오래 붙들고 있지 않게 되기 때문이었는데...

  중,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가 집필한『족집게 한국사』는 한국사 100문 100답 형식으로 어느 페이지부터 펼쳐 읽어도 좋게끔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있고 읽는데 부담이 없다.  역사적 사건을 암기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게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을 알게 되어 결과까지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흐름이 길어지면 지루하다고 생각돼서 덮고 싶어지는 한국사였는데, 짧게 이어가다 보니 하루에 몇 페이지씩 넘겨보게 되고 꾸준하게 보게 되는 한국사.  시험 대비용으론 좀 부족하겠지만 부담 없이 읽으면서 익히는 한국사.  일반 상식이나 학생들이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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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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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p.

눈앞의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명과 원한을 짊어지고도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의 연약함과 온화함은 모두 깊이 묻어버리고 필사적으로 앞으로, 빛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오랫동안 잔잔하기만 했던 이서백의 마음에 순간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마치 봄바람이 깊은 호수의 수면 위를 스치며 일으킨 잔잔한 물결 같았다. ... (중략)... “오늘부터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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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293p.

“너는 내 수하이니 앞으로 무슨 일을 만나든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말거라! 이 세상에 내가 처리해주지 못할 일이 있느냐?” ... (중략)... 문득 이서백은 텅 빈 하늘 같던 자신의 인생에 어느샌가 새하얀 구름이 덧칠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서로 대립해도 좋았고, 얽히는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서백의 인생에서는 역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며 서로를 잊는 게 제일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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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p.

황제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별들을 보았다.

한 사람의 운명이 저 반짝이는 별과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사람이 그저 자그마한 하나의 반짝임에 불과해 보였다. 사람의 인생이 하는 것은 결국 한낱 지푸라기 같은 것 아니겠는가. 하늘의 뭇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 들판 가득 떨어진다 하여도, 그저 한순간의 반짝임일 뿐이며, 수천 년 뒤 후손의 짧은 탄식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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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처처칭한

#서미영

#중국소설

#arte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book

#bookstagram

#책갈피 #애프터문 #aftermoon ⠀⠀⠀⠀⠀⠀⠀⠀⠀⠀⠀⠀⠀⠀⠀

💬

열일곱 소녀 황제하는 자신의 가족을 독살한 사건의 살해범으로 수배당하게 되고 몰래 장안에 숨어드는데 성공하지만 몸을 숨기려 올라탄 마타가 기왕 이서백의 마차였다. 이서백은 황제하를 알아보고 신고하지 않을 테니 조용히 사라지라고 하지만, 황제하는 이서백만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직감하게 된다. 그렇게 그의 왕부에 숨어들어 새로운 신분의 환관으로 지내며 이서백의 혼례에 관한 사건을 풀어나가게 되는데...

내치려 했던 황제하가 사건 해결을 꽤 잘 해나가면서 이서백과 주변 인물들에게 조금씩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그럴수록 이서백이 약간 질투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게 또 묘미!!

읽으면서 이 사람이? 얘가? 짐작하며 읽었지만 판이 점점 커지고,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세하게 묘사하는데도 지루함이 없이 글의 흐름이 매끄러워서 읽는 재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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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생삼세십리도화#조우정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제작 예정이라 하니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고 등장인물들이 꽤 많았지만 인물 관계도를 살짝 그려놓고 읽으니 술술 더 잘 읽어지더라는..

이서백과 황제하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조금씩 드러나고 약혼자였던 왕온도 제하를 알아보는 건가? 검시관이 꿈인 주자진 캐릭터의 활약도 기대가 된다. 살짝살짝 등장하는 우선이라는 인물도 후에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황제하 가족의 독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한 촉이 살짝 발동하는데....

sns 상에 올라온 후기를 꽤 많이 봤던지라 책을 읽으며 금방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노노노!!! 직접 읽어야 더 재미있다.

2권을 준비해놓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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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좋은 이유 - 내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들 B의 순간
김선아 지음 / 미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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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은

몇 번을 가도 좋다.

어떤 공간에는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다.



국내에도 멋진 공간, 가보고 싶은 공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버려진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이 멋진 카페로 변신하기도 하고, 이동 수단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콘테이너를 공터에 구성해서 쇼핑몰을 구성하기도 한다.  뜯어내고 새로 만드는 게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는데, 거친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고, 오래된 건물의 골조를 살려 공간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sns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멋지고 훌륭한 공간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러한 공간을, 장소를, 건축물을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출판사 마호의 취향 에세이 시리즈 B순간(취향은 발견하는 것이다) 라인으로 출간된 『여기가 좋은 이유』는 사진 찍는 건축가 김선아가 그동안 다니며 공강과 건축물을 보고 느끼고 쓴 공간 독후감이다.  공간과 건축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것을 알려주고 싶은 다정한 마음이 보이는 글을 읽으며 가보았던 공간을, 가고 싶었던 공간을, 새로운 공간을 사진과 글로 보고 읽을 수 있었다.  건축가인 저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공간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보고 느낄 수 있었고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이 부분은 꼭 자세히 보아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생명이 없는 그저 공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찾으며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공간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그러한 공간을 이야기하는 다정한 시선들도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좋아 보이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김선아 건축가가 찾아낸 취향의 공간에 대한 에세이들... 이보다 다정한 글이 있을까?  햇살 좋은 5월, 문득 어느 곳이라도 잠시 앉아있다 오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여기가좋은이유 #김선아 #미호

#에세이



025p.

천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붙어야 한다.  조명뿐 아니라 에어컨,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 환풍기, 때로 필요하다면 CCTV까지도 천장에 붙는다.  여러 기능을 가진 설비들이 지나다니는 천장 속은 상상이상으로 복잡하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아무 것도 붙지 않은 깨끗한 면의 천장을 꿈꾸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중략)... 어니언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그래서 천장이다.  어니언으로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건 사실 천장이었다.  흰색면이 가로지른 천장에 입을 떡 벌렸다.  밤에는 불이 들어왔고,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이 재료의 이름은 바리솔, 조명의 일종이다.  흰 바리솔로 천장을 모두 뒤덮고 나니 공간은 더욱 강력해졌다.  사진이 마이너스의 예술이듯 건축도 무언가를 덜어낼 때 더욱 뚜렷해진다.



026~027p.

말하자면, 건축과 가구는 형제 같은 사이가 아닐까.  건축이 큰 형이라면, 가구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동생이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구분되지만 결국 한 공간에 놓이는 가족과도 같은 사이.  사람의 움직임과 크기에 기반하여 형태와 쓰임새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핏줄은 하나지만 다른 성격을 가진다.  건축은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가구는 이동성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073p.

건축물 하나가 치밀한 기획을 거쳐 세밀하게 조율되어 완성되는 과정을 무엇과 비유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발표 PPT자료를 만드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인력과 시간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잠깐 한눈을 팔고 딴생각을 하면 자꾸 사족이 달리고, 말하는 방향이 달라지고,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가 PPT안에 들어가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서 만들어야 한다.  건축 또한 같다.



101p.

리모델링(remodeling)이라는 것이 그렇다.

리사이클링(recycling)이라고도 부르고,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이라고도 한다.  건물을 다시 바꿔 쓰겠다는 것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원래의 공간이 어느 정도 흥미롭지 않다면, 오래된 건물로 리모델링을 시도한다 해도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에르처럼 리모델링을 기가 막히게 하고 싶다면, 시 하나를 추천해줄 수 있겠다.  오래 보는 것이 정답이다.  공간이 눈 감아도 훤히 보이도록 익숙한 사람만이 가장 훌륭하게 다시 쓸 수 있을 테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꿔 버리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계절이 지나가면 가지치기를 하듯 공간의 요소를 더하거나 빼면서 바꾼다면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85p.

건축은 어찌 보면 언제나 경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너와 내 땅을 나누고, 분리하고, 구분한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내 땅 안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나눠서 사용한다.  어딘가는 거실로, 주방으로, 서재로.  도면은 결국 경계를 만드는 벽들의 설명서와 다름없다.  어떻게 나누고, 서로의 영역을 어떤 식으로 구분하고 막아 내는지에 대한 지침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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