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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 우울한 엄마여행자의 위로를 찾는 여행
진명주 지음 / 와일드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며칠 떠나는 짐을 싸는데도 꽤 무거운 캐리어, 아이와 배낭여행이라니 일주일도 아니고 두 달이라니!!
딱 10년 전,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오소의 작가님의 글은 책을 함께 읽는 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였다. 그 당시엔 유행처럼 읽었고,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힘들겠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 귀여운 꼬마였던 중빈 군은 국제적인 소년으로 성장 중이다.) 가끔 블로그나 SNS의 유명 여행작가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부터 여행 친구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와 자녀가 여행을 다니는 게 조금은 대중화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비난하는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엄마와 함께 여행하면서 아이도 함께 성장해갔다. 때론 엄마를 다독이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엄마와 대립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여서 두 달의 여행이 가능했던 건 아닐까? 때론 나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들은 그런 걱정과 두려움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이 글은 7년 전 진명주 작가가 아이와 여행하며 썼던 글이고, 7년이 지나 세상에 출간된 글이다. 엄마와 함께 여행하던 꼬마는 사춘기 소년이 되었지만, 그 시절 엄마를 다독이며 여행하던 꼬마친구는 자라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춘기 소년으로 자랐다.
아이는 함께 낳았는데 왜 양육에 대한 부담은 모두 엄마가 해야 하는지, 남편은 개인적인 커리어도 사회적인 능력도 쌓아갈 때,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했고 가정을 지켰던 여자의 삶은 누가 인정해주는지... 꽤 오래 이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여자가 결혼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너만 참으면 문제없어!, 누가 일을 그만두라고 했어! (뭐라고?!) 그래.. 7년 전 글이야... 하며 진정 모드....
이 글은 아내, 엄마 이전에 여자도 아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지나온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한 엄마 여행자가 위로를 찾아 아이와 떠난 2개월간의 배낭여행은 마음 한편으로 응원하면서도 답답한 쳇증 같은 감정이 가시질 않았던 글이기도 했다.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때론 그 여행이 일상을 살아나갈 이유와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017p.
“너만 참으면 아무 문제 없어.”
언젠가, 결혼생활의 부당함을 피력하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만큼 남편은 내 편이 아니었다. 결혼 후 맞닥뜨린 현실의 벽만큼이나 단단한 남편의 가치관과 맞서 싸우느라 지쳤고, 어느새 나는 싸우기보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070p.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당연한 듯이 통용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도, 유교의 본산지인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 말, 명절증후군이 왜 수십 년째 변함없이 명절날 메인뉴스로 등장하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명절 증후군에 대한 뉴스를 안 볼 수 있게 될까?
075~076p.
결혼할수록, 아빠가 될수록 사회적으로 더 지지 받는 남편과 달리, 결혼할수록, 엄마가 될수록 사회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나는, 그 단단한 사회의 벽을 뚫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내가 계속 일을 고집하며 버틴다고 해서 내 고충이 하루아침에 줄어들 것 같지 않았다. ...(중략)...
그 즈음, 누군가 내게 말했다. 남편이 우울해 보인다고, 그러니 남편에게 신경 좀 쓰라고.
아무도 내 우울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때,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소리쳤다.
‘그럼, 나의 우울은 누가 위로해 주나요?’
결국 누군가의 위로 대신, 여행을 택했다.
나의 우울을, 나의 외로움을, 나의 슬픔을 위로해줄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 나서기로 했다.
234p.
부모가 된다는 건,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특히, 엄마 노릇은 훨씬 더 힘들다. 꼬박꼬박 월급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직접 아이를 키워보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절로 모성애가 생기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모성애 역시 물도 주고 영양분도 줘야 자라나는, 자생력이 약한 화초 같은 것이었다.
266~267p.
“누가 너에게 일 그만두라고 했어?”
고통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런 아픈 말을 쉽게 내뱉는 남편에게서 비롯되는 걸까? 아니면 그의 말대로 어리석은 선택을 한 나에게서 비롯된 것일까? 가족을 위한 배려가 결국엔 내 마음을 병들게 하고, 남편과 나의 관계를 원망과 분노로 물들게 하리라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