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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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뉴욕 인근 해변 휴양지 오르피아, 연극제 당일 벌어진 시장 일가족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목격해서 총격을 당한 메간 패들린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름하여 4인 살인사건, 당시 고든 시장과 충돌이 잦았던 테드라는 인물을 조사한 결과 인과관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해 종결지어진 사건이었는데... 20년이 지나 제스 로젠버그 반장의 퇴직 환송회 장을 찾아온 스테파니 메일러 기자의 한마디에 20년 전 사건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해답은 눈앞에 있었어요. 단지 반장님이 보지 못했을 뿐이죠."

퇴직을 일주일 앞두고 자신을 찾아왔던 스테파니 메일러가 그날 실종된 걸 알게 된 제스는 20년 전 사건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직간하게 되고, 당시 파트너였던 데렉과 함께 2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기 위해 오르피아를 찾아 당시 사건을 재조사하려고 하지만 당시 사건 자료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당시 서장이었던 커크는 자신의 연극 '다크 나이트'를 오르피아 연극제에 올려주게 해준다면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된다고 하는데.... 2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다시 시작되는 연쇄살인, 관련된 자들이 하나둘 죽어가면서 오르피아는 다시 연쇄살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을 조사하면 할수록 수수께끼에 연결된 수수께끼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도대체 누구지?

30여 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의 이해관계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또는 안온한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파헤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새롭게 드러나는 단서들은 혹시 너? 하며 의심 가는 인물들이 계속 바뀌게 된다. 사건 관련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려가며 추리를 했는데도 마지막 즈음 드러난 범인의 등장은 헉! 이란 외마디를 외치게 하는데...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 책, 들고 읽기엔 꽤나 힘들다. 하지만 장인물들을 추리하며 쫓아가기에 바쁘다 보니 페이지가 줄어드는 건 금방이었다. 페이지 순삭, 시간 순삭... 아마도 그의 책을 한 권이상 읽었다면 다른 책들도 검색해보게 되지 않을까?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 사건> 을 다 읽자마자 조엘 디케르의 다른 책들도 바로 검색하고 있다. 올가을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게 될 것 같다.

20p.

"해답은 눈앞에 있었어요. 단지 반장님이 보지 못했을 뿐이죠."

81p.

애나와 나는 수사기록보관실로 갔다. 놀랍게도 1994년 4인 살인사건의 수사기록이 담긴 파일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고, 누렇게 변색된 종이 한 장만이 남아 있었다. 종이에 타자기로 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다크 나이트(Dark Night)' 시작된다.

343p.

"제레미아 폴드에 대한 수사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레미아의 사망 시점은 4인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이 주일 전이었어요. 그러니까 4인 살인사건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야 해요."

603p.

"지금껏 범인은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으려고 애써왔습니다. 범인은 1994년 사건과 연결고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 겁니다. 20년 동안 모두를 속여왔는데 이제 와서 일을 그르칠 수야 없었겠죠.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의 범인은 이미 여섯 명을 죽였지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멈추지 못해서였지 연쇄살인마는 아닙니다. 그저 치부를 가리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살인을 저지르는 유형이죠."

710p.

"사람을 한 번 죽이고 나면 두 번도 죽일 수 있어요. 두 번 죽이고 나니까 모든 인간을 다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나 두려움이 모두 사라져버렸죠."

#스테파니메일러실종사건

#조엘디케르 #임미경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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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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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마흔, 버려야 할 것과 시작해야 할 것 - 공허함을 성장으로 바꾸는 심리학 수업
정교영 지음 / 포르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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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관련한 도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다. 남자보다 여자의 마흔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은 걸까? 아마도 결혼을 하며 가정에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가정을 위해 보냈던 3,40대 여성들은 남편은 사회적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아이들은 커서 손길이 덜 가게 되니 그제야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지만 사회적인 경력단절로 일을 하고 싶어도 도전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시기가 40대가 아닐까 싶다. 아내, 엄마, 며느리... 그리고 나. 그 안에 내가 설렘은 어디쯤 있을까?

나는 행복하게 살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 희생의 마법에서 빠져나올 것

사실 기혼자로서의 마흔은 짐작만 할 뿐이다. 친구, 지인들, 동생들의 결혼생활과 육아를 보고 듣고 이야기해서 짐작으로 읽었던 <여자 마흔, 버려야 할 것과 시작해야 할 것>은 기혼 여성들이 입장에서 쓰인 책이다. 사실 보고 들은 것만으로도 이런저런 할 이야기는 많으나 미혼의 입장으로 읽었을 땐 크게 공감하긴 조금 힘들었다. 인생의 중반부로 접어든 마흔,이라는 부분의 글을 읽는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흔들리는 마음을 짚어보는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5~6p.

인생은 하나의 흐름을 타는 것이고, 롤러코스터처럼 끊임없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인생의 전환기 마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리막이었던 길은 오르막길로, 혹은 오르막이었던 길도 내리막길로 바뀔 수 있다. 다만 당장은 큰 그림이 보이지 않아서 절망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감과 불안을 좋은 징조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새로운 세팅의 기회가 생긴다.

32p.

우리가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내 인생의 남은 페이지를 결정짓는다. '오늘 안되면 내일부터 하면 되지.'라고 느긋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 오늘 당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인생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단 한 줄의 문장은 무엇일까?

123p.

혹시 당신도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 주길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 나를 일으켜줄 만한 '특별한 계기'만을 기다린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인생은 무수한 보기 앞에 자유 의자로 한 선택이 아닌 삶을 어떻게 '나만의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156p.

결국 삶은 우리에게 말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의 길을 가라고 말이다. 더 이상은 나이 핑계 대면서 꿈을 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논할 필요가 없다. 마흔이 넘어서도 다시 꿈꾸고, 목표를 이루어가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말이다.

166p.

우리는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열심히는 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미래의 안정과 편안함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221p.

우리는 계속 성장한다.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기억과 관습, 고집스러운 우리의 신념, 습관과 싸우느라 아이들보다 아주 조금 더디게 클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경험에 오픈된 마음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 (중략)... 지금의 쾌락을 핑계로 성장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당장의 쾌락을 챙길 것인가, 성장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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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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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생한 생명력을 자랑하던 엄마가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해오고 영무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혼 유예를 부탁한다. 여진과 사랑이 깊어서 결혼 한 건 아니었지만 이혼 통보는 영무에게도 충격이었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유산했을 때도 보듬어 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를 몰랐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자신의 일은 잘하지만 도통 곁을 주지 않는 것 같은 사람. 이 남자라면...이라는 생각에 여진은 결혼을 강행했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서 보이는 영무의 행동은 조금 더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여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여진은 그런 생활에 점점 지쳐가기만 한다. 20대의 소정은 평범한 남자를 만나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연인인 진수는 소정의 삶에 겹겹이 드리워진 가난 앞에 자주 당황하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소정의 처지를 함께 고민해주며 종종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별, 상실, 공허... 저마다의 끝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어쩜 하나같이 안타깝고, 아프고 아린 인물들인지... 아내의 애인이나, 남자친구의 새로운 연인도 악한 면이 없다. 보통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찾으려 하거나 원망의 대상을 찾기 마련인데, 그 과정이 순하게 느껴지면서도 과정의 감정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악이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너는 너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묵묵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은 감당하며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승우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베인 상처 위에 붙일 수 있는 밴드'같은 소설이다. 상처가 바로 아물지 않겠지만, 밴드를 붙였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지 않은가? 마음에도 밴드를 붙이고 싶은 순간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글이었다.

54~55p.

두 사람은 처음부터 아빠가 안 계시고 엄마는 아프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궁색한 졸업 예정자 신붓감과 부모님도 다 살아 계시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고 번듯한 회사에 입사할 계획을 가져 좋은 평점을 받게 된 신랑감으로 만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수록 둘의 연애는 그런 식의 평가에 자주 노출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그럴 때마다 소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반응했으나 덤덤한 척하는 데 한계를 느꼈고 진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표정이 복잡해졌다.

75p.

사춘기 이후로 늘 진정한 사랑을 꿈꾸고 사랑에 빠지기를 갈망하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사랑은 늘 그녀의 영역 밖에서 빛났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존재가 터질 것 같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거울에 선명하게 비치던 목주름이 떠오르자 조바심이 취기처럼 올라왔다. 서른여덟 살이 되도록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흉내만 내며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면 사랑 앞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내면의 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4p.

아버지가 떠오를 때마다 영무는 감정과 사람에 대해 냉담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갈등에 대해 짐작하지 못했으므로 그가 흔들리는 걸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에 대해선 많이 자유로워졌으나 어떤 상황 앞에서 뜨겁게 달아올라 뛰어들고 싶을 때마다 끓어오르는 자신을 차분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을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138p.

사랑이 끝난 것에 대해, 이별의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수록 설명의 방식이 달라진 다는걸, 주관에서 객관으로 옮겨 간다는 걸 깨닫게 될 뿐이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느낌이나 직관에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틀에 맞추고 통용되는 언어로 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끝의시작

#서유미

#한국소설

#민음사

#오늘의젊은작가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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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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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은 어떨까? 라는 궁금한 마음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던 글이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데? 싶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봤던 영화[더 테이블], 그리고 몇 년 전 책표지와 제목에 끌려 읽었던 책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의 저자이기도 했다. 영화감독이자 글을 쓰는 사람... 생각해보면 영화의 섬세한 분위기와 글 특유의 분위기? 같은 게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새로이 마주하고 앉아 만나는 글의 분위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완벽하게 좋은 순간을

오래 간직할 단 하나의 방법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예전 그의 글을 읽고 썼던 서평을 찾아보았다.

때로는 일상의 이야기 같고, 때론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에 대한 단상들이 담겨있습니다. 때론 농밀하게, 때론 젖은 낙엽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악착스러움으로, 아련하고 가슴 아픈 사랑보다는 몸으로 부대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달까요? 이상하게도 읽으면서 호흡이 좀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단상, 이미지들도 나이가 들어가며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요즘 세대의 사랑을 보면 이건 또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사실 있었고요.

_<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2014.09>

순간을 담는 영화감독,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로서의 김종관을 만나는 페이지들은 놓치고 살아가는 '그 무엇'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언젠가 그랬던 것 같은 아련함? 김종관은 이야기한다.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97p.

계절과 시간과 날씨, 또 그 사람의 상태가 그 공간의 얼굴을 달리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을 주었던 곳들이 내게는 다른 인상으로 온 듯했다. 사람도 타이밍과 관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되듯이.

106p.

가끔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은 나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다.

136p.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175p.

길 위에 시간들이 놓여 있다.

길을 가면서 자주 뒤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것도 의미는 없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을 지나 어제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오늘 일뿐이지만, 수많은 어제가 나의 오늘을 움직인다.

그러니까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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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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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당일, 아무런 연락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 유키 미호코. 이야기는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러 그녀를 찾는 미즈타니 가즈마의 메시지로 시작된다. 정중하고도 애틋한 메시지, 하지만 사진을 다운로드해 확대해보기도 하고, 자녀가 몇 학년 즈음이며 어떤 걸 전공하고 있는지, 목걸이로 알아보는 등 살짝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시종일관 정중하고 30년 전 애틋한 사랑의 대상에 대한 연서와 그리운 마음을 풀어내는듯했다. 뭐가 있겠냐.... 싶었는데 뭐지? 이건!!!

마지막 한 장을 읽고 나면

반드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페이스북으로 주고받은 메신저의 내용으로 과거의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글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정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게 뭐지?’하고 다시 뒤적여보게 한다. (마지막 한 장을 읽으며 ‘이게 뭐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음..) 짧지만 임팩트 있고, 구성이나 글의 전개가 얽기 설기 엮인 것 같지만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드러나는 반전과 몰아닥치는 충격은 앞에 조금씩 암시처럼 드러낸 문장들을 다시 짚어보게 한다. 사람의 겉모습,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과 내면은 얼마나 다르고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복면 작가 야도노 카호루 한 방이 있는 작가로 인정!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주소를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 정도는 알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입니다.”

9p.

사진 속 여성은 제가 아는 당신보다 야위었습니다. 머리카락도 짧았고요. 하지만 손가락 모양이 당신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왼손에 낀 결혼반지가 보이더군요.

그 사진을 몇 번이나 보고 있었더니, 사진 속 창유리에 네 명의 여성이 흐릿하게 비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중략)... 저는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해서 크게 확대했습니다. 웃지 말아주십시오. 그때는 저는 미스터리에 열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남자에게는 몇 살이 되어도 그런 유치한 일면이 있는 법이지요.

117p.

미즈타니 씨는 불행한 운명을 만나셨지만, 굳이 잔혹하게 말하자면 불행한 일을 당한 건 미즈타니 씨만이 아니에요. 그런 것도 마음에 담아두시면 좋겠어요. 지금은 미즈타니 씨가 행복한 인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답니다.

214p.

진짜 비극이라고 해야 할 인생은, 본의 아니게 당신과 관련되었던 사람들 쪽이 아닐까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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