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모리미 도미히코가 소설가로 데뷔한 2003년 이후, 14년에 걸쳐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과 개인적인 일기와 에세이, 자신의 작품과 영화 이야기 저자가 쓴 ‘거의 모든 글’을 한 권에 수록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에세이 전집’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의 분량은 꽤 묵직한 편이다.
저자의 글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출간되었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 이 작가의 작품! 읽으면서도 꽤 유쾌하고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싶었는데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의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까? 게다 자신의 책을 자기 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소개한다. 본인이! 그만큼 다양한 장르를 이야기하고 있어 목차를 보고 읽어보고 싶은 페이지를 읽다 잠이 들어도 된다는 거겠지?
제1장 도미히코 씨, 독서하다
제2장 도미히코 씨, 좋아하는 것을 말하다
제3장 도미히코 씨, 자신의 작품을 논하다
제4장 도미히코 씨, 빈둥거리다
제5장 도미히코 씨, 일상을 그리다
제6장 특별기고
제7장 공전하는 소설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렇게나 두꺼운 걸까? 수줍은듯하면서도 유쾌하고, 능청스럽다가도 소설가라는 날카로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읽어보고 읽었다면 공감하기도 했겠지만, 한편 자신의 작품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도미히코 씨를 보며 이 작가 패기! 하고 작품이 궁금해지는 글이기도 했다. 글 한 편 한 편이 길지 않은 편이라 짬짬이 조금씩 읽기에 적당한 책이었는데, 읽다가 베고 잠들기에도 좋았던 책이기도 했다. (정말 읽다 잠들기 좋은 책! ) 직접 체험을 2주 정도 했더니... 어느새 완독을,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책이었다. ‘이 책 어때요?’ 도미히코 씨가 글을 ‘맛’에 비유한 것처럼 표현하자면 ‘다양한 뷔페를 맛보았다.’는 기분? 때론 절대 취향이기도 했고, 이건.... 싶은 글도 있었으니까...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짧은 호흡의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담고 있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었다.
13~14p.
고서 축제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꼽자면,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색 바랜 책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데다 한 권 한 권 모두 몹시 유서 깊어 보인다. 눈을 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책을 골라잡았다 치자. 그것이 무엇이든 첫 페이지를 열어 읽기 시작한 순간, 내 인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명저처럼 보인다. 이 책을 사두면 뭔가 나답지 않은 불굴의 명작을 쓸 계기가 될지도 모르리라. 불굴의 명작을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영혼을 폭로하면서 불필요한 초조함만 점점 쌓아가는 것이다.
아아, 이 책도 저 책도 모두 사야 하지 않을까?
아아, 하지만 이 책도 저 책도 모두 꼭 사야 할까?
117p.
나는 글을 쓸 때 구체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써 내려간다. 구성을 더 가다듬으려고 해도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아이디어나 현란한 이미지, 기발하고 참신한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무지하게 평범한 사람이다. 소설의 출발점이 되는 메모들도 평범한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재미난 것은 대부분 글을 쓰는 도중에 나온다.
126p.
물론 전권을 다 사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는 어쩌다 보니 5권만 사게 되었다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무라지는 않겠다. 만화를 1권도 아니고 5권부터 사다니, 이 얼마나 간이 큰 사람이란 말인가! 또 얼마나 너그러운 사람인가! 우리가 꼭 사랑해야 할 사람이다. 일본 전 국민의 축복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다섯 권 전부를 모으는 즐거움을 모른 채 생을 마무리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149p.
생각해보면 ‘여행’은 비일상으로 떠나는 일이다. 그리고 ‘밤’은 일상과 비일상이 혼탁해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에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일까? 자칫 비일상 속에 기묘한 모습으로 일상이 나타나지는 않을지?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 평소에는 감추고 있었던 또 다른 자신이 현실 속에 자신을 앞질러간다면?
이런 상상이 소설 <야행>의 밑바탕이 되었다.
301p.
글의 맛 또한 맛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 종일 무미건조한 서류만 본 날에는 정열적인 연애소설이 맛있게 느껴질 테다. 또 연애소설의 뜨거운 정열이 이내 지겨워진다면, 이번에는 깔끔한 과학 에세이가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맛있게 느끼는 조합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탓이다.
그러니 좋고 나쁨을 떠나 글은 맛있게 읽지 않으면 손해다.
319p.
혹시라도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주의하면 좋을 것이다.
1. 매일 쓸 것
2. 행사가 있는 날은 힘을 빼고 쓸 것
3.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날일수록 제대로 쓸 것
4. 너무 많이 쓰지 말 것
5.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말 것
362p.
소설을 읽을 때도 ‘많이 읽자’혹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배우자’등 쓸데없는 것을 염두에 두면 아무리 재미난 소설도 금세 따분한 소설이 되고 만다. 소설을 읽다가 잘못 해석했거나 빠뜨린 부분이 있다면 다시 읽으면 될 일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