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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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매력적인 제목과 책표지의 <썸 씽 인 더 워터>는 영화 <어바웃 타임>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리즈 위더스푼 영화화도 확정된 영화라고?!

완벽한 커플의 완벽한 허니문. 하지만 결혼식 전 마크의 실직으로 그들은 그동안 누려왔던 많은 것을 수정해야 할지도 몰랐다. 신혼여행지인 보라보라 섬의 깊은 물에서 발견한 돈과 다이아몬드 뭉치는 그들을 순식간에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고 그들은 완벽한 범죄를 꿈꾸는 이들은 서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이 보라보라 섬에서 건져올린 의문의 가방, 바다에 밑에 있던 추락한 비행기와 그 안에 있던 사람들... 200만 달러에 달하는 다이아몬드와 의문의 USB, 핸드폰을 두고 에린과 마크는 의견차를 보이게 되고, 그 와중에도 에린의 마크를 찬양하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독백들은 오히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작가님 외모지상주의 자임? 로맨스 소설에서 나 볼 수 있는 남자들의 외모 찬양이 오히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에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글은 대화체가 아닌 문장들의 호흡이 너무 짧아 100페이지까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힘겹게 느껴지는 글이었다. 심각하게 번역의 문제일까? 원작의 문제일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사건이 진행되며 대화체의 문장이 많아지면서는 읽기가 좀 수월해지기도 했다. 그의 끝을 봤음에도 잊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라니... 에린은 마크를 정말 사랑했을까? 집착은 아니었을까? 한편 그녀에게 은근 도움을 주었던 에디 비숍이라는 인물의 활약이 혹시 이 글의 다음 편도? 하고 생각하게 했던 글이었다. 원작은 솔직히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18p.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50p.

그의 시선이 마침내 내 시선과 만나 나를 빨아들였다. 내 위에서 춤을 추는 그의 시선을 난 알아봤다. 내가 앞으로 남은 생애 내내 그리워하게 될 그런 눈빛이었다.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탐색하듯이 바라보며 ‘나’를 찾아 내 눈에서 입으로 쏜살같이 돌진해 다녔다.

158p.

마크의 뺨이 햇볕에 살짝 그을어 건강하고 활기차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그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랑스러운 마크. 나는 잠시도 그의 몸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그의 갈색 피부에서. 보트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그의 따뜻한 허벅지에 내 허벅지를 기대놓는다. 내 것이라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164p.

아, 나는 그를 정말 사랑한다.

297p.

그가 웃는다. 진짜 승자의 미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의 외모는 평균 이상인 듯하다.

312p.

세상에, 어쩜 이렇게 잘생긴 거야.

324p.

만약 마크가 그만 좀 하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에는 난 그를 너무 사랑한다.

352p.

나는 그를 정말 사랑한다. 지금 상황이 너무 위험하다는 그의 말은 옳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489p.

하지만 다 끝났다. 그는 떠났다. 그리고 나는 혼자다. 난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도하지 않을 것 같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대신 죽을 때까지 마크를 사랑할 것이다. 우리 관계가 진짜였든 아니든 간에, 나는 그를 사랑했다.

젠장, 그가 보고 싶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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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3 : 준비중ing니다
서귤 외 지음 / 언유주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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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요즘 이야기를 끌어안은 매거진 #언유주얼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

장마인가? 싶은 짧은 비가 지나고 폭염이 시작되었던 오늘, 종일 가동되는 에어컨을 끄지도 못하고 추워다 더웠다를 반복하며 이 무더위가 얼마나 남은 걸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준비’로 점철된 우리의 일상. 결과만 중시하다 보니 준비나, 중간 과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 시간들 또한 우리의 온전한 삶이 아닐까? 이번 호도 알차고 충실하다. 아껴읽고, 함께 읽고 싶은 우리들의 요즘 이야기 an usual.

23p.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한 줄을 둘러싼 세부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서사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누구도 볼 수 없고, 읽을 수도 없는 나만의 이력서에 한 줄, 또 한 줄을 추가하는 것은 서투르고 미숙한 나를 마주하는 일이자 실패와 좌절을 비밀스럽게 기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 기록은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확인하는 일이며, 이따금씩 나 자신을 덮쳐 오는 불안과 걱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일이다. /#김혜진

25p.

준비가 무의미해졌을 때,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이 갑자기 의미를 잃고 공허한 구멍으로만 남게 되었을 때, 우리는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뭐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아쉬워하고, 어떤 부모들은 자식의 등짝을 때리면서 그 시간을 타박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간인가? / #김겨울

58p.

수많은 것들 중 우리를 만족시키는 것은 언제나 단 하나의 무엇이다.

81p.

쉽게 얻을 수 있는 여행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낯선 공간에 한 발 더 내디딜 용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어긋난 계획에도, 작은 언쟁에도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여행자의 마음이다. 바쁘고 힘든 일상인이 아닌, 한 뼘쯤은 넓고 여유로운 바로 그 마음.

소중한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기억하자. 우리는 낯선 공간으로 모험을 떠나온 ‘여행자’다. /#소중희

119p.

산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선택에는 ‘만약’이 남는다. 오늘 점심 메뉴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큰 결정까지. ‘만약’이 배제된 순간은 없다. 하지만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다. 그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라는 답. /#김민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한 가지 집중하고,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뻗어 인터뷰, 소설, 에세이, 시, 리뷰를 모아 만든 매거진.

평범해서 특별한 [an usual]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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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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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제목 자체가 스릴러로 여겨졌다. <퍼펙트 마더> 라니 완벽한 엄마라니... 마이더스가 사라지고 아이 엄마들인 프렌시, 넬, 콜레트가 엄마가 되기 이전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한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데 드는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런 그녀들이 경제적인 생활도 고려해 맞벌이까지 해야 하는 고단함과 비참함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여동생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가끔 이런저런 훈수를 두기도 했다. 동생들이 조카들을 키우며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나중엔 “그게 왜니가 미안할 일이야? 다른 집 애들도 다 그러면서 커”라고 말하며 옆에서 듣는 사람은 듣기 좋지 않다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가끔 나도 동생들처럼 아이를 낳아 키웠더라면 지금과는 달랐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솔직히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 키운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이 앞선다. 예전엔 당연한 수순처럼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키우고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또 아이를 낳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여자들의 ‘임신’이 축하만 받을 일이던가?

“아기를 낳았다고? 축하해! 이제 모든 게 네 잘못이 될 거야.”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다른 날짜를 택했더라면, 하다못해 다른 술집에 갔더라면,

아니면 그날 밤 알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더라면, 휴대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넬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 찬란히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마치 예언과도 같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운 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관련 정보를 찾아 가입하게 된 온라인 카페 ‘맘동네’. 그 안에서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하며 자연스럽게 결성된 ‘5월 맘’멤버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정보를 교환하며 가까워진다. 기분전환을 위해 잠시 밤 외출을 하기로 한 엄마들. 그런데, 앱으로 마이더스를 지켜보지 않은 사이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날 함께 했던 엄마들은 간절하게 마이더스가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시간만 지나고.... 그들이 알고 있던 위니가 20년 전 TV 드라마 하이틴 스타이며 부자였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되고 그날 함께 있던 엄마들은 어린아이를 돌보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자격 없는 엄마들’이란 악몽이 시작된다. 그녀들이 아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의 배우자도 분명 그만큼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아기는 엄마에게 전적으로 더 의지하게 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게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배우자는 이미 에너지 고갈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일지도... 어쩌면 아이가 사라졌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스릴러의 시작이다. 아니, 극한의 공포감 속에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라고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준비가,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새삼 임산부들을 위해 더 많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고, 아이를 낳은 산모들이 원할 경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복지도 나아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퍼펙트 마더>를 읽으며 먼 나라, 다른 문화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선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던 글이다.

19p.

5월 맘. 내가 속한 엄마 모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맘이라는 용어를 좋아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건 너무 정치적이고 안 좋은 단어다. 우리는 맘이 아니었다. 우리는 엄마였다. 그저 사람일 뿐인데, 어쩌다 보니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같은 달에 아이를 낳게 된 여자들이었다. 이렇듯 낯선 사이였지만, 아기를 위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 친구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52p.

“캐나다에서는 출산휴가 간 여자의 자리를 1년 동안 지켜줘요. 이 세상에 유급 휴가를 의무로 두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랑 파푸아뉴기니밖에 없다는 거 알아요? 가족의 가치를 그토록 중시하는 미국이 말이죠.”

“아기란 게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아에 불과했다는 걸 깨우쳐주면, 사람들이 출산휴가를 좀 더 많이 지원해줄까요?”

118p.

“왜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죠?”

185p.

찰리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모든 게 훨씬 쉬울 텐데.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포피만 오롯이 신경 쓰며 살고 싶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다 필요 없고 오로지 엄마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꼭 포피가 괜찮아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 애를 사랑해주고 건강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콜레트는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런 말을 찰리에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콜레트 예이츠는 로즈메리 카펜터의 딸이다. 모성이라는 곤경에 대해서, 가정 내의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내재적인 성차별에 대해서, 여성이 남자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글을 써서 유명 인사가 된 바로 그 로즈메리 카펜터의 딸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딸이 집에서 애를 보는 엄마의 길을 선택한단 말인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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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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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던가? 유명한 작가들, 유명한 작품 읽어보고 싶었지만, 소장하고는 있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보거나 들어서 대충 알고 있는 경우라서, 또는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나라의 책 들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책표지도 강렬했지만 “히치콕이 연출한 <폭풍의 언덕>을 상상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이 작은 추천사 한 줄로 호감을 갖게 된 책이었다. 러시아의 저명한 문학사는 진정한 러시아를 알고 싶다면 레스코프를 읽으라고 권한다. 톨스토이마저도 추천하는 작가라니!!!

권태로운 결혼 생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던 카테리나는 남편이 일을 떠난 사이 집안의 일을 돌봐주던 하인과 바람이 난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인물 간의 갈등, 상황 진행이 생생하게 진행되는데 생소한 러시아라는 나라의 문화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글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보따리상 ‘돔나’ 캐릭터도 꽤 재미있었는데 보따리 행상 일을 하며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는 강인한 캐릭터로 남편이 사고로 죽고 혼자 살아가는 이 미망인의 마지막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삶이 무엇이길래.. 이 여인들은 이렇게 살아야 했을까? 레스코프가 이야기하는 카테리나와 돔나의 이야기는 ‘레스코프’라는 작가의 글을 시작하는 입문서로 또는 러시아 작품을 읽기 전 워밍업으로 읽어도 좋은 글이다.

040p.

“왜 바보같이 그런 별 볼 일 없는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지? 가치 없는 여자들은 사랑할 필요가 없어.”

“말씀은 잘하십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어디 생각대로 되나요? 유혹하는 대로 되는 거지요. 그건 아주 간단해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한 번 그 선을 넘어버리면 여자가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걸요. 사랑이란 그런 거죠.”

“잘 들어. 세료자! 다른 여자들이 어땠는지 나는 알 바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단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내가 너를 원하기도 했지만, 네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고, 또 네 술수 때문이란 사실은 너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에, 세료자 네가 나를 배신하거나, 나 대신 다른 여자를 택한다면, 나는, 결코 살아서는 너와 헤어지지 않을 거야.”

085~086p.

아이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지나치게 열정적인 여인들의 사랑이 대부분 그렇듯, 아이에게는 조금도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그녀에게는 빛도 어둠도 없었으며, 악이나 선도, 권태나 기쁨도 없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조급한 마음으로 이송 행렬이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면서, 어는 곳에서건 세료자를 다시 만날 수 있기만을 바랐다. 아이에 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중략)...

그 어떤 혐오스러운 상황에도 인간은 적응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보잘것없는 기쁨이라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아무것에도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세르게이를 보았고, 그와 함께라면 유형지로 떠나는 길도 기쁨이었다.

116~117p.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변론가라 할지라도, 돔나 플라토노브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를 말로 당해낼 재간은 없다. 단지, 그녀를 끌어내라고 명령한다면, 그때는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 그녀는 틀림없이 말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147p.

‘먼저 편지를 보내야겠어요. 만약 그가 용서한다면 답장을 할 테고, 그때 가면 되겠죠.’

‘마음대로 하시구려. 도무지 말을 들으려 하질 않는군요. 다만 당신이 언제부터 그렇게 했는지 놀라울 뿐이에요. 정작 죄를 범할 때는 남편에게 물어보지도 않더니, 자기가 행한 (하느님, 용서하소서) 더러운 짓에 관해서 침묵하는 것은 죄가 된다고 두려워하다니. 젊으신 마님,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264~265p.

러시아의 저명한 문학사가 마르스키는 러시아를 진정 알고 싶은 사람은 도스토옙스키나 체호프보다 ‘러시아의 작가 가운데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 레스코프를 읽으라고 권한다. 또한 레스코프 당대에 그의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를 그렇게 많이 읽는 게 이상하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또 그에 반해 왜 레스코프는 읽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레스코프는 누구인가? 레스코프의 작품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러시아의 새로운 면모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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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르네상스 피렌체가 낳은 이단아 클래식 클라우드 11
김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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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_클래식 클라우드

그 11번째 책은 마키아벨리가 되겠다. 시민과 군주 사이에서 피렌체의 몰락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마키아벨리. 이 책을 읽기 전 얕은 지식으로 알던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의 대가, 군주론자, 기회주의자, 군주론을 집필한 사람 정도였다. 마키아벨리가 그토록 사랑한 피렌체는 중세를 끝내고 근대의 문을 연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상공업과 예술이 번성하고 부와 자유가 넘쳐났지만 정치적으로 파벌 다툼, 외세의 위협 등 극심한 혼란의 시기에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재물을 바쳐 자신을 인정받고 살았겠지만 <군주론>의 곳곳에서 “영혼보다 조국을 더 사랑한다” 밝힌 것처럼 자신의 안녕보다 공동체를 위해 군주에게 지혜를 담은 책을 집필해 당시 피렌체를 집권하고 있던 메디치가에 헌정한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5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마키아벨리와 마키아벨리즘으로 많은 오해를 받았던 게 아닐까?

우리는 마키아벨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람을 좋아해 어울리길 좋아했던 그의 모습이 <군주론>이란 책을 읽기도 전에 낯설게 느껴졌던 건 오랜 시간 알게 모르게 쌓인 얕은 지식들 때문일 것이다. 그가 살았던 장소를 여행하며 여행하듯 이야기하는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은 그가 살았던 역사적 배경과 <군주론>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게 한다.

클래식클라우드_마키아벨리 이번 책 역시 수많은 밑줄을 그었고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를 읽어보리라 담아본다. 궁금하고 알아보고는 싶지만 어렵다고 생각되는 인물 있다면 클래식 클라우드를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 가와바타 야스나리, 마키아벨리 등 클클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 읽지 않았을 인물들을 알아가고 있다. 여행하는 듯 흐르는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앞으로 출간될 클래식 클라우드 기대가 된다.

094p.

공화정을 옹호하는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는 피렌체가 직면한 메디치가의 군주적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메디치가의 권력이 피렌체를 더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으로 비판적 지지를 택했다. 바로 이것이 마키아벨리를 군주제의 옹호자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그는 군주제를 옹호하지 않았다. 자유를 누려온 피렌체에는 공화정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군주제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메디치 군주 가문이 이미 장악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기를 바라서 [군주론]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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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p.

[군주론]은 지식을 담은 책이 아니다. 지식에 관한 책이라면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쳤겠지만, 이 책은 지식보다 지혜를 담아 군주에게 전하기 위해 쓰였다. 그 지혜는 정치 또는 통치의 방법이다. 힘들게 책을 쓰기보다는 재물을 바치는 편이 훨씬 쉬운 길이라는 것을 마키아벨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가 자신의 출세보다는 국가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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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p.

한 사람이 장악하는 강제적 힘과 인민의 지지에서 나오는 관계적 힘을 기준 삼아 [군주론]을 읽어보면, 군주와 군주국을 분명히 구분하게 된다. 군주는 역량이 뛰어난 인물이어야 한다. 하지만 군주가 뛰어나다고 해서 군주국이 저절로 강해지지는 않는다. 군주의 힘과 군주국의 힘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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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240p.

마키아벨리는 숱한 오해를 받고 있다. 대개 오해는 마키아벨리와 마키아벨리즘을 동일시한 데서 비롯되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마키아벨리즘은 유럽 역사의 부산물이다. ... (중략)... 인간의 권력욕과 그것 때문에 드러나는 야만성과 폭력성이 바로 마키아벨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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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p.

500년 전 피렌체처럼 우리나라의 평화로운 존립이 걱정스럽고, 500년 전 피렌체 시민들처럼 우리에게는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이 필요하다. 언제나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본 마키아벨리의 지혜를 온전히 배우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조건에서 최선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내가 던진 질문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길, 우리 사랑은 짝사랑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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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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