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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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딸에게 닥친 '뇌사'상태.  딸에게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부는 장기이식을 결정하지만 의사와 상담을 기다리며 딸에게 인사하던 중에 딸의 손이 움직였다고 느끼게 된다.  어쩌면.. 어쩌면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붙잡는 가오루코는 딸의 장기이식을 거부하고 언제일지 모를 긴 시간이 시작된다. 


  미성년인 자녀가 불의의 사고로 다른 장기는 살아있지만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깨어나더라도 일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걸까?  만약, 내가 또는 가족 중에 누군가가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져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장기기증에 동의한 상태라도 장기이식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까?


인간의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고가 났던 날, 뇌사가 맞았다면 숨만 쉬는 상태로 3년이라는 시간을 부모의 고집으로 버텨온 건 아닐까?  시작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이런 상태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결정을 내려 아하지 않을까?  하지만, 정말 정말... 의식이 없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걸까?  우린 '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과연 나에게 또는 내 가족에게 이러한 일이 생긴다면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그런 권리가 있을까? 글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글이다. 



92p.

지금 움직인 게 뭐지? 그렇게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즈호의 손이 움직인 것처럼 느꼈는데 당신이 손을 움직인 거야? 미즈호의 손이 움직일 리 없잖아. 그렇지?



157p.

"딸을 숨 쉬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랬어."

"숨 쉬게...."

"나는 늘 내가 미즈호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시간이 자유롭다면 간병을 도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  그러던 차에 AIBS를 알게 된 거야.  설명을 듣고 생각했어.  미즈호를 숨 쉬게 해 주고 싶다고.  물론 그 아이가 자발적으로 숨을 쉬는 건 아니고 컴퓨터가 그러도록 만드는 거지만, 그 아이의 육신을 사용해서 숨을 쉰다면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았어."



172p.

잠만 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자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가오루코는 새삼 다짐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 아이가 눈을 뜨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해도 자신만은 언젠가 그날이 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겠다고.



279p.

장기 이식법이 개정되었다는 사실 따위는 지금껏 의식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306p.

"일본 최초의 심장 이식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 청년이 기증자였어요.  그 청년처럼 마쓰모토 씨의 아들이 물에 빠져 의식 불명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죠.  몸에는 인공호흡기를 비롯해서 온갖 생명 유지 장치가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없어요.  그저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죠.  의사는 아마도 뇌사 상태일 것이다.  장기 기증에 동의하면 뇌사 판정을 내리겠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310p.

현재 기준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의식을 되찾은 사례는 전 세계를 통틀어 단 한 건도 없어요.  즉 장기 뇌사는 난센스란 말입니다.  엄청난 돈과 노력을 기울여 목숨만 붙들어 두다니요.  부모와, 더 나아가서는 일본인의 이기주의에요.


368p.

다쓰로는 가오루코의 행위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딸의 몸을 도구로 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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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그림자아트 - 조명을 비추면 숨어 있던 그림자들이 새로운 옷을 입는다!
빈센트 발 지음, 이원열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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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비추면 숨어 있던 아이디어들이 살아난다!


  60만 팔로워가 열광한 빈센트 발의 140컷을 한 권에 모은 AMAZING SHADOWART 어메이징 그림자아트 

이 책, 좀 신기한데?  조명을 비춰생긴 그림자에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한두 장 올리기 시작한 게 그림자 아트의 시작이었다.  그림자와 일러스트의 조화는 사진에 담기면서 예술작품으로 남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느날 대본 작업 중 종이에 비친 찻잔의 그림자 위에 몇 개의 선을 그려 코끼리의 모습을 그린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쉐도우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벨기에의 영화감독 빈센트 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놀라운 이유는 한 장의 사진에 서로 다른 두 세상, 즉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에는 그 '판타지가 필요하다.  SNS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인도네시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텍사스까지, 그림자 세계의 비밀을 보며 미소 짓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영감이 필요한 당신에게는 이런 장난들이 필요하다.


  보이는 사물에 비친 그림자에 상상력을 가미해 그려낸 그림들은 위트 있고 재미있으면서도 때론 날카롭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엔 어떤 그림을 보게 될지 궁금해지고, 사물에 비친 그림자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글자가 가득한 책을 읽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가득한 책장을 넘기며 과연 어떤 물체의 그림자로 그림을 그렸을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페이지를 넘겼던 책이었다.  사진들을 보며 그림자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즐겁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어메이징 그림자아트 지친 일상에 유쾌한 활력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vincent_bal

#어메이징그림자아트

#AMAZINGSHADOWART

#빈센트발

#VINCENTBAL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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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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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남긴 단 한편의 동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사건> 제목부터 '풋' 하는 웃음이 났다.  마가린 왕자?  납치가 아니고 도난?이라고?  이 이야기는 1879년 어느 저녁 파리의 한 호텔에서 시작되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딸들에게 조니라는 가여운 소년이 마법의 씨앗을 얻은 후 도난당한 왕자를 구하러 가기까지의 이야기는 5일 밤 동안 이어지는데, 그 후에도 두 딸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여주었지만 유일하게 '조니의 이야기'만 노트에 기록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미완성인 채 남겨진 이 이야기는 2011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트웨인 기록 보관소에서 구출되어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가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필립은 남겨진 이야기를 들고 트웨인과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데 에린 스테드의 따뜻해 보이는 삽화로 이야기는 짧은 글이지만 호감을 갖고 넘기게 된다.

 



85p.

오직 인간만이 우리 말을 못 알아들어.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굉장히 무지하고 성장도 더디고, 외롭고도 슬픈 존재야.  인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생명체가 극히 드물거든.


99p.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고마워할 줄 모르면서 베풀기도 하고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크지만 작기도 하고

세상은 가혹하면서 친절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 안에 살고 있지


  조카들에게 읽어주겠다고 구입한 동화책들을 꺼내보면, 거의 어른들의 취향대로 구입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에겐 그림과 어른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전부일 테니까... 조카들에게도 꽤 많은 동화책을 읽어주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하는 이야기는 큰 주제는 그대로 지만,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이야기에 살을 좀 더 붙이기도 하고 뛰어넘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몇 십번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똑같이, 때론 그보다 더 훌륭하게 책장을 넘기며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다정한 가족도 없이 괴팍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에 혼자 남은 가여운 조니가 가난하지만 우정과 진실한 친구들을 만나고 도난당한 왕자를 찾았지만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왕자는 아니었네?  여차저차 왕자가 호랑이와 떠나고 거인들의 비밀 장소에 남은 조니는

 그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인생에서 살 수 없는 한 가지를 소리 내어 말하게 된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을 바라보며 했던 이 한마디는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마디의 문장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마음에 남는 글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읽으면 이야기할거리가 많을것 같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개울물이 언덕을 흘러 내려가 울창한 숲을 지나갈 때처럼 흘러가야 한다. ...(중략)...때로는 문법에 어긋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말편자를 몇백 미터나 실어 나르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 시간 전에 지나친 곳으로 돌아와 계속 맴돌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계속 흐르고 흐른다.  여기에는 단 한가지 법칙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야기에는 아무런 법칙도 없다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올레오마가린왕자도난사건, #필립스테드, #에린스테드, #김경주, #아르테, #어른들을위한동화, #마크트웨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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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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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독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독'에 대해 쉬지 않고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독을 몸에 지니게 되고,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그 독을 더욱 키우고, 그 독을 약으로 사용하고, 그러다가 독과 약을 더욱 키우고, 그 독을 약으로 사용하고, 그러다가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게 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략)...  이것은 그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다시 말하여 그가 들려준 이야기이자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것이 된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프롤로그 27~30p.




  그는 어쩌다 온몸이 망가진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한 것일까?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어있고, 화상을 입은 듯 갈라터지고 발진으로 뒤덮인 피부와 손, 발은 퍼렇게 변색된 채 근육이 뒤틀린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는 남자.  피부의 골격으로 보아 삼십 대 후반인 것 같았지만 병원에서도 진단을 내리지 못한 채 위세척과 관장을 반복하며 피부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며 경과를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침대의 명패로 알게 된 그의 이름은  '조몽구'.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쉬지 않고 이야기하던 조몽구는 자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 중얼거리는 것도 같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두려움과 매혹 ; 조몽구의 유년시절 부모님과 학창시절 / 도취와 환멸 ; 어머니의 죽음, 대학생활과 수호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독에 대해 점점 빠져들게 되고, 군 생활 / 해독과 정화 ; 복학과 졸업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177p.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

요컨대 독과 약은 서로 대립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차이가 없고, 다만 얼마나, 어디에서, 무엇과 함께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거나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

519p.

"이제 네 이야기를 들려줘"

"그래, 이제 내 이야기를 들려줘야지.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들은 이야기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상상한 이야기이고,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 자신의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겠어."


  출간 전 연재를 읽고 책의 출간을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독'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니, 실제 책을 받아들곤 꽤 묵직하고 빼곡한 500여페이지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대가 되기도 했는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며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왜?라는 의문에 맴도는 글이었고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독'의 종류가 있다는데 놀랐으며  '독'과 결합된 개념인 '약'의 (약은 독과, 그 독을 중화시키는 또 다른 독) 키워드가 상당히 촘촘하게 이야기 전반에 고르게 퍼져 있어 읽다 보면 점점 중독되어 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글을 읽으며 중독되었던 걸까?  맹독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그가, 독에 감염되었으나 살아있는 나에게 남기는 그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에, 그리고 그가 성장하면서 관계되는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이렇게나 '독'과 닿아있는 삶이라니 글을 읽으며 피로함이 몰려오면서도 그의 인생에 빠져들게 된다.  23페이지에 달하는 프롤로그를 읽으며 이미 조금씩 중독되어 책장을 멈출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고서도 며칠을 '조몽구'에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그의 이야기는 끝났고 이후의 삶은 독자들의 몫.  읽으면서 문장을 짚어가며 필사하고 생각하면서도 '좋다...'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던 #독의꽃.  다른이들의 서평을 읽어봐야겠다.


"일상의 마비에서 풀려나라.

그러려면 네 마음이 미칠만큼 고양되어야 한다.

겁내지 마라.  그러고 나면 각성이 따라올 테니."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78p.

  "그날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거야.  독은 내게 다정하고 친숙했어.  비로소 나는 내가 독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다른 존재에게는 독이라는 것도 알았어.  하지만 또한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나의 삶과 세상의 독이 서로 침투하는 음친한 세계를 보았던 거지.  그 두려운 세계에서 내내 살아가야하는 운명,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서 격하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어."



🔖100p.
“인생이 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없겠지만, 이런 말은 할 수 있지. 인생의 매 순간은 독과 약 사이의 망설임이야. 망설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오래 주저하고 머뭇거려서는 안돼. 어느 순간 약은 독이 되어버리니까.”



🔖314p.

  독살의 역사에서 책을 이용하는 전설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이다.  책장에 독을 묻혀놓아서 손끝에 침을 발라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을 때 독이 몸속으로 흡수되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책 속의 내용이 재미있으면 그 사람은 그만큼 더 빨리 죽기 마련이다.  그렇듯이 그는 이야기 갈피갈피에 거짓과 과장과 야유와 독설을 섞어놓아서, 그것들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가 독처럼 작용하게 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520~522p.
“삶이라는 책 한 장 한 장에는 독이 묻어 있어. 네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면, 그로 인해 중독되고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돼. 그러나 너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그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독의 꽃이야.”
”내 이야기는, 한 방울의 물과도 같은 한 인간의 생명, 독일 수도 있고 약일 수도 있는 그 물방울 하나의 생성에서 사멸에 이르는 작은 역사에 대한 거야.”
그렇게 나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이야기의 끝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원래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끝나는 것은 다만 나의 이야기일 뿐.”


#독의꽃 #최수철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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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는 싶은 나를 향한 위로의 한마디
해다홍 지음 / 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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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간되는 책들의 제목만 봐도 어!!! 하는 책들을 종종 보게 된다.  독립출판물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정식 출간된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는 한 번이라도 고민해봤음직한 고민들을 귀여운 투덜거림으로 담아냈다.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 싶다.  한편, 이렇게 애를 쓰며 살아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 살고 싶기도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을 내가 인정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만큼 복닥거리는 속마음은 혼자서 몸살을 앓기도 한다. 


"매사에 불평이 많다고 해서 삶에 애착까지 없는 건 아냐."


 해다홍작가의 네 컷 만화를 읽다 보면 귀여운 투덜거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무언가 되겠다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했던 시절도 있었다.  작심삼일도 이런 작심삼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늘어놓는 일이 너무 많아질 즈음 될 것 같지 않은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쪽으로 기울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의외로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태어났으니 산다고 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나름의 노력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불평이 많다고 삶에 애착까지 없는 건 아니며, 모래성만 쌓는 것 같지만 모래알 허물어지는 모래말고도 남는 모래만큼은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일단태어났으니산다 #해다홍 #놀

#네컷만화 #그림일기





17p.

  장점 찾기에 골몰하지 않더라도 그저 나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장점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아가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살기만 했으면 좋겠다.  딱 그만큼만.



73p.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며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최선을 다했던 많은 사람이 노력이 부족했다는 식의 자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자책하며 땅굴 파고 싶을 땐 그냥 남 탓, 세상 탓을 해서라도 스스로를 지키기를.



162~163p.

 "인생 덧없다...라고 생각하는 한편 사실은 정말 열심히 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자고 마음을 먹으면 곧바로 그 마음을 비집고 왜 그래야 하는지, 그렇게까지 애쓸 필요가 있는 건지 등의 생각들이 마구 피어오릅니다.  그렇지만 알고 있습니다.  뭔가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앉아 있는 것이 일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요.  방황은 계속될 것 같아요.  잘 가다가도 이탈하고.... 하지만, 완전한 이탈이 아닌 발전의 과정이라고 믿고 조금씩 나아갈 것입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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