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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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라니, 매일 퇴근해서 거실에 흘러넘친 책들과 방에도 들어차기 시작한 책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 같은 제목, 그리고 책표지에 홀린 듯 구입해서 바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리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출판하는 삶은 즐겁습니다.”

출판 인생 30년 김흥식의 책꽂이와 책에 관한 이야기는 책 외에도 음악과 영화 이야기로도 흘러간다. 직업인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의 삶은 그의 인생에 어떤 책들을 남겼을까? 궁금한 마음에 넘기며 읽다 보니 그의 책꽂이와 도서에 관한 시대 흐름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마흔세 살에 도서출판 서해문집을 세우고 30여 년 동안 천 여권의 책을 출판했다고 하니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이 참으로 남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 인생 30년 김흥식의 책꽂이 살펴보기

혹자는 고전을 읽어야 책 읽기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책도 개인 취향이 아니던가?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듯, 개인의 책 읽기 취향도 다른게 당연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고전이라 꼭 읽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정독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점프해 읽는 간독도 가끔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앞으로의 책 읽기가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고, 책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독특한 제본 방식과 책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누군가에겐 종이뭉치에 불과할 책, 하지만 이 수많은 책들에 담긴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게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인지...."이리 재미있습니다. 책이...!"

012p.

책을 읽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책을 다루는 존재는 인간일 테니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다기한 본성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이 살아가는 데 꼭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손해도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결국은 나를 포함한 인간과의 끊임없는 교류와 이해일 테니까. 그래서 책이란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중독성이 있다.

183~184p.

내가 서양 헌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젊은이, 후손, 시민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다. 무엇을?

"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이 시대에 이렇게나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책의 수준을 보십시오. 결국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떠벌린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경제적인 부문에 국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울지 모르지만 근대 문명의 전통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지갑도 웬만큼 두툼해졌으니 문명의 두께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벼락부자일 뿐 지성과 품성, 철학과 사고 면에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263~264p.

그렇다면 중국은? 중국 서점에도 바구니가 있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니라 휴대용부터 끌고 다니는 대형 카트까지 골고루 비치되어있다. 그래서 30권이 넘는 책을 골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아! 그 많은 책을 골라 대형 카트에 실은 다음 끌고 다니다 계산대에 서서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질투심과 착잡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책 많이 읽는다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인구가 우리 30배 가까이 되지 않느냐 말이다. 그러니 그 정도 읽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글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272p.

고전은 암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전은 등대여야 한다.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고전은 필독서, 즉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고전을 읽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필독서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지적 폭력이다.

277p.

"고전이라고 해서 한 글자도 놓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털어 내십시오. 바로 그 부담감 때문에 고전을 암초로 여기게 됩니다. 저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이틀 만에 읽었지만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책이 그토록 위대한 고전이라면 <돈키호테>에 숨어 있는 위대한 문명이 무엇인지 해석해 주는 책을 읽고 싶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약간의 풍자와 시대정신은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두꺼운 책에 담겨 있을 거라고 믿은 만큼의 무언가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 외에 무수히 많은 책들이 그랬습니다."

342p.

오늘날 책을 읽어야 할 까닭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귀한 반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까닭은 온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만큼 넘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내 책꽂이가, 우리 책꽂이가, 나아가 인류 문명의 보관소이자 창조의 원천인 도서관 서가가 질문에 답해 줄 것이라 믿는다. 좁디좁은 곳에 파묻혀 자기 등조차 보여 주지 못한 채 꽂혀 있고 쌓여 있는 책들이 불쌍하다.

#책꽂이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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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보약 - 너의 불안을 따뜻하게 달여줄게
나카지마 다이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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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 앞자리의 숫자가 바뀌는 것에 대한 부담감,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 미노리는 '전 남자친구의 결혼'으로 갑자기 수렁에 빠진 기분이 들며 심신의 기운이 바닥을 치면서 큰 위험을 겪게 된다. 삼십 대 초반의 위기는 무엇이었을까? 고민이랄 게 없는 삶을 살아가다 갑자기 문턱에 걸려 넘어질 듯 휘청이면서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해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원인 모를 통증과 질병으로 아프기도 했던 그 시절을 들여다보게 되는 <읽는 보약>은 시기에 적절한 책 읽기가 왜 필요한지를 새삼 알게 해주는 글이기도 했다.

일상이 전부 흔들릴 정도로 아팠던 건, 단지 몸이 아팠던 게 아니라 '인생의 환절기'를 겪었기 때문이었던가?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계절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몸이 환절기에 호된 감기 앓이를 하듯, 우리의 삶도 그런 환절기를 겪으며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일까? 크고 작은 삶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매일을 조심스레 달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잠시 삶으로부터 도피를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라고 토닥여준다.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심신의 변화가 단지 몸의 아픔으로 끝나는 게 아닌 성장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각종 불안과 피로,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미노리가 한약방에서 스스로 돌보는 법을 터득해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보약처럼 기운을 나눠 받는 보약 같은 소설이다

21p.

대게, 서른 넘은 여자가 중얼중얼 증상을 늘어놓는 시점에서 의사들은 이런 환자 또 왔다는 느낌인지 애초부터 상대해주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나보다 먼저 진료실에 들어간 스물두 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는 안색도 좋고 훤히 드러낸 팔도 윤기가 넘쳤지만 나보다 진료시간이 훨씬 길었다. 서른 살 여자에게는 청진기를 대는 것도 아깝다는 듯한 눈치였으면서, 심한 차별이야.... 잠깐, 나는 이마를 짚으며 멈춰 섰다.

이 피해 망상은.... 병들어 있단 증거다.

73p.

"그래서 굳이 병명을 붙이자면, 가와나미 씨는 '여기저기가 약하다'라는 가와나미 씨만의 병이에요."

".... 나만의 병".

111~112p.

선생님은 구멍 난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신 건 처음이지만 환자분들은 무심코 보겠지요. '의사인데'하는 생각도 드실 테고요."

"그렇지만 의사 선생님도 사람이니까요."

"아무 문제도 없는 사람은 없답니다. 몸은 늘 변화하고 있어요."

"변화...인가요, 병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변화니까요. 자신의 일부이기도 하죠."

135~136p.

내 정신이 재앙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 슬슬 인정해야겠다. 정말로 건강한 신체를 원한다면 역시 건전한 정신부터 가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러는 쪽이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그에 반발한다.

#읽는보약

#나카지마다이코

#위즈덤하우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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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생 그림책 Dear 그림책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 사계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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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0세에서 100세까지 100장면으로 보는 인생의 맛

매일 똑같이 보여도 하루하루가 다르고, 그렇게 쌓인 날들은 해마다 차곡차곡 쌓여간다. 인생의 순간들을 0세부터 100세까지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담아낸 <100 인생 그림책>은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아!' 하는 그림과 문장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태어남을 선택할 수 없듯, 우리는 삶의 마지막도 선택할 수 없다. 삶의 경험이 많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어른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어른이 되어 잊고 있었던 아이들의 생각과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삶의 모습이 저마다 다른 건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생각과 삶을 대하는 자세에 있지 않을까? 페이지를 넘기며 때론 평온했고, 앞으로 다가올 중년 이후의 삶과 노년의 삶을 그려보게 되기도 했다. '할머니라니!'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꽤 즐거운 할머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조금은 막연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100 인생 그림책> 꼬꼬마 조카부터 칠순이 다 되어가시는 부모님까지, 가족들과 페이지를 넘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소장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당신의 오늘,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까?

_하이케 팔러

사람이 살면서 겪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런던에서 94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를 쓴 작가입니다. 그런데 살면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내 질문에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는 종종 내가 옛날에 그 어린 여자아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살면서 뭔가를 도대체 배우기는 했는지, 그런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진답니다."

#100인생그림책

#하이케팔러#발레리오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사계절

#그림책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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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에 만나요
용윤선 지음 / 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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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한다는 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 사람보다 커피와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할 것만 같은 사람, 소란스러움보다 한두 사람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혼자 훌쩍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용윤선작가의 <울기 좋은 방>을 읽고 꽤 오랜만에 작가의 글을 읽게 되었다. 여름과 가을의 두 계절 사이에 읽은 <13월에 만나요>는 세상에 없는 그 어딘가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몽롱한 남는 글이었다. 13월,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계절, 시간...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겪어볼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의 글에 흠뻑 빠져들지는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러한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소설로 읽자니 소설이 아님을 너무도 알겠고, 에세이로 읽자니 내가 그리는 작가의 이미지와 괴리감이 생겨서 였겠지.... 책을 다 읽고도 이전에 읽었던 <울기 좋은 방>을 다시 꺼내 보기도 했다. 문체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글의 느낌도, <13월에 만나요> 가 분명 더 깊어졌는데도... 그 시간 동안 내가 깊어지지 못했나 보다...

12p.

하고 있는 말이 당신에게 하는 말 같아서 멈출 때가 있다. 쓰고 있는 글이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서 서랍 속에 넣어둘 때가 있다.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할 때는 아프다. 그래도 아프게 했으니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면 견디어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토록 선명하게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48p.

왜 멀어졌는지 헤아려본 적이 있다. 멍하게 앉아 헤아려보다가 쓸쓸해져서 몸이 추워졌다. 멈춰 있는 관계는 없다. 관계는 움직이려 하는 것이므로 더 가까워지든 더 멀어지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96p.

오랫동안 사람의 말이 거슬리고 소음 같았는데 나는 사람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편안해진다. 쓸쓸해진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는 일, 혼자 여행을 가는 일은 혼자가 되어 사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혼자 죽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혼자 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164p.

나의 어떤 시간은 불행하다고 믿었다. 나의 불행한 시간을 알리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오랜만에 만나면 오랜만에 만나서 미웠다. 미움은 유혹이었다.

#13월에만나요

#용윤선

#에세이 #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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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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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엠마 슈타인은 호텔방에서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이발사'라고 불리는 사이코패스의 세 번째 희생자였던 엠마는 사고를 당하고도 죽지 않은 유일한 희생자.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한 호텔엔 그녀가 묶었다는 호텔의 호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가 진술한 호텔의 내부에 대한 설명 또한 그 호텔엔 있지 않았던 것. 엠마도 성폭행을 당하고 머리를 밀렸지만, 다른 피해자와 달리 살아있었고 호텔이 아닌 버스정류장에서 발견되었다.

이발사에게 '사고'를 당했지만 머리만 깎였을 뿐, '살아있는 유일한 희생자', 어쩌면 '유일한'이라는 상황이 그녀의 일상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었을지도 모른다. 이발사가 범행을 마무리 짓기 위해 자신을 찾아올 것만 같고 모든 남자들을 이발사로 의심하게 되는데.... 어느 날 우편배달부가 이웃의 소포를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갈색 종이에 싸인 평범한 소포로 인해 그녀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상황은 걷잡을 수없이 흘러간다.

부재중인 이웃 대신 맏아두게 된 소포

"별일 있겠어?"라는 생각이 든순간 벗어날 수 없는 악몽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 방안 옷장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아르투아'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차던 아빠의 밀어냄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정신과 의사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동지와도 같은 남편 필리프를 만나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난 듯했다. 하지만 사건 6개월 이후 그녀 앞에 떨어진 '소포'하나로 주변의 모두를 의심하게 되고 그녀는 점점 더 누구인지 모를 '이발사'에게 몰리게 된다. 정신과 의사인 엠마가 자신이 당한 사건 이후 일상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공포감을 체험하게 하는 기분이 드는 글이었다. 숨을 죽여가며 읽던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쉼 없이 읽었던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포>. 주의!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면 읽어라. 역시, 제일 무서운 건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며,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인가...

62p.

"당신이 곁에서 진술을 도왔고, 진술이 끝날 때까지 내내 같이 있었잖아요. 그날 밤에 '이발사'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잖아요."

이발사. 언론은 미친 연쇄살인범에게 이렇듯 평범한 별칭을 붙였다. 여자들의 살갗을 벗긴 살인마를 '버펄로 빌'이라 불렀던 것처럼(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일곱 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등 가죽을 벗긴 살인마를 형사들이 '버펄로 빌'이라 불렀다._옮긴이).

66p.

엠마의 절친한 친구 실비아는 엠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 그날 밤 호텔에서 그녀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비아는 잘못 알았다. 물론 엠마는 그 미친놈이 다시 찾아와 그날 밤 끝내지 못한 일을 하려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엠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74p.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네요. 여기 이 소포를 대신 받아주실 수 있나요?"

104p.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지금은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된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호텔에서 그 일을 겪고 버스 정류장에서 발견된 이후로.

머리카락을 잃었다.

존엄성을 잃었다.

제정신을 잃었다.

132p.

공포는 영혼을 갉아먹고, 인간의 내면을 텅 비게 만든다. 공포는 희생자의 시간을 먹으며 덩치를 키운다.

280p.

그녀의 손에 같은 날 두 남자가 죽었다.

낯선 이웃에게 온 소포 하나 때문에.

소포를 받아주지만 않았다면, 팔란트의 집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릴 일도 없었을 터였다. 소포를 열어보지만 않았다면, 수술용 메스를 모닝 가운에 넣지도 않았을 터였다.

341p.

"사랑해서 그랬어, 엠마. 오직 널 사랑해서 그 모든 일을 했어."

#소포

#제바스티안피체크 #배명자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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