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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러시아 작가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던가? 유명한 작가들, 유명한 작품 읽어보고 싶었지만, 소장하고는 있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보거나 들어서 대충 알고 있는 경우라서, 또는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나라의 책 들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책표지도 강렬했지만 “히치콕이 연출한 <폭풍의 언덕>을 상상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이 작은 추천사 한 줄로 호감을 갖게 된 책이었다. 러시아의 저명한 문학사는 진정한 러시아를 알고 싶다면 레스코프를 읽으라고 권한다. 톨스토이마저도 추천하는 작가라니!!!
권태로운 결혼 생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던 카테리나는 남편이 일을 떠난 사이 집안의 일을 돌봐주던 하인과 바람이 난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인물 간의 갈등, 상황 진행이 생생하게 진행되는데 생소한 러시아라는 나라의 문화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글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보따리상 ‘돔나’ 캐릭터도 꽤 재미있었는데 보따리 행상 일을 하며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는 강인한 캐릭터로 남편이 사고로 죽고 혼자 살아가는 이 미망인의 마지막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삶이 무엇이길래.. 이 여인들은 이렇게 살아야 했을까? 레스코프가 이야기하는 카테리나와 돔나의 이야기는 ‘레스코프’라는 작가의 글을 시작하는 입문서로 또는 러시아 작품을 읽기 전 워밍업으로 읽어도 좋은 글이다.
040p.
“왜 바보같이 그런 별 볼 일 없는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지? 가치 없는 여자들은 사랑할 필요가 없어.”
“말씀은 잘하십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어디 생각대로 되나요? 유혹하는 대로 되는 거지요. 그건 아주 간단해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한 번 그 선을 넘어버리면 여자가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걸요. 사랑이란 그런 거죠.”
“잘 들어. 세료자! 다른 여자들이 어땠는지 나는 알 바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단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내가 너를 원하기도 했지만, 네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고, 또 네 술수 때문이란 사실은 너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에, 세료자 네가 나를 배신하거나, 나 대신 다른 여자를 택한다면, 나는, 결코 살아서는 너와 헤어지지 않을 거야.”
085~086p.
아이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지나치게 열정적인 여인들의 사랑이 대부분 그렇듯, 아이에게는 조금도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그녀에게는 빛도 어둠도 없었으며, 악이나 선도, 권태나 기쁨도 없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조급한 마음으로 이송 행렬이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면서, 어는 곳에서건 세료자를 다시 만날 수 있기만을 바랐다. 아이에 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중략)...
그 어떤 혐오스러운 상황에도 인간은 적응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보잘것없는 기쁨이라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아무것에도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세르게이를 보았고, 그와 함께라면 유형지로 떠나는 길도 기쁨이었다.
116~117p.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변론가라 할지라도, 돔나 플라토노브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를 말로 당해낼 재간은 없다. 단지, 그녀를 끌어내라고 명령한다면, 그때는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 그녀는 틀림없이 말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147p.
‘먼저 편지를 보내야겠어요. 만약 그가 용서한다면 답장을 할 테고, 그때 가면 되겠죠.’
‘마음대로 하시구려. 도무지 말을 들으려 하질 않는군요. 다만 당신이 언제부터 그렇게 했는지 놀라울 뿐이에요. 정작 죄를 범할 때는 남편에게 물어보지도 않더니, 자기가 행한 (하느님, 용서하소서) 더러운 짓에 관해서 침묵하는 것은 죄가 된다고 두려워하다니. 젊으신 마님,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264~265p.
러시아의 저명한 문학사가 마르스키는 러시아를 진정 알고 싶은 사람은 도스토옙스키나 체호프보다 ‘러시아의 작가 가운데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 레스코프를 읽으라고 권한다. 또한 레스코프 당대에 그의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를 그렇게 많이 읽는 게 이상하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또 그에 반해 왜 레스코프는 읽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레스코프는 누구인가? 레스코프의 작품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러시아의 새로운 면모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