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 모든 어른 아이에게 띄우는 노부부의 그림편지
안경자 지음, 이찬재 그림 / 수오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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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젊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곧 칠순을 바라보는 연세가 되셨다. 셋째를 임신 중인 막내동생을 볼 때면 엄마가 남몰래 한숨을 짓곤 하셨는데... 이제야 외할머니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둘 키우는 것도 힘들 텐데 또 ...’라는 생각에 딸내미는 안쓰럽고 사위는 조금 미우셨겠지... 그래도 ‘할머니~’ 하며 달려와 안기는 외손녀들을 보면 그렇게 예쁘다고... 어버이날, 부모님 생신이면 숙제같이 썼던 4남매의 편지들을 다 가지고 계시는 걸 보고 또 놀랐다. 가끔 생각해본다. 부모님도 엄마, 아빠가 그립고 생각나겠지? 나도 언젠가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날들이 오겠지...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는데 우리의 나이가 부모님이 우리를 낳고 키우시던 나이를 훌쩍 넘어섰다. ‘엄마는... 아빠는.. 우리 넷을 키우면서 어떻게 살아왔어?’

🏷 삶이라는 긴 세월을 묵묵히 지나온 노부부가 우리에게 전하는 사랑의 연서!

1942년생 동갑내기 대학 동문이었고, 스물여섯에 결혼해 1남 1녀의 부모가 되었다. 1981년 브라질 썽바울로로 이민 의류제품사를 운영했다. 2015년 한국으로 돌아간 두 외손주를 그리워하며 할아버지는 그림을 그리고 할머니는 글을 썼다. 외손주들을 그리워하며 하나둘 그리고 글을 적기 시작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짐작도 되지 않는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지만, 외손주들을 그리는 마음이 얼마나 절절하셨을까? 그래서였을까?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세상의 모든 어른 아이에게 띄우는 그림편지가 되었다. 때론 아이들을 생각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였다가, 젊은 시절의 그들을 이야기해주기도 하신다. 그림과 글을 넘기며 때론 뭉클하고, 때론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겠지, 무심코 ‘엄마에게 물어봐야지.’, ‘아빠한테 해달라고 해야지.’ 생각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날도 오겠지.. 이젠 안 계시는구나 하고 그리워하는 날도 오겠지.

“산다는 게 힘들고, 괴롭고, 피곤한 것의 연속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돌아보니 아름다웠더라.

여태 그걸 몰랐는데 별들이 가르쳐주었어.”

할아버지의 그림마다 쓰인 ‘AAA’는 알뚤Arthur, 알란Allan, 아스트로(아로)Astro의 첫 글자라고 하니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들은 손주들에게 전하는 그림편지인 것이다. 36년간의 긴 브라질 생활을 접고 2017년 10월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이찬재 할아버지, 안경자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39p.

아이는 자란다.

시간마다 날마다 아이는 자란다.

63p.

무언가 생각이 잘 안 날 때면 종종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하다가 이내 어머니가 아주 오래전 돌아가셨다는 걸 깨닫고 소스라친다. 어머니께 너무도 많은 걸 잘못한 나, 그때 왜 그랬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리운 어머니.

165p.

아이는 무엇이 궁금한 걸까?

나도 덩달아 궁금하다.

아이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같이 보고 싶다.

296p.

우리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고 보니 문득 지나온 인생이 보이더라. 어떤 때는 눈앞에 놓인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무척 힘들고, 벅차고, 피곤하기만 했을 때가 있었지. 그런데 여기 서서 돌아보니까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더라. 찬란했더라. 참으로 삶은 아름다운 것이었더라. 너희에게 꼭 이 말은 해주고 싶었어.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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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knit bag - 코바늘로 만드는 가벼운 니트 백
R*oom 지음, 강수현 옮김, 박강혜(사탕가루) 감수 / 로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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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에 들고 다니기 좋은 코바늘 손뜨개 가방을 만들어보아요.

조금 특별한 나만의 가방이 갖고 싶다면, 편하게 들 수 있으면서도 예쁜 니트 백.

내가 만들어서 더 예쁘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명품 가방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아이템 20가지가 담긴 【 My knit bag 】 은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짧은 뜨기’를 활용한 소품이 많다. 기본 뜨개 법과 도안을 보는데 조금은 익숙한 편이 어렵지 않게 도안을 보고 뜰 수 있을 것 같다. 쉬운 도안이라고는 하지만 도안을 전혀 볼 줄 모른다면 뜨는데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엄청난 인기몰이 중인 탬버린 백, 꾸준한 인기인 클러치 백, 가볍게 외출할 때 들고 다니면 좋을 핸들 숄더백, 토트백 그리고.... 너무 궁금했던 네트 백까지!!! 실과 코바늘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한 권의 책에 이렇게나 예쁜 손가방 도안이 이렇게나 많다니, 남들과 다른,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어보고 싶은 이들은 욕심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떠보고 싶어 체크해둔 도안이 몇 개 있어서 완성되면 하나씩 자랑(?) 해볼까 한다. 사계절이 즐거운 코바늘 놀이!!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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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2 : 가성비,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글배우 외 지음 / 언유주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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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요즘 이야기를 끌어안은 매거진 #언유주얼

존재는 기능주의적 근거로 자신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없다. - #비숲 #김산하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한가지 집중하고,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뻗어 인터뷰, 소설, 에세이, 시, 리뷰를 모아 만든 매거진. 평범해서 특별한 [an usual]

책에 관련한 매거진을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진 않지만, 가끔 한 권씩 구입해 읽곤 한다. 한 권씩 딱 떨어지는 글을 읽다 보면 글 모음집 같은 매거진을 읽으며 즐기는 지적 즐거움은 기분전환을 하는 느낌이랄까?

#가성비네가좋으면나도좋아

‘가격 대비 성능’ 선택의 갈림길에서 마침내 결정을 내리는 저마다의 기준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끌어안는 매거진이라는 타이틀로 이제 2호를 출간한 언 유주얼, 14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한 권의 매거진이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평범해서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 가려진 특별함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흔하게 말해왔던 ‘가성비’라는 주제로 읽었던 읽고 보는 즐거움을 충족할 수 있었던 언 유주얼, 감각적인 표지와 글의 구성이 앞으로의 방향도 궁금해지고 기대가 되는 매거진이다.

11p.

‘가성비가 좋다’는 평에 혹해 사들였지만 내게는 마뜩잖아서, 돈을 버린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가성비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관에 나의 주관이 흔들린 결과다. 생활 전반이 ‘가성비 좋다는 것들’로만 구축되면 그 생활은 그 안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점점 분리된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고른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 마법이 값은 얼마인가 #김하나

24p.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감별하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요? 많이 읽고, 많이 쓰다 보면, 책의 앞부분만 봐도 ‘아 이건 나한테 맞겠구나, 아니구나.’ 하는 게 보이잖아요. 그렇게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는 것도 중요하죠. - 신장개업 겨울서점 #김겨울

65p.

가끔 부모님 계신 집 주소로 꽃 선물을 보내면 부모님은 “왜 이런 곳에 돈을 썼냐.”며 질색하신다. 그때마다 나는“이런 거 사려고 돈 버는 거야.”하고 답한다. 조금쯤 바뀌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가성비의 시대를 지나 실제로 꽃이나 캐릭터 상품이나 연예인 굿즈, 심지어 사치품과 같은 ‘예쁜 쓰레기’를 불편함 없이 구매하기 위해 회사에 다닌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가성비 높은 생필품이나 가성비 높은 식당이 아닌 그 잉여로움이 그들의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이다. 가성비가 한참 떨어지는 개인만의 무쓸모한 취향, 투자 대비 효용을 가늠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모험, 가성비를 따질 수 없는 자신만의 속도, 그것들이야말로 우리 삶에 가치를 만든다. - 무쓸모의 가치, 잉여의 가치 #허지원

#언유주얼

#스튜디오봄봄

#카카오페이지

#anusual

#문화교양지 #잡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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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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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간전, 도서 제목을 맞추는 이벤트에 당당하게 오답을 제출했다. 아니!! 어떻게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맞고 죽을 수가 있냐고... 그럼 당당하게 이런 제목을 쓸 수 있었을까?

부조리한 상황, 부조리한 트릭과 복선

하지만 이상하게 납득 가는 이야기!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작부터 심리 미스터리 소설인가? 갸웃하게 된다. ‘ABC 살인사건’을 읽고 사람의 심리를 날것 그대로 본듯한 섬뜩함에 책 읽기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주문같이 등장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는 문장은 어쩌면 타인의 행동에 가려져 자신의 호기심과 무차별적인 폭력이 용인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심지어 글을 읽는 나조차도 자살이 아닌 타살을 하는 상상을 해보았던가?라는 생각으로 나를 검토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후 이어지는 ‘사내 편애’는 조직 운영에 사람의 감정과 학연, 지연을 배제한 기계가 도입되면서 공정하다도 생각되었던 시스템에 의혹을 갖게 되는 단편이었는데 감정을 갖는 기계.. 영화로도 꽤 만들어져서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제목도 독특하지만 이건 말이 되나? 싶은 상황도 이상하게 납득이 된다.

스릴러라 하기엔 SF 적인 요소도 있고, 조금 고전적인 느낌도 들지만 글을 읽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트릭 속에 빠져들게 되고 함께 추리를 하다 보면 어!! 하고 뒷목을 잡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 그러했는데... 두부에 너무 빠져 있어서 책표지 영상을 찍으며.... 두부 한 모를 희생시키려다 엄마한테 걸려서 내가 희생될 뻔... (네,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혼나요.) 스릴러가 반갑고 신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34p.

D 동네에서 이니셜 D인 사람이 연달아 살해된다.

지금이라면 D 동네의 D라는 인물만은 살인이 허가되기라도 한 듯, 면죄부라도 얻은 듯 편승범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모두 지금이라면 연쇄 묻지 마 살인에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혈안이 되어서 D 동네를 찾아다니며 필사적으로 D를 골라서 죽이고 있다. 그런 인간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번쯤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녀석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불특정 다수가 품은 저주와도 비슷한 어두운 상념이 도시의 밤, 깊숙한 어둠 속에서 분출되는 듯하다. ... 중략....

그건 그렇고 앞으로 D가 몇 명이나 더 살해될까. 편승범은 계속 나올 테고.....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불현듯 무시무시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 참, 나도 도가야(D)의 단다(D)다...../#ABC살인

48~49p.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호소도 있었지만 상대가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의견은 이내 흐지부지되었다. 기계에게 사생활을 보인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인간이 보는 것도 아닌데. 마더컴이 눈과 귀로 모은 정보는 당연히 인사에 반영되었으나 합리성을 우선시했다. 이로써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알력으로 인한 무의미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다. 파벌 항쟁은 의미를 잃었고, 납득할 수 없는 연줄 인사도 사라졌으며, 얄팍한 정신론을 바탕으로 한 부조리한 상사의 질타도 없어졌다. /사내편애

76p.

파랗고 작은 램프가 가만히 이쪽을 향하고 있다.

“지원 번호 586번, 일어나세요.”

마더컴은 차분한 남성 합성음으로 말했다. 586은 내 번호다.

“네.”

나는 힘차게 일어났다.

“너, 불합격.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사내편애

190p.

박사는 시신 주변을 둘러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 시신 주변에 흩어진 것에 절로 눈길이 간다. 두부다. 두부가 사방으로 쏟아져 있다.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진 두부 파편. 그것은 시신의 머리 주변을 중심으로 쏟아져 있었다. 딱 두부 한 모 정도의 양이려나. 이 실험실에는 사람을 때릴 만한 모난 물건이 하나도 없다. 그 와중에 두부가 들어 있던 작은 알루미늄 냄비가 시체의 발밑에 뒹굴고 있다. 아무리 봐도 시체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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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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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도미히코가 소설가로 데뷔한 2003년 이후, 14년에 걸쳐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과 개인적인 일기와 에세이, 자신의 작품과 영화 이야기 저자가 쓴 ‘거의 모든 글’을 한 권에 수록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에세이 전집’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의 분량은 꽤 묵직한 편이다.

저자의 글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출간되었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 이 작가의 작품! 읽으면서도 꽤 유쾌하고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싶었는데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의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까? 게다 자신의 책을 자기 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소개한다. 본인이! 그만큼 다양한 장르를 이야기하고 있어 목차를 보고 읽어보고 싶은 페이지를 읽다 잠이 들어도 된다는 거겠지?

제1장 도미히코 씨, 독서하다

제2장 도미히코 씨, 좋아하는 것을 말하다

제3장 도미히코 씨, 자신의 작품을 논하다

제4장 도미히코 씨, 빈둥거리다

제5장 도미히코 씨, 일상을 그리다

제6장 특별기고

제7장 공전하는 소설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렇게나 두꺼운 걸까? 수줍은듯하면서도 유쾌하고, 능청스럽다가도 소설가라는 날카로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읽어보고 읽었다면 공감하기도 했겠지만, 한편 자신의 작품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도미히코 씨를 보며 이 작가 패기! 하고 작품이 궁금해지는 글이기도 했다. 글 한 편 한 편이 길지 않은 편이라 짬짬이 조금씩 읽기에 적당한 책이었는데, 읽다가 베고 잠들기에도 좋았던 책이기도 했다. (정말 읽다 잠들기 좋은 책! ) 직접 체험을 2주 정도 했더니... 어느새 완독을,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책이었다. ‘이 책 어때요?’ 도미히코 씨가 글을 ‘맛’에 비유한 것처럼 표현하자면 ‘다양한 뷔페를 맛보았다.’는 기분? 때론 절대 취향이기도 했고, 이건.... 싶은 글도 있었으니까...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짧은 호흡의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담고 있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었다.

13~14p.

고서 축제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꼽자면,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색 바랜 책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데다 한 권 한 권 모두 몹시 유서 깊어 보인다. 눈을 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책을 골라잡았다 치자. 그것이 무엇이든 첫 페이지를 열어 읽기 시작한 순간, 내 인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명저처럼 보인다. 이 책을 사두면 뭔가 나답지 않은 불굴의 명작을 쓸 계기가 될지도 모르리라. 불굴의 명작을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영혼을 폭로하면서 불필요한 초조함만 점점 쌓아가는 것이다.

아아, 이 책도 저 책도 모두 사야 하지 않을까?

아아, 하지만 이 책도 저 책도 모두 꼭 사야 할까?

117p.

나는 글을 쓸 때 구체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써 내려간다. 구성을 더 가다듬으려고 해도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아이디어나 현란한 이미지, 기발하고 참신한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무지하게 평범한 사람이다. 소설의 출발점이 되는 메모들도 평범한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재미난 것은 대부분 글을 쓰는 도중에 나온다.

126p.

물론 전권을 다 사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는 어쩌다 보니 5권만 사게 되었다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무라지는 않겠다. 만화를 1권도 아니고 5권부터 사다니, 이 얼마나 간이 큰 사람이란 말인가! 또 얼마나 너그러운 사람인가! 우리가 꼭 사랑해야 할 사람이다. 일본 전 국민의 축복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다섯 권 전부를 모으는 즐거움을 모른 채 생을 마무리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149p.

생각해보면 ‘여행’은 비일상으로 떠나는 일이다. 그리고 ‘밤’은 일상과 비일상이 혼탁해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에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일까? 자칫 비일상 속에 기묘한 모습으로 일상이 나타나지는 않을지?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 평소에는 감추고 있었던 또 다른 자신이 현실 속에 자신을 앞질러간다면?

이런 상상이 소설 <야행>의 밑바탕이 되었다.

301p.

글의 맛 또한 맛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 종일 무미건조한 서류만 본 날에는 정열적인 연애소설이 맛있게 느껴질 테다. 또 연애소설의 뜨거운 정열이 이내 지겨워진다면, 이번에는 깔끔한 과학 에세이가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맛있게 느끼는 조합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탓이다.

그러니 좋고 나쁨을 떠나 글은 맛있게 읽지 않으면 손해다.

319p.

혹시라도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주의하면 좋을 것이다.

1. 매일 쓸 것

2. 행사가 있는 날은 힘을 빼고 쓸 것

3.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날일수록 제대로 쓸 것

4. 너무 많이 쓰지 말 것

5.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말 것

362p.

소설을 읽을 때도 ‘많이 읽자’혹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배우자’등 쓸데없는 것을 염두에 두면 아무리 재미난 소설도 금세 따분한 소설이 되고 만다. 소설을 읽다가 잘못 해석했거나 빠뜨린 부분이 있다면 다시 읽으면 될 일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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